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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23일 18시 59분 등록
홍상수, 북촌방향을 보다. 감독의 자전적 영화. 만약 홍상수가 소설가였다면 극중 주인공 직업도 소설가일 것. 만약 홍상수가 장사꾼이라면, 장사에 대한 영화가 되었을 터. 자신의 삶을 콘텐츠로 만들어내는 능력.을 이 영화에서 보다.  

지식근로자들이 힘들다. 일 자체가 모자르거나 없어져버렸다. 회계사의 일은 ERP 소프트웨어가 대체하고, 간단한 프로그램 코딩은 인도의 값싼 프로그래머들의 일이 되었다.  일과 고객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이 시대의 특징. 컴퓨터 칩이나, 개발 도상국의 값싼 노동력이 오늘의 내 과업을 잠식해들어간다.

우리 가게는 종업원이 50명정도다. 대다수가 중국인들이다. 동네 미용실 부터 대리운전직, 대기업의 변호사까지 이들의 세력은 한국을 이미 잠식했다. 한예로, 40대 남자 주방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20년 호텔 경력을 가졌지만, 너무 많은 급여를 원했다. 호텔경력을 가졌어도, 우리 가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되어 있다.경력은 많고, 받아온 급여가 있는데, 갈 곳은 없고, 그만한 노동력은 어딜가나 있다. 또, 요리 자체가 물만 부워서 뎁혀서 나가기만 하면 되는 구조다.( 맛을 균일하게 유지하려는 프랜차이즈의 전략이다.) 특별히 요리 경력이 없어도, 누구나 몇시간 교육만 받으면 일을 할 수있다. 

주어진 일만 처리하는 시대가 끝난 이유는, 일 자체가 없어져버렸기 때문에 너무나 분명하다. 어딜가나, 사장님들은 일감이 없어서 고통스러워한다. 퇴근하는 길에 동네에 닭집과 미용실이 몇개 있는지 세워보라. 그 식상함에 놀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장사할려고 하면 마땅한 아이템이 없다.

이런 생각을 하기 쉽다. 우리 동네에는 닭집이 없으니, 닭집을 만들자고. 허나, 손님은 닭집이 없으면 피자를 사먹을 것이다. 닭집의 경쟁자는 닭집이 아니라, 주전부리 분식점이나 모든 식당으로 봐야 한다. 그래도, 닭집이 없으니 닭집을 만들면 승산이 있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승산이 있지만, 돈은 벌기 힘들다. 판매 단가에 비해, 사업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다. '박리' 로시작한 사업은 '다매'가 되어야 하는데, 사람들의 위장이 무한대가 아닌 이상 한계가 있다. 24시간 줄서서 손님들이 있어야 닭집으로 사업을 굴릴 수 있다. 이 모든 난관에도 불구하고, 닭집을 해서 장사가 잘된다고 하자. 장사가 잘 되면 바로 옆에 닭집이 또 생겨버린다. 
 
필립 코틀러는 '마켓팅 3.0'에서 고객은 판매자가 무엇을 판매하는지 보다, 무슨 생각을 가지고 판매를 하는지에 더 관심이 있다고 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인데, 이때 다홍치마는 제품의 디자인을 넘어서, 제품에 담겨진 철학을 의미한다. 철학이 매력적이라면, 소비자는 구매한다. 마켓팅에서 계속 스토리를 강조하는 이유는 스토리라는 형식이 단순히 소비자가 기억하기 쉬워서가 아니다. 오히려, 철학을 이야기하다 보니 스토리가 되어 버린 것이다.

홍상수의 북촌방향은 직장인들이 나가야할 방향이다. 자기 업과 주변의 일들을 콘텐츠로 만들어내야, 기회가 생긴다. 소비자는 당신이 무엇을 파는 지 관심없다. 왜냐면, 이미 있거나, 없어도 상관없는 물건일테니까. 혹은 필요할때, 어디서든 구할 수 있으니까. 지식근로자의 시대에는 일이 끝나면, 퇴근해서 동료들과 맥주집에서 상사 씹으며 노닥거릴 수 있었다. 지금은 일이 끝나면, 또 다른 일이 기다리는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홍보해야 하는 일이다. 

물론, 시간은 없다. 모든 직업인은 어제의 일로 숨이 턱까지 찬다. 이런 라이프 스타일은 점점 목을 조아올 것이다. 내 업종이 집입장벽이 높지 않거나, 보호받지 못한다면, 조만간 판매 단가는 떨어진다. 그렇다면, 더 많이 더 열심히 일해야, 수지를 겨우 맞출 수 있다. 소위 '가격을 후려쳐야' 물건이 팔린다. 오늘 1만원 받고 했던 일을, 내일 5천원 받고 해야한다. 1만원을 받아야 생활이 되는데, 1만원을 채울려면 두배로 더 일해야 한다.

'나는 닭을 팔지만, 특별하다'라는 것을 손님에게 알리자.

사업은, 슈퍼에서 물건 사는 것 만큼 쉬워졌다. 나에게 쉽다면, 다른 사람에게도 쉽다. 중요한 것은 손님을 어떻게 끌고 올 것인가?이다.  난 화장품업을 하면서, 같은 사업을 하는 매장이 내 양옆에도, 내 앞뒤에도 늘어져있는 상상을 곧잘 한다. 이것이 손님이 내 업종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그들에게는 스킨푸드, 이니스프리, 페이스샵이 한결같이 '화장품 매장'일 뿐이다. 파리바켓트, 뚜레쥬르, 크라운베이커리는 한결같은 '빵집'이다. 상권을 보호해준다는 가맹 본사의 이야기는 현실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어떻게 군계일학이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치열한 고민 자체가 콘텐츠다. 치열한 고민과 실행이 나를 돗보이게 한다. 앉아서 손님만 기다리면, 아무도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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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2011.09.26 10:01:28 *.133.97.218
다시 시작하셨군요. 반갑습니다.
언제 한번 닭먹으러 가야 할 텐데요^^ 한국가면 연락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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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1.09.26 15:46:23 *.111.206.9
반갑습니다.

닭집은 지금 안합니다. 순대국집, 분식집 합니다. 저도 일본가면, 연락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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