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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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설악산에 다녀왔습니다. 한계령을 넘어오다가 그 꼬불꼬불한 길 가에 차를 붙여 세웠습니다. 지난주 스치는 차 안에서 보아두었던 그 나무의 꽃을 사진에 꼭 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태산목 그 함박꽃이 깊어가는 초록 숲에서 얼마나 뽀얗게 빛나던지, 우리 동네에서는 잘 볼 수 없는 그 꽃을 카메라에 담으며 참 좋았습니다. 맑은 새소리 흩어지고 설악의 봉오리들 장대하며 공기도 더없이 맛있으니 한계령 휴게소에 일꾼을 구한다면 거기 얼른 손들고 기거하고 싶다는 부질없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오늘 편지를 자정 넘겨 올리는 사연은 먼 곳 다녀온 이유만이 아닙니다. 내가 존경하는 어느 선생님의 어머님이 저 세상으로 떠나셨다는 소식을 듣고 서울 신촌에 들러 조문을 하고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먼 길 돌아왔더니 몸이 많이 곤하군요. 그래도 그대 혹시 관심이 있을까 싶어 조금 긴 편지를 써야겠습니다..
여우숲에서는 매달 인문학공부모임이 한 차례 열립니다. 지난 4월부터 시작했지요. 최소 5만원, 보통 7만원의 비용을 내고 참가하는 인원이 대략 서른 명을 넘깁니다. 그 중에 절반 이상은 일박을 하며 공부하고 놀지요. 첫 달에는 공부란 무엇인가에 대해 강연과 토론, 환담이 있었습니다. 지난달에는 아주 만나기 어려운 동서양 철학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동양과 서양철학자 각 한 분, 그리고 철학을 전공한 사회자 한 명이 청중과 어울려 빚어낸 아주 흥미로운 철학 콘서트였습니다. 여우숲의 인문학 공부는 시작부터 가볍게 술을 먹습니다. 강연자도 학생도 자유롭게 술을 마시며 공부를 진행하지요. 그런 탓일까요? 교실에서는 질문이 넘쳐납니다. 열띤 논의가 아주 자연스럽지요. 지난달 철학콘서트의 마지막 주제가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였습니다. 철학자 두 분은 각각 이 주제에 대한 동·서 철학의 대답을 들려주셨습니다만, 50대의 여성 참가자 두 분은 즉시 손을 들고 요구를 던졌습니다. ‘30년 넘게 철학을 공부하셨으니 이 주제에 대해 당신들의 살아있는 생각을 들려주세요.’
철학자 두 분은 난감한 듯 잠시 겸양을 표하고 각자가 생각하는 좋은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들려주셨습니다. 이튿날 오전, 남은 사람들은 이 주제만을 떼어 한 번 더 공부해 보자고 합의했습니다. 누구를 강사로 초대할까도 그 자리에서 논의했습니다. 나는 단박에 내 삶의 스승님이 떠올랐습니다. ‘구본형! 우리 스승님이 우리나라에서 이 주제를 가장 잘 다뤄주실 수 있고 그런 자격이 있으신 분인데…’ 왈칵 그리움이 솟구쳤고 선생님의 부재가 너무도 아쉬웠습니다. 누군가 요즘 가장 핫한 선생님 한 분의 이름을 거명했습니다. ‘노자’ 인문학으로 유명하신 그 분, 최진석 선생님. TV강연으로 너무나 유명해지신 그 분을 우리가 초대할 수 있을까 대부분은 회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내 합의했습니다. 진정성을 가지고 이번 주제의 스승으로 그분을 모셔보자. 진정성만 전달할 수 있다면 선생님은 와주실 것이라는 이상한 믿음이 삽시간에 확산되었습니다.
일주일 쯤 전에 모임의 실무를 담당하는 도반이 흥분을 억누른 채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6월 13일, 우리의 세 번째 공부모임에 최진석 선생님은 흔쾌히 스승으로 와주시기로 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어떻게 선생님을 초대했느냐 물었더니 무려 세 명이 선생님을 앙청하는 편지를 보냈다고 하더군요. 어떤 친구는 전자메일로, 어떤 친구는 손 편지를 써서 선생님을 초대했답니다. 그렇게 매력적인 선생님을 모시고 세 번째 여우숲 인문학 공부모임을 갖게 되었습니다. 나는 궁금합니다. 당대의 저명한 동양사상가 선생님은 무엇이라 답을 주실지, 좋은 삶이란 무엇이라 답해주실지. 혹여 이 공부를 함께 하시고 싶은 분은 여우숲 편지 게시판에 댓글로 전화번호와 이름을 남겨 신청해 주시면 인문학공부모임밴드로 초대해 드리겠습니다. 늦은 편지, 총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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