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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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스승이라 부르는 이 중에 누군가 어려움 속에 있다고 느끼면 어떻게든 그를 도와주려 애를 쓰는 경향이 아주 강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때마다 그는 시간을 할애하여 자신이 쌓은 지식과 경험과 노하우, 그것으로도 할 수 없을 것 같으면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서라도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그는 사람에 대해 큰 애정을 가진 사람입니다. 나는 기본적으로 그가 따뜻한 사람임을 압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그가 이런 선행(?)을 행할 때의 기준입니다. 그것은 상대가 요청하는 상황에 근거하기 보다 그 스스로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판단하는 것에 기반한다는 점입니다. 나 역시 그런 경향성 하에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누군가를 일으켜 세우고 누군가를 더 나아지게 하며 누군가를 지켜주고 싶어 가진 오지랖을 최대한 펼친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나의 스승님은 달랐습니다. 내가 느끼기에 냉정하다 싶을 만큼, 혹은 너무 무심하다 싶을 만큼 타인에게 조언이나 지침, 혹은 도움의 손길을 쉽게 내미시지 않았습니다. 요청하지 않은 누군가에게는 절대 적극적으로 삶의 길과 방법 따위를 적극적으로 알려주지 않는 분이었습니다. 선한 영향력을 충분히 가지셨으면서도 이러한 측면에서는 오히려 인색하다고 느낀 적이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며 알게 되었습니다. 스승님이 왜 그랬는지, 내가 펼칠 수 있는 오지랖의 폭이 점점 넓어지면서 나도 그 배경을 알게 되었습니다. 왜 절대 그의 요청이 없는 상태에서 내가 먼저 나의 느낌과 판단에 기반하여 오지랖을 펼치면 안 되는 것일까? 그것은 자칫 폭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절박한 요청이 아닌 그저 그가 그럴 것이라고 내가 느끼는 느낌과 기준에 의해 펼치는 조언은 자칫 그에게 폭력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자신의 자식이 마땅히 이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믿는 부모가 아이에게 하는 조언, 그것도 자칫 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그에게 잘 물어주는 것이 훌륭한 도움입니다. 내가 먼저 판단하고 도움을 주는 것보다 그가 지금 겪고 있는 혼란이나 어려움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그것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은지? 그가 그 방법을 모르겠다고 할 때는 차라리 그가 스스로 잘 찾아볼 수 있는 방법이나 지혜, 경험 정도를 나눠주는 것이 현명한 처사일 수 있습니다. 이런 방법은 그가 가진 힘을 훼손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가 가진 고유성이나 유일성을 잃어버리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가 가진 스스로의 힘을 최대한 확장할 수 있게 도울 수 있습니다.
앞서서 도움을 주려는 행동보다 그에게 깊게 묻는 것이 먼저여야 하는 이유, 그것의 핵심은 진정으로 그를 지켜주는 방법이 바로 그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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