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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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소설] 목요일 밤, 시민대학에서는 수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강연자인 김 교수는 섬세하고 유능했다. 청중의 반응을 포착할 줄도 알고, 포착한 반응에 어찌 대처해야 하는지도 체험으로 터득한 베테랑 교육자였다. 연구에도 성실하여 강연 내용에 대한 전문성은 모두가 인정했다. 12명의 청중들은 하나같이 열렬히 경청했다. 은영은 가장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강연의 흐름에 동참한 청중이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일 때마다 교수는 흥을 얻었다. 청중의 적극적 참여가 선생의 열정을 이끌어냈다.
김 교수는 기분 좋게 흥분했다. 은영을 위시한 청중들이 열렬히 배우려는 이들이라 판단했다. 평소에는 청중의 수용력이 어떠한지를 가늠하는 센서를 켜 두고 강연했지만 이 날은 센서가 필요 없었다. 편안하게 열강을 토해냈다. 평소의 생각도 내놓았다. “여러분 강연은 일종의 환상을 줍니다. 뭔가 성장한다는 느낌을 주지만 해당 텍스트를 읽지 않고 강연만 듣는다고 해서 지력이 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은영은 여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강연이 끝났고 은영은 김 교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강의실을 떠났다.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는 중에 남자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강연? 그저 그랬어. 초반에는 좋았는데 후반부로 가면서 어려워졌어. 내가 반응이 좀 좋잖아. 초반에 크게 반응했더니 교수님이 나를 자주 쳐다보셔서 끝까지 반응하느라 혼났네. 어떤 말은 기분도 좀 나빴고. 그래도 나름 좋았어.” 은영은 서울 도심의 이곳저곳을 관통하는 12개의 지하철 중 두 개의 호선을 갈아탔다. 서울은 길 위로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데, 지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하철역의 모습은 비슷한데, 도착하는 지역은 사람마다 달랐다. 이 날 강연에 참석했던 K는 방화역에 도착했다. 그에게 김 교수의 강연은 고민 해결에 실마리가 되어 준 하나의 빛이었다. 은영도 비슷한 시각에 7호선 내방역에 내려 자기만의 세계로 걸어 들어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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