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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20일 08시 04분 등록

도덕경(6월 둘째 주)

11기 정승훈

 

저자 연구

 

노자(?~?)

노자의 생존 연대는 [사기]에서조차도 확실한 근거를 대지 못하고 있지만 학자들은 대체로 맹자 뒤, 한비자 앞이라고 주장한다. [노자] 1장이 바로 유가에 대한 총체적 비판이며 그것도 명교를 분명히 하고 난 이후의 유가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맹자 이후로 보는 것이다. 그리고 한비자 이전이라는 것은 [한비자][노자]를 해설한 <유로>, <해로> 두 편이 있기 때문이다.

[노자]815,200여자에 이른다. 상편은 도로 시작하고, 하편은 덕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도덕경]이라고 불리게 된다.

 

[노자]는 노자 개인의 저작이 아님은 물론이며, 어느 한 사람의 저작이 아니라는 것이 통설이다. 한 사람의 필체가 아니라고 추축한다.

[노자]라는 책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몇 종류의 [노자]가 있었는지 대해서 여러 가지 설이 있을 뿐이며 정확한 기록은 없다. 대체로 기원전 350~기원전 200년경의 집단 창작으로 알려져 있다. [노자] 주석은 현재 346종의 주석이 전해지고 있다. 그 중 최고의 것은 한 대 사람인 하상공의 주와 위진 시기의 왕필의 주가 있다.

[노자]는 산문이라기보다는 운문이다. 5천여 자에 불과한 매우 함축적인 글이며 서술 내용 역시 담현이다. 19세기 서구에 소개된 이후 현재 60여 종의 번역본이 있으며 현대 서구 사상에도 매우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1788년 영국의 천주교인이 중국에 왔다가 노자의 책을 들고 돌아갔다. 이후 유럽에는 도덕경신드롬이 일었다. 로마의 보체 신부는 이 책을 라틴어로 번역했다. 러시아의 작가 톨스토이(1828-1910)는 동양사상에 심취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출판업자가, 톨스토이에게 물었다. "당신의 생과 문학에 가장 영향을 끼친 이는 누구입니까?" 그때 톨스토이는 이렇게 말한다. "공자와 맹자에게서 큰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노자에게 받은 영향은 그보다 훨씬 거대했다." 러시아에서 도덕경을 퍼뜨린 사람은 톨스토이였다.

디지털뉴스본부 이상국 기자 2017. 4. 20일자 [도덕경 비밀클럽]푸른 소를 타고 동쪽에서 오는 백발노인

 

오강남(번역자, 풀이)

이 책의 주된 목적은 노자의 사상을 일점 일획도 틀리지 않고 송두리째 떠받들어야 한다는 것을 설득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의 글을 읽고 그와 함께 생각하며 내면적 대화를 가짐으로써 뭔가 우리 속에 잠재해 있던 것을 일깨우려는 것이다.” 라고 책의 목적을 밝히고 있다.

그래서 번역자는 사실 일반 독자는 반드시 한문 원문과 대조해 가며 읽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한문 원문없이 우리말만 가지고도 우선 문맥이 통해야 한다는 원칙을 두고 번역에 임했다.”고 한다.

이 책은 번역자가 캐나다 리자이나 대학에서 [도덕경] 강의를 하며 써놓은 글을 1990년 토론토에서 발해되는 한국일보에 매주 한 장씩 2년 동안 연재한 글을 모아서 출판한 것이다.

 

나는 신영복이 [강의]에서 다룬 장들을 오강남 역의 [도덕경]과 홍익출판사의 [노자 도덕경과 왕필의 주]를 같이 볼 것이다. 3권의 책이, 번역자가 [도덕경]의 같은 장 내용을 어떻게 해설하고 있는지 보는 것이다.

 

내 마음에 무찔러 드는 글귀

 

1장 도라고 할 수 있는 도는 영원한 도가 아니다 도의 본체론적 측면

라고 할 수 있는 는 영원한 가 아닙니다.

이름 지을 수 있는 이름은 영원한 이름이 아닙니다.

이름 붙일 수 없는 그 무엇이 하늘과 땅의 시원.

이름 붙일 수 있는 것은 온갖 것의 어머니.

그러므로 언제나 욕심이 업으면 그 신비함을 볼 수 있고,

언제나 욕심이 있으면 그 나타남을 볼 수 있습니다.

둘 다 근원은 같은 것.

이름이 다를 뿐 둘 다 신비스러운 것입니다.

신비 중의 신비요, 모든 신비의 문입니다. (19)

 

첫 장인 이 장만 잘 이해해도 [도덕경]의 반 이상을 이해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알려진 장이다. ... ‘라든가 뭐라고 이름이나 속성을 붙이면 그것은 이미 그 이름이나 속성의 제한을 받는 무엇으로서 절대적인 일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궁극적으로는 이름 붙일 수 없는 무명 혹은 무일 뿐이라는 것이다. (20)

[강의]에서도 비슷하게 해석한다. “노자 철학에 있어서 무는 제로(0)’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의 인식을 초월한다는 의미의 무입니다. ... 도의 세계는 언어를 초월하는 세계임은 물론이며, 인간 사유를 초월하는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 [노자]의 제1장은 무와 유가 하나의 통일체를 이루고 있다는 관계론의 선언입니다.”

 

2장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으로 상호 관계성 확인

세상 모두가 아름다음을 아름다움으로 알아보는 자체가 추함이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 성인은 무위로써 일을 처리하고, 말로 하지 않는 가르침을 수행합니다.(23)

이른바 분별의 세계, 일상의 상식의 세계를 초탈하라는 것이다. ‘의 입장에서 보면 반대나 모순처럼 보이는 개념들이 서로 다를 것이 없을 뿐 아니라 빙글빙글 돌아 고정된 성질로 파악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성인의 본래 뜻은 이런 윤리적 차원을 넘어, 말하자면 특이한 감지 능력의 활성화를 통해 만물의 근원, 만물의 참됨’, 만물의 그러함을 꿰뚫어보고 거기에 따라 자유롭게 물 흐르듯 살아가는 사람을 뜻한다. (25)

무위란 물론 행위가 없음이다. ... 이런 무위의 위를 실천하는 사람은 자기 행동 때문에 누가 잘되거나 무슨 일이 이루어져도 자기의 공을 주장하거나 과시하려 하지 않는다. (26)

[강의]에서 저자는 무위란 작위를 배제하는 것입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것입니다. ... 노자 사상의 기조는 대체로 유가에 대한 비판적 관점에 서 있습니다. 인의예지란 인위적인 것이며 그 인위적인 것이 세상을 어지럽힌다는 것이지요.”

 

유가의 인의예지가 인위적이고 노자의 무위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하는데 노자의 사상이 그저 자연스럽게 두는 것만은 아니고 더 어렵게 여겨진다.

 

3장 마음은 비우고 배는 든든하게 안민의 길

성인이 다스리게 되면 사람들로 마음은 비우고 배는 든든하게 하며, 뜻은 약하게 하고 뼈는 튼튼하게 합니다. 사람들로 지식도 없애고 욕망도 없애고, 영리하다는 자들 함부로 하겠다는 짓도 못하게 합니다. (27)

이 장은 가장 비판을 많이 받는 장이기도 하다. ... 무엇이나 해보겠다는 마음을 갖도록 고무하여 나라를 발전시키는 것이 마땅하거늘 이렇게 찬물을 끼얹으니 말이 되는가 하는 비판이다. (29)

중요한 것은 이런 일상적 지식이 절대적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일상적인 것을 넘어서는 경지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일상적 지식을 넘어서는 참된 통찰이 필요하다는 것, 그런 통찰을 얻기 위해서는 일상적 지식이 주는 편견에서 해방되어야 한다는 것 등을 깨닫는 것이다. (30)

[강의]에서는 이를 노자의 정치론이라 할 만합니다. 노자가 지향하는 정치적 목표는 매우 순박하고 자연스러운 질서입니다. ... 정치경제학 개념으로 이야기하자면 상부구조보다는 하부구조를 튼튼히 해야 한다는 것이 노자의 정치학입니다.”

 

4장 도는 그릇처럼 비어 도의 쓰임새

도는 그릇처럼 비어, 그 쓰임에 차고 넘치는 일이 없습니다. (31)

도는 세상과 따로 떨어져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세상의 본모습 그대로가 도이다. (34)

 

5장 짚으로 만든 개처럼 도의 무편 무당성

하늘과 땅은 편애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짚으로 만든 개처럼 취급합니다. 성인도 편애하지 않습니다. 백성을 모두 짚으로 만든 개처럼 취급합니다. ... 말이 많으면 궁지에 몰리는 법. 중심을 지키는 것보다 좋은 일은 없습니다. (35)

도는 이처럼 한결같을 뿐이다. 따라서 도를 향해 나를 더 사랑해 달라도 조르거나 간구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 하늘, , 성인 그리고 도가 만물을, 그리고 모든 사람을 제사 때 한 번 쓰고 버리는 짚으로 만든 개처럼취급한다는 것은 이런 무편 무당하고 한결같은 관계를 더욱 극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36)

말이 많으면 좋지 않다.”고 하는 것은 [도덕경]뿐 아니라 거의 모든 종교에서 가르치는 교훈이다. ... 더욱 중요한 것은 도같이 궁극적인 것에 대하여 말을 하는 것은 옳은 일이 못 된다는 뜻이리라. (37)

인하지 않다는 것이 편애하지 않는다와 같다고 한다. 유가를 비판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하는데, 유가와는 여러 면에서 대립적이다.

 

6장 도는 신비의 여인 도의 여성적 특성

여인의 문은 하늘과 땅의 근원. 끊길 듯하면서도 이어지고, 써도 써도 다할 줄을 모릅니다. (39)

[도덕경]에서 도를 여인, 특히 어머니로 상징하고 있다는 것은 흥미 있는 일이다. (40)

여성 운동가들이 여성 운동의 성서로 삼아도 좋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은 여성 운동가들이 너무 단편적으로 보는 것 아닌가.

 

7장 하늘과 땅은 영원한데 스스로를 위해 살지 않는 삶

하늘과 땅이 영원한 까닭은 자기 스스로를 위해 살지 않기 때문입니다. (43)

진정한 의미의 영원한 삶이란 시간적으로 무한히 연장되는 생물학적 삶이 아니라 질적으로 새롭게 된 참삶을 뜻하기 때문이다. (44)

 

8장 가장 훌륭한 것은 물처럼 되는 것 물에서 배운다

물은 온갖 것을 위해 섬길 뿐, 그것들과 겨루는 일이 없고, 모두가 싫어하는 (낮은)곳을 향하여 흐를 뿐입니다. 그러기에 물은 도에 가장 가까운 것입니다. (47)

우선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한다. 물이 없이 삶을 지탱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물 없이는 아예 처음부터 삶이 있을 수도 없었다. 이런 의미에서 물은 실로 생명의 근원이다. (48)

모두가 높은 곳을 향해 오르려고 안달하지만 물은 그런 일과 상과 없이 우주적 원리에 자기를 턱 맡기고 유유자적 낮은 데로 임할 뿐이다. (50)

[강의]에선 노자 사상 설명과 일반적인 물의 설명에서 더 나아가 물이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처한다는 것은 가장 낮은 곳에 처한다는 뜻이며, 또 가장 약한 존재임을 뜻합니다. ... 노자의 물은 민초들의 정치학이면서 동시에 우리 사회의 실천적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며 사회적 관점까지 추가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물이 바다입니다. 바다가 세상에서 가장 낮은 물입니다. 낮기 때문에 바다는 모든 물을 다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그 이름이 바다입니다.”

 

9장 적당할 때 멈추는 것이

넘치도록 가득 채우는 것보다 적당할 때 멈추는 것이 좋습니다. ... 일이 이루어졌으면 물러나는 것 하늘의 길입니다. (51)

[도덕경]이 밝히는 기본 가르침 중 하나가 되올아옴의 원리다. 만사는 그저 한 쪽으로만 무한히 뻗어 가는 것이 아니라 한 쪽으로 가다가 어느 정도에 이르면 반대 방향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이다. (52)

인생의 오르막 내리막 길에서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기쁜 일이 있으면 슬픈 일이 있게 마련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은 삶을 그만큼 여유 있는 자세로 대할 수 있게 하는 셈이다. (53)

[노자 도덕경과 왕필의 주]에선 움켜잡고 채우는 것은 그만두는 것만 못하다라고 번역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번역이 더 맘에 든다. [도덕경]은 한 권이 아니라 여러 권을 비교하며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장 낳았으되 가지려 하지 않고 순수한 자기희생

낳고 기르십시오. 낳았으되 가지려 하지 마십시오. 모든 것 이루나 거기 기대려 하지 마십시오. 지도자가 되어도 지배하려 하지 마십시오. 이를 일컬어 그윽한 덕이라 합니다. (55)

[도덕경]에서는 이런 것들이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다스리는훌륭한 지도자의 자질을 갖추는 것과 관련되는 것으로 본다. (57)

결론적으로 도에 입각해서 나라를 다스리고 사람을 섬기는 사람은 도와 마찬가지로 여인처럼, 어머니처럼 만물을 낳고 만물을 그 품 안에서 기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을 소유하려 하거나 거기에 기대려하거나 군림하거나 좌지우지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58)

이 장은 엄마로서의 마음가짐에도 해당돼서 더 마음에 들어왔다. 자식을 소유하려하거나 기대려 한다. 그러지 말아야 한다.

 

11장 아무것도 없음 때문에 없음의 쓸모

흙을 빚어 그릇을 만드는 데 (그 가운데) 아무것도 없음 때문에 그릇의 쓸모가 생겨납니다. ... 그러므로 있음은 이로움을 위한 것이지만 없음은 쓸모가 생겨나게 하는 것입니다. (59)

[도덕경]에서는 있음의 세계, 존재의 차원 자체를 부정하거나 경시하지 않는다. 다만 존재의 세계를 가능하게 해주는 비존재의 차원을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을 일깨워 줄 뿐이다. (60)

[강의]에서 신영복은 무소유가 가능한 것은 소유가 용(쓰임)이 되기 때문이지요. 노자의 역설입니다. 나는 무소유와 무의 가치를 예찬하기보다는 차라리 우리 사회가 숨기고 있는 보이지 않는 무, 숨겨진 억압 구조를 드러내는 관점에서 이 장을 읽어주기를 바랍니다.”라고 당부하고 있다.

 

노자에 미친 또 하나의 사상가는 독일의 하이데거(1889-1976)였다. 그는 유럽에서는 튀는 철학자였지만, 동양에서 보자면 매우 상식적인 지식인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는 서양의 존재론 사이에서 '없음'의 가치를 발견한 사람이었다. 하이데거는 도덕경 11장의 有之以爲利, 無之以爲用(유지이위리, 무지이위용)이란 구절에 '' 갔다. 이 말을 풀면 '있음이 가치가 있는 것은, 없음이 어떤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란 의미다.

이런 사례들이 말하는 중요한 착안은 바로 '없음의 효용'이다. 소용없어 보이는 것에 큰 소용이 숨어있다. () 속에 유()가 들어있다는 통찰에 하이데거는 유레카를 외쳤다.

디지털뉴스본부 이상국 기자 2017. 4. 20일자 [도덕경 비밀클럽]푸른 소를 타고 동쪽에서 오는 백발노인

 

12장 다섯 가지 색깔로 사람의 눈이 멀고 감각적 욕망의 극복

얻기 어려운 재물로 사람의 행동이 그르게 됩니다. (63)

동양에서는 예부터 오행의 원리에 따라 오복이니 오륜아나 오관이니 하는 것처럼 많은 것을 다섯 가지로 분류하는 습관이 있었다. (64)

감각적인 즐거움이나 외면적인 가치가 이렇게 우리의 궁극 관심이 되면, ,,, 심하면 괴상한 모양, 괴상한 .... 수단을 찬거나 꾸며 내게 된다. (65)

 

13장 내 몸 바쳐 세상을 사랑 지도자의 요건, 자기 비움

수모를 신기한 것처럼 좋아하고, 고난을 내 몸처럼 귀하게 여기십시오. (67)

이 장에서 말하려는 핵심은 수모를 당한다 하더라도 그다지 노여워하거나 슬퍼하지 말고, 칭찬을 받는다 하더라도 지나치게 신나하거나 우쭐거리지 말라는 것이다. (68)

 

14장 보아도 보이지 않는 것 도의 신비적 초월성

끝없이 이어지니 무어라 이름 붙일 수도 없습니다. 결국 없음의 세계로 돌아갑니다. 이를 일러 모양 없는 모양’, ‘아무것도 없음의 형상이라 합니다. 가히 황홀이라 하겠습니다. (71)

도의 근본적인 차원은 일상적인 감각으로 감지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72)

도는 결국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무엇이 아니라는 뜻이다. (73)

읽으면서도 도통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서구 현대철학을 배우며 들었던 기분이다. 느낌적 느낌안개 속을 헤매는 느낌이다. 이래서 서구에서 열광했을까.

 

15장 도를 체득한 훌륭한 옛사람은 도인의 외적 특색

도를 체득한 사람은 채워지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채워지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멸망하지 않고 영원히 새로워집니다. (76)

참으로 도를 체득하고 도를 따라 사는 사람은 이런 예의 바른 교양인의 단계를 넘어선 사람이다. 따라서 딴사람이 보기에는 뭔가 어색하고 모자란 듯 보인다. (77)

도에 접한 사람은 채움의 길을 버리고 비움의 길을 걷기에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하고 노래할 수 있다. (78)

 

하이데거가 서재 벽에다 붙여놓은 것도 노자의 글귀였다. 15장에 나오는 두 구절이다.

孰能濁以靜之徐淸

孰能安以久動之徐生

(숙능탁이정지서청 숙능안이구동지서생)

나는 하이데거가 어떻게 저 구절을 제대로 이해했는지가 더 놀랍다. 저 말은 도덕경 속에 100년쯤 살아야 체득할 수 있는 수준의 '우주관 겸 정치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어떻게 아느냐고? 내가 뭘 알겠는가? 맹인모상으로 알음질을 해보는 것이다.

"누가 할 수 있겠는가, 탁한 것을 고요함으로 천천히 맑게 만드는 것을

누가 할 수 있겠는가, 죽은 것을 오래 꼬물거리게 해서 서서히 생명을 얻게 하는 것을"

디지털뉴스본부 이상국 기자 2017. 4. 20일자 [도덕경 비밀클럽]푸른 소를 타고 동쪽에서 오는 백발노인

 

16장 완전한 비움 뿌리로 돌아감

제 명을 찾아감이 영원한 것입니다. 영원한 것을 아는 것이 밝아짐입니다. (79)

영원한 진리를 알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된다는 것일까? 우선 너그러워진다고 한다. 옹고집이나 독단은 무지나 단견이나 편견에서 나온다. ...통이 큰 사람, 여유 있는 사람, 융통성 있는 사람이 된다. (81)

 

17장 가장 훌륭한 지도자는 네 종류의 지도자

가장 훌륭한 지도자는 사람들에게 그 존재 정도만 알려진 지도자, 그 다음은 사람들이 가까이하고 칭찬하는 지도자, 그 다음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지도자, 가장 좋지 못한 것은 사람들의 업신여김을 받는 지도자. (83)

[강의]에서는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품성은 백성, 즉 민중을 신뢰하는 것입니다. 신뢰함으로써 신뢰받는 일입니다.“라고 했다.

한국은 국민을 신뢰하지 않는 지도자를 두고 4년을 넘게 힘들어했었다. 이제 새로 대통령이 된 분은 상식적으로 행동하고 있는데 환영받고 있다. 얼마나 비상식적인 상황에서 살았는지 이제야 알게 됐다. 노자가 말하는 가장 훌륭한 지도자는 현대와는 맞지 않는 지도자일 수 있다.

 

18장 대도가 폐하며 인이니 의니 하는 것이 윤리적 차원의 한계

나라가 어지러워지면 충신이 생겨납니다. (87)

여기서 가르치려는 것은 인간의 역사가 이런 약육 강식의 단계를 벗어나 인간답게 살려고 인의예지 등을 강조하게 되었지만 자칫 이 두 번째 율법적, 윤리적 단계가 인간이 이를 수 있는 최고 영역이라 착각하지 말고 거기서 한 단계 더 넘어서야 한다는 것을 깨달으라는 것이다. (90)

 

19장 성스런 체함을 그만두고 소박성 회복

중심의 생각을 적게 하고 욕심을 줄이는 것입니다. (91)

를 줄여 가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자기중심주의, 저차적인 이기주의, 자의식 등에서 해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이 말은 자기중심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욕심을 점차로 줄여 가서 무욕의 경지에 이르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93)

현대 사회만큼 개인주의 성향이 강했던 적이 없었다. 너무도 많아져서 당연하게 여기게 된다. 불안과 불신의 시대에, 경쟁과 비교가 팽배한 시기라 더욱 그럴텐데. 나 중심적 사고와 행동을 하지 않으면 왠지 손해 볼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더욱 그럴거다.

 

20장 세상 사람 모두 기뻐하는데 위대한 인물의 실존적 고독

딴 사람 모두 뚜렷한 목적이 있는데 나 홀로 고집스럽고 촌스럽게 보입니다. 나 홀로 뭇사람과 다른 것은 결국 나 홀로 어머니 ()먹음을 귀히 여기는 것입니다. (96)

위대한 선각자는 일반 사람과 무엇이 어떻게 다르다는 것인가? “어머니 먹음을 소중히 하는 점이라고 한다. ... 어머니는 도를 상징하므로 결국 도에 의존하여 도와 함께 사는 삶을 소중히 여긴다는 뜻일 것이다. (98)

 

21장 황홀하기 그지없지만 그 안에 도의 존재론적 측면

예부터 이제까지 그 이름 없은 적이 없습니다. 그 이름으로 우리는 만물의 시원을 볼 수 있습니다. (99)

우리에게 만물의 깊이를 꿰뚫어볼 수 있는 형안만 있다면 지금도 순간순간 작용하고 있는 도, 만물의 시원이며 우리 존재의 근거인 도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102)

 

22장 휘면 온전할 수 있고 겸손의 위력

적으면 얻게 되고, 많으면 미혹을 당하게 됩니다. ... 겨루지 않기에 세상이 그와 더불어 겨루지 못합니다. (103)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회가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자기가 뭔가 되는 것처럼 목에 힘을 주고, 자기를 자랑하고, 뽐내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런 짓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뿐이다. (105)

그렇다. 이럴 필요가 없다. 왜 이렇게 하고 살아가는 걸까. 그저 평범한 사람이기에 그런 거겠지. [도덕경]에서 말하는 성인은 결코 될 수 없다.

 

23장 말을 별로 하지 않는 것이 자연 언어를 넘어서는 경지

말을 별로 하지 않는 것이 자연입니다. (107)

하늘과 땅이 합하여 온갖 일을 이루어 내지만 요란스럽게 떠들면서 하지 않는다. (108)

우리가 살아가는 데 불가결한 합리적인 사고와 조리 정연한 말이라도 그것이 전부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말로 할 수 없는 경지가 있다는 것, 이성적 추구만으로는 뚫을 수 없는 경지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런 경지를 궁극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것은 도와 하나 되는 경지다. (110)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 그래서 말이 없는 건가. 나 역시 채워지지 않을 땐 더 많은 말을 했었다. 말을 너무 많이 하면 공허하다.

 

24장 발끝으로는 단단히 설 수 없고 부자연스러운 행동의 역효과

스스로 자랑하는 사람은 그 공로를 인정받지 못하고, 스스로 뽐내는 사람은 오래갈 수 없습니다. (111)

사람의 인정을 받고, 자기가 한 일의 공이 알려지고, 그래서 딴 사람들의 칭송을 받기 원하는 것은 일반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강한 본능적 욕구이다. ... 그들의 공로나 훌륭한 일을 인정하고 찬양하는 일에 인색할 필요는 없다. (113)

가장 강한 본능적 욕구라고 하니 좀 마음이 놓인다. 나의 이런 욕구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속으론 그러면서 아닌 척했었다. 내가 인정받고 싶듯 남도 그럴 텐데 왜 그리 인정하고 칭찬하는 데는 인색했는지 모르겠다. 그러지 말아야지.

 

25장 나는 그 이름을 모릅니다 근원으로서의 도

분화되지 않은 완전한 무엇, 하늘과 땅보다 먼저 있었습니다. (115)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스스로 그러함을 본받습니다. (116)

혼 혹은 혼돈인데 혼잡하다거나 무질서하다는 식의 부정적 의미로서의 ‘chaos’가 아니라, 모든 것의 근원으로서 그 안에 모든 것을 잠재적으로 포괄하고 있는 분화되지 않은 무엇을 말한다. (116)

 

26장 무거운 것은 가벼운 것의 뿌리 무거움의 힘

무거운 것은 가벼운 것의 뿌리입니다. 조용한 것은 조급한 것의 주인입니다. (119)

사람은 땅을 본받아야 한다고 했다. 바로 땅의 무거움을 본받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 특히 지도자는 땅의 이런 묵직함을 본받아 중후하고 침착해야 한다.

사물을 높은 차원에서 내려다보기 때문에 사물의 어느 한 면만 볼 때 필연적으로 따르는 단견, 이로 인한 흥분, 조바심 같은 것에 지배되지 않고 자기의 기본자세에서 흐트러짐이 없이 의연하고 초연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120)

칼럼에서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가라는 표현을 했었다. 글쓰기에 관해서는 그렇게 됐는데 삶에서는 아직 그 단계에 오르지 못했다. 인생의 멘토가 없다보니 그런가보다. 찬진언니가 이와 비슷한 모습이긴 하다.

 

27장 정말로 잘하는 사람은 도에 따른 행동의 완벽성

그러므로 성인은 언제나 사람을 잘 도와주고, 아무도 버리지 않습니다. (123)

성인은 이렇게 자연스럽고 자발적인 행동만을 하기 때문에 좋은 사람 나쁜 사람, 좋은 물건 나쁜 물건으로 사람이나 사물을 차별하지 않는다. (125)

이렇게 되면 좋겠다. 이를 습명(밝음을 터득함)’ 단계라고 한다.

 

28장 남성다움을 알면서 여성다움을 양극의 조화

영광을 알면서 오욕을 유지하십시오. 세상의 골짜기가 될 것입니다. 세상의 골짜기가 되면, 영원한 덕이 풍족하게 되고, 다듬지 않은 통나무 상태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128)

어느 한 쪽을 택하는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태도가 아니고 양쪽을 모두 껴안는 이것도 저것도의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다듬지 않은 통나무라는 것도 ... 인공적인 것이 가해지지 않은 원목이다. 이 세 가지 상징(갓난아기, 무극, 다듬지 않은 통나무) 모두 양극으로 분화되거나 분리되기 전 무경계 상태인 도를 뜻한다. (129)

 

29장 세상은 신령한 기물 외경의 자세

세상을 휘어잡고 그것을 위해 뭔가 해보겠다고 나서는 사람들, 내가 보건대 필경 성공하지 못하고 맙니다. ... 거기다가 함부로 뭘 하겠다고 하는 사람 그것을 망치고, 그것을 휘어잡으려는 사람 그것을 잃고 말 것입니다. (131)

물론 사회를 조금이라도 밝고 아름답게 하겠다는 순수한 의도를 가지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 자체를 정죄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 노력도 순리대로 자연스럽게 사심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133)

! 난 책으로 베스트 & 스테디 셀러가 되어 출판사도 내 책 한 권으로 평생 먹고 사는 걸 꿈꾸는데... 순수한 의도인지 잘 모르겠고, 특히 사심 없이는 자신 없다.

30장 군사가 주둔하던 곳에 가시엉겅퀴가 전쟁의 비극

훌륭한 사람은 목적만 이룬 다음 그만둘 줄 알고, 감히 군림하려 하지 않습니다. (135)

중국이나 한국 전통에서 무인 계급을 천시한 것도 무력을 반인간적으로 보던 이런 보편적 평화주의 정신 때문이었다. (136)

하지 말라는 말을 세 번이나 쓰고 있다. ‘이란 (부드러움)’와 반대로서 도의 원리에 어긋나는 것이다. (137)

그럴 수도 있지. 그러면 안 되나?’ 유인창 선배의 말투가 생각난다.

 

31장 무기는 상서롭지 못한 것 무기여 안녕

많은 사람을 살상하였으면 이를 애도하는 것, 전쟁에서 승리하더라도 이를 상례로 처리해야 합니다. (140)

보통 때는 생명을 관장하는 자리인 왼쪽이 귀하게 여겨지지만, 전시에는 죽음이 판을 치므로 죽음을 관장하는 자리인 오른쪽이 귀하게 여겨진다는 뜻이라고 한다. (141)

그리스로마신화의 트로이 전쟁에서도 장례를 치르는 기간을 주어 휴전을 했었다. 전쟁 중에도 죽음을 애도를 했었다.

 

32장 다듬지 않은 통나무처럼 도의 소박성은 지도자의 귀감

는 영원한 실재, 이름 붙일 수 없는 무엇. 다듬지 않은 통나무처럼 비록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이를 다스릴 자 세상에 없습니다. (143)

이름도 없던 통나무가 쪼개져 마름질을 당하면 여러 기물이 생겨나고 거기에 각각 이름이 붙듯, 단순하던 원초적 미분의 세계에서 의식적인 분별의 세계로 바뀌면 여러 사회 제도가 생겨나고 거기에 여러 기구의 명칭이 따른다. (145)

 

33장 자기를 아는 것이 밝음 참 자아의 발견

남을 아는 것이 지혜라면, 자기를 아는 것은 밝음입니다. (147)

사람을 아는 것이 라고 했는데, 이때의 지략이나 지모같은 말에서 보듯이 훌륭한 지혜가 아니고 같은 것이다. (148)

너 자신을 알라’ ‘지피지기등 옛 말에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34장 큰 도가 이쪽 저쪽 어디에나 도의 작음

언제나 욕심이 없으니 이름하여 작음이라 하겠습니다. 온갖 것 다 모여드나 주인 노릇 하려 하지 않으니 이름하여 이라 하겠습니다. (151)

도는 홍수 때 물이 범람하여 사방에 퍼져 있듯 없는 데가 없고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이 어디에나 편만한 우주의 근본 원리다. (152)

남에게 이로움을 줄 뿐 공로를 주장하거나 이름을 내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153)

 

35장 도에 대한 말은 담박하여 별 맛이 진리의 단순성

음악이나 별미로는 지나는 사람 잠시 머물게 할 수 있으나 도에 대한 말은 담박하여 별맛이 없습니다. (155)

본래 도에 대한 말은 심심하고 맛없기때문이다. ... 한 마디로 도란 아무짝에도 쓸 데가 없는 무엇이다. (157)

 

36장 오므리려면 일단 펴야 변증법적 변화 과정

오므리려면 일단 펴야 합니다. ... 부드럽고 약한 것이 굳세고 강한 것을 이깁니다. (159)

망하게 하려면 일단 흥하게 하고, 빼앗으려면 일단 줘야 한다는 원리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라고 했다.

이라크뿐 아니라 지금 미국이 그 부강함 때문에 내부적으로 붕괴해가고 있고 멀지 않아 망하리라고 진단하는 사람도 있다. (160)

앞에서도 계속 보면서 든 생각이다. 옮긴이의 말대로라면 미국이 곧 망하겠구나 싶다.

 

37장 하지 않으나 안 된 것이 없다 무위의 역동성

도는 언제든지 (억지로) 일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안 된 것이 없습니다. (163)

억지로 하는 행위가 없고 속 깊은 데서 저절로 우러나는 자발적이고 희생적인 행동 이것이 바로 무위의 위’, ‘함이 없는 함이다. (164)

저절로 됨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는 것이다. 그래서 뭔가 스스로 달려들어 개입하고 조절하려는 욕망이 생긴다. 자기 확대, 자기 과시욕이 발동하는 것이다. (165)

 

38장 훌륭한 덕의 사람은 덕을 논함

훌륭한 덕의 사람은 자기의 덕을 의식하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정말로 덕이 있는 사람입니다. (167)

훌륭한 덕의 사람은 억지로 일을 하지 않는다. 도에 입각하여 살아가므로 자기 행동마저도 의식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 행동이 거침없고 힘차다. 구태여 억지로 일을 꾸며야 할 이유도 필요 없다. (169)

37장까지가 상편 도경이고 38장부터는 하편으로 덕경이다. 각각 도에 대해, 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번역자가 따로 구분하지 않은 것 같다.

 

39장 예부터 하나를 얻은 것들이 하나의 힘

귀한 것은 천한 것을 근본으로 하고, 높은 것은 낮은 것을 바탕으로 합니다. 이런 까닭으로 왕과 제후는 스스로를 고아 같은 사람’, ‘짝잃은 사람’, ‘보잘것없는 사람이라 부릅니다. (172)

하늘이 맑은 것도, 땅이 평정한 것도, 신이 신령한 것도, 골짜기가 가득한 것도, 여러 가지 사물이 생성 변화하는 것도, 심지어 지도자가 훌륭하게 되는 것도 모두 이 하나덕택이라는 것이다. (173)

 

40장 되돌아감이 도의 움직임 순환 원리의 보편성

온 세상 모든 것 있음에서 생겨나고, 있음은 없음에서 생겨났습니다. (175)

도는 모든 것이 돌아가는 근원이지만, 그것은 동시에 스스로 모든 것을 찾아가기도 한다. 모든 것을 찾아감으로 모든 것은 존재하게 하고 나아가 그 존재들로 하여금 각자의 특성을 가진 개체로 존재하게 해준다. 이런 뜻에서 도의 근본적인 특성을 창조성이라 할 수 있다. (176)

 

41장 웃음거리가 되지 않으면 도라고 할 수가 진리의 역설성

뛰어난 사람은 도에 대해 들으면 힘써 행하려 하고, 어중간한 사람은 도에 대해 들으면 이런가 저런가 망설이고, 못난 사람은 도에 대해 들으면 크게 웃습니다. 웃음거리가 되지 않으면 도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179)

상식적인 이분법의 단선적 사고방식에 지배받고 사는 우리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야말로 가소롭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 소리를 들으면 크게 웃을 수밖에 없다. (181)

도는 이런 역설적인 특성에도 불구하고위대한 것이 아니라, 이런 역설적 특성 때문에위대한 것이다. 위대하기 때문에 역설적이다. (182)

난 어중간한 사람일까. 도에 대해 들어보니 망설이기보다 난 못해 하게 되던데. 진리도 모르겠는데 역설성이라니 더 모르겠다.

 

42장 도가 하나를 낳고 도가적 코스몰로지

만물은 을 등에 업고, ‘을 가슴에 안았습니다. ‘가 서로 합하여 조화를 이룹니다. (183)

음과 양은 음기와 양기로서 서로 조화를 이룬 기 이렇게 셋이 나오는 셈이다. 음기와 양기와 둘이 합한 조화, 이런 삼각관계에서 만물이 생겨난다. (184)

계속 이분법적인 것에서 벗어나야 하고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이렇게 저렇게 표현하고 있다.

 

43장 그지없이 부드러운 것이 부드러움이 머금고 있는 힘

나는 함이 없음의 유익을 압니다. 말없는 가르침, 무위의 유익에 미칠 만한 것이 세상에 드뭅니다. (187)

아힘사라는 말이 생각난다. 간디를 통해 유명해진 이 말의 본뜻은 아무에게도 해를 주지 않음(no-injury)’이다. 불교에서는 무살생이라고 했다. 정치적인 용어로는 비폭력’, ‘무저항이라고 한다. (188)

없음이란 자기 고유의 형체가 없는 것이다.(189)

인간사도 마찬가지 아닐까. 자기주장, 자기 줏대만을 고집하는 사람은 섞일 수가 없다. (190)

 

44장 명성과 내 몸, 어느 것이 더 귀한가? - 우선 순위의 확인

(무엇이나) 지나치게 좋아하면 그만큼 낭비가 크고, 너무 많이 쌓아 두면 그만큼 크게 잃게 됩니다.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고, (적당할 때) 그칠 줄 아는 사람은 위태로움을 당하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영원한 삶을 살게 되는 것입니다. (191)

[도덕경]에서는 이런 천박하게 이해된 유가적 태도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우리 몸이 명성이나 재산보다 더욱 귀하고 중하니 몸을 해치면서까지 명성이나 재산을 위해 애태우고 감투와 돈을 찾아 신기루 좇듯하며 달려가는 그런 부질없는 짓은 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192)

제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꿀 능력을 주시옵고, 바꿀 수 없는 것은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의연함을 주시옵고, 이 두 가지를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시옵소서. (194)

위 기도문대로 된다면 좋겠다. 구별할 수 있는 지혜만 있어도 좋겠다.

 

45장 완전히 이루어진 것은 모자란 듯 고졸의 멋

완전한 솜씨는 서툴게 보입니다. (195)

고졸(古拙)‘이라는 말이 있다. 고풍이 돌고 뭔가 서툰 듯한 것, 그러면서도 내면에서 풍기는 어떤 멋 같은 것을 지니고 있음을 이른다. (196)

[강의]에서는 45장의 완전한을 최고로 해석하고, “최고의 기준은 자연입니다. 자연스러움이 최고의 형식이 되고 있습니다. 인위적인 형식에 대해서는 원초적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노자입니다.”라고 했다.

 

46장 족할 줄 모르는 것 부지족의 위험

화로 말하면 족할 줄 모르는 것보다 더 큰 것이 없고, 허물로 치면 갖고자 하는 욕심보다 더 큰 것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족한 줄 아는 데서 얻는 만족감만이 영원한 만족감입니다. (199)

한도를 모르고 치닫는 욕구, 가지면 가질수록 더 갖고 싶어지는 욕심을 경계하고 어느 정도에서 그만둘 줄 아는 지지(知止)’의 마음, 지족의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치고 있다. (201)

 

47장 문밖에 나가지 않고도 천하를 알고 내면적 성찰

문밖에 나가지 않고도 천하를 다 알고, 창으로 내다보지 않고도 하늘의 도를 볼 수 있습니다. 멀리 나가면 나갈수록 그만큼 덜 알게 됩니다. (203)

요는 진리가 외부 세계에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외부 현상에 대한 정보만 찾는 데 온갖 신경을 다 쓰면서 돌아다니기만 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이렇게 외부적인 것에만 관심을 쏟아 버리면 사물의 밑바탕인 참된 근원을 간과하고 말게 된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204)

 

48장 도의 길은 하루하루 없애 가는 것 일손(日損)의 길, 부정의 길

학문의 길은 하루하루 쌓아 가는 것. 도의 길은 하루하루 없애 가는 것. (207)

하나하나 없애서 우리의 이원론적 의식에서 얻어진 모든 생각, 궁극적으로는 이원론적 의식 자체를 완전히 씻어 낼 때 진정한 의미의 무지, 무욕, 무위의 경지에 이르게 되고, 이렇게 된 상태에서 일을 할 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게 되는 것이다. (210)

 

49장 성인에겐 고정된 마음이 없다 이분법적 경직성 회복

성인은 세상에 임할 때 모든 것을 포용하고, 그의 마음에는 일체의 분별심이 없습니다. (211)

성인은 일상적 주객 이분법의 의식을 초월한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 범인이 생각하는 척도에 따른 선악의 구별이 없다. (213)

성인의 마음은 흡흡하다고 했는데 막힘이 없이 모든 것을 품을 정도로 포용적이라는 뜻이다. (214)

[논어]의 군자는 좀 노력하면 될 것도 같았다. 하지만 [도덕경]의 성인은 인간으로선 할 수 없는 신의 경지다. 노자는 과연 이런 사람이었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50장 그에게는 죽음의 자리가 없기에 생사에 초연한 삶

모두 삶에 너무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215)

죽음이든 삶이든 어느 하나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사에 관계되는 모든 욕심이나 집착의 줄을 끊고 초연해진 사람만이 육지에 다니든 전쟁터에 나가든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217)

어느 의미에서 우리의 삶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기간을 소비하면서 죽어 가는 것이다. 살아가는 연습도 중요하지만 죽어 가는 연습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주어진 삶을 성실하고 아름답게 살지만 거기에 집착하지 않는 의연함을 가져야 할 것이다. (218)

요즘 내가 부모님을 보며 많이 느끼는 거다. 잘 사는 것보다 죽음을 잘 맞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 잘 죽는 것.(well-dying) 오래 전부터 나의 키워드 중 하나다.

 

51장 덕은 모든 것을 기르고 현덕의 작용

도를 존중하고 덕을 귀하게 여기는 것은 명령 때문이 아니라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219)

도와 덕은 물론 본질적으로 같지만 도가 본체론적인 면을 가리킨다면, 덕은 도에서 나오는 내재적 창조력이나 그 작용을 가리키는 말이라 할 수 있다. (220)

 

52장 어머니를 알면 자식을 알 수 있다 근원을 아는 것이 영원을 배우는 것

세상 만사에는 시작이 있는데, 그것은 세상의 어머니입니다. 어머니를 알면, 그 자식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자식을 알고, 그러고도 그 어머니를 받들면, 몸이 다하는 날까지 위태로울 것이 없습니다. (223)

어머니를 알면 그 어머니에게서 난 자식을 알 수 있듯이 도를 체득하여 알게 되면 도에서 나온 현상계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그 자식을 알게 되었다고 거기에 몰입하여 그 근원인 어머니를 잊어버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현상계의 모든 것을 알았다고 현상계에만 집착하고 그 근원이 되는 도를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 (224)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天下有始 以爲天下母)/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旣得其母)/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復知其子)/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旣知其子 旣得其母 沒身不殆) 김춘수의 ''의 일부

이 구절은 노자의 주장들이 무르익는 도덕경 제52장의 구절들을 빼다 박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은 천하가 시작된 비밀인데, '꽃이라고 호명함으로써 비로소 꽃을 낳아 만물의 시작을 이룬 것처럼'이란 의미이다.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이란 말은 '내가 낳은 꽃에 알맞는'이란 뜻이다. 꽃의 빛깔과 꽃의 향기를 갖춰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 어머니의 격()을 얻을 수 있다.

디지털뉴스본부 이상국 기자 2017. 4. 22일자 [도덕경 비밀클럽]노자는 물었다, 도를 아십니까

 

53장 이것이 도둑 아니고 무엇? - 곁길 감의 폐해

대도의 길이 그지없이 평탄하나 사람들 곁길만 좋아합니다. (227)

우리의 궁극 관심이 흥청망청 내가 누릴 수 있는 물질적, 경제적 풍요로움의 추구가 아니라, 진리와 사랑과 정의 같은 대도의 길을 걸으면서 거기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도록 힘쓰는 일이 되리라는 것이다. (229)

여기서 대도는 성공해서 탄탄대로를 걷는 것이 아닌 도를 얻어 걷는 길을 말하는 것이다.

 

54장 대대로 제사를 그치지 않는다 바른 길 감의 보람

(도에) 굳건히 선 사람은 뽑히지 않고, (도를) 확실히 품은 사람은 떨어져 나가지 않습니다. 그 자손은 대대로 제사를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231)

고대 사회에서는 어느 왕조가 망하면 그 후손은 제사를 지내고 싶어도 지내지 못하도록 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도에 굳게 서서 도를 품으므로 자손이 제사를 그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것은 특히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을 위한 충고였다고 볼 수 있다. (232)

제사 지낸다는 의미가 지금보다 훨씬 큰 의미가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55장 덕을 두터이 지닌 사람은 갓난아이 같은 삶

무엇이나 기운이 지나치면 쇠하게 마련, 도가 아닌 까닭입니다. 도가 아닌 것은 얼마 가지 않아 끝장이 납니다. (236)

일부러 강장제를 먹는다, 보신한다 하여 기운을 돋우어 억지로 일찍 소모시키면 그만큼 빨리 기운이 다해 버리고 만다. 기운이 다하고 쇠하면 딱딱하고 굳어져 융통성이 없어지게 마련이다. 이렇게 억지를 쓰는 일은 갓난아이의 생활 태도와는 반대로 완전히 도에 어긋나기 때문에 곧 끝장이 나고 마는 법이라는 것이다. (238)

 

56장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언어의 한계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합니다. (239)

도의 깊이, 그 신비스러움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함부로 도가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가 없다. 도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엇이라는 것을 절감하기 때문이다. (240)

[도덕경] 중에 가장 잘 알려지고 많이 인용되는 문구라고 한다. 제일 어렵기도 하다. 그럼 말하지 말아야 하는 건가. [도덕경]도 결국 말하고 있는 것 아닌가.

 

57장 백성이 저절로 통나무가 된다 억지로 함이 없는 정치

세상에 금하고 가리는 것이 많을수록 사람이 더욱 가난해지고, ,,, 법이나 명령이 요란할수록 도둑이 더욱 많아집니다. (243)

이런 외부적인 해결책의 한계를 꿰뚫어보고 결국 인류의 궁극 문제는 이런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제도적, 법률적, 심리적, 문화적 환경 개선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246)

 

58장 화라고 생각되는 데서 복이 나오고 세옹지마

절대적 옳은 것은 없습니다. 올바름이 변하여 이상스런 것이 되고, 선한 것이 변하여 사악한 것이 됩니다. 사람이 미혹되어도 실로 한참입니다. (247)

올바르다고 여겨지던 것도 변하여 이상스러운 것으로 보일 수 있고, 선하다고 생각되는 것도 변하여 사악한 것으로 드러날 수 있다. (250)

 

59장 검약하는 일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아낌의 정치

검약하는 일은 일찌감치 (도를) 따르는 일입니다. (251)

검약한다는 것은 결국 뭐든지 함부로 하지 않음’, ‘고요함’, ‘일을 벌이지 않음’, ‘마음을 비움등과 궤를 같이하는 일이다. 그런 뜻에서 그것은 그대로 도를 따르는 행동이다. (252)

그냥 절약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검약이다. 물질적인 것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가짐, 행동, 생각까지 포괄한 것이다.

 

60장 작은 생선을 조리하는 것과 같다 놓아둠의 정치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조리하는 것과 같습니다. (255)

작은 생선을 굽는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작은 생선을 구울 때는 우선 칼로 배는 따서 내장을 뺀다든가 뼈를 추린다든가 하지 않고 통으로 굽는다. 그리고 구울 때도 쓸데없이 젓가락으로 이리저리 들쑤시지 않는다. 한 쪽이 다 익기 전에는 이리저리 뒤집어서도 안 된다. 그렇게 하면 작은 생선이 망가져 버리기 때문이다. 잘 익을 때까지 한참 동안 가만히 놓아두고 지켜보고만 있어야 한다. (256)

[도덕경]에선 정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공자를 지배층의 논리에 편승한 것이라 비판했다고 했는데 공자도 정치에 대해 논하며 군자란 어때야 하는지 말했었다. 노자가 다른 차원에서 이야기한다고 하지만 잘 모르겠다. 절대적 옳음은 없다면서 공자는 틀렸고 자신은 맞았다는 건가.

 

61장 큰 나라는 강의 하류 대국과 소국의 관계

큰 나라 작은 나라가 자기들 바라는 바를 얻으려면, 큰 나라가 (먼저) 스스로를 낮추어야 할 것입니다. (260)

큰 나라든 작은 나라든 타국과의 외교관계, 국제 관계에서 명심해야 할 가장 근본적인 일은 스스로를 낮추는 겸허한 태도라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큰 나라는 솔선하여 작은 나라 아래에 스스로를 둬야 한다고 하고 있다. (260)

[도덕경] 전체를 통해 여성적인 성격, 부드럽고 안온하고 차분하고 겸허하고 포용적이고 개방적이고 수납적인 태도가 떠들썩하고 덤벙거리고 저돌적이고 능동적인 남성을 이긴다고 본다. (261)

공자가 여자를 가까이 할 존재가 아니라고 본 것과는 전혀 다른 시각이다. 공자의 부인이 궁금해진다. 공자, 노자 둘 다 보고 싶은 데로 본거다. 국제 관계에서 [도덕경]과 같이 한다면 문제가 없으려나. 알 수 없다.

 

62장 도는 모두의 아늑한 곳 도의 포용성

아름다운 말은 널리 팔리고, 존경스런 행위는 남에게 뭔가를 더해 줄 수도 있습니다. (263)

아름다운 말이란 것은 바람직한 말, 최고의 이상이 아니고 그저 그럴 듯하게 미사 여구를 곁들인 번지르르한 말일 뿐이라고 풀어도 좋을 것이다. ... 아무튼 이런 번지르르한 겉치레 말이나 행위라 하더라도 도의 입장에서 보면 뭔가 쓸모가 있다는 것이다. (265)

 

63장 어려운 일은 쉬울 때 해야 - 실기하지 않는 자세

어려운 일을 하려면 그것이 쉬울 때 해야 하고, 큰일을 하려면 그것이 작을 때 해야 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도 반드시 쉬운 일에서 시작되고, 세상에서 제일 큰일도 반드시 작은 일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267)

책을 한 권 쓸 때 ‘360쪽짜리 책 한 권이라 생각하는 대신 하루 한 쪽하는 식으로 생각하면 일이 더 쉬워질 수 있다. (269)

나에겐 아주 적절한 비유다. 큰일을 작은 일일 때 시작하면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다. 내가 미리 일을 처리하는 것도 미루다가 부담감이 커지는 게 싫어서 이기도 하다.

 

64장 천릿길도 발 밑에서 큰일의 작은 시작

사람이 일을 하면 언제나 거의 성공할 즈음에 실패하고 맙니다. 시작할 때처럼 마지막에도 신중했으면 실패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272)

큰일이 터지기 전의 안정된 상태일 때 미리 안전 대책을 세우는 유비 무환의 태도가 상책이라는 뜻이다. (272)

 

65장 다스리기 어려운 것은 아는 것이 많기 때문 무지의 정치

사람을 다스리기가 어려운 것은 아는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275)

나라를 다스리기 어려운 것은 아는 것이 많기때문이라고 할 때 아는 것이란 아는 것이 많아서 탈이라고 할 때의 앎이다. ... [도덕경]에서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은 교활하고 이기적이고 이분법적이고 얄팍한 앎이다. 이런 꾀나 지모로서의 앎이 없어지고, 도와 하나됨에서 얻어진 혜안의 경지가 바로 [도덕경]에서 찬양한는 무지의 상태이다. (277)

 

66장 강과 바다가 모든 골짜기의 왕이 될 수 있는 까닭은 스스로 낮춤

백성 위에 있고자 하면 말에서 스스로를 낮추어야 하고, 백성 앞에 서고자 하면 스스로 몸을 뒤에 두어야 합니다. (279)

어떻게 보면 일종의 얄팍한 처세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 사람에게 군림하고 앞설 야욕이나 야심이 있으면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기 낮추기를 먼저 하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280)

 

67장 내게 세 가지 보물이 있어

자애 때문에 용감해지고, 검약 때문에 널리 베풀 수 있고, 세상에 앞서려 하지 않음 때문에 큰 그릇들의 으뜸이 될 수 있습니다. (283)

이 세 보물 가운데서 으뜸은 결국 사랑하는 마음인 자애라고 한다. 자애로움을 원칙으로 하면 전쟁에 임해서도 승리하고, 방어하는 일에도 튼튼한 성곽으로 둘러싸여 있듯 안전하다고 한다. 사랑하는 마음은 사람을 구제할 수 있는 특별한 힘이 있어 하늘도 사람을 구하고자 하면 사랑으로 그들을 호위한다고 한다. (286)

사랑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중요하고 으뜸으로 여겼다.

68장 훌륭한 무사는 무용을 보이지 않는다 비폭력의 힘

훌륭한 무사는 무용을 보이지 않습니다. (288)

무용이라 번역된 무는 왕필에 의하면 사람들보다 먼저 나가 적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했다. 진정한 무사는 이렇게 함부로 날뛰거나 자기의 무술, 무력을 과시하거나 자랑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드러움을 간직하고 자연스럽게 행동한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기 때문이다. (289)

전쟁에서 무사에게도 부드러움이 해당된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은 그냥 이치상 그렇다는 것이겠지.

 

69장 오히려 한 자 정도 물러서야 방어전의 불가피

내 편에서 주인 노릇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 노릇을 하고, 한 치 전진하려 하지 말고 오히려 한 자 정도 물러서라는 것입니다. (292)

전쟁을 일으키는 주체가 되지 말고 상대방에서 전쟁을 걸어 오면 어쩔 수 없이 방어전에나 참여하는 객체 입장이 되라는 말일 수도 있고, 전쟁에서 주인처럼 당당하게 주도권을 잡고 행세할 것이 아니라 남의 집에 찾아간 손님처럼 주인이 하라는 데 따라 그때그때 상황에 알맞게 대처하는 정도로만 하라는 뜻일 수도 있다. (293)

 

70장 내 말은 알기도 그지없이 쉽고 깨치지 못한 자의 무지

성인은 굵은 칡베옷을 입지만 가슴에는 구슬을 품고 있습니다. (296)

성인은 이처럼 겉으로는 거칠고 남루하기까지 한 옷을 입고 있지만 속에는 진리의 구슬을 품고 있는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남루한 옷, 사람의 멸시나 박해 등에도 기죽지 않고 의연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다. (299)

 

71장 알지 못하는 것을 아는 것 아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것

알지 못하면서도 안다고 하는 것은 병입니다. (300)

이 이분법적 사고의 병을 병으로 알지 못하면 거기에 안주해서 인간사의 모든 면에서 지지고 볶는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지만 이를 병으로 아는 한 이 병에서 자유스러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303)

72장 생업을 억누르지 말아야 백성 사랑이 자기 사랑

사람들이 두려워할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더욱 큰 두려움이 이를 것입니다. (304)

아서 웨일리에 의하면 사람들이 그대의 권위를 두려워하지 않더라도 상관하지 말라. 결국에는 더 큰 권위인 하늘이 그들을 다루게 될 것이다. 그러니 백성이 그대의 권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그들의 주거 면적을 줄이거나 생업을 방해하는 등 법적으로 다루려 하지 말라. 하늘이 알아서 처리할 것이기 때문이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305)

하늘이라는 것이 있다고 믿었다는 것이다. 인간의 영역이 아닌 하늘이 관장하는 것이 있는 것으로 여겼다. 고대부터 이어져오는 것이다.

 

73장 하늘의 그물은 엉성한 것 같지만 사필귀정

하늘의 그물은 광대하여 엉성한 것 같지만 놓치는 일이 없습니다. (308)

하늘이 알아서 모든 일을 자연스럽게 처리할 것이니 하늘에 맡기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309)

언뜻 보아 하늘의 그물은 너무나 커서 어쩔 수 없이 성기고 엉성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여길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그것을 빠져나갈 수 없도록 되었다는 것이다. (311)

하늘의 그물이라는 은유적 표현은 무얼 말하는 것일까. 하늘의 이치, 뜻을 말하는 것인가. 왕필의 주 역자는 하늘의 법망이라고 했다.

 

74장 위대한 목수 대신 나무를 깎는 일 사형은 하늘에 맡겨야

사람 죽이는 일 맡은 이를 대신해서 사람을 죽이는 것을 일컬어 위대한 목수를 대신해서 나무를 깎는 일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위대한 목수를 대신해서 나무를 깎는 자 그 손을 다치지 않는다는 것은 극히 드문 일입니다. (312)

이런 제도적 장치가 쓸모없게 되는 사회가 도가에서 이상으로 삼는 사회이다. (315)

사람을 죽이는 일이 그만큼 위험하다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단죄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그 옛날에도 했다는 게 신기하다.

 

75장 백성이 굶주리는 것은 수탈 정치의 종식

삶을 추구하지 않는 사람 삶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보다 더 현명합니다. (316)

삶에서 뭔가를 추구하지 않는 사람이 정말로 삶을 귀하게 여기면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번역할 수도 있다. ... 도가적 입장에서 보면 살아가는 데 어떤 목표를 정하고 삶을 그 목표를 추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희생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못된다. (318)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들 대부분은 노자의 눈으로 보면 제대로 사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이다. 오히려 목표가 없는 삶을 잘못 사는 삶으로 여긴다.

 

76장 살아 있을 때는 부드럽고 약하지만 생명의 원리로서의 부드러움과 여림

사람이 살아 있을 때는 부드럽고 약하지만 죽으면 단단하고 강해집니다. (320)

 

77장 하늘의 도는 활을 당기는 것과 같다 공평하고 균형잡힌 사회

하늘의 도는 활을 당기는 것과 같습니다. 높은 쪽은 누르고 낮은 쪽은 올립니다. 남으면 덜어 주고 모자라면 보태 줍니다. (324)

하늘의 도는 공평, 평등, 조화, 균형, 공생 공영의 원리인 반면 인간의 도는 그 반대로 불공평, 불평등, 부조화, 불균형, 빈익빈 부익부의 원리임을 말하고 있다. (325)

 

78장 세상에 물보다 부드럽고 여린 것은 없다 물의 역설적 위력

세상에 물보다 더 부드럽고 여린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단단하고 힘센 것을 물리치는 데 이보다 더 훌륭한 것은 없습니다. 이를 대신할 것이 없습니다. (328)

너무 자주 반복되니 좀 지겹다.

 

79장 깊은 원한은 한이 남는다 척짓지 않는 삶

성인은 빚진 자의 입장에 서서 사람을 다그치는 일이 없습니다. (332)

옛날에 돈을 꿔주고 받을 때 그 거래 내용을 대나무 조각에 써서 이를 두 쪽으로 잘라 채권자는 오른쪽을 가지고 채무자는 왼쪽을 보관하도록 했는데, 좌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빚진 자의 입장이라는 뜻이다. 성인은 스스로를 빚진 자의 입장으로 여기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빚을 갚으라고 재촉하거나 꾸지람할 필요가 없고, 그래서 원한 살 일도 없다는 것이다. (333)

성인은 스스로 빚진 자라고 여긴다. 원한 살 일을 하지 않으려고 자애로운 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80장 인구가 적은 작은 나라 도가적 이상 사회

인구가 적은 작은 나라 열 가지 백 가지 기계가 있으나 쓰이지 않도록 하십시오. (336)

노자가 이상으로 그리는 사회를 묘사하고 있는 곳으로 옛날부터 널리 알려지고 많이 인용되는 장이다. (337)

노자의 이상 사회는 사람들이 살아 있음을 고맙게 여기며 하루하루를 즐기면서 사는 사회, 그래서 구태여 위험을 무릅쓰고 더 나은 삶을 찾는다고 떠다니는 일이 없는 사회다. (338)

요즘 젊은 세대가 귀촌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번잡하고 경쟁적이고 소비적인 삶이 아닌 소박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노자의 이상 사회와 비슷한 삶이다.

 

81장 믿음직스러운 말은 아름답지 못하고 아름다운 변론과 박식함을 넘어서서

하늘의 도는 이롭게만 할 뿐 해로운 일이 없습니다. (340)

자기가 말한 하늘의 길’, 이 진리를 따르는 것은 세상만사에 득실이 함께 있는 것과는 달리 오로지 이익만 있을 뿐 결코 해로울 것이 없다고 한다. 개인에게, 사회에, 나아가 세계에 평화와 평안을 가져올 뿐이다. (343)

 

내가 저자라면

1. 목차에 대하여

각 장별 제목이 있다. 하상공이 달아놓은 제목을 참고했지만 그대로 하지 않고 번역자가 새로 만든 것도 있다. 홍익출판사의 [노자 도덕경과 왕필의 주]에는 장구별만 있지 제목은 따로 없다. 장별 제목이 있으니 내용을 짐작할 수 있어 좋다. 큰 글씨의 제목도 좋지만 작은 글씨의 부제처럼 있는 제목이 함축적이라 그걸 제목으로 해도 좋겠다.

81장 뒤에 참고문헌과 찾아보기를 따로 두어 후에 찾아보기에 좋게 되어있다.

 

2. 보완이 필요한 점

책이 작아서 금방 읽겠다 했는데 책만 작은 것이 아니고 글씨도 작았다. 글씨를 좀 크게 했으면 좋겠다.

번역자가 비교종교학자라서인지 해설에 종교문구, 특히 많은 성경 문구를 들어 설명했다. 기독교인 아니면 거북할 수 있다. 빼도 좋을 부분이다.

 

3. 이 책의 장점

역자가 이 책의 목적을 밝혔듯이 [도덕경] 내용을 치밀하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 상식으로 이해할 수 있게 쓰여서 입문서로 적격이다. 신문에 연재한 기사를 모은 것이니 일반 대중을 상대로 쓴 것이다.

왕필과 하상공의 해석 두 가지를 같이 비교하면서 역자의 설명을 추가해서 풀어가고 있다. 해석 3가지를 동시에 보는 것과 같다.

글을 쓰는 사람에겐 좋은 교재일 수 있다. [도덕경] 한 장의 내용을 자기 나름의 글로 풀어놓은 것, 연구원 과정 중 칼럼을 이렇게 쓰면 된다는 걸 배울 수 있다.

 

4. 내가 저자라면 이렇게

[도덕경] 번역해 놓은 것들을 모아 비교해서 해설의 차이를 보게 함으로 어느 해설을 따를 것인지 독자들에게 맡기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된다.

 

[도덕경]이 영향을 미친 사람들을 따로 실어도 좋을 것 같다. 톨스토이나 헤겔에게도 영향을 미쳤고 서구에서 왜 그렇게 열광했는지도 덧붙이면 [도덕경] 자체만을 보는 것보다 흥미 있을 것이다. [강의]의 저자에 의하면 노자는 장자와 열자에게 직접적으로 계승되었고, 무엇보다 유가 측에서도 계속 읽고 해석했다고 한다. 진시황의 분서갱유도 노자를 계승한 것이라도 하였다. 이처럼 노자의 사상에서 영향을 받은 것들을 좀 더 부연설명하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IP *.124.22.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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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0 17:22:12 *.106.204.231

ㅇ 톨스토이, 보체 신부 진실인가요?


ㅇ 세권의 도덕경을 비교해본거에요?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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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0 20:36:40 *.124.22.184

세 권이라 함은? [강의]에서 다룬 것만 [도덕경]하고 [왕필 주] 3권 비교해봤어. ㅎㅎ [강의] 읽을 때 뺴놓고 읽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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