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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16일 01시 46분 등록

나에게 이 책은


글쓰기 책으로 접근하면 (나에게는) 매력도가 떨어지는 책이다.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을 글쓰기를 통해 바라보는 전기(傳記)의 또 다른 장르라고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말과 글로 표현되는 그 분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의미 있는 책이었다.


최순실과 박근혜로 인해 느닷없이’ <대통령의 글쓰기>가 불티나게 팔렸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박근혜와 최순실을 받쳐줬던 평범한 악’(한나 아렌트가 말하는)을 무시할 수 없다. 그 평범한 악은 말과 글이 죽은 사회에서 살아 숨쉰다는 것을 저자는 이미 알고 있다. '살아 있는 글'을 쓰기 위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일깨워준다는 점에 이 책의 의의가 있다. 잘 살아야 잘 쓸 수 있다. '글쓰기 기법'은 이 책의 조연일 뿐이다.

 

강원국 (2015년 오마이뉴스 인터뷰 기사로 저자소개를 대신한다)

 

최근 글쓰기 열풍으로 관련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통령의 글쓰기>는 지난해 상반기에 발간했다. <조선일보> <한겨레> <대통령의 글쓰기> '2014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바 있다. 출간한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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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글쓰기>는 지난 2000년 국민의 정부 중반부터 2007년 참여정부 말기까지 청와대에서 연설비서관으로 재직한 강원국 <메디치미디어> 편집주간의 책이다. 7년 동안 대통령의 연설문을 쓰면서 느낀 점과 글쓰기에 대한 방법을 저술했다. 물론 두 전직 대통령과의 에피소드도 담겨 있다.

지난 6일 서울시 동작구 사당역 근처에서 강원국 편집주간을 만나 책 이야기와 함께 글쓰기에 대한 자신만의 비법, 그리고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추억 등을 들어보았다. 다음은 강 편집주간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연설비서관 하다 보니 노무현 대통령처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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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출간한 <대통령의 글쓰기>가 지난해 <한겨레> <조선일보> '올해의 책'으로 선정하면서 지금도 반응이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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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8만 부 가까이 팔린 것 같아요. 과분한 반응에 저도 얼떨떨합니다. (많이) 팔린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먼저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님에 대해, 아직 그분들을 못 떠나보낸 분들이 책을 통해서라도 만나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아요.

그리고 다른 하나는 지금 사람들이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제가 책을 쓸 때 재미와 효율을 중심에 뒀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썼어요. 글쓰기에 대해 배우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키자는 게 효율이었구요. 두 분 대통령은 글쓰기에 대해 누구보다 전문가예요. 그래서 그분들께 제가 배운 것을 옮겨 놓아 (독자들이) 많은 걸 배우며 만족스러워 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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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을 5년 모셨는데, 강 비서관이 아는 노 대통령은 어떤 분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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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얘기하면, 남에 대한 배려가 깊은 분이었어요. 배려란 자기를 중심에 두지 않는 거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 또는 역사나 대의를 놓고 모든 것을 판단한 것 같아요. 자기가 중심에 있었다면 양보나 희생이 가능하지 않았겠죠.

항상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에 남을 배려하고, 역사를 생각하고, 대의를 좇는 부분들이 저는 배려의 리더십이라 생각합니다. 그게 결국은 (그를) 대통령의 자리까지 가게 만들었죠. 지금도 노 대통령을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좋아하는 이유가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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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만난 게 언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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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거하기 한 달 보름 전 즈음에 마지막으로 찾아 뵌 적이 있어요. 저 혼자 간 게 아니라 연설비서실 식구들하고 갔거든요. 저희 걱정을 오히려 많이 하셨습니다. 저는 '벤처 기업에 가니 젊은 직원들이 많은데, 다들 노 대통령을 좋아해서 덕분에 잘 지낸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아주 좋아하셨어요. 대통령께서 한 번도 제 이름을 불러 주신 적이 없어요. 그날 처음으로 '원국씨'라고 부르시더라고요.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는데 감격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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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글쓰기>는 어떻게 출간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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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적인 계기는 두 가지예요. 먼저는 2년 전 제가 출판사 일을 하게 되면서입니다. <메디치미디어>란 출판사에서 7권 정도 책을 편집하면서, 책을 내는 게 특별한 사람만 내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내 책을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때 생각난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말씀이었습니다.

참여정부 3년 차 때 대통령께서 제게 공무원들의 글쓰기 수준이 생각보다 높지 않으니 글쓰기에 관한 책을 쓰라고 했어요. 그 이후 대통령 지시 사항이 되어서 계속 국정상황실에서 책 쓰는 걸 챙겼어요. 대통령께 8장짜리 글쓰기에 대한 보고서를 드리기도 했어요. 어떻게 보면 그게 <대통령의 글쓰기>의 밑바탕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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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글쓰기에 소질이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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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아니에요. 대학 다닐 때까지는 답안지 쓰는 것 말곤 글을 쓴 적이 없습니다. 막연하게 기자가 꿈이긴 했어요. 졸업하고부터 공부하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직장이 대우증권이었는데 신문 보며 공부하려고 홍보실을 자원해서 거기에 주저앉게 됐죠. 김우중 회장이 전경련 회장이 됐을 때 회장 연설문을 쓰게 됐고, 그 인연으로 국민의 정부 때 청와대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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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기업 회장은 글 쓰는 게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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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다르죠. 대통령은 국민의 눈치를 보죠. 국민이 반대하면 대부분 못하죠. 그러나 회장은 직원들이 반대해도 하고 싶으면 하는 거죠. 그래서 대통령의 글을 쓸 때 청자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라서 다각도로 따져보고 써야 해요. 하지만 회장의 글은 회장 생각을 그대로 쓰면 돼요. 그러나 반대로 대통령의 글은 쓰다 맘에 안 들어도 공무원의 신분이기 때문에 안 잘리지만, 회장 글을 쓰다가 맘에 안 들면 바로 잘려요. 회장 글은 쓰기도 쉽고 잘리기도 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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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7, 청와대에서 연설비서관으로 계셨잖아요. 연설비서관에 대해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어떤 일을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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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연설이나 기고문 등 대통령의 말과 글을 쓰고 다듬는 것을 돕는 역할입니다. 청와대에는 서른 몇 명의 비서관들이 있지요. 회사로 치면 부서장 같은 자리입니다. 부서원으로는 행정관이란 직책이 있어요.

하지만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은 써준 대로 읽는 분이 아니었어요. 말이 대통령 보좌 업무이지 실제로는 대통령께 말하고 글 쓰는 법을 배웠지요. 자신들의 말과 글은 스스로 쓰고 다듬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써서 드리는 초안은 그저 초안일 뿐이었죠. 두 분 대통령께서 손을 대면 초안은 형체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김 대통령 때는 써서 올린 것을 다 고쳐서 주셨고, 노 대통령 때는 써서 올리면 불러서 구술해 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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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비서관은 자기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연설자의 가치, 철학, 말투까지 꿰뚫고 있어야 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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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비서관이면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면 자기 문체로 글을 쓰니까 오히려 그 일을 못합니다. 해박할 필요도 없습니다. 대통령의 생각과 대통령이 구술해준 내용을 대통령의 어투와 문체로 글로 옮기면 되지요. 24시간 오직 대통령 생각만 하면서 살면 되지요. 간혹 친구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다 내가 어느새 대통령처럼 말하는 걸 보면서 깜짝 놀라기도 했지요.

대통령 연설비서관으로서 필요한 조건은 건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불철주야 책상에 앉아 글을 써야 하니까요. 또 다른 조건 하나는 대통령께 꾸중을 들었을 때 의기소침하지 않는 맷집이 있어야 한다고 할까요? 8년간 일하면서 김대중 대통령께는 두 번 정도 칭찬을 들었는데, 노무현 대통령께는 단 한 번도 칭찬을 듣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노무현 대통령의 글에 대한 안목과 기대 수준이 높기도 했고, 제가 거기에 부응하지 못한 측면도 있지요.

하지만 연설비서관이란 자리의 특성 탓도 있습니다. 대통령께서 좋다고 칭찬하는 순간, 그 원고가 최종 원고가 되고, 대통령께서는 그것을 그대로 읽어야 해요. 마음에 안 들면 그럴 수 없는 노릇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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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존경하는 것 같은데 원고 정리하면서 많이 그리웠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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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죠. 저는 어린 시절 김 대통령이 저의 우상이었어요. 저는 호남 지역이었고 저희 아버님이 김 대통령을 좋아하셨어요. 아마 그 당시 호남에 살았던 어른들 대부분이 그랬어요. 오히려 대통령 하며 인기가 떨어졌죠. 민주화 투쟁할 때만 해도 대단한 분이셨죠. 저도 그 영향을 받아서 그런 분을 모신다는 게 꿈만 같았어요.

노 대통령은 인간적이고 정이 많이 가는 분이세요. 지금도 생각해보면 말씀이나 행동 하나하나가 대단해요. 지금도 누군가 저에게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물으면 노 대통령이라고 해요. <대통령의 글쓰기>를 두 달여 동안 썼는데, 너무 행복했고 두 분과 다시 만나서 일하는 느낌으로 책을 썼어요강연 가서 노 대통령 이야기를 하면 30, 40대 여성 분들도 간혹 계세요. 많이 그리워하시는 것 같아요. 근데 강남 같은 데 가면 분위기가 차갑고 달라요."

강원국과 유홍준의 차이, 누더기가 될까 비단옷이 될까

- 기억에 남는 일을 소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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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을 '배려의 리더십'이라고 했잖아요. 제가 한 번은 지방에서 친구가 올라와서 낮술을 마셨는데 오후 2~3시쯤 갑자기 대통령께서 찾으셔서 가니 술 냄새가 나는 거죠. 부속실에서 술 냄새가 난다고 하는데도 들어가서 뵈었죠. 대통령께서 독일 일간지에 보낼 기고문 때문에 저를 부르셨는데, 몇 말씀 나누시더니 제 술 냄새를 맡으셨나 봐요.

그런데 술 마셨느냐고 안 물으시고 오늘은 피곤해서 못하니 다음에 하자고 하시더라고요. 만약 저에게 술을 마셨느냐고 (직접) 물으셨다면 난감했을 텐데, 그런 얘기를 안 하시고 본인이 피곤하다며 다음으로 미루셨죠. 정말 배려가 깊으신 분이란 걸 느꼈어요. 다른 분들 같으면 화냈겠죠.

그리고 제가 청와대 있을 때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있었는데 대통령 앞에서는 긴장돼서 배가 아팠어요. 얘기 듣다가 화장실 가겠다고 안 해도 제 표정만 보시고 빨리 다녀오라고 하셨어요. 그렇게 소탈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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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기밀에 속하겠지만, 강 전 비서관만의 글쓰기 비법 소개 부탁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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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세 가지를 해야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첫 번째는 평소 자신에게 어떤 사안에 대한 생각은 뭐냐고 질문을 많이 해보는 거예요. 하루에 그런 질문을 한 가지씩만 해도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쓸 수 있어요. 결국 글쓰기는 생각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평소 생각을 많이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두 번째, 글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자료를 잘 요약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자료란 내 머릿속에 든 기억, 책에 나온 것, 온라인에서 검색한 내용 등 모든 것이죠. 이런 자료를 빠른 시간 안에 잘 요약하는 게 글을 잘 쓸 수 있는 길이지요.

그러려면 평소 요약하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요약을 잘한다는 것은 자기가 그 자료에서 가져와야 할 항목을 알고 있는 거예요. 글을 쓰는 데 있어서 어떤 글이든지 기사는 기사대로 육하원칙에 해당하는 것을 자료를 가져오잖아요. 마찬가지로 모든 글에는 가져와야 할 항목들이 있거든요. 그걸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사람이 요약을 빨리하고 글을 잘 쓰는 거죠.

세 번째는 글을 반복해서 고치는 겁니다. 처음부터 잘 쓴 글은 없고 잘 고친 글만 있어요. 모든 글 잘 쓰는 사람들은 많이 고쳐 쓴 사람들이에요. 써놓고 계속 고쳐야죠. 이 세 가지가 글 잘 쓰는 비결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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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고쳐야 글을 잘 쓴다고 하셨는데 자칫하면 누더기 글이 될 수도 있어요.
"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같은 경우가 '1필을 유지하라, 많이 고치면 누더기 글이 된다'고 하는데 맞는 얘기죠. 자기가 든 생각을 한 번에 쓰는 게 좋은데 전 그런 역량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누더기라고 하지만, 제 생각에 '글은 정답이 없지만 오답은 있다'예요. 그렇게 써서는 '안 되는' 오답을 줄여가는 거죠. 이게 글을 잘 쓰는 방법인데 그럼 무엇이 오답인지는 알고 있어야죠. 오답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시 보는 것은 누더기가 아니라 글을 좋게 만드는 과정이 아닌가 해요. 많이 고치면 삼베옷이 비단옷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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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글쓰기 열풍이 불어서 서점가에서 글쓰기 관련 책이 인기인데 어떻게 보세요?
"(
글쓰기와 더불어) 인문학도 열풍인데, 인문학의 근원이 글쓰기죠. 왜냐면 결국 인문이라는 건 사람을 중심에 주고 생각하는 거잖아요. 그중에서도 자기를 중심에 두는 것이 인문학이 지향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자기 눈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것이 인문학이라고 생각하는데, 글쓰기가 가장 거기에 근접해 있는 거죠. 글쓰기야말로 자기 생각을 쓰는 것이고 세상을 향해 자기 생각을 이야기 하는 겁니다. 결국 글을 쓴다는 건 자기가 세상의 주인이 되는 것이이죠. 그런 면에서 글쓰기는 앞으로 더욱 활발해져야 하고 자기 목소리를 글을 통해 내야죠. 그게 민주 사회고 사회가 발전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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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열풍 원인은 뭐라고 보세요?
"SNS
영향이 제일 크죠.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많이 생겼잖아요. 거기는 글로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글 쓸 일이 많아진 거죠."

 

대통령의 글쓰기

4 느닷없이 <<대통령의 글쓰기가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우연도 없고 느닷없는 것도 없다.

 

5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가능했던 이유는 자명하다. 자기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지도자와, 그런 지도자 아래서 침묵으로 자리를 연명하려 했던 참모들의 합작품이다. 말과 글이 가능하지 않은 대통령, 영혼 없이 받아쓰기만 하는 참모들 사이에서 최순실씨는 얼마나 이 나라를 갖고 놀기 좋았을까.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많이 읽고 잘 듣는 사람이 성공했다. 이들은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덜 중요한지, 배경과 맥락, 목적, 취지, 의도를 잘 파악하기 때문이다. 이런 학생이 공부를 잘한다. 우등생이 된다. 사회에 나가서도 상사 말씀을 잘 듣는다. 의도를 잘 파악해 시키지 않은 일도 알아서 척척 한다. ‘블랙리스트란 말을 굳이 꺼내지 않아도 그것을 만들라는 소리라는 걸 안다. 승진이 빠르고 출세한다.

 

6 물론 이들의 공도 크다. 산업화 시대에 압축 성장을 가능하게 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고 들은 결과 모방능력이 탁월해졌다.

 

6 사람들을 잘 알고 있다. 나대면 나만 손해본다는 사실을. 이유를 묻지 말고, 호기심이나 궁금증도 갖지 말아야 한다. 그런 것 같기 시작하면 자신만 괴롭다. 봐도 못본 척, 알아도 모른 체하며 자기 앞에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해야 한다. 옆에 사람이 죽어 나가도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야 한다. 우리 모두 사이코패스가 돼야 한다. 하지만 이런 사회를 정상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7 부정, 부패, 비리, 농단은 말 없는 사회를 좋아한다. 말과 글이 죽은 사회는 그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다. 아무도 그것에 시비 걸지 않고 문제 제기하지 않는다. 보고도 모른 체 한다.

 

7 2012년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에 따르면 자기 이야기를 할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가 음식을 먹거나 돈이 생겼을 때 활성화되는 영역과 일치한다고 한다. 자기를 표현하는 일이 행복과 만족을 주는 것이다.

그래서 치유의 글쓰기가 가능하다로 연결될 수도 있겠지만 나이 들어서 왕년 이야기하고 말 많아 지는 것도 이런 맥락인가.

 

8 속이 더부룩하고 답답한 정신적 만성변비 상태에서 해방되기를 바란다. 그런 세상에선 <<대통령의 글쓰기>>가 잘 팔리지 않겠지만 말이다.

 

9 간절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일주일 후 청와대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이 전화 받을 때 어떤 느낌이었을까.

 

10 삶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글과의 인연은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삶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 우연은 없다.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이 그 후 내 인생의 행로를 바꿨다.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내 말이.


11 쓰라니 썼다. 괴발개발 썼다. 겉만 그럴싸하게 만들었다. 고급 장정에 컬러 사진을 잔뜩 넣었다. 글을 보는 사람은 없었다. 잘 만들었단다. 나는 그 순간, 글 잘 쓰는 사람이 됐다. 20년 사사를 단숨에 써 내려간 글쟁이가 되고 만 것이다.

잘 썼다가 아니라 잘 만들었다에 주목. 모두 칭찬하는 글에 칭찬 포인트를 잡지 못하겠고, 내가 마음에 들었던 글은 모두 까대서 어리둥절한 적이 있다.

 

일은 하다 보면 늘게 되는 법.

 

글로 보여줄 거죠?”

글쓰기와 관련하여 내 인생에 던져진 세 번째 질문이었다. 그 후로 그의 임기 5, 아니 내가 죽는 날까지 잊을 수 없는 인연이 시작됐다.

이 문장이 왜 눈물이 날까.

 

17 두 분 모두 이 정도면 됐다가 없었다.

 

모든 소통은 필문필답.

 

18 대통령이 고쳐보려 했지만 어찌 손을 댈 수가 없을 때는 직접 녹음을 해서 테이프를 내려 보낸다. 이것을 우리는 폭탄이라고 불렀다. 연례행사처럼 1년에 한 번씩은 폭탄이 터졌고, 연설비서관실 구성원 모두 폭탄 하나 정도 맞는 아픔을 겪었다.

 

19 하지만 내가 쓴 초안을 되돌려 받지 못할 때가 다시 쓰는 것보다 100배는 더 힘들었다.

 

20 그러나 무엇을 쓰느냐에 대한 고민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21 쓰고 싶은 내용에 진심을 담아 쓰면 된다. 맞춤법만 맞게 쓸 수 있거든 거침없이 써내려가자. 우리는 시인도, 소설가도 아니지 않은가.

 

26 나는 내 연설문을 역사에 남긴다는 생각으로 썼다. 그래서 늘 진지했다. (김대중)

흑역사가 되면 안된다. 이왕 쓰는 거 잘써야 한다.

 

30 누구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원인 진단에서부터 대안제시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사안을 전후좌우로 헤집으며 의견을 내놓았다.

 

31 김 대통령은 잠자리에 들기 전 늘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루 동안 읽고 듣고 겪은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이 독서법은 화초를 가꾸거나 동물을 관찰하면서 체화된 것이라고 한다.

 

이에 반해 노무현 대통령은 어떤 생각에 관해 얘기를 하는 순간에도 생각을 진화시킨다.

 

33 훌륭한 커뮤니케이터는 상대의 언어를 사용한다. / 글은 독자와의 대화다.

 

33 독자를 의식하는 글쓰기란 무엇인가.

 

35 노무현 대통령은 조금 달랐다. ‘국민의 눈높이를 넘어 역사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40 어디 말과 글뿐이겠는가. 어린아이와 사진을 찍을 때 다리를 크게 벌려 키를 맞추는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 속에 글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 답이 있다.

 

45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사형을 언도 받은 상황에서 껌 종이, 과자 포장지에 못으로 깨알 같이 눌러썼다.

이중섭의 은지화

 

글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 싶었고, 그 글에 전심전력을 다한 두 사람이었다.

 

46 헤아리고 또 헤아려? 전심을 다해서 몰입하란 뜻일 것이다.

 

이 모두가 글쓰기와 무관하지 않다. 글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사는 이유 중의 하나가 글을 쓰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창조적 아이디어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영감이나 직관과는 다르다. 죽을 힘을 다해 몰입해야 나오는 것이 창조력이다. 열정과 고민의 산물이며, 뭔가를 개선하고 바꿔보려는 문제의식의 결과물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집중하고 몰입해야 한다. 절박해야 한다.

 

47 며칠 후 꿈 속에서 글이 술술 써졌다. 깨자마자 부리나케 메모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글이었다.

깨어 있을 때 골몰해야 꿈의 선물을 받을 수 있다. 많이 골몰할수록 의식과 무의식의 버무림이 활발해지는 듯. 

 

나는 노대통령이 특별히 머리가 비상해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몰입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집중하기 때문이다.

특별히 머리가 비상합니다. 거기에 몰입까지 하니 넘사벽. 그러고 보면 기억력 좋은 사람은 메모광이고 머리 좋은 사람은 집중력 좋다.

 

미국의 칼럼니스트 월터 레드 스미스는 그랬다. 글쓰기가 쉽다고. 백지를 응시하고 앉아 있기만 하면 된다고. 이마에 핏방울이 맺힐 때까지. 미치면 미치는 법이다.

 

48 셀 수 없이 연설문을 읽고 또 읽은 덕분에 완전히 외워버렸던 것이다. 그 후 낭독본 마지막 한 장을 빠뜨린 연설비서관실 직원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했지만, 거기까진 듣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 때였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못외웠을 거야.

 

49 반품한다는 말씀에 밤새워 읽었다. 아마도 그 책이 계속 집에 있었으면 지금도 다 못 읽었을 것이다.

마감효과

 

나는 책에 묻혀 자고 책 속에서 밥을 먹었다. 그때 우리 나라 소설 중에 야한 것은 거의 읽었다.

 

50 독서는 세 가지를 준다. 지식과 영감과 정서다. 책을 읽고 얻은 생각이다. 그 중에 글 쓰는 데는 영감이 가장 중요하다.

 

여러 권을 펴놓고 돌려가면서 하루 열 시간 정도 독서를 했다고 한다.

 

51 러시아 문학을 읽은 것만으로도 감옥에 간 보람이 있었다고까지 생각했습니다.

조셉 캠벨은 러시아어를 아예 배웠다고.

 

독서 중독인 셈이다.

 

스스로 지킬 것을 다짐한 대통령 수칙’ 12번이 양서를 매일 읽고 명상으로 사상과 정책 심화해야이다.

 

52 “어떤 문제가 생기면 책부터 사서 공부합니다. 컴퓨터도 컴퓨터를 만지기 전에 책부터 읽었고, 낚시를 배울 때도 책부터 먼저 봤습니다.” (노무현)

어떤 문제가 생기면 주역의 어떤 괘에 해당하는 상황인지 살펴 보게 되었다.

 

53 리더십비서관의 역할은 현안에 대한 의견 개진도 있었으나 주로 국내외 책이나 칼럼, 논문을 읽고 그 요약본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것이었다.

 

김대통령은 독서의 완결이란 읽은 책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서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데까지라고 했다.

 

55 글은 머리로 쓰는 게 아니라 엉덩이로 쓰는 것입니다.

거기에 마음

 

언젠가는양극화와 씨름하고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써놓고, ‘씨름이란 단어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 느낌을 살리는 다른 표현을 찾느라고 몇 시간 고민한 적도 있다고 얘기했다.

그래서 결국 씨름대신에 어떤 걸 썼는지 궁금하네. 나도 생각해봤는데 씨름 외에 딱히 없어. 겨루고 있다도 뉘앙스를 살리지 못하고.

 

56 권력은 나눌수록 민주주의는 커집니다(민주주의). / 능력에 따라 채용하고 일한만큼 대우해야 합니다(비정규직 문제).

 

김대중 대통령 역시 정곡을 찌르는 한마디를 잘 찾아냈다. 트레이드마크가 된 햇볕정책1994년 김 대통령에 의해 탄생했다. 미국 헤리티지재단 초청 연설에서 처음 썼는데, 그때는 태양정책이었다.

 

농부가 1년 농사 계획을 짜듯이 멀리 내다보고 큰 틀에서 메시지를 배분했다.

 

57 재임 때의 경험을 글로 남겨 후일에 참고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성공만이 아니라 실패의 기록도 남기고자 했다. 몇몇 비서관이 이 일을 돕는 데 참여했다. 회의를 할 때마다 대통령이 발제하고 토론을 주도했다. 그리고 숙제를 내줬다. 하지만 다음 회의 때 가장 성실하게 숙제를 해온 사람은 늘 대통령이었다.

 

58 이를 통해 머릿속에 얼개가 서면 비로소 집필에 들어간다. 그리고 각고의 시간 끝에 연설문이 완성되면 직접 서서 읽어본다. 그저 한번 읽어보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입에 완전히 붙을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혼자 해보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이희호 여사를 앞에 두고, 또 어느 때는 손녀처럼 생각했던 관저 비서팀의 장옥추씨에게 들어보라며 연설을 했다. 그러다가 더 좋은 표현이 생각나면 수정했다. 글을 쓰는 시간보다 이렇게 퇴고하는 시간이 더 걸릴만큼 철두철미하게 준비했다.

작년 515일 돌아가신 전성수 약사님. 그 오랜 세월을 강의를 하셨음에도 매일 그렇게 리허설을 하셨다고 한다. 정말이지 기억력 비상한 사람이 메모를 하고, 머리 좋은 사람이 집중하고, 뛰어난 사람이 연습과 훈련을 죽도록 하니..나는 그저 반성할 뿐.

 

손녀뻘 비서 앞에서 연설을 해 보이는 일흔의 대통령을 머릿속에 그려보라. 정말 멋있지 않은가.

역사적 장면이다. 그림으로 스케치 되면 좋겠다.

 

59 20061월 신년연설. 연설 시간이 40분으로 정해졌다. 대통령은 신년연설에 뭘 담지?”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다섯 차례에 걸쳐 열다섯 시간동안 연설문 내용을 구술했다. 대통령이 검토한 자료만 해도 A4 용지 500장 분량이었다.

 

62 도표 한 쪽에는 책의 내용을, 다른 한 쪽에는 자신의 의견을 적고 그 해법을 얘기했다. 생각이 묻혀 사장되지 않도록 철저히 메모했다.

북리뷰네.

 

이렇게 물을 수 있었던 것은 머릿속에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모두 메모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63 마지막으로 남긴 것 중에 하나가 노무현 대통령 추도사 요지였다. 말미에 정부 반대로 하지 못함이라고 적혀 있다.

나쁜 놈들

 

이렇게 대통령은 평생 메모하고 쓰는 것으로 답을 찾아나갔다. 대통령의 이런 메모습관은 단지 기억을 되살린다는 의미를 뛰어넘어 매일매일 글쓰기를 연마하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63 그런데 메모를 하면서 다 외웠으니 걱정 마시기 바랍니다.

 

64 노 대통령은 이지원이라는 청와대 내무 전산망 안에 실마리 파일이라는 기능을 만들어놓고 글쓰기 거리가 떠오를 때마다 메모를 했다.

 

65 2000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국가기록을 남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보면 두 대통령은 개인적인 메모광이었을 뿐 아니라, 체계적인 국가 기록관리의 기틀을 세운 장본인이었다.

 

글쓰기와 메모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북리뷰

 

나는 손가락에 불이 나도록 모래에 메모를 했다. 그때만 해도 청와대 비서관은 딴 나라 사람이어서 감히 조금 있다 전화하자는 소리를 못했다.

파도 한번 세게 왔으면 멘붕 왔겠다.

 

66 적자생존이라는 말이 있다. 적는 자가 살아 남는다. 글쓰기의 세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67 그런 점에서 오늘도 무사히라는 구호는 택시 기사님들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 모든 일정에는 말과 글이 따른다. 여기에 영부인 말과 글까지 연설비서관실의 몫이다.

 

대통령이 읽을 낭독본 출력을 잘못했거나 등등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을 걷는게 연설비서관실 일이다.

박근혜 정부에선 빡셌을 거 같다. 임기응변도 없으니.

 

68 사람들이 뭔지 모르지만 귀신에 홀린 듯 순간적으로 엄청난 혼돈을 느끼며, 못 들어올 데를 들어온 사람처럼 화들짝 놀라 나갔다. 난 그때 처음 알았다. 남자 소변기가 이렇게 쓰일 수도 있다는 것을.

용감하다.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다니. 이 책이 이렇게 대박 날 지 모르고

 

69 2007년 제 2차 남북정상회담 북행길.

북행길..마음을 울린다.

 

71 글쓰기 최고의 적은 횡설수설이다.

 

72 형용사는 명사의 적이다.

 

모방과 벤치마킹을 부끄러워 말자. 다르게 읽으면 그것이 새로운 것이다. 반드시 논리적일 필요도 없다. 진정성만 있으면 된다. 논리적인 얘기보다 흉금을 터놓고 하는 한마디가 때로는 더 심금을 울리기도 하니까.

 

73 그것은 쓰고 싶은 의욕만 있을 뿐, 쓸 내용은 아직 준비가 안된 것이다.

 

오락가락 하지 않으려면 세 가지가 명료해야 한다. 첫째는 주제다.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나는 이 글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가, 이 글을 읽은 사람의 머릿속에 어떤 말 한마디를 남기고 싶은가. 둘째, 뼈대다. 글의 구조가 분명하게 서 있어야 한다. 셋째, 문장이다. 서술된 하나하나의 문장이 군더더기 없이 명료해야 한다.

 

느낀 그대로, 아는만큼 쓰자.

 

76 글을 쓰는 이유가 무엇인가에 따라서도 기조를 달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글을 쓰는 이유가 지식을 전달하기 위함인지, 감동을 주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행동을 유발하기 위함인지, 재미를 주거나 칭찬, 격려하기 위해서인지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승철 전 r경향신문」논설위원에 따르면 신문 사설도 설명형 비판형, 설득형, 칭찬형으로 나뉘며, 해당 이슈의 성격에 따라 각각에 맞는 흐름을 쓴다고 한다.

 

기조에 따라 전달형식이 달라지기도 한다.

 

77 노벨평화상 수상 이유 중에 한일관계 개선이 들어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79 정보와 사실이 많고, 그것이 정확해야 되며, 그 배열이 논리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글은 자신이 제기하고자 하는 주제의 근거를 제시하고 그 타당성을 입증해보이는 싸움이다.

 

자료가 충분하면 그 안에 반드시 길이 있다. 자료를 찾다 보면 새로운 생각이 떠오른다. 때로는 애초에 의도했던 방향과 전혀 다른 쪽으로 글이 써지기도 한다.

 

80 주제와 얼개 짜기 단계에서 막혀 있을 때도 관련 자료를 읽다 보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자료 찾기는 글의 주제와 얼개를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김대중이란 거인의 글을 보좌할 수 있는 힘이 그곳에서 나왔다. 나는 난쟁이였지만 거인의 어깨 위에 목말을 타고 있었다.

 

81 답사, 면담, 설문조사 등을 통해 자신이 필요로 하는 자료를 새롭게 만들어낼 수도 있다. 기억, 관찰과 상상도 넓은 뜻에서 자료일 수 있다.

 

이렇게 이종교배를 하면 할수록 자료는 신선해지고 내 것이 된다.

 

지하실 서고에 15천권의 장서와 신문철을 두고 여기서 자료를 찾았다고 한다.

주택에서 사는 사람들의 로망은 지하에 영화관 또는 목공을 할 수 있는 공간 정도일 거 같은데. 15천권이 있는 지하서고는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82 충분한 자료 조사가 살아 있는 연설문을 만든다. 핵심 메시지를 뒷받침 할 수 있는 현황, 실적, 인용문구, 정책, 통계, 외국사례 등 소재를 잘 발굴해야 한다. 미국 백악관의 경우, 연설문을 쓰는 사람 수보다 더 많은 조사팀을 별도로 운영 중이다.

 

83 글을 쓸 때 먼 곳에서 자료를 찾으려고 구천을 헤매는 경우가 많다. 시간만 낭비하고, 설사 찾았다 한들 공허한 소리가 되기 십상이다. 파랑새는 우리 집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84 내 노력이 부족해서 못 찾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으로 찾다 보면 실제로 반드시 있다. 그것이 기본에 충실한 자료 찾기다. 멀리 가지 말고 자기 주변에서부터 찾아보자.

해외저자연구 할 때 진짜 집요하게 검색했다. 윌 듀란트 내외가 살던 집을 내놓은 부동산 사이트를 보고 손주의 인터뷰 찾아냈다. 관심과 집요함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의 글을 보고 참고하는 것을 꺼려할 필요는 없다. 그 글을 보면서 상상하고 변형하고 살을 붙여 나가면 된다.

변형, 변모, 변용. 마법 같은 말이자 면죄부.

 

85 거기 나온 시를 다 외울 즈음,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내 시를 칠판에 써놓기 시작했다. 그 때 경험은 남의 글을 따라 쓰는 것이 글쓰기 연습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생각하기 나름일 건데. 나는 별로. 중국어나 한자 필사는 하지만 한글로 된 문장을 필사하고 싶지는 않다. 무의식 중에 남의 표현이 내게 스며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

 

이어령 선생의 <문장대백과사전>

 

확인을 하지 않고 그래도 썼다고 가정해보자. 노대통령이 전 대통령의 연설문을 그대로 읽은 것이 된다. 이게 용납이 되겠는가.

 

86 짚신으로 맛있는 나물을 만들어 내야 훌륭한 요리사라 할 수 있지요.

초고추장엔 잔디를 찍어 먹어도 맛있다는 말도 생각난다.

 

87 어떤 순서와 논리로 글을 엮을 것인지 틀을 짜고 뼈대를 세우는 것에 관한 이야기다.

 

95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비우라고 합니다. 그러나 마음을 비우려 할 때는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듣지 않을까. 반대로 사명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나서면 욕심과 집착으로 비쳐지지 않을까 참으로 난감합니다. 그래서 늘 스스로를 경계하면서 균형을 잡으려고 애써왔습니다.

 

임기응변의 정치적 처세나 원칙 없는 타협을 일삼는 지도자가 여러분이 바라는 지도자입니까?

이 말을 했을 때의 표정과 말투가 생각나서 ㅡㅜ

 

96 시대와 국민의 요구를 실현하고 싶은 소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97 이제 훌륭하다는 수준을 넘어서 감동적이다 이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촛불시위를 보셨으면 눈물 흘리셨을 거예요.

 

임기를 마치는 그날까지 저는 저의 이 허물을 결코 잊지 않고 항상 자신을 경계하는 회초리로 간직하고 가겠습니다.

 

99 그런 점에서 글의 시작은 유혹이어야 한다.

 

100 누구에게나, 언젠가 올 수 있는 재앙과 같은 것이다.

 

103 미안합니다만, 왜 저를 불렀습니까? 저와 제가 대변하는 사람들은 이 날을 경축할 이유가 없습니다.

도발적

 

104 긴장감을 높이고 말하는 사람의 부담을 청중에게 전가하는 방식이다. 청중을 자기의 연설이나 글 안에 끌어들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당신은 구경꾼이 아니야. 정신 빠짝 차려!’하는 말로 시작하는 것이다.

 

105 듣는 사람들도 말하는 사람의 편이 된다.

잘남의 드러냄이 아니라 상처의 드러냄은 독자와 청중을 내 편으로 만든다. 하지만 상처는 과거, 잘남은 현재여야 해.

 

106 내 글을 다 읽었을 때, 내 말을 끝까지 들었을 때 어떤 유익이 있을 것인지를 서두에서 알려주는 것이다. “글쓰기에 관한 한 오늘 내 강연을 다 듣고 나면 적어도 글을 쓰는 것이 두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강연을 들으면 자기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호기심이 집중도를 높인다.

서론

 

107 얘기 잘 들었습니다. 너무 좋은 말씀이어서 뒤에 얘기하는 사람이 부담이 많이 됩니다. 이렇게 앞서 얘기한 사람에 대한 칭찬으로 시작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이다.

 

20111월 미국 애리조나 주 총기 사건 추모식 연설 도중 오바마는 희생자의 이름을 부르다 50여 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근혜가 이걸 따라 한건가. 세월호 때 이름 하나 하나 부르다 잠시 침묵하고 눈물 흘렸지. 진심이 없으면 이런 것도 다 소용없다.

 

111 수식어도 지나치면 군더더기다. 이 모든 것을 과감하게 지우자. 깔끔한 게 좋다.

내 영어가 이렇다. 완전 단순하다. 하지만 만족한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112 첫째, 노대통령은 평생 국민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사셨고, 둘째, 국민의 지지로 대통령이 되셨고, 셋째, 대통령 재임 중에도 국민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으니 국민이 모두 함께 그 분을 떠나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글을 쓸 때의 김대중 대통령의 심정은 어땠을까. 울음을 통하며 쓰시지 않았을까.

 

노무현 대통령은 주로 단락별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서두에 규정하고 뒤에서 푸는 전개방식을 선호했다.

나는 질문 먼저

 

고비는 넘겼습니다라고 한 후에 그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잘될 것입니다하고 앞으로의 비전에 관해 얘기하고, ‘그러나 걱정이 있습니다하고 우려하고 있는 사태에 대해 얘기한 후, ‘경제주체들의 협력이 필요합니다라는 당부를 하는 식이다.

 

114 얘기하고자 하는 게 다섯가지가 있으면 각기 비중을 달리하여 울퉁불퉁 기복이 있어야 지루하지 않다.

 

긴 문장과 짧은 문장, 긴 설명과 짧은 설명이 적절히 조화를 이뤘을 때 글이 맛깔나고 지루하지 않다.

 

115 무슨 말을 할 지 예고하고, 생생한 사례를 들어 쉽게 설명하고, 말한 것을 중간에 요약해주고, 강력한 매듭을 지어주면 성공입니다.

 

117 자기 글의 리듬은 눈으로 보고 입으로 읽으면서 귀로 들어봐야 알 수 있다.

 

120 주어와 서술어 사이의 거리를 짧게 하자. 그래야 읽는 사람이 이해가 빠르다.

 

김대중 대통령은 어려운 내용을 단순화하여 듣는 사람의 머릿속에 쏙 들어오게 만드는 데 귀재였다.

 

평범이 비범이고, 진리는 소박하다.

 

123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 말대로 참된 발견은 새로운 땅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200010월 군산자유무역지역 기공식 연설문에서였는데, 이 행사의 의미를 서해안 시대의 개막으로 규정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은 시각이 좋다고 칭찬해줬다.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와 송도를 연결하는 인천대교 준공식 연설문에서 김 대통령은 이 다리의 의미를 세계로 향하는 길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126 기적은 기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일상생활 속의 생각과 행동이 달라져야 시장이 달라지는 것이며,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을 위해서는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문화가 먼저 정착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던진 말이었다.

 

128 노무현 대통령 당신, 죽어서도 죽지 마십시오. (시작)

우리가 깨어 있으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죽어서도 죽지 않습니다. ()

 

129 끝을 먼저 생각하고 시작했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가는 곳을 알아야 떠날 수 있다. 그래서 끝은 중요하다.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것이다. 그래서 결정적 한방이 필요하다. 깊은 여운을 남길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135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에서 머리말-진술부-논증부-맺음말 등 4단계 배열법을 권했다고 한다. 머리말과 맺음말은 감동을 주는데 주력하고, 진술부와 논증부는 설득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감동을 주는게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137 이전 대통령에게는 전매청에서 대통령 전용 담배를 만들어 공급했다. 금색 봉황 휘장이 그려진 담배였다.

대통령 전용 담배도 있었나? 처음 들어본다.

 

138 청와대 시절 체득한 음주 작문의 폐해에 대해 속죄하는 마음으로 이야기 두 토막을 소개한다.

이런 시작 좋다. 흥미도 유발하고 유머도 있고.

 

광복절 연설문 준비는 1년 중 가장 큰 전투다. 남들은 휴가를 떠나는 한여름에 더위와 싸워가며 악전고투해야 한다.

그렇겠네.

 

139 술집을 나와 비서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천근만근이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이것도 추억이죠. 남들은 경험하지 못한.

 

사랑하는 아내가 원고지 한 장 대신 써줄 수 없고, 사랑하는 아들도 마침표조차 대신 찍어줄 수 없는 게 글쓰기

 

147 “두 번씩이나 얘기할 때는 필시 무슨 사정이 있을 것입니다. 수용하는 게 맞습니다. 터무니없는 얘기가 아닌 한 그 사람을 참모로 뒀으면 받아들여야지요."

 

글을 쓴 사람에 머물러 있으면 보이지 않는다. 거기서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지 않으면 쓴 이유와 배경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 합리화한다. 인정사정 없는 독자가 되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미워하는 사람이 쓴 글이라 생각하고 가차 없이 고쳐야 한다.

 

글을 쓴 다 곧바로 고치려고 하면 보이지 않는다. 자기 글에서 빠져나와 객관적인 입장으로 돌아갈 시간이 필요하다. 충분히 뜸을 들인 후 독자의 눈으로 다시 보자. 쉬운지, 명료한지, 설득력이 있는 혹시 오해할 것은 없는지 이리저리 뜯어보자.

 

운율이 맞는 글이 잘 읽힌다. 어색한 부분은 읽으면서 걸린다. 연설문은 말할 것도 없다.

 

150 신문은 '1면 머리기사 제목 장사라고들 한다.

 

이것이 바로 기사 보기 30-3-30 법칙이다. 처음 30초 동안 제목과 부제와 사진을 보고, 읽기로 마음먹으면 3분동안 기사 앞부분을 보며, 마음에 들면 30분 동안 끝까지 읽는다는 것이다

 

널리 알려진 얘기지만, 베스트셀러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의 윈래 책 제목은 '유 엑설런트'였다.

 

153 내 친구 중에 명함에 작가 아무개라고 쓰고 다닌 녀석이 있었다. 영문학과를 졸업하기는 했지만, 글은 한 줄도 써보지 않은 상태였다. "네가 무슨 글을 썼다고 자가나?" 하고 물어보면 앞으로 될 거란다. 실제로 작가가 됐다. 제목을 먼저 써놓고 그 안에 내용을 채운 사례다.

나야말로 선언적 글쓰기.

 

김대중 대통령은 주로 경제와 남북관계에 초점을 맞췄고, 노무현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정치개혁 쪽 어젠다의 비중이 컸다. 그가 이루고자 했던 것은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대화와 타협의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드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161 "할 말이 별로 없으면 짧게 하는 것으로도 한몫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좀 더 간결하게 다듬어보십시오.” (2005 11 APEC 정상회의 공식 만찬사에 대한 코멘트)

 

“가급적 줄일 수 있으면 더 줄여주기 바랍니다. 핵심이 없이 지루한 글은 짧은 것만 못합니다. 길이를 줄이는 데 망설일 일은 아닙니다. (2005 12월 말레이시아 경제인 오찬 연설문에 대한 코멘트)

 

"짧은 글일수록 압축된 어휘와 간결한 문장으로 써야 힘이 생깁니다. 다시 한 번 다듬어 주시기 바랍니다." (2006 1월 신년사에 대한 코멘트)

 

163 노무현 대통령은 늘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함축하는 한 단어, 한 문장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예를 들어, 인사 청탁은 안된다는 단호함을 인사 청탁하면 패가망신한다는 말로, 부동산 투기 근절 의지는 강남불패면 노무현도 불패다라는 말로 함축했다.

 

독자나 청중은 긴 글이나 장황한 말 속에서 한 단어, 한 문장만 기억한다는 게 노 대통령의 지론이다. 글을 쓸 때는 바로 그 문장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통상 주제문이라고 부르는 이 한 문장을 노 대통은 표어라고도 했고, 카피, 명제라고도 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군부대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공정한 인사 방침을 이렇게 얘기했다.

 

앞으로 군은 서울을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북을 향해 모든 힘을 쏟을 것입니다."

 

201 천 마디 말 가운데 쓰레기 같은 말 하나 했다고 그 쓰레기만 주워담은 신문은 쓰레기통 아니냐.

통쾌하다! 나도 비유를 많이 활용해야겠다.

 

l  몸 상태가 안좋다. 일단 오늘 여기까지만.  

 

내가 저자라면

 

1 목차에 대하여(독자의 눈으로목차의 좋은 점, 아쉬운 점, 잘못된 점 분석

에피소드를 제목으로 해서 주목하게 하고 글쓰기와 관련된 부제가 따르는 방식. 

소소한 에피소드가 <이야기>로 간주곡처럼 삽입되는 구성 괜찮다.

 

2 보완이 필요한 점(독자의 눈으로이런 내용은 아쉬웠다. 이런 부분은 이해가 안됐다)

두 분의 전기라 생각하고 보면 만족스러웠지만 글쓰기 책으로는 그저 무난하다.

 

3 이 책의 장점(독자의 눈으로이 부분이 이래서 좋았다. 이런 점이 이 책의 미덕이다)

글쓰기를 통해 두 분의 청와대에서의 일상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청와대에서의 연설문 작성이라는 특수한 글쓰기 상황을 간접체험 할 수 있었서 재미 있었다.

 

4 내가 저자라면 이렇게(내가 저자라면 이 책에서 아쉬웠던 점을 이렇게 해결하겠다)

저자가 이 책에서 주된 사례로 든 것은 대통령 연설문으로서의 글쓰기이다. 나라면 광고회사에서의 회외와 관련된 글쓰기를 써볼 것이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이끌어내야 하는 광고회사의 브레인 스토밍은 무조건적인 칭찬을 하는 것도 아니고, 쓰레기라며 무조건 까대는 것도 아니다. 적당히 누르고 적당히 응원하며 그 와중에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예전 보스가 이걸 너무 잘해서 언제 한번 녹음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하니 탁월한 능력이었다. 그립다. (나랑 동갑인 인도인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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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6 09:26:25 *.129.240.30

그 광고회사 보스랑 같이 한번 브레인스토밍해보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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