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 모닝
  • 조회 수 1345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8년 1월 16일 09시 19분 등록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지음/ 메디치 출판

 

저자연구

대한민국의 전 정무직 공무원 및 작가.

김대중 국민의 정부  노무현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연설 담당 행정관 및 비서관이자베스트셀러'대통령의 글쓰기' '회장님의 글쓰기'의 저자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1997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었던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 비서실에서 연설문을 담당하였다2000 청와대 공보수석실 행정관2003 대변인실 행정관을 거쳐2004부터 임기말까지 노무현 대통령 연설담당 비서관으로 재직하였다.

이 사람이 방송에서 밝힌 사실도 있지만, 김대중 대통령 이전까지 대통령의 연설 및 말씀은 너무 막중한 임무라서 연설 비서관이 아닌 공보수석(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이 담당했지만, 김대중 대통령 이후 연설문 및 말씀자료 작성업무가 연설 비서관으로 넘어오게 되었다. 연설 비서관의 거의 1세대격 인물.

 

청와대에서 다년간 대통령 연설문을 담당했던 경험을 살려 2014 2월에 《대통령의 글쓰기》를 출간했다. 우리나라의 정치풍토상 호불호가 극도로 갈리는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에 관한 책이다 보니, 출간 당시에 진보 성향의 독자들에게 잠시 주목받았을 뿐 지금과 같은 엄청난 호응을 받지는 못 했다. 그저 꾸준히 팔리는 정도였는데 2016 11 최순실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수정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것으로 촉발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어마어마한 반사이익을 받았다.  만일 이 책이 두 전직 대통령의 연설문을 소재로 한 게 아니어서 보수 성향 독자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 한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지 않았다면 이 책은 절대로 지금과 같은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키지 못했을 것이다. 대입 논술고사와 구직시 자소서 쓰는 것을 빼고는 글쓰기와 거리가 너무나 먼 우리나라의 현실 및 역시 글 쓰기만큼이나 연설이라는 것에 큰 의미나 관심을 두지 않는 풍토 등을 생각했을 때, 대통령의 연설문을 소재로 잡아 글 쓰는 법을 설명한 책이 인기를 끌 리 없다. 이렇게 잘 팔리면서 2017 5 1일부로 개정판까지 냈는데, 본인도 아이러니함을 느꼈는지 감사의 글에서 이 사태에 대한 심경을 고백했다. 제목부터가 '부디 새 정부에서는 <대통령의 글쓰기>가 잘 팔리지 않기를'(...) '최순실 씨나 박근혜 대통령에게 고맙다는 인사라도 해야 하나? 씁쓸하다. 화장실에 가서 혼자 웃을 수도 없고, 내겐 '웃픈' 현실이었다.'라나.
또한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서는 '자기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지도자와, 그런 지도자 아래서 침묵으로 자리를 연명하려 했던 참모들의 합작품이다. 말과 글이 가능하지 않은 대통령, 영혼 없이 받아쓰기만 하는 참모들 사이에서 최순실 씨는 얼마나 이 나라를 갖고 놀기 좋았을까.'라고 표현했다.

 

마음을 무찔러 온 글귀

 

P13

야구 선수는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공을 칠 수 없다.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도 딱 하나다. 욕심때문이다. 잘 쓰려는 욕심이 글쓰기를 어렵게 만든다. 그렇다면 당대 최고의 문필가였던 김대중, 노무현대통령은 욕심을 안 부렸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글에 과한 욕심이 대단했다. 두 분 모두 이 정도면 됐다가 없었다.

 

왜 힘이 들어가면 글이 잘 안써질까? 그런데 누구나 글쓰기에 대한 욕심을 부린다. 당연한 것이아닌가? 욕심이 없으면 글을 쓸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글을 쓰려면 욕심을 버려야 한다. 어렵다.

 

P15

김대중 대통령은 연설비서관실에서 감당할 만큼만 일을 맡겼다. 어느 수준까지 감당할 능력이 있는지도 정확히 알았다. 연설비서관실에서 보고한 초안이 아예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자신이 직접 작성하거나, 시간이 없어서 도저히 쓸 수 없을 경우에는 부속실에서 쓰게 했다.

 

P15

대통령은 연초부터 1년 동안의 연설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신년연설부터 시작해 3.1, 4.19, 5.18, 현충일, 광복절로 이어지는 주요 계기마다 어떤 메시지를 담을 것인지 미리부터 고민했다. 하지만 연설문은 연설이 시작되는 그 순간까지 완성되지 않는다.

대통령의 이렇게 중요했었나? 새삼 되돌아 본다. 하기야 대통령의 연설은 주요 내용이 요약되어서 주요 언론에 끊임없이 소개되고 의미를 다시 짚어 보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또 참 어이가 없는 일이 그런 일을 일개 개인(?), 한 아줌마가 했다니 어이가 없어진다.

 

P16

그러나 무엇을 쓰느냐에 대한 고민은 많을수록 좋다. 글의 중심은 내용이다.

 

P17

글의 감동은 기교에서 나오지 않는다. 애초부터 글쟁이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쓰고 싶은 내용에 진심을 담아 쓰면 된다. 맞춤법만 맞게 쓸 수 있거든 거침없이 써 내려가자. 우리는 시인도, 소설가도 아니지 않는가.

나탈리 골드버그의 주장과 같은 이야기인 것 같다. 일단 써 내려가자. 어찌되었건 중요한 건 무슨 내용이든 무조건 써보는 것인 것 같다.

 

P25

두 대통령에게는 공통점이 많다. 그 중 하나가 생각이 많다는 것이다. 독서를 하고 산책을 하며 늘 생각, 생각, 생각을 했다. 멀리 보고 깊이 생각했다. 그게 맞는지, 맞는다면 왜 그런지 따져보고 통념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려 했다.

독서와 함께 중요한 것이 사색하고 생각을 하는 것이다. 책의 내용을 나름대로 본인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사색이 없다면 읽은 책의 내용은 곧 사라져 버리는 것 같다. 그냥 머리 속에 잠시 왔다가 그냥 지나가버리는 것이다.

 

P26

먼저, 무엇을 하려고 할 때 세 번 생각한다는 것이다. 첫째, 이 일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은지 생각한다. 둘째, 나쁜 점은 무엇인지 생각한다. 셋째,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 것인지 생각한다.

 

P27

몽테뉴는 [수상록]에서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잘 생각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두 대통령의 글 쓰기힘 역시 생각에서 나왔을 것이다. 정보는 널려있다. 따라서 글감은 많다. 구슬을 꿰는 실이 필요하다. 그 실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바로 생각이다. 생각이 글 쓰기의 기본이다.

 

P28

와인이 부드럽고 깊은 맛을 내기 위해서는 숙성 기간이 필요하듯 이 글도 생각의 숙성 기간이 필요하다. 그러니 단박에 써 내려가지 못하는 것에 대해 조바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생각이 안 나면 머리 어디 쯤엔가 잠시 내 버려 둬도 좋다.

가끔은 생각이 더 이상 뻗어나가지 못할 때는 그냥 거기서 벗어나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P29

훌륭한 커뮤니케이터는 상대의 언어를 사용한다. 미디어 전문가 마샬 맥루한의 유명한 말이다. 글은 독자와의 대화다, 청중은 내 말을 듣는 참여자다. 말을 하고 글을 쓸 때에는 자기가 하고 싶은 내용과 상대가 듣고 싶은 내용 사이에서 절묘한 줄 타기를 해야 한다.

 

P35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에서 말했다. ‘말은 세 가지로 이루어진다. 말하는 사람과 말의 내용, 그리고 말을 하는 대상이다. 말의 목적인 마지막 것과 관련이 있다.’

 

P41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사형을 언도 받은 상황에서 껌 종이, 과자 포장지에 못으로 깨알 같이 눌러썼다.”

앞의 글은 노무현대통령이 남긴 마지막 글의 일부이다. 뒤의 글은 김대중 대통령의 옥중 서신 애기다. 두 글 모두 절박함이 묻어난다. 죽음을 앞둔 심정만큼 절절한 것이 또 있을까.

 

P42

노 대통령 역시 글쓰기를 위해선 세 가지가 필요하다. 했다. 독서, 사색, 토론이다. 대통령은 바쁜 청와대 생활에서도 반드시 짬을 내서 책을 읽었다. 청와대 참모는 물론 학자, 관료, 시민단체 사람들과 밤늦게까지 토론했다.


P41

창조적 아이디어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영감이나 직관과는 다르다. 죽을힘을 다해 몰입해야 나오는 것이 창조력이다. 열정과 고민의 산물이며, 뭔가를 개선하고 바꿔보려는 문제의식의 결과물이다.

결국 창조력의 생각, 생각, 생각의 결과물이다.

 

P45

엄밀하게 얘기하면 잠시 빌려오셨다. 할부 책장수에게 사셨는데 너무 비싸 반품하시겠단다. 당시는 먹고 살 거리가 별로 없던 시절이라 할부 책장수가 많았다. 반품한다는 말씀에 밤새워 읽었다. 아마도 그 책이 계속 집에 있었으면 지금도 다 못 읽었을 것이다.

그래 역시 뭔가 절박해야 한다. 절박함이 어려운 것을 해 내는 힘이 된다.

 

P46

독서는 세 가지를 준다. 지식과 영감과 정서다. 책을 읽고 얻은 생각이다. 그 중에 글 쓰는 데는 영감이 가장 중요하다.

독서와 글쓰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책을 읽지 않으면 생각을 할 수 없고, 생각을 하지 않으면 글을 쓸 수 없다. 따라서 독서 없이 글을 잘 쓸 수 없으며, 글을 잘 쓰는 사람치고 책을 멀리하는 사람은 없다.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이 그랬다.

 

P47

김대중대통령은 도저히 읽을 시간이 나지 않으면 비서실에서 보고한 책 요약본이라도 찾아 꼼꼼히 읽었다. 독서 중독인 셈이다. 휴가 때 자주 찾았던 청남대에 책 읽는 모습의 김대통령 동상이 설치됐을 정도로 휴가 중에는 독서삼매에 빠졌다. 책을 읽은 후에는 사색을 통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거쳤다. 스스로 지킬 것을 다짐한 대통령 수칙 12번이 양서를 매일 읽고 명상으로 사상과 정책 심화해야이다.


P51

글은 머리로 쓰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로 쓰는 것입니다.” 노무현대통령의 말이다. 그 만큼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야 나오는 게 글이란 얘기다. 김대중대통령은 성실과 부지런함을 유독 강조했다.

본인 스스로 그 모범이 되었다.

 

P52

노무현대통령은 1년 동안 해야 할 주요 연설에 대해 연초부터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농부가 1년 농사 계획을 짜듯이 멀리 내다보고 큰 틀에서 메시지를 배분했다.


P55

그러다가 더 좋은 표현이 생각나면 수정했다. 글을 쓰는 시간보다 이렇게 퇴고하는 시간이 더 걸릴만큼 철두철미하게 준비했다.

 

P61

이렇게 보면 두 대통령은 개인적인 메모광이었을 뿐 아니라, 체계적인 국가 기록관리의 기틀을 세운 장본인이었다. 글쓰기와 메모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나는 그것을 직접 몸으로 경험했다.

메모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고민해 봐야겠다. 나 역시 생각나는 것들을 어떻게 정리하고 기록해 놓을지 나만의 방법을 찾아 봐야겠다.

 

P62

적자생존이란 말이 있다. 적는 자가 살아 남는다. 글쓰기의 세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P68

가급적 한 가지 주제만 다루자. 이것저것 다 애기하려고 욕심 부리지 말고, 음식점도 뭐 하나 똑 소리 나게 잘하는 집을 잘 기억하지 않는가. 감동을 주려고 하지 말자. 하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힘을 빼고 담백해지자. 거창한 것, 창의적인 것을 써야 한다는 조바심을 버리자.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모방과 벤치마킹을 부끄러워 말자. 다르게 읽으면 그것이 새로운 것이다. 반드시 논리적일 필요도 없다. 진정성만 있으면 된다. 논리적인 얘기보다 흉금을 터 놓고 하는 한마디가 때로는 더 심금을 울리기도 하니까.

한가지만 본인이 이야기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 집중해서 써야한다. 다른 군더더기 없이 원 메시지에만 집중하자.

 

P71

기조는 크게 보면 두 가지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다. 바로 논리적 접근과 정서적 접금이다. 대개 지도자들은 논리적 접근을 좋아한다. 정서적인 부분은 양념 정도로 생각한다. 그런데 부처에서 올라온 연설문 초안을 보면 정서적으로 접근한 것이 많다.  2차 남북정상회담의 통일부 초안이 그랬다. 정서적으로 호소하는 글이었는데, 언뜻 보았을 때는 마음을 움직였다. 하지만 결국 그 초안을 단 한 줄도 쓰지 않았다. 대통령은 콘텐츠를 전하려고 하기 때문에 논리적인 기조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정서적인 접근으로 점수를 따야 할 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기조를 잡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글 쓰는 사람의 목적과 이유이다.

글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콘텐츠, 내용이다.

 

P74

주된 기조로 80%, 그렇지 않는 쪽으로도 20% 정도를 안배하는 게 좋다. 이에 대해 노무현대통령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모든 진실에는 흑백이 없다.”

이 문구 하나를 보고 한 동안 그 뜻을 생각해 보았다. 진실은 그냥 사실, 그 자체일 뿐이다. 진실이란 단어 속에 우리는 어떤 정의 같은 것을 생각하지만 냉정하기 생각해보니 진실이란 사실에 다른 말일 뿐이다. 말 그대로 팩트 그 자체이다. 그 자체에 흑백, 옳고 그름이 있을 수 없다.

 

P76

주제별 어록이란 책으로 가제본을 하여 대통령에게도 보여드렸다. 연설문을 쓸 때마다 그것을 찾아봤다. 모든 실마리를 거기서부터 찾았다. 김대중이란 거인의 글을 보좌할 수 있는 힘이 그곳에서 나왔다. 나는 난쟁이였지만 거인의 어깨 위에 목말을 타고 있었다.

우린 모두 선인들의 어깨위에 올라탄 난쟁이들이다.

 

P78

포털사이트의 뉴스를 클릭한다. 우측 상단의 검색을 클릭한다. ‘뉴스 상세검색을 클릭한다. 검색어를 입력하고, 하단의 칼럼을 클릭한다. 예를 들어, 도서관에 관한 글을 쓰기 위해 도서관을 검색하면 이에 관한 통계나 사례 등을 풍부하게 얻을 수 있다. 해당 칼럼이 너무 많은 경우에는 제목에서만을 클릭하면 된다. 지금도 글을 쓸 때 이 방법을 쓴 다. 거의 모든 주제에 관해 쓸 말이 준비되어 있다.

좋은 팁이다. 나중에 칼럼을 쓸 때 꼭 써 봐야겠다.

 

P85

백지에 명제들을 툭툭 던져놓고 명제와 명제 사이의 공간을 채워가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채워가다보면 한편의 글, 한 권의 책이 완성된다. 이 작업을 할 때는 우선 애기하고자 하는 내용을 경제, 정치, 사회 등으로 잘 분류해야 한다.


P95

말과 글의 성패는 첫마디, 첫 문장에서 판가름 난다. 거꾸로 애기하면, 출발에서 실패하면 독자와 청중은 떠난다. 그런 점에서 글의 시작은 유혹이어야 한다. 치명적인 유혹이면 더욱 좋다. 시작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글이 밥이 되는 전업작가에게도 그렇고, 말로 먹고 사는 정치인에게도 그렇다. 왜 그럴까? 긴장하기 때문이다.

 

P95

글짓기는 농사짓기와 같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당연히 힘들 수 밖에 없다. 욕심을 버리자. 나중에 고친다는 생각으로 일단 쓰고 보자. 시작하는 용기가 글 쓰기의 첫걸음이다. 다른 하나는 남의 눈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검열한다. 이렇게 쓰면 남들이 저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P99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 노예로 태어나 미 정부 고위직에 임명된 최초의 흑인인 프레더릭 더글러스는 1852년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에 초대되어 연설의 서두를 이렇게 시작했다. “미안합니다만, 왜 저를 불렀습니까? 저와 제가 대변하는 사람들은 이날을 경축할 이유가 없습니다.” 청중의 집중도가 어떠했을지는 굳이 그 자리에 있지 않았어도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P104

아리스토텔레스가 글의 시작은 유혹이며, 유혹은 짧을수록 좋다고 했겠는가. 정 시작할 말이 생각나지 않으면 안녕하세요로 시작하자. 꼭 멋있게 시작할 필요는 없다. 평범한 시작이 어설픈 시도보다 나을 수도 있다.

 

P105

글에서 첫마디가 길흉을 좌우하는 수가 많다. 너무 덤비지 말 것이다. 너무 긴장하지 말 것이다. 기히하려 하자 말고 평범하면 된다.”

 

P107

못을 쓰지 않고 나무를 깍아 맞춰 지은 집이 좋은 집이다. 글도 마찬가지다. 접속사를 가급적 쓰지 않는 버릇을 들이자. ‘그런데’, ‘그러나’, ‘그리고가 없으면 연결이 안 될 것 같지만, 독자나 청중은 맥락과 전체 흐름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다 알아듣는다. 접속사는 글 쓰는 사람 머리속에만 있으면 된다.

늘 고민하는 문제이다. 접속사를 안 쓰려고 하는데 쉽지가 않다. 그렇게 하려면 단문으로 써야 하는데 단문으로 쓰기가 쉽지 않다.

 

P109

이러한 명제는 신문 기사의 리드에 해당한다. 가장 좋은 것은 이 첫마디로 모든 것을 전달하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경제나 안보 관련 연설문에 이런 대목이 자주 눈에 띈다. ‘고비는 넘겼습니다.’라고 한 후에 그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잘 될 것입니다하고 앞으로의 비전에 관해 얘기하고, ‘그러나 걱정이 있습니다하고 우려하고 있는 사태에 대해 얘기한 후, ‘경제주체들의 협력이 필요합니다.’라는 당부를 하는 식이다.

 

P119

대상이나 주제에 한정하지 말고, 보다 큰 시야에서 보고 전체를 아우르는 메시지로 확장한다. 예를 들어 준공식 축사라고 할 대 해당 산업은 물론 한국 경제 전반에 관한 것까지 언급의 범위를 넓힌다.

 

P122

두 대통령 모두 인상 깊게, 뇌리에 박히는 표현을 잘 찾아냈다. 기억하는 문구 두개만 소개하겠다.

김대중대통령은 1998 10월 일본 국회 연설에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우연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 피와 땀의 결과라고 말하면서 기적은 기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겼다. 노대통령 역시 2003 4월 국회 국정연설에서 시장개혁만으로 시장은 개혁되지 않는다.”는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일상생활 속의 생각과 행동이 달라져야 시장이 달라지는 것이며,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을 위해서는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문화가 먼저 정착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던진 말이었다.

 

P123

글쓰기에서는 흔히 네 가지 표현방식이 있다고 한다. 무언가를 알리고 싶으면 설명적인 글, 주장하고 싶으면 논증적인 글, 느낀 것을 드러내고 싶으면 묘사적인 글,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으면 서사적인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글도 설명, 논증, 묘사, 서사 가운데 단 한가지 방식만으로 표현할 수는 없다. 다만, 논증적인 내용의 글을 쓰려고 마음먹었으면 과도한 미사여구를 자제한다든지, 묘사적인 내용의 글에서 강한 주장을 펼치는 것 등은 주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P131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에서 머리말-전술부-논증부-맺음말 등 4단계 배열법을 권했다고 한다. 머리말과 맺음말은 감동을 주는데 주력하고, 진술부와 논증부는 설득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감동을 주는 게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맞는 말이다. 감동을 주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P144

2004 11월 미국 LA 국제문제협의회 주최 오찬 연설문을 준비할 때였다. 단어 하나가 문제였다. 대통령은 단어 하나를 두고 고쳤다 다시 쓰기를 반복했다.

대통령은 단어 하나로도 고민한다. 머리 아픈 일인 것 같다.

 

P149

내 친구 중에 명함에 작가 아무개라고 쓰고 다닌 녀석이 있었다. 영문학과를 졸업하기는 했지만, 글은 한 줄도 써보지 않은 상태였다. “네가 무슨 글을 썼다고 작가냐?”하고 물어보면 앞으로 될 거란다. 실제로 작가가 됐다. 제목을 먼저 써 놓고 그 안에 내용을 채운 사례다.

나도 제목을 써 놓고 내용을 채워 봐야 겠다.

 

P149

책 내용이 완성되면 그때부터 적게는 수십 개에서 많게는 수백 개의 제목을 놓고 고민한다. 책 판매에 제목이 미치는 영향은 거의 절대적이기에 그렇다. 그런 점에서 제목 달기는 글쓰기의 첫 번째 순서이면서, 글 쓰기를 마무리하는 화룡점정과도 같다.

책 제목은 특히 신인들에게는 중요한 문제가 아닌가 싶다. 좋은 제목이 안 떠오른다. 나중에 고민하자.

 

P158

연설비서관실에서 보고한 초안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코멘트다. 모두 줄일 수 있으면 더 줄이라는 주문이다. 글쓰기의 기초에 대한 지적이다. 노 대통령 자신이 그렇게 글을 썼다. 처음에는 대통령 표현대로 왕창쓴다. 압축할 수 있는 데까지 압축한다. 그리고 다듬는다.

 

P159

노무현대통령은 늘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함축하는 한 단어, 한 문장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예를 들어, 인사 청탁은 안 된다는 단호함을 인사 청탁하면 패가망신한다.”는 말로, 부동산 투기 근절의지는 강남불패면 노무현도 불패다.”라는 말로 함축했다. 독자나 청중은 긴 글이나 장황한 말 속에 한 단어, 한 문장만 기억한다는 네 노 대통령의 지론이다.

 

P161

여러분 모두 승리하십시오. 최선을 다하십시오. 정정당당하게 승부하십시오. 그러면 모두 승리자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다정하고 든든한 친구가 될 것입니다. 우리 국민은 힘찬 박수로 응원할 것입니다.”

이 짧은 연설 안에 대통령은 당시 정치권과 경제계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까지 담았다. 지루하고 긴 연설을 예상했던 청중의 반응이 뜨거웠던 것은 물론이다.

 

연설을 짧을수록 좋다.

 

P162

어느 쪽이 더 좋은 연설인지, 우열이 있을 수 없다. 수사학의 대가인 키케로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글을 쓰는 사람의 스타일에 따라, 글의 성격에 따라, 그리고 글을 읽는 대상이 기대하는 바에 따라 길 수도 짧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군더더기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P167

김 대통령은 정치 9이란 별명답게 정치적 감각이 뛰어났다. 연설문을 보고하면 굵은 사인펜으로 한두 자 덧붙여서 내려왔다. 그런데 다음 날 조간신문 헤드라인은 어김없이 대통령이 추가한 내용으로 뽑혔다. 대통령이 직접 추가한 내용을 기자들이 알 턱이 없는 데도 말이다. 그만큼 김대통령은 언론이 어디에 관심이 있고, 무엇을 제목으로 뽑아야 할지를 알고 있었다.

 

P170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우리나라에는 왜 명연설이 없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게 있다. 김대중대통령의 마지막 공식 연설문의 일부다.

여러분께 간곡히 피맺힌 마음으로 말씀드립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됩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입니다. 독재정권이 과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습니까? 그분들의 죽음에 보답하기 위해, 우리 국민이 피땀으로 이룬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우리가 할 일을 다해야 합니다. 자유로운 나라가 되려면 양심을 지키십시오. 진정 평화롭고 정의롭게 사는 나라가 되려면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야 합니다. 방관하는 것도 악의 편입니다. 독재자에게 고개 숙이고, 아부하고, 벼슬하고, 이런 것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자유로운 민주주의, 정의로운 경제, 남북 간 화해 협력을 이룩하는 모든 조건은 우리의 마음에 있는 양심의 소리에 순종해서 표현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선거 때는 나쁜 정당 말고 좋은 정당에 투표해야 하고, 여론조사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4,700만 국민이 모든 양심을 갖고 서로 충고하고 비판하고 격려한다면 어떻게 이 땅에 독재가 다시 일어나고, 소수 사람들만 영화를 누리고, 다수 사람들이 힘든 이런 사회가 되겠습니까?”

 

P173

글쓰기는 나와 남을 연결하는 일이다. 그 글을 봐주는 사람이 이해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게 하고 제대로 이해시킬 책임은 쓰는 사람에게 있다. 좀 심하게 얘기하면 글이나 말은 듣는 사람, 읽은 사람 입에 떠 넣어줘야 한다. 손에 잡히도록 쥐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글을 쓸 때 중요한 것은 누가 듣느냐를 감안하자.

 

P178

그런 점에서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에 나오는 이 대목은 새겨들을 만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엄숙히 명세하기 바란다.. ‘생리적 현상을 해결했다.’고 쓰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말이다. ‘똥을 싸다.’는 말이 독자들에게 불쾌감이나 혐오감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대변을 보았다고 써도 좋다.”

쉬운 말로 쓰자! 현학적인 말을 쓰지 말자! 군더더기를 붙이지 말자!  

 

P179

단순한 것이 복잡한 것을 이긴다.’ 커뮤니케이션에서는 특히 그렇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 말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실천했다.

단순화해라. 많은 것을 전달하려는 욕심을 버려라. 한두 가지로 선택하고 거기에 집중해라.”

박학다식한 사람이 빠지기 쉬운 함정을 대통령은 알고 있었다. 최대한 절제했다. 버리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았다. 쉽지 않은 일이다.

 

P182

요점을 한 줄로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는 게 좋은 글이다. 필자의 생각과 독자의 생각이 같아야 좋은 글이다. 열이면 열 사람 모두 같은 내용으로 요점 정리를 한다면 만점이다. 2005 8월 제 60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노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크게 세 가지 분열적 요인을 안고 있습니다. 그 하나는 역사로부터 물려받은 분열의 상처이고, 그 둘은 정치과정에서 생긴 분열의 구조이며, 그 셋은 경제적, 사회적 불균형과 격차로부터 생길지도 모르는 분열의 우려입니다.”

 

P184

그러나 단순 명쾌함은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글이 명확하고 단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글을 쓰는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그래야 전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해진다. 둘째, 본질을 꿰 뚫어봐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메시지를 단순하게 정리할 수 없다. 셋째 과욕은 금물이다. 집토끼도 잡고 산토끼도 잡으려고 하면 복잡해진다. 복잡해지면 꼬이고 어려워진다. 넷째, 독자를 믿어야 한다. 믿지 못하면 구구절절해진다. 노파심은 노파심일 뿐이다.

 

P185

노무현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국무회의 자리에서 김대중 대통령에게 들은 이 한마디가 가장 감명 깊었다고 한다. “절대로 굶는 국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나이 일흔 대통령의 진정성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P193

진정성을 말할 때 놓쳐서는 안될 게 하나 있다. 자신이 빠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사돈 남 말하듯 하는 것은 진정성이 없는 것이다. 자기 희생을 전제해야 한다.

 

P208

이 세상에 글을 잘 쓰는 사람, 생각이 뛰어난 사람은 많다. 하지만 김대중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문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매일매일 이분들의 생각을 좇아간 사람만 쓸 수 있다. 그러나 스피치라이터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다. 생각이 많은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일수록 자기의 생각으로 자기 글을 쓰려고 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유시민 전 장관을 비롯해 내로라하는 문필가들에게 의견을 구하고 연설문 초안을 받아 보기도 했다.

 

P213

김대통령은 대화할 때 여섯가지 원칙을 갖고 있었다.

첫째, 상대를 진심으로 대한다.

둘째, 어떤 경우에도 아니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셋째, 상대와 의견이 같을 때는 나도 같은 의견이라고 말해준다.

넷째, 대화가 끝났을 때는 당신 덕분에 대화가 성공적이었다고 말해준다.

다섯째, 되도록 상대 말을 많이 들어준다.

여섯째, 할 말은 모아두었다가 대화 사이사이에 집어넣고, 꼭 해야 할 말은 빠뜨리지 않는다.

 

P215

대화는 얼마나 말을 잘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의 말을 잘 듣는 것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대화의 요체는 수사학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심리학에 있다. 소크라테스는 상대방의 말을 경청할 때 비로소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남의 말에 귀 기울일 줄 모르는 사람은 대화의 실격자요, 인생의 실격자다.”


P219

2000 12월 노벨평화상 수상 연설을 앞두고 연설비서관실에서 몇 차례 초안을 보고했다. 대통령은 묵묵부답이었다. 직접 작성한 초안이 내려왔다. 살아온 역정을 담고 있었다. 우리는 익히 알고 있는 얘기인지라 식상해 보였다. 그러나 노벨상 수상 현장에서의 반응은 뜨거웠다. 고난과 역경의 삶을 얘기할 때 박수 소리가 특히 우렁찼다. 참석자들은 그 사람만의 콘텐츠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감동했다.

 

P220

물론 누구나 사상가가 될 수는 없다. 철학자가 될 필요도 없다. 그렇지만 콘텐츠는 필요하다. 자기 인생에서 길어 올린 자신만의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콘텐츠는 어떻게 만드는가. 나는 인생 경경험 보잘 것 없는데 어떻게 하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독서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면? 방법은 있다. 남의 것을 훔치는 것이다. 훔치는 방법은 관찰이다. 세심하고 용의주도한 관찰이다.

자기만의 콘텐츠, 작가로서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물론 자신의 글, 내용이 우선이지만 그것 역시 자기만의 콘텐츠에서 나오는 것 같다.

 

P222

자기 콘텐츠를 만드는 데 있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모든 분야에 관심을 갖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실익도 없다. 모든 사람을 자기 편으로 만들 필요도 업다, 포기할 건 깨끗하게 포기하자.

 

P222

자기 콘텐츠는 무엇으로 정할 것인가. 누구나 애기하는 다음의 방법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첫째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다. 평양감사도 자기가 싫으면 할 수 없다. 둘째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다. 나에게 유리한 전쟁터를 놔두고 남의 땅에 가서 힘들게 싸울 필요가 있는가. 셋째 이슈가 되거나 남들이 흥미로워 하는 분야여야 한다. 남들이 봐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

 

P229

메라비언 법칙이다. 어떤 사람이 말을 했을 때, 그로부터 받는 인상은 자세와 용모, 복장, 제스처가 55%, 목소리톤이나 음색이 38%, 내용이 7%의 중요도를 갖는다는 것이다. UCLA 심리학과 교수 앨버트 메라비언의 주장이다. 이 주장에 따르면 말의 내용은 중요도란 면에서 고작 7%의 비중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93%는 이미지가 좌우한다. 이미지가 말이나 글보다 강하고, 몸이 입보다 더 많은 말을 한다는 것이다.

 

P232

진짜를 보여줘야 한다. 가짜는 금세 들통 나게 돼 있다. 만들어낸 가짜는 반드시 실패한다.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그런 점에서 두 대통령은 좋은 진짜를 가졌다. 속이 한없이 여렸다. 감동도 잘하고 수줍음도 많았다. 무엇보다 인간적이었다.

 

P242

김대중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용기는 모든 도덕 중 최고의 미덕이다. 용기만이 공포와 유혹과 나태를 물리칠 수 있다.” 글을 쓰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다. 첫 줄을 쓰는 용기, 자신을 직시할 수 있는 용기,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용기, 쓴 글을 남에게 내보이는 용기가 필요하다.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술 마시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용기, 대중 앞에 설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사랑을 고백하고 사과와 용서를 구하는 일도 용기가 없으면 어렵다. 하지만 여기서 그런 용기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양심과 소신을 지키는 용기를 말하려고 한다.

 

P247

김대통령은 대화가 틀어지는 세 가지 경우를 얘기했다. 첫째는 상대방 의견을 무시하는 것이고, 둘째는 자기 혼자 결론을 다 내버리는 것이며, 셋째는 자기 자랑만 늘어놓는 것이다.

 

P250

글은 꼭 혼자 쓸 필요 없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하지 않던가. 참여정부 연설비서관실의 독회제도를 자기가 몸 담고 있는 조직에서 활용해 보는 것은 어떤가. 그게 귀찮다면 적어도 주변 사람에게 글을 보여줘라. 글은 여러 사람에게 내돌릴수록 좋아진다.

 

P251

두 대통령의 유머감각이 남달랐다. 그들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라.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운 사람의 그것이 아니다. 장난기가 묻어난다. 무언가 재미있는 일을 찾는 악동 같다. 나아가 두 대통령에게는 특유의 아우라가 있다. 만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들뜬다. 볼 때마다 새롭고 기대된다. 한 마디 한 마디가 정말 재밌다. 상대를 배려하기 위한 마음이 느껴진다.

 

P253

찰리 채플린이라는 희극배우가 있었는데 그 사람이 히틀러를 반대하고 전쟁을 반대한 사람입니다. 그 사람이 희극배우답게 말했어요 전쟁은 전부 40대 이상의 사람만 가라. 나이 먹은 사람들이 자기들은 전쟁애 안 가니까 쉽게 결정해서 젊은 사람들을 죽게 만든다. 그러니까 나이먹은 사람들이 전쟁에 나가서 죽든지 살든지 해야 한다.”

 

P262

글을 써 놓았다면, 발표할 내용이 있다면 타이밍을 생각해야 한다, 최적의 타이밍을 찾기 위해 힘써야 한다, 그것을 포착하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성공이다. ‘타이밍이 전부다라는 서양 속담도 있지 않은가.

 

P271

무엇이 되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모든 사람이 인생의 사업에서 성공할 수 없다. 하지만 원칙을 가지고 가치 있게 살면 성공한 인생이고, 이런 점에서 우리 모두는 성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

이것을 에 대비하여 얘기해 보자. “글을 잘 쓰려고 하기보다는 자기만의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사람이 글을 잘 쓸 수는 없다. 하지만 자기만의 스타일과 콘텐츠로 쓰면 되고, 이런 점에서 우리 모두는 성공적인 글쓰기를 할 수 있다.”

자기만의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과는 구별되는 자기만의 콘텐츠

 

P279

두 대통령이 공통적으로 주문한 것이 있다. 이해하기 쉽게 쓰라는 것. 비유법 같은 수사법도 이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1999 2월 취임 1주년을 맞은 김대중 대통령은 TV [국민과의 대화]를 했다. “경기 회복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상인의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우리 경기의 현실은 이렇습니다. 차디찬 방 아궁이에 불을 지폈는데, 아랫목에선 약간 훈기를 느끼지만 윗목은 여전히 찬 것과 같습니다. 경기가 좋아지면 윗목에도 자연히 온기가 될 것입니다.”

이게 그 유명한 아랫목 위목록이다. 이 박에도 두 대통령은 알기 쉬운 표현을 위해 비유를 많이 했다.

 

P294

끝으로, 두 대통령 모두 존경하는 사람으로 링컨을 첫손가락에 꼽는다. 그러나 이유는 다르다. 김대통령은 링컨의 용서와 화해의 정신, 노대통령은 겸손한 통합의 리더쉽이 존경하는 이유다. 이처럼 두 대통령은 여러 면에서 같으면서 달랐고, 다르면서 같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 한 가지는 있다.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필력이 있는 정치인으로 두 사람을 꼽는 데 아무도 이견이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P309

리더가 되면 같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일까? 두 대통령은 리더에 관해서 또 다른 비슷한 얘기를 한다.

리더는 글을 자기가 써야 한다. 자기의 생각을 써야 한다. 글은 역사에 남는다. 다른 사람이 쓴 연설문을 낭독하고, 미사여구를 모아 만든 연설문을 자기 것인 양 역사에 남기는 것은 잘못이다. 부족하더라도 자기가 써야 한다.

연설문을 직접 쓰지 못하면 리더가 될 수 없습니다.

리더는 글로서 자신의 생각을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 누구처럼 남이 써주는 걸 읽는게 아니라 말이다.

 

내가 저자라면

 

1. 목차에 대해서

목차의 구성이 조금 불 분명한 느낌이다. 전체적인 맥락이 잘 잡히지는 않는다. 대통령들과의 에피소드 속에 글 쓰기에 노하우와 원칙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주요한 내용은 오히려 글쓰기에 대한 책이라기 보다는 대통령과의 에피소드들이 아닌가 싶다.

 

2. 보완이 필요한 점

저자가 이야기하는 메시지가 오히려 정확하게, 아니 체계적으로 전달이 안되는 것 같다. 전체적인 책의 내용은 재미있고, 읽기도 쉽고 흥미로우나 오히려 글쓰기란 측면에선 오히려 혼란스러운 것이 아닌가 싶다.

 

3. 이 책의 장점

두 전직 대통령의 글 쓰기를 통해서 일반적인 글쓰기에 대한 소개에 아니라 실제 사례를 통해서 알기 쉽고 이해하기 쉽도록 글쓰기의 기본 원리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특히 두 대통령들의 에피소드가 재미있고 두 대통령의 인간적인 면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준다. 그리고 두 대통령이 얼마나 연설문에 공을 드리고 메시지 전달을 위해서 노력을 해 왔는지를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그 노력은 결국 책을 쓰는 것과 동일할 것이다. 책 또한 어떻게 보면 메시지 전달이 아닐까 싶다. 

 

4. 내가 저자라면

글쓰기에 대한 전체적인 구성을 잡고 거기에 전 대통령에 대한 에피소드와 메시지에 대해서 추가를 하는 것이 구체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론 더 효과적이 아닐까 싶다. 

IP *.129.240.30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892 #43 어제 쓴 글이 부끄러워 오늘도 쓴다 (윤정욱) 윤정욱 2018.02.05 1243
4891 #43 그들의 생각을 훔치다(이정학) 모닝 2018.02.04 1366
4890 #43 쇠이유, 문턱이라는 이름의 기적(정승훈) 정승훈 2018.02.03 1432
4889 #40 위대한 멈춤 1_다시 멈춤, 또 다른 시작 뚱냥이 2018.02.02 1329
4888 #42 숨결이 바람될 때: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_이수정 알로하 2018.01.29 1819
4887 #42. 숨결이 바람 될 때 ggumdream 2018.01.29 1439
4886 숨결이 바람될 때 - 미완성의 인생, 책으로 삶의 의미가 완성되다 file 보따리아 2018.01.29 1956
4885 #42 숨결이 바람 될때 (윤정욱) [1] 윤정욱 2018.01.28 2977
4884 숨결이 바람 될 때 송의섭 2018.01.28 1257
4883 #42 숨결이 바람될때 (이정학) 모닝 2018.01.28 1504
4882 #42 숨결이 바람이 될 때 (정승훈) 정승훈 2018.01.27 1632
4881 # 41. 명상록 [1] ggumdream 2018.01.22 1642
4880 #41 명상록 (윤정욱) 윤정욱 2018.01.22 1368
4879 # 41 명상록(이정학) [1] 모닝 2018.01.21 1378
4878 명상록 송의섭 2018.01.21 1311
4877 #41 명상록 (정승훈) 정승훈 2018.01.21 1252
4876 명상록 보따리아 2018.01.20 1507
4875 대통령의 글쓰기 송의섭 2018.01.16 1289
4874 #40 대통령의 글쓰기_대통령에게 배우는 사람을 움직이는 글쓰기 비법_이수정 알로하 2018.01.16 1310
» #40 - 대통령의 글쓰기(이정학) 모닝 2018.01.16 1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