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의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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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플러스, 주말을 지낸 월요일 입니다. 월요일은 아무래도 좀 무겁습니다. 이번에는 명절의 기름진 음식도 있겠거니와 연휴 끝의 출근인지라 부담이 약간은 가중되네요. 그렇지만 오늘(2018년 2월 19일)은 의미가 있는 날입니다. 변경연 11기로서의 공식적인 칼럼 마지막 날이기 때문입니다. 근 1년여 북 리뷰와 칼럼을 썼습니다.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 보면 중간중간 위기도 있었고, 어떻게 그 시간을 지내왔는지 그 흔한 표현으로 꿈만 같네요. 드디어 종착역에 도달했습니다. 스스로 대견하다고 안도의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
잠시 설 연휴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본가에 다녀온 후, 쉴틈없이 분주했습니다. 그 동안 미뤄오던 집안일들을 하느라 회사에 출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명절 증후군이 며느리들에게만 있는 게 아닌 모양입니다. 어린아이를 둔 초보아빠들에게도 ‘명절 증후군이 있지 않나?’ 했습니다. 끝도 없이 집안일을 했습니다. 청소와 정리 정돈이 대부분이었는데, ‘왜 이리 미뤄둔 것들이 많았었는지’ 새삼 느껴지더군요. 그 중에 생각을 멈춰 세운 건, 여름날에 사용한 선풍기였습니다. 가을의 어느 날, ‘치운다. 치운다’하고 그 해 가을을 건너 겨울에 와 있던 선풍기. 비겁한 변명 같지만, 연구원 생활을 하신 분들은 조금 이해해 주실 것 같아, ‘주말에는 과제의 압박으로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라고 위로했습니다. 그렇지만 마음에서 나오는 쑥스러운 감정은 감추지 못하겠더군요. 베란다에 내 놓은 선풍기에는 뽀얀 먼지가 묻어있었습니다. 집안일을 제대로 돌보지 않은 제 마음처럼 차곡차곡 쌓여있었습니다.
변경연을 처음 알았던 건, 구 선생님의 「익숙한 것과의 결별」의 인연이었습니다. 책을 읽어가면서 ‘뭐야 이사람. 뭐가 이리 가슴에 들어오지…’ 였습니다. 인터넷을 뒤졌고, 변경연을, 구선생님을 조금 더 알았었습니다. 그러다 연구원제도. “나도 한번 해볼까?”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망설이고 망설였습니다. 글을 쓴다는 두려움이 있었고, 회사 생활과 병행할 자신이 없었으니까요. 미뤘습니다. ‘나중에 하면 되지’라고 늘 상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선생님의 안타까운 소식. 마음 한켠이 텅 비더군요. 꼭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는데, ‘아차!’ 싶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메일링을 통해 7기 유재경 선배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4개월여 함께한 시간. 짧다면 짧을 수 있지만 그 시간 동안 제 자신을 돌아봤습니다. 무엇에 익숙하고, 무엇이 익숙하지 않은지에 관해서 말이지요. 정신적으로 불타는 갑판에 서 있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다 다시 이어진 연구원 11기의 모집공고. ‘한번 해보라’고 재경선배께서 카톡으로 주시더군요. 다시 또 망설였습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떨어지면 어쩌지?”
‘만날 사람은 만난다’고 합니다. 노래는 ‘그리워 하면 언젠간 만나게 되는….’이라고 했습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스스로를 변화하려 노력했던 까닭에 선생님의 모습을 직접적으로는 못 뵈었어도, 선생님 곁에 들어온 게 아닐까 생각 했습니다. ‘언젠간 닦아야겠다’고 내 놓은 선풍기. ‘언젠간 함께하고 싶다’ 했던 변경연 연구원. 조금씩 늦게 완료했습니다. ‘딱 그때에 했으면 좋았었을 걸…’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더 늦지 않아 다행입니다. 살면서 미뤄둔 것들 ‘다시 한번 계획을 세우고 정리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마음에 머물렀습니다. 이제 저의 남은 과제는 책을 쓰는 일입니다. 아직 갈피를 못 잡아 흔들리고는 있지만, 조언도 구하고 현장의 경험을 더하다 보면 지금보다는 나아지리라 믿습니다. 어쨌든 또 해내야지요.
지난 1년여가 스쳐 지나갑니다. 지지해주고 응원해준 동기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주변분들 응원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정신적으로나 마음으로 늘 신경써 준 나의 아내. 연구원과정은 혼자만 할 수 있는게 아니었습니다. 모두 모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추신 : 1년여 함께한 책상앞 커리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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