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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2일 12시 44분 등록
막국수를 좋아하시나요?


막국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춘천 막국수이지만 양평에서 여주로 넘어가는 길목의 천서리 막국수도 꽤 유명하죠. 예전에는 그저 한적한 시골 마을에 불과했던 곳이 지금은 막국수로 집성촌을 이루었습니다. 작은 시골마을에 막국수집이 하나가 생기더니 그 맛이 유명해져 지금은 주변으로 막국수집이 수십 군데로 늘어날 정도로 커졌습니다.

지금은 어느 집이 처음 시작한 원조집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무수히 많은 막국수집이 생겼고 맛도 원조에 비길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너무 숫자가 많아져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서로 원조라고 주장하는 문구들이 간판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원조’, ‘진짜 원조’, ‘원래 원조’ 등으로 쓴 문구들도 가지각색이죠.

서로 원조라고 우기는 천서리 막국수촌에 새로운 간판을 새긴 막국수 집이 하나 생겼습니다. 천서리 네거리에 오픈한 집으로 100% 메밀만을 사용한다고 광고하는 막국수 집입니다. 그 길로 출퇴근하면서 처음에는 무심코 보아 넘겼는데 플랜카드에 적힌 내용이 하도 재미있어서 유심히 관찰하게 되었죠. 지금은 그 때의 내용이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

“역사가 길지 않습니다. TV에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한 번의 선택이 후회되지 않게 할 자신이 있습니다.”

등의 내용으로 길가에 플랜카드를 걸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내용을 보면서 ‘과연 저 내용을 보고 손님들이 얼마나 들어갈까?’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그 이후로 그 플랜카드는 계속해서 붙어있었습니다. 한 1년여 동안 걸려있었던 같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운 문구가 식당에 걸려있었습니다.

“TV에 떴습니다. 모 방송국 프로에 방영되었습니다.”
라고 대문짝만하게 걸려있더군요.
드디어 방송을 탄 것입니다. 방송을 탔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된 것은 아닙니다만 ‘그 식당 주인 대단하네. 결국은 해내고 말았네.’ 라는 생각이 들데요.

중앙방송의 프로에 나올 정도면 그 집의 막국수 맛은 괜찮았던 모양이겠죠. 만약 상업성으로 하지 않았다면 말입니다.

여기서 저는 다른 면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바로 그 식당 주인의 신념과 인내력입니다.
소신과 원칙의 대명사인 안철수 대표도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소신을 가지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신념만이 아니라 참을성도 있어야 한다. 주변의 평가에 일일이 다 신경을 곤두세우다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특히 그 평가가 비난이거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 경우에는 더욱 신경이 쓰인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 풀리게 마련이다.”

더구나 원조식당이 있는 곳에서 자신만의 맛으로 승부하겠다고 오랜 시간 동안 파리 날리면서 기다릴 수 있는 무모할 정도의 집념은 박수 받을 만합니다.

우리는 과연 그 주인처럼 신념과 참을성을 갖고 있을까요? 더구나 경쟁은 치열해지며 변화를 강압하는 요즈음에 말입니다. 그만큼 자신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없고서는 어림도 없는 이야기겠죠. 일단 우선되어야 할 것은 자신에 대한 믿음입니다. 자신의 인생에서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앙코없는 붕어빵이겠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사랑입니다. 몽골 초원을 달리며 나에게 나만의 기질과 재능을 주심에 감사드렸고 이제부터는 그런 나 자신을 사랑하렵니다. 자신을 믿어서 끝내 방송을 탄, 긴 시간동안 힘들었지만 불행하지 않았던 천서리의 그 식당처럼 말입니다.


추신> 9월 13일(목) -16일(일) 4일간 막국수 축제를 연다고 하니 혹시 시간이 되시는 분들은 경치좋은 남한강변을 드라이브도 하면서 초가을 아름다운 풍광도 즐기시고, 때가 되면 맛있는 막국수도 드셔보시기 바랍니다. 장소는 양평에서 여주로 넘어가는 천서리 사거리 주변(이포대교 근처)입니다. 이 글은 절대 광고가 아닙니다.
IP *.212.16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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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곤
2007.09.02 13:08:44 *.202.137.105
형, 아니 내가 막국수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고 이 점심시간에 구미를 당기는거여? 지난 번에 내가 평창으로 출장갔다 오다가 형한테 전화한 거 기억나슈? 그 때 막국수 한 그릇 할라고 한건대.
맞어, 소신없이는 장사는 커녕 자신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세상이여~
이번 글은 머리보다 입이 근질근질해서 이만...후다닥...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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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7.09.02 13:23:16 *.232.147.197
“역사가 길지 않습니다. TV에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으허허~ 그 시당 주인 솔직해서 참 좋네요. 형도 솔직해서 좋아요.
예전에 대학로에 잘 모르는 후배가 조개구이집을 한다 하여 갔지요.
ROTC를 갓 마친 우람한 체격의 믿음직 스런 후배였는데, 아 글쎄 이 녀석이 웃긴 짓을 했더군요.

앞 유리창과 유리문, 벽지, 화장실 거울에까지 커다란 글씨,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A4 한장에 한글자씩 크게 인쇄하여
"장 사 로 남 는 것 은 이 문 이 아 니 라 사 람 이 다" 라고 '상도'를 써붙여 놓았더랬어요. ㅋㅋ 그런데 정말로 한테이블 한테이블 정성스레 조개를 구어주며 이런저런 말을 붙여주고, 써비스 왕창. 아 이놈 참 진국입디다.
"이렇게 장사하니 남는게 있냐?" 했더니
"형님, 남는게 사람인데요" 하더군요.
그런 마음씨 좋은 젊은 주인 덕에 식당에 사람들이 아주 바글바글 하더군요.

안철수씨의 어려울때에도 지키는 것이 원칙이라는 말을 들으며 저는 그 장면을 떠올렸었습니다. ㅎㅎ 형도 비슷한 생각을 하셨군요.
좋은 글 잘 읽었어요. 작은 사례에서도 훌륭한 통찰을 이끌어 내는 좋은 눈을 가지셔서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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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인
2007.09.03 03:21:04 *.48.32.74
숙제 막 끝내고 출출한 참에 강한 유혹이군요..어찌하오리까?ㅎㅎ
일전에 갓 뽑아낸 막국수를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던 기억 있습니다.
기회되면 꼭 먹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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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
2007.09.03 12:20:21 *.231.50.64
이번 글은 막국수처럼 아주 매끄럽고 맛깔스러운데요~~
이글 보고 지금 아류작 잔치국수 시켰답니다.. ㅋㅋ.
우리 잔치국수집 아저씨도 신념이 있으실려나..
이글이라도 하나 뽑아드려야 할까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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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해
2007.09.03 14:38:20 *.93.113.61
병곤/ 그랬구나. 막국수 한번 같이 먹자.

옹박/ 나는 소신하면 옹박이 떠오르는데. 그리고 대박도....

향인님/ 특히 비가 오는 날이면 맛의 유혹이 더 강해지네요. 점심을 먹었는데도 출출해지네요.

소현/ 잔치국수도 맛있겠다. 나이들면서 왜 이렇게 식탐이 많아지는 모르겠다. 자꾸 배는 나오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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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 언
2007.09.03 15:11:04 *.239.142.62
와-그러고보니 정말 막국수 안 먹은지 오래되었네요. 맛깔스러운 글입니다. ^^막국수 생각에 덩달아 행복해지네요.
저는 아직 그렇게 소신있는 음식점을 보지 못했어요. 이 글을 읽고 나니 그 열정이 전해져서 가슴이 뜨거워지는것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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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2007.09.10 06:06:47 *.152.82.31
좋은 아이디어 얻고 간다.
옹박이한테도 고맙군.
짬짬이 좋은 글을 자주 올려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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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해
2007.09.10 16:49:05 *.93.113.61
오랫만에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순대랑 김밥이랑 고마왔수.
술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이 글이 도움이 되었나요? 그럼 이런 쪽으로 계속 써야 겠네.
분부대로 합죠.....
여하튼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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