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줄의 문장을 읽고 >

현대문명은 ‘존재’를 행위나 소유보다 낮게 평가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일자리를 얻고 출세하여 승승장구하고 좋은 집과 차, 돈과 주식과 금과 채권 등의 재물,

좋은 관계와 풍부한 지식을 쌓으려는 욕구가 인생의 핵심동기가 되었다.

화려한 것들과 멋진 환경의 포로가 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사회전체가, 전 세계가 이해득실을 따라 움직이는 거대한 덩어리로 변해가고 있다.

미디어는 이를 더욱 부추기고,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 부응하면서 경쟁한다.

사람들은 남에게 지지 않으려고 세력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세력가의 ‘빈객’이라도 되기 위해

인맥관리다 뭐다 하며 동분서주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다못해 기괴한 언행으로라도 남의 이목을 끌려 하는 자들이 정치판에서 횡행할 때 그것을 성공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에겐 도덕 윤리는 한물 가버린 유물이다. 인간의 존재 이유 따위는 등 뒤로 던져버린다.

이들은 자신이 필멸의 존재라는 것을 아예 모르는 양 행동한다.

이러다보니 성공을 위한 인간관계의 기술을 가르쳐주는 책들도 넘쳐난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아주 노련하게 상대의 비위를 맞추라, 상대를 현혹하라는 내용의 책이 종종 선풍적인 인기를 끈다.

‘이렇게 하면 돈을 번다’ 식으로 책을 써서 저자가 돈을 벌기도 한다.

다들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싶은 대로, 한번뿐인 인생 멋지게 살자는 것이 나쁠 리 없다.

다들 성공하고, 돈도 많이 벌어 사람들 앞에서 떵떵거리며 신나게 살아서 일회성 인생을 유쾌하게 꾸미는 거다.

단 성공한 만큼 책임질 일은 많고, 남의 눈에 뜨인 만큼 표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명심해야겠다. 

 ‘내 형제들아 너희는 선생 된 우리가 더 큰 심판을 받을 줄 알고 선생이 많이 되지 말라’ 야고보서 3:1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성공을 향해 발걸음조차 내딛지 못했다.

....

야망이여 비웃지 말라

그들의 값진 노고를

또한 그들의 소박한 즐거움과

보잘 것 없는 운명을

위세여 거만하게 웃으며 듣지 말라

가난한 이들의 짤막하고 무수한 경력을

또한 그대 교만한 이여

이들을 허물 있다 탓하지 말라

기억이 그들의 무덤에 기념비를 세우지 않을지라도

미친듯한 군중의 비열한 다툼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그들은

정도에서 벗어나는 황당한 욕심을 품지 않았고

시원한 외진 생명의 골짜기를 지난 후

늘 조용한 인생행로를 견지했다....

-토마스 그레이의 시골묘지에서 읊은 만가 중 일부

누가 누구를 어떻게 생각하고 평가하든, 누구의 눈에 들려고 눈치를 보든,  사람들은 각자에게 주어진 인생을

각자의 가치관대로 살아간다. 

다만  '여섯마리 준마가 끄는 수레를  문틈으로 보는 그 짧은 인생'에서  속이고  '사람이 사람에게 늑대가 되는'

일을 꾸미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눈에 보이는 세계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눈에 안보이는 세계의 말씀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도

개인의 선택이리라.

또 내가 보니 죽은 자들이 큰 자나 작은 자나 그 보좌 앞에 서 있는데 책들이 펴 있고 또 다른 책이 펴졌으니 곧 생명책이라

죽은 자들이 자기 행위를 따라 책들에 기록된 대로 심판을 받으니 --요한계시록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