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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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스민 문학] 허클베리핀의 모험
마크트웨인의 <허클베리핀의 모험>은 지난 <구본형의 마지막 수업>을 박미옥 연구원과 함께 쓰면서 집중적으로 읽은 적이 있습니다. 첫 책이었고, 구본형 선생님께서 마지막으로 진행하셨던 라디오 프로그램 <EBS 고전읽기>를 들으며 쓰느라 무척이나 힘든 기억이 배어있는 책입니다.
이 책에는 두 주인공이 나옵니다. 바로 술주정꾼 아버지를 피해 도망친 열네 살 사춘기 소년 ‘허클베리’와 노예상에게 팔려가기 전날 도망쳐 나온 흑인 노예 ‘짐’이 그들입니다. 1851년. 미국의 개척이 시작되고, 흑인 노예의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경제적 부를 추적하는 시기. 바로 두 소년의 여행은 시작됩니다.
허클베리는 술주정뱅이 아버지에게서 벗어나 더글러스 아주머니의 양자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철저하게 청교도적인 삶을 추구하는 아주머니의 생활에 더없는 따분함을 느낍니다. 그러던 중, 전작, <톰소여의 모험> 마지막에서 톰과 허클베리가 동굴에서 금화를 찾아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아버지가 나타납니다. 그리고는 허클베리를 때리고는 숲속 오두막에 가두고 맙니다. 그러나 그 오두막을 여유 있게 탈출하는 허클베리. 그는 무인도 섬으로 피신하게 됩니다. 거기서 허클베리와 짐은 우연하게 재회합니다. 짐도 노예상으로 팔려가기 전 탈출해 그 섬에 숨어 지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그들의 모험이 시작됩니다. 허클베리가 타고 왔던 뗏목이 부서지고 짙은 안개 속에서 서로를 잃어버리는 풍랑을 만나기도 합니다. 또 사기꾼들을 만나서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순간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재난과 재해, 그리고 사람들과의 배신을 겪으면서 그들은 서로에게 각별한 우정이 싹틉니다.
하지만, 허클베리의 마음에는 왓슨 아주머니에게 짐이 도망쳤다는 사실을 알라지 않았다는 죄책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도망간 노예를 숨겨주고, 더군다나 함께 일을 도모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회에서는 금기시 되는 시절이었기 때문입니다. 허클베리는 자신을 헌신적으로 돌봐주고 위험에서 구해주었던 짐을 배신해선 안된다는 양심과, 사회적 금기를 행하고 있다는 죄책감 사이에 잠시 방황하기도 합니다. 그는 결심합니다
“그래. 내가 지옥으로 가더라도 나는 짐을 배신할 수는 없어.”
그는 짐의 행방을 알리려고 왓슨 아주머니에게 썼던 편지를 찢어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내가 지금껏 내워온 도덕과 윤리라는 기준이, 사람들이 옳다고 믿는 사회적인 규범이, 내 양심에 비추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이런 결심을 하자, 혹인 노예인 짐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간 동반자로서의 짐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허클베리핀의 모험>은 미국 문학 중 최초로 인종차별의 문제를 전면에 부각한 작품입니다. 약 150만 명의 노예가 미국으로 팔려와 개척시대의 노동을 담당했던 것을 감안하면, 인종차별에 관한 이야기들을 다루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흑인 노예를 백인들의 재산의 일부분으로 생각했던 통념을 깨고, 하나의 인격체로 묘사한 것은 파격적이면서도 책의 제목과 같이 허클베리와 같은 ‘모험’을 강행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출간 당시, 노예제도를 당여하게 여겼던 미국사회는 원색적으로 이 책을 비난했고, 금서 목록에 올려놓기도 하였습니다.
이 책을 구본형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마크트웨인은 인종차별을 정면으로 반박함으로써 사회의 변화를 획기적으로 일으키기 된 전기를 마련했기에, 그의 작품은 여전히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변화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미시시피강을 따라 유유하게, 때로는 거칠게, 또 어떤 때는 지루하게 노를 저어야 하는 뗏목과 같은 우리 인생. 마크 트웨인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우리가 사는 시대, 우리가 속한 사회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규범과 제도가 과연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고 말입니다. 인간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가로막는 벽은 과연 존재하지 않는가 라고 말입니다.
이 무더운 여름,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고 싶을 때, 미시시피강을 따라 허클베리와 짐이 함께 만들어 내는 여행을 같이 떠나보시는 것은 어떠신지요?
정재엽 (j.chung@hanmail.net)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