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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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할 때 마다 보는 얼굴이 매일매일 변하고 있다.
60세가 넘은 후 변하는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젊었을 때는 중국 사람이냐고 할 정도로 눈 꼬리가 올라가 있었는데 이젠 수평이 되다 못해 점점 쳐져 간다.
게다가 눈꺼풀도 조금씩 내려앉아 쌍꺼풀을 덮는다.
오른 쪽 눈꺼풀이 좀 더 내려앉은 듯 하여 오른쪽 눈만 치켜 떠보니 앗! 눈 위 이마에 주름이 진다.
진퇴양난이군.
자세히 들여다보니 양쪽 눈 꼬리 위에 연하게 일자로 난 주름이 조만간 가운데서 만날 지경이 될 것 같다.
이 주름이 한 줄로 길게 될 날이 언제일까? 이런 만남은 없을수록 좋을텐데
함부로 눈을 치켜뜨면 안되겠네.
나의 빵빵했던 양쪽 볼 살은 서서히 쳐지다가 더 이상 갈 데 없는 살끼리 뭉치고 겹쳐져
입 주변에 또 다른 주름을 만들고 있다.
주름을 없애려고 웃어본다. 입술 끝도 올려본다. 처진 얼굴 살이 조금 올라간다.
조금 더 웃어보니 눈 꼬리에 여러 줄 주름이 부채살처럼 펼쳐진다.
진퇴양난이군...
심지어 가장 빵빵한 부분이 검지 두 마디 정도 크기로 꺼져 어두운 그늘까지 만든다.
왜 하필 거기가..
얼굴 살 없는 사람들은 꺼질 것이 없는 것일까? 문득 궁금하다.
사람들이 성형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드디어 이해가 간다.
운동으로 근육을 만든다는데 얼굴 운동하는 법은 무엇일까
어린 손자의 그 천사 같은 웃음에 마음이 녹는 것이 주름을 녹이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귀는 뚫지 않아서 잘했다.
구약시대에 귀걸이란 종의 신분을 나타내기 위해서였는데 나는 하나님의 종이니 귀를 뚫어도 되었겠지만
일단 아플 것 같고, 무엇보다 노인이 되었을 때 주름진 귀에 빵꾸가 나 있으면 흉할 것이다.
그렇게 버티다가 귀걸이를 하나씩 잃어버렸고, 남은 것 끼리 짝짝이로 귀걸이를 해도 아무도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없다. 설령 알았다 해도 관심도 없었을 것이긴 하지만.
손을 보니 나이를 실감한다.
그 많은 살들은 배에 뭉쳐있을 뿐 손이나 볼로 이동하지 않는다.
내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 어쩔 수 없네
가을이 지척에 와 있다.
임께서 부르시면
가을날 노랗게 물들인 은행잎이
바람에 흔들려 휘날리듯이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호수에 안개 끼어 자욱한 밤에
말없이 재 넘는 초승달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신석정
시를 읽으니 나에게도 임이 있는 듯 어디론가 달려가고 싶었는데 옆에 보니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는
남편이 있었다.
2018년의 10월 1일 속에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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