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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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화요편지 애독자 여러분!
새해 첫 주는 어떻게 보내셨나요? 계획했던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나요?
저는 지난 주 여러분께 첫 편지를 띄우고, 변화경영연구소 선배가 제안한 ‘책출간 프로젝트’에 지원했습니다. 모 기관에서 주최하는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사업 응모를 목표로 2개월간 집중적인 집필을 하는 공동 프로젝트입니다. 출간으로 이어지는 원고 만들기를 위해 제대로 쪼는(?) 역할을 하겠다는 선배의 공언은 빈말이 아니었습니다. 신청과 동시에 숨 고를 틈도 없이 주어진 과제를 하느라 위아래 입술이 한꺼번에 부르틀 지경이니까요.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이라는 제목으로 ‘행복한 엄마로 거듭나는 모성회복 안내서’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열망의 씨앗을 품은 지도 올해로 햇수로 10년차를 맞습니다. 10년을 한결같이 한 길만 팠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어느 한 순간 이 주제를 잊은 적은 없습니다. ‘행복한 엄마로 거듭나기’는 작가이기 이전에 엄마로서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화두였으니까요. 하지만 이를 책으로 펴내겠다는 의지는 날이 갈수록 희미해져가고 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출간에 대한 의지가 점점 희박해졌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컨텐츠에 대한 확신의 부족이었습니다. 살기 위한 공부였기에 멈출 수는 없었지만, 제가 찾은 답이 다른 이들에게도 적용되는지 확신이 서질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보편성을 확인하기 위해 별도로 에너지를 투입할 엄두도 나지 않았습니다. 하루하루 제 앞가림하기도 벅찬 것이 엄마의 현실이었으니까요.
다음은 ‘책쓰기’ 과정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었습니다. 5년차 즈음 스승의 유고집 <구본형의 마지막 수업>을 엮어내는 과정에서 메시지가 명료한 상태에서도 이를 대중을 위한 글로 엮어내는 것은 또 다른 도전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답답한 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발설하는 글쓰기에 익숙하던 저로서는 부담스러운 과제가 분명했습니다. 모르고 시작한 일이야 어떻게든 끝을 보겠지만, 엄마로서의 일상과 건강에 부담을 준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작업을 굳이 다시 할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다시 책을, 그것도 스스로 생산한 메시지를 담은 책을 쓸 마음을 먹게 되었느냐구요? 글쎄요. 아마도 때가 되었기 때문이겠지요? 안팎 여기저기에서 '바로 지금이야!'라는 신호가 도착합니다. 아이가 나오려고 하던 바로 그때처럼요.
그러고 보니 신기하게도 사랑으로 잉태한 아이를 몸 안에서 품어 기르는 10달의 임신기간과 영혼의 씨앗인 화두를 품고 참구하던 지난 10년이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습니다. 태아가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기 위해 꼬박 9달이 필요하듯 내면의 화두가 세상을 위한 메시지로 익어가기 위해 9년이라는 시간이 오롯이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10년차를 맞은 올해의 미션은 말할 것도 없이 출산이겠지요?
파도처럼 들고 나는 진통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절정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마무리되는 치열한 출산과정은 이번에도 어김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출산의 고통을 피하자고 달찬 아이를 배 안에 계속 품고 있겠다는 엄마가 있을까요? 게다가 때맞춰 베테랑 산파까지 나타났으니 더이상 몸을 사릴 이유가 없겠지요? ^^
여러분도 그런 프로젝트 하나쯤은 갖고 계신다구요? 그렇다면 여러분에게도 인생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면 한번쯤 마주하게 되는 고비를 넘길 수 있는 에너지가 절실하시겠네요. 그렇다면 우리 같이 읽어볼까요?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 마음을 나누는 편지 - <치열한 것은 오래 살아남는다.>*
이야기 속 고수들도 영혼의 아이를 출산하는 과정의 진통을 피해갈 수는 없는 모양입니다. 다만 그들이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 고통마저 끌어안아 사랑의 양분으로 삼을 줄 아는 지혜인 듯 합니다. 그들의 지혜를 빌어 한 고비 한고비 정성스레 넘다보면 언젠가 우리에게도 길 위의 그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될 날, 오지 않을 리 있을까요? ^^
이상 사랑을 배워 나누는 기쁨으로 살아가는 아난다 박미옥의 두 번째 <화요편지>였습니다.
* 이글은 2006년3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총 290여편의 편지를 보내주신 『나의 방식으로 세상을 여는 법』,『위대한 멈춤』의 저자 홍승완 작가의 글 중에 독자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