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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25일 23시 34분 등록
신화는 처음이시죠? - 그리스 로마 신화, 한국 신화

<어쩌다 어른>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제목이 참 마음에 듭니다. 돌이켜 보면 어쩌다보니 학교를 다녔고 어쩌다보니 어른이 되었고 어쩌다보니 부모가 되었습니다. 비슷비슷한 교육과정을 거쳐 비슷비슷한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내 길이 아닌 길을 가고 있었구나!’ 누구나 갈 수 있는 길일 수도 있지만 자신이 가야할 길은 아니었습니다.

현대사회는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사회구성원에게 ‘무한성장’이나 ‘끝없는 성취’ 같은 일종의 신화를 제시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다들 ‘무한성장’이나 ‘끝없는 성취’ 같은 주어진 신화를 받아들이니 일단 그냥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깨닫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획일화된 모토가 결코 내 자신의 신화가 될 수는 없습니다.

남과 똑같은 인생을 살아간다면 나는 없는 존재입니다. 세상이 제시한 길이 아니라 내가 찾아낸 길을 갈 때, 비로소 자기 인생을 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기 삶을 살아갈 때 비로소 살맛이 납니다. 그래서 작가 파울로 코엘료는 ‘모든 인간에겐 그만이 완성해야 할 자아의 신화가 있다’고 했을 겁니다. 자기다운 삶을 살려면 자신만의 신화를 찾아야 합니다. 자기 자신의 삶을 해석할 신화를 찾아야 합니다. 신화의 언어는 자기 삶의 의미를 밝히는 훌륭한 도구입니다.

신화의 언어는 내면의 언어입니다. 나무가 사계절을 만나 나이테가 생기듯 우리네 내면도 인생 굴절에 따라 결이 존재합니다. 신화의 언어는 내면 영혼의 결을 읽어내는 훌륭한 도구입니다. 내면의 결을 따라 가다보면 어둠과 빛을 모두 만납니다. 습관적으로 어둠에서 고개를 돌려 빛만 바라보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자신만의 신화를 찾으려는 사람은 용감해야 합니다. 자신 내면의 어둠을 직시해야 합니다. 어둠을 직시하고 직면하는 일이야 말로 자기 통합의 출발점이며 내면 치료로 나아가는 외길입니다.

‘신이 오른쪽에서 선의 날개를 펼치고,
왼쪽에는 악의 날개를 펼친 다음 뛰쳐 솟아오른다.
나도 신처럼 어긋나는 선악의 두 날개로 날 수만 있다면!’
- 니코스 카잔차키스 <오디세이아> 11편 중에서

자기 자신만의 신화를 찾아 모험을 떠날 분들을 위해 작가와 저서를 추천합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 읽기

1) 학습만화 - 그리스 로마 신화

어린이들이 그리스 로마의 신들과 영웅들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익히는 데에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만 한 게 없습니다. 여러 출판사의 그리스 로마 신화 만화 중에서 저희 집 아이들은 가나출판사의 홍은영 작가 세트를 가장 좋아합니다. 여러 출판사에서 학습만화로 나오고 있으니, 어린이를 둔 부모라면 대형서점이나 중고책방에서 아이와 함께 천천히 둘러보며 선택하기를 권합니다.

2) <변신이야기>(오비디우스)

서양 문학과 문명의 근간을 이루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총망라 버전입니다. 예전에는 이윤기 소설가가 번역한 2권짜리 민음사 책을 많이 보았는데, 최근에는 천병희 교수가 라틴어 원전으로 번역한 숲 출판사 책을 많이 보는 추세입니다.


한국 신화 읽기

1) <신과 함께>(주호민, 애니북스)

천만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로 유명한 주호민 작가의 만화 <신과 함께> 원작을 꼭 보기를 권합니다. 어린이가 읽어도 좋지만 어른이 읽기에도 충분히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2016년 여름, 일주일 동안 포항에서부터 진도까지 동해와 남해를 돌며 삼국유사로 전해지는 한국의 신화 속 장소를 찾아 가족 여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 고대의 신화와 설화 같은 우리만의 이야기들을 보존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울산에서 만난 처용암은 석유화학공장 굴뚝 숲에 둘러싸여 덩그라니 세워진 처용암을 알리는 안내판만이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오면서 결심했습니다. 두 딸이 우리의 신화를 몸소 체험할 수 없다면, 좋은 책을 찾아서라도 알려 주겠다고 말입니다. 어린 딸들에게 그리스 로마 신화만 보여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우리의 이야기를 찾아내어 초등학생 두 딸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서정오 선생의 옛이야기 시리즈가 있었습니다.

인터넷과 서점을 뒤져 삼국유사 속 신화를 소재 삼아 제작한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찾았지만 마음에 쏙 드는 작품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 무렵 인터넷에서 짬짬이 보았던 웹툰 ‘신과 함께’가 참으로 엄청난 내공을 간직한 작품이라는 것을 문득 깨달았습니다.

2016년 여름부터 시작했던 고민은 그 해 가을 총 8권의 ‘신과 함께’ 박스 세트를 구입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놀랍게도 큰아이는 아빠가 <신과 함께> 만화책 세트를 집에 가져온 날을 기억합니다. 집 앞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식탁 위에 만화책을 쌓아 놓고 동생과 함께 읽던 행복한 날을 말입니다.

2)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고운기, 현암사)

과학적 검증보다 훨씬 오래된 인류의 질문은 ‘나는 누구인가?’ 혹은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이른바 정체성을 묻는 질문입니다. 고대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개인과 공동체의 정체성은 신화와 전설 같은 ‘이야기’가 담당해 온 영역입니다. 삼국유사에는 고조선을 포함한 고대 국가들의 건국 신화 같은 강자들의 이야기 외에도 여자와 노비 같은 약자들의 이야기가 넘칩니다. 이 시대 한반도에서 태어나 살면서 ‘나는 누구인가?’ 또는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답을 찾는 이에게 삼국유사는 분명 독보적인 길잡이 역할을 담당합니다.

고운기 교수는 삼국유사에 매료되어 20년 넘게 삼국유사의 재조명 작업을 몰두하고 있습니다. 현암사의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는 고운기 교수의 해설과 양진 사진작가의 사진이 아주 잘 어울립니다.

유형선 드림 (morningstar.yoo@gmail.com)
IP *.148.21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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