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습관의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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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월의 어느 날 저녁,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7살인 둘째 딸이 저에게 달려옵니다. 그리고 제 양팔을 잡고 애처로운 눈빛을 사정없이 발사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아빠~나랑 말 타기 하며 놀자~”
저는 딸에게 "아빠 옷 좀 갈아입고 올게~"라고 애처로운 눈빛을 담아 양해를 구했습니다. 그리고 간신히 딸의 간절한 요구를 뒤로 미루는데 성공하고 옷을 갈아입고 거실 소파에 앉았는데요. 앉자마자 무언가 묵직한 것이 제 어깨를 짓누르기 시작했습니다. 네 맞습니다. 딸이 어느새 제 어깨에 기어 올라가 두 다리를 걸치고 무등을 타고 있었습니다.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죠. 그 오만 가지 생각 중에 일주일 전 동일한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그날도 어제와 비슷한 상황이었죠. 퇴근하고 옷을 갈아입고 소파에 앉자마자 둘째 딸아이가 제 어깨에 두 다리를 활짝 벌려 무등을 타고 까르르 웃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 화를 내며 못할 말을 해버렸습니다. “혜율아~너 당장 안 내려와?” 딸아이는 시무룩해져서 제 어깨에서 두 다리를 내리더니 억울했는지 울면서 자기 방으로 후다닥 도망치듯 들어가 버렸습니다. 전 피곤한 나머지 딸아이의 용기를 짓밟아 버리는 몹쓸 말을 내뱉어 버렸습니다. 이놈의 주둥이. 제 마음도 덩달아 불편해졌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저는 운명적으로 알프레드 아들러의 "인생에 지지 않을 용기"라는 책을 읽게 되었고 '나 전달법 (I-Message)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나 전달법' 이란 주어가 ‘나’인 말투로 말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여러분이 아껴 두고 먹으려던 케이크를 가족 중 누군가가 말도 없이 먹어 버렸을 때 "너무해! 왜 허락도 없이 남의 걸 먹어?" 하고 따지는 대신에 "아~'내'가 정말 먹고 싶었는데 '나'는 정말 아쉽네" 처럼 주어가 '나'인 말투로 말하는 것입니다.
이 책에 따르면, 애초에 '화'는 2차 감정이라고 합니다. 1차 감정인 '서운함', '분함', '슬픔'이 먼저 있고, 그것을 상대방이 몰라주었을 때 '화'로 바뀐다고 합니다. 그럴 때는 "왜 함부로 남의 걸 먹는 거야!"라며 2차 감정인 '화'를 전하기보다는, 먼저 1차 감정인 서운함을 ‘나 전달법’으로 전하면 효과가 좋다고 설명합니다.
'나 전달법'의 장점은 상대에게 따지고 들어 용기를 짓밟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의사를 부드럽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상대방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기 때문에 상대는 '자신의 입장이나 상황이 존중 받고 있다'라고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나 전달법’이 '용기를 주는 대화법'이라고 일컫는 것이죠.
그럼 작년 3월 어느날, 제가 제 어깨에 올라 탔던 둘째 딸에게 버럭 화를 낸 장면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제 무등을 공격해 온 둘째 딸에게 말을 할 차례입니다. 저도 배운 것은 바로 활용해 보자는 생각이 불현듯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혜율이가 아빠랑 놀고 싶구나? 그런데 지금 아빠가 회사에서 일하고 와서 조금 피곤한데 10분만 쉬었다가 놀아주면 안 될까? 아빠도 당장 혜율이랑 놀아주지 못해서 아쉽네. 하지만 혜율이가 아빠를 조금 쉬게 해준다면 아빠는 정말 기쁠 것 같아"
제 의도를 딸이 알아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딸은 순순히 제 어깨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알았어~10분 있다가 올게~"라고 말하고 언니가 있는 방으로 유유히 사라져 갔습니다.
겉으로 보면, 딸의 행동은 며칠 전이나 동일합니다. 하지만, 최소한 이번엔 제가 딸의 용기를 짓밟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 일을 계기로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가족
구성원이든 회사 동료나 부하직원이든 나의 말이 상대방에게 용기를 주는 말투인지 용기를 짓밟는 말투인지 한번쯤 생각해 본다면 우리는 좀 더 따뜻한
인간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겠다고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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