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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4일 05시 27분 등록

4_ 법륜스님 <엄마수업>

 

 

엄마는 아이에게 세상, 우주,

 

 

연애에 대한 글을 닥치는 대로 읽어댈 때가 있었다. 연애와 사랑, 그리고 결혼을 글로 배웠으니까. 연애상담으로 유명한 개인 사이트, 도서관의 연애를 주제로 하는 에세이 서가를 몽땅 읽곤 했다. 진짜 인연은 머리 많이 안 쓰고 호흡처럼온다는 말이 있었다. 그 작가님의 말이 맞았다. 결혼할 사람이 올 때도, 아이가 올 때도.

 

별 기대없이 했던 임테기에서 약한 2줄 반응이 나왔다. 최근 몇 달 간 약한 수치가 나왔다가 떨어지곤 했다. 다음 시험관 일정만 늦어지면 어쩌나. 피검결과가 1시간 반 안에 나오는 병원으로 갔다. 죽치고 기다려 1층 대기실에서 전화를 받았다. 피검수치 33.9. 가슴이 쿵쾅거리고 눈물이 났다.

 

지난 번 냉동 이식했을 때 '수치 20이상이면 혈전때문에 주사 처방을 받아야 한다'고 했던 간호사 샘이 안내했었다. 집에 돌아오는 전철 환승역에서 다니던 난임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병원으로 팩스 보내놓을테니 크녹산 처방을 받으세요." 잠시 후 다시 전화가 왔다. "원장님이 혈소판 때문에 꼭 선생님 진료를 보고 처방받으라십니다." 그 사이에 내 차트를 검토해서 적합한 지시를 해 주신 선생님에 대한 신뢰가 무럭무럭 올라온다.

 

되돌아갔다. 점심시간이라 스타벅스에 가서 기다렸다. 혈액검사 결과를 보고서 20mg, 40mg 중에서 처방하겠다 하신다. 난 단지 임신반응검사가 빨리 나와서 이 병원 왔을 뿐인데 혈액검사까지 볼 수 있구나. 우연한 선택의 혜택에 감사했다. 혈액검사 결과가 좋아 용량 많은 40mg 짜리 크녹산 하루 1개씩 7개 처방받았다. "선생님. 이 수치가 시험관, 자임 통틀어 제 인생에서 최고 신기록이예요." 동안의 선생님이 파안대소 한다. "자임이라 아주 약한 수치라고 할 수 없어요. 정확히 배란이 언제 되었는 지 모르기 때문이에요. 일주일 후에 10배 올라 400~500 정도 되면 됩니다. 긍정적으로 지켜봅시다." 프로게스테론 질정 처방받았다. 호르몬 주사인 배란억제주사를 맞았기 때문에 보충이 필요하단다. 크녹산은 주사실에서 타고, 질정은 약국에서 구입했다. 질정은 미사일처럼 생겼는데 하루 2번 넣는다. 난임병원의 주사와 약은 모두 비급여다. 약사는 질정은 녹지 않도록 냉장보관하고, 넣고 난 뒤 잠시 누워있으라고 했다.

 

의사선생님이 정확하게 다 이야기를 했는데도 걱정을 사서한다. 시험관 지식으로, 정상임신은 배란14일차에 피검수치 100이상인데, 33.9라니 낮다 싶다. 지금 보니 그냥 선생님 말씀 믿고 편안히 있을 걸 그랬다. 허나 난 난임카페에서 '낮은 피검'으로 검색해서 여러 가지 정보와 조언을 다람쥐가 도토리를 모으듯 잔뜩 주워모았다. '2차 피검에서 일주일에 10배 오르는 것이 중요하다. 이틀에 1.66배 정상적 패턴으로 오르면 된다.' '결국 배아가 건강하면 세포 분열을 잘 한다는 뜻이다. 배아가 건강치 못하면 억지로 키워봐야 임신 12주 안에 유산되는데 이것은 자연 선택이다. 건강한 아이일거라는 자신감, 배짱 가지세요.', '충분히 희망적이다. 잘 먹고 누워만 있으세요. 더 낮은 수치로 출산한 이 많다. 희망 놓치지 마세요.', '울고 있을 때가 아니예요.' '소고기, 전복 매끼 먹기, 포도즙 흡입, 가볍게 산책' 민간처방이든 심리적 위안이든 난임카페는 든든한 자조그룹이고 비빌언덕이다.

 

일주일 동안 낮은 피검수치를 올린다는 민간처방을 충실히 따랐다. 좋다는 단백질을 소고기 위주로 매 끼니 챙긴다. 포도즙을 시어머님 것까지 2상자 주문했다. 108배는 30살부터 꾸준히 해와서 하루의 준비운동이다. 임신준비하면서는 300배를 했었다. 몸이 별로 힘들지 않아 절 끊지 않았고, 산책 계속했다. 식구들이 어제 먹고 남긴 족발을 신새벽부터 주방 식탁에 앉아 뜯고 있는데 시어머님이 나오셨다. "생리할 때가 되었나봐요. 이게 왜 이리 맛있지요?" 하면서 뼈를 들고서 살을 촙촙촙 발라 먹었다. "간호하는 사람이 잘 먹어야지 간호를 잘 하지"라고 하신다. "그건 아니구요. 환자는 백혈구 만들어 내기 위해 단백질 잘 챙겨 드시고요, 저도 시험관 하려면 지금 잘 먹어두어야해요." 친정이라면, 내가 스스로 챙겨서 먹는 것에 대해 이런 알리바이를 만들지는 않았으리라.

 

거의 매일 2시간씩 낮잠을 잤다. 낮잠을 자면서도 이게 내 생애 한 번도 해 보지 못한 '임신' 때문인지, 과식후 식곤증인지, 심리적인 졸음인지 모르겠다. '임신'을 하면 황체호르몬이 늘기 때문에 그것의 영향으로 몸에 수분이 쌓이고, 졸음이 많이 온다고는 하더라. 수치가 잘 오르는지 어떨지 궁금하다. 일주일 동안 2번의 임테기를 했다. 첫 피검 때보다 조금씩 진해진다. 다행이다. 남편도 점점 진해지는 임테기를 보고 위로와 희망을 가진다.

 

이 임신이 유지된다면, 이 아이의 임신기간은 공교롭게도 시어머니의 항암치료 기간과 같이 간다. 대학병원에서의 암제거 수술, 3주 간격의 8번의 항앙주사 치료 기간, 1달의 방사선 치료는 거진 7~8개월 걸린다. 그 기간 우리는 방2개짜리 전세집에서 임시 합가를 하면서 보낸다.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집안일이 겹쳐 있구나, 사람이 제일 중하다. 아직은 눈에도 안 보일 조그만 씨앗인 이 아이의 존재는 가족을 묶어줄 것이다. 또 희망이 될 거다. 나의 임신기간과 정확히 겹침으로써 열심히 기록하기로 마음먹은 시간에는 당연히 시어머니의 항암 기록이 포함되겠구나. , 제가 두 사람의 특별한 경험을 잘 보고 기록해보겠습니다! 아니 세 사람. 이제 막 시작하는 태아, 평생 소원이던 첫임신을 한 여자인 나, 그리고 암치료를 받는 중인 70대의 몸과 25살의 마음을 가진 그녀. 모두 생명에 대한 기록이 될 거다. 기록은 기억의 주문이며 주술이며, 자신의 역사를 편찬하는 일이라고 구본형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나는 아이의 전생을 기록한다는 마음이 제일 크다. 태중에 있을 때와 만 3살까지가 전생일 거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시간. 자기점검법의 처음은 자기기록이다. 자기 강화의 효과가 있을 거다.

 

첫 피검을 하던 그 주에 시어머님은 첫 항암주사를 맞으셨다. 항암주사 맞은 직후 3일간 구토억제제를 먹는다. 5일간 호중구 보충제제를 맞는다. 백혈구 주사는 주사의뢰서를 들고 동네 내과의원에 가서 혼자 가서 맞고 오셨다. 오전에는 컨디션이 좋아서 새벽운동부터 오전 운동까지 거의 4시간 이상 걸어다니신 듯 하다. 기력이 더 떨어졌다. 아침에 일어나면 어머님께 뭘 드실까 물어본다. 죽일 때도 있고 밥일 때도 있다. 이번 주는 배추국, 콩전, 해물탕을 했다. 남편이 퇴근하면서 마트에 들러서 이것 저것 사온다. 시동생이 오는날 인터넷 레시피 보고 불낙전골을 끓였는데 양념한 소고기가 신선하지 못했는지, 평소 즐기시는 대로 청량고추 듬뿍 넣었더니 너무 매웠는지 어머님이 탈이 났다. 죽으로는 녹두죽, 김치죽을 좋아하셨다. 남편도 나도 어머님도 서로 노력하면서 그럭저럭 적응해가고 있다. 이 임테기가 정말로 임신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시험관 6차를 하면서도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는데, 어머님 항암치료로 분주한 와중에 자임으로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나? 분명 가족 모두에게 희망이 될 듯 하다.

 

그토록 염원했던 임신수치가 처음으로 나왔지만 아직 조심스럽다. 남편과 나만 알고 아직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2차 피검수치가 정상적으로 올라야 하고, 5주 아기집, 6주 난황, 7주 아기 심장소리를 들어야 한다. 염색체 이상으로 인한 초기 유산이 많은 12, 13주를 안전하게 패스해야 한다. 12주 이내의 임신유지 여부는 자연선택이라니, 사실 이미 정해져 있을 지도 모른다. 인생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이건 대외적인 것이다. 안으로는 나는 이미 이 아이를 사랑해버렸다. 법륜스님 <엄마수업>을 읽는다. 내가 태교를 한다면 제일 먼저 다시 읽고 싶었던 책이다.

 

저자 법륜스님은 그는 경주에서 1953년에 태어났다. 고등학교 1학년 때인 17살 때 도문스님을 은사로 분황사에서 출가했다. 기아, 질병, 문맹 퇴치, 인권 평화통일 운동, 생태환경 운동을 실천해오고 있다. 재가법사로 25년을 살고 난 뒤에 정식 스님의 승복을 입고 활동했다. 현재는 재가불가단체인 정토회의 지도법사로 활동중이다. 즉문즉설로 유명하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은 부처님의 대기설법 전통과 통한다. 그건 실제 삶의 현장에서 삶의 구체적인 질문, 문제를 가진 이들이 그것의 해결책을 부처님에게 질문했을 때 대답하던 방식이었다. 어쩌면 불교교리로 체계화되기 전, 부처님 생전의 모습은 모두 이런 속이야기와 의논 또는 상담의 형태였다. 예를 들면 일곱 살된 아이를 잃고서 정신이 반 나간 어머니가 자기 아이를 살리는 비방을 알려달라고 찾아왔다. 그 여자에게 알겠다. 한 번도 사람이 죽지 않은 집에 가서 겨자씨를 얻어오면 당신의 아이를 살려주겠다고 대답한다. 여자는 온 마을을 다니며 겨자씨를 수소문한다. 그러나 어느 집에나 죽은 이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여자는 아하를 경험한다.

 

난 법륜스님과 인연이 있다. 그날은 19931022일 월요일이었다. 대학교 2학년이었던 나는 실천적 불교사상강좌를 듣기 위해서 홍제동에 있는 법당에 금화터널을 지나 마을버스를 타고 갔다. 수학여행 말고는 절이라고는 처음 가보는 거였다. 현경교수님의 기독교문학은 3시간 연강이었다. 20분 정도 명상을 했다. 그 명상이 바로 고타마 싯다르타가 평생 했던 명상이라고 들었다. 고엔카 스님의 단지 바라보기만 하라명상책을 읽었고 마침 그 절에서 학교에 붙여놓은 불교 강좌 포스터를 보았다. 지하철 역 바로 옆의 낡은 건물 2, 예식장을 개조한 법당이었다. 불상은 단 한 개다. 지하는 내려가는 입구에 네온싸인이 반짝거리는 단란주점, 1층은 씽크대 가게, 2층이 법당, 3층은 공장이었다. 희안하게도 들어가자 마자 절의 냄새가 좋고, 그 공간이 마음에 들었다. 나는 저녁 무렵을 사랑한다. 그 시간에 가서일까? 채소된장국 냄새가 섞인 향 냄새도 마음에 들고, 각을 맞춰 쌓아둔 밤색과 자주색 중간 정도 되는 방석 색깔도 마음에 들었다. 화장실 가는 길에 본 세탁기 위의 문구들과 여기저기서 얻어온 듯한 냄비들과 플라스틱 엽차잔도 좋았다. 희안한 일이었다. 이유도 없이 그 모든 것에 매료되다니.

 

얼굴도 잘 안보이는 맨 뒷 자리에서 화살 이야기를 들었다. 첫번째 화살은 맞더라도 두번째 세번째 화살은 맞지 말아라, 독화살이 어디서 왔고 독과 화살의 제조자 제조법이 무언가 따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당장 해독제를 먹고 죽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 때 나는 유예된 사춘기의 어둠 제일 밑바닥에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독화살은 등에 꽂혀 있었고, 당장 해독제가 필요했다. 불교는 고통을 잘 다루는 종교라던가, 그때 내게 안성맞춤으로 필요한 것이었다.

 

이런 저런 과정을 거치면서 그 법당은 20대와 30대의 나에게 가장 큰 의미를 가진 곳이 되었다. 나는 대학생이었다가 휴학생이었다가 법당 대중이었다가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사대 졸업생이었다가 복지관 조기교육실 교사였다가 공립학교 교사가 되었다. 몇 번의 연모도 지나갔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삶의 영역이 일과 사랑이라는데 내게는 둘 다 부차적이었다. 나는 그것들이 갈라져 나오기 전의 뭔가와 씨름하고 있었다. 1회 법문을 듣다가 어떤 때는 주 6회 이상 가기도 했다. 여러 가지 수련에 참석했다. 깨달음의 장, 나눔의 장, 일체의 장, 명상수련, 백일출가. 그분이 안내하는 고구려발해유적지 답사여행, 인도불교성지순례를 다녀왔다. 재미있었다.

 

스물세살 때 수계를 받고 법륜스님으로부터 이름을 받았다. 이전의 나는 타 없어지고 새로운 내가 태어난다는 의미로 무릎으로 서서 참회진언을 외웠다. 연비를 위해 팔뚝에 붉은 향불로 상처를 냈을 때 나는 뜨겁게 울었다. 정말로 새로운 내가 태어났다고 나는 믿었다. ‘끝없는 지혜라는 뜻의 이름을 받았다. 그즈음 나는 이 입장 저입장 폭넓게 이해하고 생각하라는 개인 기도문, 생활 화두를 받았다. 두 가지가 연관되다고 어렴풋이 생각했지만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화두는 질문이다. 그 질문은 지금도 나에게 작용한다.

 

12세기의 성배신화에서 파르시팔은 기사가 되기 위해 어머니의 집을 떠난다. 스승인 구르몽에게서 기사수업을 받는다. 이미 가족 안에서 삶의 기본 각본이 형성된 뒷일테다. 스승보다 가족의 영향이 크다. 나는 아버지를 첫 번째 삶의 스승으로 생각한다. 아버지 다음의 가르침을 주는 스승님의 자리에 법륜스님이 계셨다. 20대 초반의 어둠 속에서 만난 그 분을 통해, 또는 그 분이 전해주는 것을 바탕해 나의 가치관의 등뼈와 신경망이 형성되었다.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못했으면서 강건한 체 했던 나는 아버지의 집과 스승의 사원 사이를 그네처럼 오락가락 했다. 어느 쪽에도 완전히 전념, 투신하지를 못했던 것 같다.

 

39살에 어머니 명의의 집에서 내 명의의 전세집으로 이사하면서 나는 물리적으로는 늦은 독립을 이뤘다. 혼자서 3년을 그 집에서 산 뒤에 결혼했다. 내겐 결혼식에 대한 단 한 가지 로망이 있었다. 법륜스님을 모시고 도반으로서의 결혼법회를 갖는 거였다. 못했다. 더 이상은 주례법문을 하지 않는다 했다.

 

법륜스님은 내 삶의 스승님이다. 급박하거나 중대한 삶의 꺼리가 있을 때 나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 참여하거나 그 분의 책을 읽거나 인터넷에서 듣는다. 아침마다 108배와 10분 명상으로 구성된 정토회식 생활 정진을 한다. 내 삶의 1순위가 바뀌더라도 0순위는 나를 아름답게 가꾸는 일, 아니 나를 지키는 일임을 그분이 알려주셨다. 언제나 별에 닿지 못하는 것보다 닿을 별이 없는 게 슬프다. 내겐 날마다 다시 일어나 올려다볼 별이 있다.

 

<엄마수업>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사이에 4개의 장이 있다. 프롤로그에서는 엄마는 자식에게 우주이고 세상이고 신이다고 한다. 1장은 시기별로 사랑의 방식이 다름을 말한다. 2, 3장은 구체적인 자녀교육의 질문에 대한 답을 통해 이야기를 한다. 공부문제가 제일 많고 크고 작은 어려움을 다루면서 부모일반에게 적용할 수 있는 사안을 다룬다. 4장과 에필로그에서는 엄마가 행복해야 자녀가 행복하다고 말하면서 엄마가 행복한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의 내용은 모두 원래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이나 관련 강연의 내용이었을 것이다. 2~3 페이지 마다 부드러운 색깔의 그림이 곁들여지고 행간이 넓어 술술 읽힌다.

 

프롤로그에서 여자로 사는 것과 엄마로 사는 게 다름을 말한다. “엄마는 어떤 조건에서도 자식을 보호해야할 책임이 있어요. 여자로서가 아니라 엄마로서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자식에게 엄마는 세상이고 우주이고 신입니다고 한다. 에필로그에서는 엄마가 행복해야 자식도 행복하다면서 엄마의 마음을 아름답고 편안하게 가꾸는 수행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그 사이에는 49개의 사례가 나온다.

 

그는 결혼 전에 마음을 닦고, 잉태의 순간을 잘 맞이하며, 태교를 강조한다. 3세까지 엄마가 아이를 직접 키우길 강력하게 주장한다. 그래서 무급휴직이든, 유급휴직이든 3년간의 육아휴직이 여성에게 가능하도록 제도가 뒷받침되어야한다고 주장한다. 자식에 대한 사랑에는 때가 있다는 것이다. 3년간은 헌신적으로 돌보고, 4살부터 초등학교 나이(13)까지는 따라 배우는 시기이므로 부모가 모범을 보여 기본적인 생활습관과 행동을 보고 배우도록 한다. 사춘기에는 스스로 시행착오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지켜보아 주라 한다. 그러나 불교의 5계에 해당하는 잘못을 저절렀을 때는 바르게 고쳐주어야 한다. 20세가 넘으면 정을 냉정히 끊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한다. 대학학비도 빌려주거나 자기가 해결하도록 하고, 딸이든 아들이든 집에서도 독립시키라고 한다. 이것이 그가 제안하는 시기별 양육의 원칙이다. 엄마가 자식에게 매여 살지 않으려면 자녀가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엄마의 일(영역)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자신을 행복하게 가꾸고 사랑하는 좋은 모델이 되길 권고한다.

 

법륜스님이 즉문즉설에서 제시하는 해결책은 불교의 연기법을 기반한다. 스님한테 찾아와 질문을 할 정도면 그 부모의 고충이 크다. 아이가 발달이 늦거나, 장애를 갖고 있을 때, 또는 맞고 들어오거나, 반대로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 약한 아이를 괴롭히거나, 스물여덟 살이 되었는데도 사회성이 떨어져 집안에서만 지내려고 한다거나 공부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은 아이에게 우울증이 생겼다, 뒷바라지할 형편이 안되는데 예체능 전공을 하겠다고 해서 고민한다. 스님은 그 근본원인을 찾아서 어쨎든 성년이 되기 전 아이에게는 엄마가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엄마가, 그 문제의 원인이 된 자신의 마음을 살펴 없애는 참회를 하라고 한다. 그 중에 아이의 문제를 상담하는 엄마에게 남편에게 참회하라는 해법이 자주 나온다.

 

법륜스님의 해법을 비판하는 첫 번째는 결혼을 안 해본 스님이 무슨 결혼과 양육에 조언을 할 자격이 있는가?’. 양육을 안 해본 많은 이들이 유치원 교사가 되고 간호사가 되고 의사가 되어 자신의 전문분야의 전문가로서 일하고 있다. 그는 그 나름대로의 의견을 내고 있다. 둘째, 세상 모든 것이 연관되어 변화한다는 것을 수용하는 부디스트가 아니라면, “남편에게 참회하세요,” 라고 했을 때 수용이 어려울 수 있겠다. 그러나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서 나오는 답에 대해 이해수긍하거나 효과를 보는 면이 있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있을 거다. 108배의 운동효과가 방송되면서 종교와 상황이 달라도 운동 삼아 하는 사람이 늘었다. 셋째, 강력한 비판은 여성에게 너무 큰 책임을 묻고, 비현실이고, 가부장제적인, 신념에 기반한 대안을 제시한다는 거다. 예를 들어 3년 육아휴직이 안되면 직장을 퇴사하거나 아이를 업고 출근을 해서라도 아이를 엄마가 길러야 한다고 말한다. 생애 초기 3년간의 중요성, 안정된 애착형성의 중요성 등은 모두가 공감하는 바이다. 본문에서는 이 부분이 ‘3년의 유급휴가, 아니면 1년의 유급, 2년의 복직이 보장되는 무급휴가를 줄 수 있도록 정책과 복지가 뒷받침되어야한다등으로 주장되고 있다. 저출산이 가속화되고, 이걸 해소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 이때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는 제안이라고 본다.

 

지금까지 인생에 몇 분이 스승님이 계셨다. 첫 번째 스승은 나의 아버지였다. 두 번째 스승은 법륜스님, 세번째 스승은 구본형사부님이다. 각각 20년의 차이를 두고 만났다. 나는 법륜스님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실천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내가 20대 초에 만나 가치관으로 받아들였고, 엄마수업 책에 나오는 내용은 20대 초반부터 40대 중반까지 20년 넘게 마르고 닳도록 들었던 이야기라 이미 그렇게 한다는 것이 기정사실이 되어 있었다. 비판보다는 수용의 양이 훨씬 많다. 그래서 필사를 하면서 읽었다.

 

17 엄마는 그 어떤 조건에서도 자식을 보호하는 책임이 있어요. 여자로서가 아니라 엄마로서의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자식에게 엄마는 세상이고 우주이며 신입니다.

 

143 아이에게 엄마는 자신을 보호하고 지켜주는 수호신인 거예요.

 

50 아이에게 아무리 좋은 것을 해 주어도 부모가 화목한 것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부모가 사이가 좋으면 아이는 마음이 편안해져서 세상에 나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을 얻습니다.

 

31 아이를 가진 엄마라면 무엇보다 마음이 편안해야 합니다. 남편이 어떻게 하든, 시어머니가 어떻게 하든 거기에 영향을 받지 않고 마음을 편하게 유지해야 해요.

 

15 아이가 건강하고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행복하려면 먼저 엄마로부터 마음의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불안한 여인의 마음이 아니라 내 아이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지킨다는 굳건한 엄마의 마음을 가져야 해요. 그래야 아이가 그런 엄마의 마음을 지지대 삼아서 잘 자랍니다.

 

14 부모가 아이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길은 무엇일까요? 부부가 아이를 갖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잘 해야 합니다. 부부가 서로 화합하고 사랑할 때 아이를 가져야 합니다.

 

22 아이를 잉태할 때와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그리고 세 살까지는 특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세 살 이후부터는 교육의 힘이 나타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어요. 아이가 세 살이 지나면 부모가 어떻게 가르치는가도 중요하지만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세 살 이전까지는 밖에서 주어지는 대로 심성이 형성되기 때문에 아이에게는 아무 책임이 없어요. 전적으로 부모 책임입니다. 따라서 이 때는 엄마 마음이 무조건 편안하고 부부가 화합해야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어요.

34 백지상태 같았던 아이에게 정보가 들어가서 기본 심성이 결정될 때까지 약 3년이 걸립니다. 이때 보고 들은 것이 그대로 각인됩니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옛말이 있는데 이 때 형성된 카르마()가 자기의 기본 심성이 되기 때문에 쉽게 바뀌지 않는 걸 뜻합니다.

35 이 시기에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이 키우면 그 사람이 바로 아이의 엄마가 돼요. 왜냐하면 아이는 키워준 사람을 닮게 되니까요. 내 자식이 바른 마음가짐을 가지려면 엄마가 아이에게 전적으로 집중해야 하고 엄마의 심리 상태가 편안해야 합니다.

35 아빠는 부차적 존재입니다. 아빠가 아이에게 할 수 있는 것은, 아이엄마에게 잘해서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거예요.

 

50 아이가 세 살 때까지는 애를 우선으로 해야 합니다. 그 이후에는 배우자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아이에게도 좋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남편은 아내를, 아내는 남편을 우선으로 하고, 아이는 이차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아요. 그래서 남편이 다른 지역으로 전근을 가면 무조건 따라가야 합니다.

 

53 세 살부터 초등학생 때까지는 무엇이든 배우기가 쉽습니다. 이 시기에 배운 것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터득해요. 아이는 부모를 따라 배우는 존재이기 때문에 먼저 부모가 모범을 보이는 게 가장 좋아요. 무조건 알아서 하라고 할 게 아니라 모범을 보이면서 가르쳐야 합니다. 아이와 함께 방청소도 하고 옷도 같이 개는 거예요. 못을 칠 일이 있으면 못 통을 들게 하고, 청소할 일이 있으면 걸레 쥐고 따라다니게 하는 게 배움이예요. 일을 시키는 게 아니라 따라 배우게 하는 겁니다.

 

63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조금 힘들더라도 가능하면 자녀가 스스로 경험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는 게 진정한 부모의 역할이예요. 어떤 일이든 지켜보다가 세 번, 네 번 문제가 반복되면 그때 주의를 주는 게 좋습니다. 아이가 시행착오, 즉 실패한 경험을 갖게 하고 그 과정에서 뭔가 자각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게 중요해요.

 

64 사랑은 단계별로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정성을 기울여서 보살펴 주었을 때의 사랑이 있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 정성을 들여서 헌신적으로 보살펴 주는 게 사랑이에요. 둘째 사춘기의 아이들은 간섭하고 싶은 마음, 즉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억제하면서 지켜봐 주는 게 사랑입니다. 셋째, 성년이 되면 부모가 자기 마음을 억제해서 자식이 제 갈 길을 가도록 일절 관여하지 않는 것을 중심으로 삼는 냉정한 사랑이 필요합니다.

 

66 스무 살이 넘으면 성년이에요. 성년이란 한 사람의 독립된 인간이란 뜻입니다. 뭘 하든 자기 인생 자기가 살도록 자식 일에 부모는 관여할 필요가 없어요. 장가를 가든, 혼자 살든, 스님이 되든, 사업을 하든, 취직을 하든, 유학을 가든 본인 인생이니 자식은 스스로 살 권리가 있어요. 부모라도 더 이상 간섭하면 안돼요. 자꾸 걱정하고 도와주려는 그 마음을 딱 끊어야 합니다.

 

69 딸도 스무살 넘으면 무조건 집에서 쫒아내는 게 제일이에요. 가능하면 돈은 안 주는 것이 좋고 주더라도 최소한의 액수만, 그것도 빌려 줘야 자립이 됩니다. 그렇게 자생력을 키워 주는 것이 부모가 자식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예요.

 

72 스무 살이 되면 정을 완전히 끊어줘야 합니다. 그것이 부모가 자식을 지혜롭게 사랑하는 방법입니다. 따라서 대학에 진학하면 학비를 대주지 말고 스스로 융자를 받게 하여 졸업하면 갚도록 해야 합니다. 도저히 안되면 무이자로 차용증을 써서 빌려 주고 직장에 다니면서 갚도록 하는 게 좋아요.

 

82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는 잘못임을 알려주고 지적해야 합니다.

첫째, 사람을 때리거나 죽이는 일

둘째, 남의 물건을 뺏거나 훔치는 일

셋째, 이성을 사랑할 때 성추행, 성폭행처럼 상대 의사에 반해서 강제로 사랑을 표현하는 일

넷째, 거짓말을 하거나 욕하는 일

다섯째, 술을 취하도록 마시는 일

이렇게 다섯 가지 경우 외에는 자식을 믿고 자식에게 맡기면 됩니다. 그러면 자식이 잘못될 일이 없습니다.

 

이 아이는 자신의 전 존재를 나에게 의탁한 채 나를 믿고 세상에 오려고 한다. 이 아이에게 엄마인 나는 세상의 전부이고 우주이고 수호신이다.” 한 문장을 유념한다.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는 안온하고 고요한 새벽, 법륜스님이 가르쳐주신 대로 정진으로 하루를 연다. 아무런 표가 나지 않지만 이미 엄마라는 사실을 움켜쥐는 것은 나에게 대지에 굳게 뿌리를 내리는 느낌을 준다. 힘이 느껴진다. “I’m fresh like dew, I’m blooming like follow. I’m solid like mountain. I’m firm like earth” 호흡을 들이쉬고 내쉬길 몇 번 반복하고 나서 속으로 하는 틱낫한 스님의 만트라가 잘 다가왔다. 특히 산처럼 굳건하고, 지구처럼 단단하다는 부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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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4 05:57:52 *.120.24.231

길이 줄이기에 실패했어요. 6페이지 분량입니다. 길어진 이유를 보면 임신 에피소드+시어머니 항암에피소드+ 그 주에 그 책을 선택한 이유가 2p 분량입니다.  인용문 정리도 안했어요. 일단 긴 대로 다 쏟아내서 써보려 합니다. 나중에 날리기는 쉬울 듯 한데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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