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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4일 05시 51분 등록



5<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박혜란

 

 

아이와 함께 자신을 키워라

 

 

병원에 2차 피검을 간 건 주말에 추석명절이 든 월요일이었다. 보통사람들은 ‘2차 피검을 하진 않지요. 내 경우에는 혈전 방지하는 주사를 매일 1대씩 자가주사해야했어요. 임신진행 여부에 따라 일주일치 주사를 탈지 말지 결정해요. 채혈 후 기다리는데 결과 나올 때까지 일이 손에 안잡히더군요. 운동회 백미터 달리기 출발 할 때 화약총 쐈어요. 심장소리가 쿵쿵 들리던 그 때의 느낌보다 더 심장이 나댔어요. 10배만 올라라 기대했어요. 오 마이 갓! 피검 수치가 일주일만에 1900으로 56배 상승했어요. 이정도면 아기집 볼 수도 있다고 초음파 하자 하셨어요. 안 보였어요. 매일 나오라고 하시네요. 멀면 가까운 병원 가도 된다는데 "여기가 마음 편해요." 했습니다.

 

아기집이 보일 수치에 안 보이니 '혹시 자궁외?' 불안이 올라왔어요. 남편에게 전화 걸었어요. 그는 다만 기뻐했어요. "세계신기록에 감사하자, 걱정하려 들면 끝이 없다. 모두 우리 운명일테니 기뻐하고 축하하고 오늘만큼 감사하자. 긍정적으로 보자, 화이팅! 집 생각 말고 맛난 거 먹고 놀다 들어오라고 합니다. 태아를 키우는 데는 소고기! 패밀리레스토랑 첫손님으로 함박스테이크 주문했어요.

 

다음날 남편 형제는 시어머님 모시고 종양내과 주치의를 만나러 가고, 혼자서 난임병원에 갔어요. 나도 생애 최초로 아기집을 보고, 초음파 사진을 받았어요. 아기를 기다리는 대기실분들 마음 아프지 않게, 초음파사진은 가방에 넣었다가 식당에서 찬찬히 보았어요. 눈물이 저절로 흐르더군요. 남편이 나와 같이 왔으면 좋았을 걸 쓸쓸한 맘이 들었어요.

 

추석 명절에 무리를 하면 안될 것 같아, 시어머님과 친정엄마한테 알렸어요. 두 어머니는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하셨어요. 그깟 매년 장만하는 명절음식  하나도 안 중요하다, 조상님들도 다 이해하실 거다, 다 사와라 깔끔히 결론냈어요. 집 어른이 병중이면 제사나 명절 안 쇠기도 한다고요. 두 어른한테 말씀드리자 어머니들의 사랑과 배려가 내 안으로 강물처럼, 햇빛처럼 흘러드네요. 미리 다녀가시는 고모님네 식구들한테 잔치국수 대접할 때 나는 가만히 있으라며, 항암주사 맞고 온 어머님이 나서서 국수삶고, 남편이 고명을 볶았어요. 추석맞이 시아버님 납골당 성묘 가서는 시어머니가, 겨우 아기집만 지어놓은 아이를 위해 두 손을 비비면서 지켜주십사빌었고, 나도 속으로 무사히 아이를 안게 되길 빌었습니다. 빌 수 있는 데는 신이고, 부처님이고, 조상님, , 나무 할 것 없이 다 빌고 싶었어요.

 

내 경우에는 5주에는 전반적으로 식욕이 항진되었어요. 특히 고기가 좋았어요. 평소에는 절대 주문하지 않는 제육볶음을 일주일에 2번 먹었어요. 한 번은 어머님더러 올라오시라 해서 같이 남산도서관 제육볶음으로요. 새벽 6시에 평소 식성이 아닌 래어로 구워서 소고기를 혼자 먹은 날도 있어요.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임산부의 입맛이 아이의 취향을 반영한다면 이 아이는 고기를 좋아하나 무엇이든 임신을 참조하며 해석하려는 경향이 등장했어요. 혹시나 난황이 보일까 추석 명절 전날에도 문여는 동네 부인과에 가서 초음파 보았지만 허사였어요.

 

친정에 내려가는 것도, 음식장만에도 열외가 되어서 명절연휴에 시간이 많이 났어요. 여성학자 박혜란씨의 에세이 두 권을 뒹굴거리면서 읽었네요.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입니다. 나에게는 저자 박혜란씨보다 그의 아들인 가수 패닉 이적이 더 친숙합니다. 96년에 초판이 나온 이 책은 20년 이상된 육아서의 고전입니다.

 

박혜란씨의 책에서 마음이 많이 머물렀던 것은 세 가지였어요. 첫 번째는 육아를 위해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다시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게 된 성공경험입니다. 두 번째는 그녀의 육아법이요. 세 번째는 이분의 이야기를 나에게 적용할 수 있는 부분과 이건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 싶은 부분이 두어 개 있었어요.

 

저자는 서울대 독문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68년부터 6년간 신문사 기자를 했어요. 3년반은 자유롭게, 9개월은 임산부로 일하고, 첫아이를 낳고 2년간은 워킹맘이었어요. 그 시절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다고 했어요. 들어보면 짠합니다. 남편은 군복무중이었고, 아이 낳는 지 20일만에 출근하면서, 신생아는 입주도우미에게 맡겼어요. 처음 온 이는 알코올중독자여서 퇴근하면 술냄새가 났고, 두 번째 온 사람은 남편에게 맞고서 집을 나왔다가 다시 돌아가느라 그만두었고, 세 번째는 시어머니 소개로 먼 친척뻘 아주머니를 구했다고 했어요.

 

첫째 2살 때 둘째를 출산하면서 결국 사직해요. 2년 터울로 셋째를 낳고, 셋째가 초등학교 들어가는 8살까지 전업주부로 10년 지냈어요. 다시 사회로 나오려할 때는 39살이었어요. 여성학 대학원을 다니는 걸로 출발했어요. 석사 이어서 바로 박사까지 공부를 했는지는 책 날개 저자소개만으로는 모르겠어요. 그녀의 책마다 나오는 취업주부 4, 전업주부 10, 파트타임 주부 30여년의 내용입니다.

 

저자가 여성학을 공부하고 난 뒤에 쓴 책 <삶의 여성학>93년 출간 직후에, 내가 대학생 일 때 읽었어요. 우리는 구면이었군요! 이후 책이 여성’, ‘결혼’, ‘육아’, ‘나이듬이라는 키워드를 갖고 계속 나옵니다. 책들은 엄마의 정진과 성장을 증거합니다. 나이듦에 대해서는 50, 60대에 에세이를, 소설로도 써냈어요. 발랄한 글을 쓰고 여전히 도전하고 배우는 중인 생기있는 70대 할머니로 살고 있어요. 뮤지컬이나 연극을 해보고 싶다는 꿈을 꾸고요. 그녀의 롤모델은 소설가 박완서씨였어요. 다섯 자녀를 기르고, 하루에 연탄 15장을 갈면서 40살에 소설가로서 입문해 이후 돌아가실 때까지 꾸준히 소설을 썼던 박완서씨가 39살에 다시 시작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박혜란씨 역시나 롤모델이 되고 있어요.

 

나는 전업주부 시절을 경험의 창고로 삼아 새로운 이력을 만들어간 과정에 주목해요. 대학 4년 내내 연극반이었고, 재미에 충실하다고 스스로 밝히는 그녀가 청사진을 가지고 논리적으로 선택했는 지는 알 수 없어요. 그녀의 과정은 1인기업가 로드맵을 다룬 1인회사연구소의 수희향소장의 책에서 다루는 과정을 충실히 따르고 있습니다. ‘1인기업가는 요즘 새로 생겨난 개념입니다. 여성학 대학원을 가기로 선택한 것은 참으로 적절하구나, 독문학 석사학위가 이미 있었지만 여성학 공부를 해서 그녀는 경험과 함께 이론을 겸비한 이 분야 전문가가 필요로 하는 이력을 확보했어요. 3년 정도의 대학원 시기는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인큐베이터가 되어주었을 겁니다. 한편 세 자녀 모두가 초등 고학년 이상이 되도록 기다려주는 기간이 되었을 겁니다. 자기 관심과 전문성을 드러내는, 대중을 독자로 하는 여성학 책을 출간합니다. 이후에는 작가, 강연가로 살아갑니다.

 

여기서 엄정한 현실을 주지시키는 사실이 있습니다. ‘여성학은 거들뿐, 그녀를 전국적인 강사,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든 결정적인 것은, 세 아들이 모두 서울대에 갔고, 그걸 책으로 냈다는 것이었어요. 공동육아 관련한 교육운동을 하고 있던 저자가, 성공을 서울대에 가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로 밥 벌어먹는 것이라고 반복해서 말하고 있는데도, 그녀의 책을 집어들게 하고, 강연에 가게 하는 것에는 자식 잘 기른 것=좋은 대학 보내는 것이라는 동시대의 암묵적인 동의, 현실에 기반한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과연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싶어요. 이제 콩만한 태아인 아이를 두고 대학입시까지를 생각해야하나, 자식이 좋은 대학을 가고, 남들이 선망하는 직장을 가져야 나의 육아는 성공이라고 세상이 보는 건가, 마음이 무겁고 힘들어질려고 했어요. 결론부터 말한다면 과외 한 번 시키지 않고 세 아들을 서울대에 보내고, 창의적인 직업을 갖도록 키워낸 공부 비법 같은 게 있을 리가 없고, 자신은 서울대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말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여성들이 성공적인 할머니의 조건으로 생각하는 것들도 구현하고 있습니다.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책에서는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이후 10년간, 세 아들은 장가를 갔고, 손자 손녀가 6명인 할머니가 되었고, 손자손녀를 데리고 주말마다 아들의 가족들이 찾아오고, 며느리는 아들이 없더라도 시댁여행에 아이들을 데리고 온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엄친아, 엄친딸이 모든 아들과 딸의 비교대상이라면, 그녀는 정말로 놀라운 엄친엄’ ‘엄친할인 거지요.

이제 그녀가 말하는 육아법을 살펴봅니다. 육아는 전업맘이든 워킹맘이든 엄마이길 선택한 여성 모두의 제일 큰 숙제일 겁니다. 일단 짚고 갈 것이 있어요. 박혜란씨의 셋째 아들이 대학에 간 후에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책이 나왔는데 96년 초판이고, 10년 전업주부를 마친 39살에 대학원 시작했다는 이 책의 정보를 이리저리 끼워맞추면 46~47년생 즈음의 나이입니다. 딱 우리 부모님 연배입니다. 이 육아서는 우리 엄마아버지가 이미 40대인 나와 내 형제를 키우던 시절의 이야기라는 겁니다. 그녀와 우리 부모님이 아이를 키우던 때와 현재 내가 육아하는 환경은 달라졌습니다. 지금도 적용가능한 굵은 원칙을 분별해낸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자연스럽게 떠오른 질문입니다. 내가 구한 책은 3판입니다. 50쇄는 나간 베스트셀러이고, 책이 나온지 20년동안 꾸준히 나가는 스테디셀러입니다. 그만큼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책 제목이 육아비법을 잘 요약하고 있어요.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저자가 넌지시 책 내용을 요약해 놓은 서문을 꼼꼼히 읽어봅니다.

 

내가 이 책에서 줄곳 하고 싶은 말은 딱 한가지다. 아이들을 키울 생각을 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키우면서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그저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아이도 행복하고 부모도 행복하게 되더라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육아처럼 즐거운 일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초판 서문)

 

‘10년 전 처음 이 책을 냈을 때보다 지금 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아니,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감이 점점 커져간다. 키워보면 분명히 안다. 아이들을 키우려 애쓰지 마라, 아이들은 스스로 자란다, 그들은 믿는 만큼 자라는 신비한 존재니까..아이를 키우려 애쓰지 말고 당신 자신을 키워라, 그거야말로 일거양득, 아니 일거삼득이다, 아이와 엄마와 사회가 함께 행복해지는 가장 간단한 길이다..;아이를 잘 키운다는 건 어떤 대학을 보냈느냐가 아니라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거니까...아이들은 힘이다,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부모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잘 키우겠다고 너무 오버하지 말자(2판 서문)’

 

아이들은 믿는 만큼 자라니 제발 풀어주세요...여러분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세요.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큰 축복이랍니다. (3판 서문)’

 

저자가 전국 강연을 가서 만나보면, 사람들이 이 책에서 제일 감동받는 부분은 의외의 두 가지였다고 해요. 바로 청소를 포기하기로 했다는 것과, tv를 보더라도 식구들이 어딘가 몸을 밀착하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어질러져 있는 것이 창의성에 도움이 된다는 것 말고, 청소를 다룬 글에서 나는 다른 부분에 눈이 갔어요. 청소 때문에 깔끔떨지 않으니 그녀의 집을 친척도, 친구들도 아무 때나 가도 좋은 곳, 부담없이 들르는 곳으로 생각하고, 동네 놀이터였다는 점입니다. 엄마아빠가 책을 좋아하니 어디든 책이 쌓여있고, 사람들이 쉴 새없이 들고나는 동네 사랑방 같은 집에서 자랐으니 풍부한 환경이었겠어요. 현관 가득 신발이 놓여있고, 방마다 많은 아이들이 놀고 있고, 설거지를 쌓아두더라도 아이들과 몸을 던져 총싸움을 신나게 하는 엄마라니! 지칠 때도 있지만 아이를 키우는 것이 재미있었다는 엄마가 아이를 길렀어요.

 

이 엄마뿐만 아니라 천상 박씨네’, ‘코끼리 발바닥이라고 서로를 놀린 것처럼 부부가 정서가 안정되어 있었어요. 엄마의 정서적인 안정에 대한 부분에 대한 언급은 적습니다. 타고난 모양입니다. 나는 이 부분에 제일 관심이 많습니다.

 

공동체의 규율을 지키도록 엄하게 가르칩니다. 큰 아들이 10살 때 놀러온 이웃 아이를 울렸을 때 비오는데도 나가겠다고 하는 아이를 잡지 않아 첫 고집을 꺽어버린 일화가 있어요. 책은 많이 사서 쌓아놓았지만 공부를 강조한 적이 없었어요. 첫째에게 한글을 안떼고 이름자만 쓰고 초등학교를 보내고, 선생님한테 아는 건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라고 합니다. 아들들이 자라서 엄마가 모르는 것을 질문하기 시작하자, 엄마를 대상으로 설명해서 스스로 자기의 오류를 찾아냈다고 하고요. 과외를 시키지 않고, 촌지를 주지않고 치맛바람을 일으키기는 커녕 학교에도 잘 안갔다고 합니다.

 

그녀의 육아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자꾸만 우리 부모님의 육아를, 내가 자라던 어린시절을 생각했어요. 우리 부모님의 내버려두는 육아를 가지고 우리는 지 혼자 알아서 컸다.’고 생각해왔었어요. 이렇게 유명한 작가, 강연가가 밝히는 육아법과 비슷한 것이 아주 많았어요. 과외, 촌지, 학교 치맛바람, 그런 거 아예 없었고, 자기 공부 자기가 알아서 하는 거고, 대신 선생님 눈을 계속 쳐다보라는 단 한 마디 했어요. 이름 석자만 쓰고 초등학교에 들어간 것이 바로 나였어요. 공부하라는 말 한 번도 들어본 적 없고, 촌이라서 주지교과는 물론 예체능 학원도 다녀본 적 없네요. , 4형제 중 밑의 둘은 태권도 학원을 다녔어요. 서울대는 한 명도 가지 못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다 대학 가고, 자기 좋아하는 일 하면서 밥 벌고, 식구들과 살고 있어요. 엉뚱하게도 나는 박혜란씨의 책을 가지고 우리 부모님의 육아가 시시한 것이 아니라, 괜찮은 것이었구나 싶었어요. 그렇다면 그걸 삶으로, 몸으로 경험한 나도 영 엉뚱한 것을 주지는 않겠구나 안도감이 들었어요.

 

그녀가 드러내놓고 자랑하지는 않았지만 저절로 알게 되는 미담류가 있습니다. 그녀의 노력이었을 거고, 그 가정과 아이들을 든든히 지탱하는 기둥이 되어주었을 겁니다. 반신불수로 대소변을 받아내야 하는 시어머니를 2달간 방 2개짜리 집에 모셨다는 이야기가 끄트머리에 숨어있어요. 둘째를 낳고 직장을 그만둔 즈음이라고 하니 그녀는 3살짜리 아이와 신생아 2아이를 키우는 와중에 시어머니까지 방 2개짜리 집에 모시고 2달간 지냈다는 말입니다. 똥기저귀를 세 사람 것을 갈고 빨래하면서요. 그녀는 효부상을 받았다고 해요. 나중에 노인대상 강연에서 한 말을 보니 시어머니가 곧 돌아가시겠지 생각하고 잘 했다. 그런데 93세에 돌아가셨다고 했어요. 너의 은혜를 갚겠다며 고마워하셨던 시어머니는 그녀가 다시 사회로 나가려 하자, 김치를 담아주고 밑반찬을 만들어주는 지원군이 됩니다.

 

또 남편에 대해서 허용적입니다. 산업역군으로 일하느라 평소에 거의 부재했습니다. 집에 있을때는 잠만 자는 지극히고 평범하고 평균적인 남편의 모습을 보여주었고요. 가족들을 데리고 놀러다니거나 외식을 가는 것도 아니었어요. 육아와 집안일에 거의 참여하지 않는 남편에 대해서 투닥거리면서 싸우긴 하지만 크게 원망하거나 분노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그녀는 남편이 잘 자는 아내더러 천상 박씨네라고 해도, ‘당신은 코끼리 발바닥이라고 대응하며 별로 상처받지 않아요. 아이들이 잘 생겼다고 아빠 닮았냐고 하는 택시기사의 말에도 별로 기분이 상하지 않고요. 똑똑하면 엄마 닮아서 그렇다고, 성격이 좋으면 아빠닮아서 그렇다고 부부가 서로 상대를 칭찬해줍니다. 부재한 남편에 대해 아내가 그닥 분노하고 있지 않고, 힘들어하지 않으니, 아들들은 아버지를 좋아하고 존경합니다. 아들들을 데리고 남편 험담을 할 수도 있었는데 그녀는 그렇게 힘들어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요?

 

남편없이 아이 셋을 엄마 혼자 기르는 것은 불가능할텐데요. 독박육아였던가 하면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요. 주변 공동체가 아직 살아있던 시절입니다. 친정, 시댁이 모두 멀리에 있는 건 아니었고요. 남편이 막내고, 둘째 동서가 시어머님과 같이 살았는데, 시어머니가 같은 아파트 건너 동에 살았다니, 시댁 동네구나 싶어요. 여고동창들이 같은 아파트 단지에 여럿 살고 있었고 아이들이 모이면 열 명이 넘었다니, 가까이 살았던 동창도 3~4명 되나봅니다. 요즘 아이를 키울 엄마들은 지지할 공동체가 저절로 주어지지 않으므로 애써서 셋팅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어요.  독박썼다와 비슷한 어감의 독박육아로 그 공포와 어려움을 표현합니다.

 

내가 의구심이 들었던 부분이 있어요. 엄마아빠가 워낙 정서가 안정되어 있었다, 전업주부든 취업주부든 아이를 기르는 엄마아빠가 안정되어 있다면 아이들을 잘 자란다. 만약에 자신이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웠어도 아이는 잘 자랐을 것이다 부분입니다. 그녀의 정서적 안정감이 부럽습니다. 이 부분이 나와는 가장 많이 다릅니다. 나는 생래적인 안정감이 없으므로, 후천적인 안정감을 장착하기 위해 매일매일 개인정비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입니다. 모든 것의 근본이 되는 생애 초기 애착을 잘 형성하기 위해서도,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가기 위해서도요.

 

각 꼭지마다 시작부분에 놓여있는 사진을 보면 너무나 아이들이 사랑스럽고 멋집니다. 그녀는 세 아이들이 모두 대학을 간 다음에 육아기를 쓴다면서 그때그때 기록해 놓지 않은 않은 걸 아쉬워합니다. 나는 육아의 기록을 그때 그때 해야겠구나 싶어요. 요즘은 훨씬 쉬워요. 핸펀으로 사진을 찍어도 되고요. 개인 SNS에다가 간단히 기록해도 되고요.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이득은 너무 잘 하려고 부담을 갖지 말라는 것입니다. ‘아이를 믿어라, 아이는 스스로 자기 길을 찾아간다. 옆에서 따뜻이 지켜보고 거들어주면 된다. 엄마가 자기 자신을 계속 성장시키면 된다.’고요. 나에게는 너무 잘해보려고 욕심부리고 부담 느끼는 것이 있어요. ‘자기 좋아하는 일 하면서 밥 벌어먹고, 행복하게 살면 그만이 육아의 목표를 요약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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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4 05:59:12 *.120.24.231

'~하다' 체가 아니라 '~해요' 체로 써보았습니다. 저한테는 대화하듯 하는 '해요, 합니다'가 더 익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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