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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7일 15시 33분 등록
"생각하는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 폴 발레리

생각하는대로 사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정말 쉽지 않습니다. 
사실 사는대로 생각만 하는 것도 쉬운게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사는대로 삽니다.  
오스카 와일드는 "산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연명할 뿐이다"라고 말한바 있습니다. 폴 발레리는 사고의 한계가 결국 자신이 구축해놓은(실상은 타력에 의해 구축된) 습성과 환경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물살에 몸을 맡기는 것은 죽은 물고기입니다. 자신의 의도가 아닌 타인의 생각과 의도에 얽매이는 삶을 경계하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그냥 그렇게 물살에 휩쓸리며 하루하루를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그냥 물결에 몸을 맡기면 편합니다. 레온 페스팅거의 말처럼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이 아닌 남의 생각대로 살고 있는 것은 수많은 변명으로 충분히 합리화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각각의 모든 인생은 전인미답이므로 삶의 한 모퉁이에서 맞닥뜨린 역류와 장애물에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다른 사람이 운전하는 수동변속기어 자동차를 얻어타고 가는 것과 같습니다. 남의 운전스타일, 기어변속타이밍은 나의 몸에 맞춰져 있지 않습니다.  저역시 지인이 운전하는 수동기어 자동차를 얻어 탔다가 멀미가 났던 경험이 있습니다. 주도성을 잃어버리면 커다란 톱니바퀴에 물린 작은 톱니바퀴가 되어 살아가야 합니다. 작은 톱니바퀴에게 의지는 허락되지 않습니다. 오직 다른 바퀴에 맞물려 돌아갈 뿐입니다. 돌아가는 속도, 그리고 돌아가는 방향 그 어느 것도 선택할 수 없습니다. 기계가 멈추는 그 날까지 돌고 또 돌아야 합니다. 

주도적으로 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두려움이 우리를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습니다. 이불 밖은 무섭습니다. 해보지 않은 것들에 겁부터 납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시도를 무력화시킵니다. 가지고 있는게 쥐뿔밖에 없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두려움은 의욕을 망가뜨립니다. 자기 합리화의 결과는 무의욕입니다. 결국 무의욕의 이면에는 두려움이 굳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이 말한대로 '소심한 영혼은 외부 세계로 나오는 재생을 경험하지 못 하는' 것입니다. 끝내 두려움은 우리가 미처 드러내지 못했던 무한한 가능성을 깨닫지 못하게 만듭니다.

오랜 옛날에는 어느 나라이건 간에 신분 및 사회계급의 한계때문에 주도적으로 살기 어려웠습니다. 한 인간의 운명이 군주나 귀족, 대갓집 양반의 손에 좌우되다가, 종교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간의 운명은 오직 신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믿음이 세계를 지배했습니다. 인간 스스로가 자신의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믿음은 르네상스에 와서야 보편성을 획득합니다. 르네상스에 이르러서야 스스로의 정신과 육체에 대한 책임이 각 개인에게 있다고 믿게 됩니다. 인간이 객체(신본주의)에서 주체(인본주의)로 바뀐 것이 르네상스의 핵심입니다. 15세기 피렌체의 철학자였던 바티스다 알베르티는 최초의 르네상스인으로 후대에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가 최초의 르네상스인이라 불릴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알베르티는 '삶이란 어떤 일이 벌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하는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명목적인 신분제는 없지만, 우리 시대에도 구조적 문제들은 여전합니다. 사실 금수저, 흙수저 논란은 인간이 사회를 이루고 부를 축적하면서부터 계속되고 있는 문제입니다. 하나의 인간이 스스로 주체가 되어 자기자신을 계몽한다는 것은 사회의 불합리함에 무너지기 십상입니다. 자기계발이 아닌 사회의 구조를 변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이들은 당신이 못 사는 것은 열심히 살지 않아서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폐해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맞는 얘기일수 있습니다. 또한 틀린 이야기일수도 있습니다. 불합리함은 내부에도 존재하고 외부에도 존재합니다. 어느 한쪽의 문제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나를 바꾸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바꿀수 없습니다. 자기혁명을 이루지  한 자가 사회를 혁명할 수는 없습니다. 자신의 일조차 주도적으로 처리하지 못하는 사람이 사회의 변혁을 부르짖는 것은 고작 불평불만의 토로에 지나지 않습니다. 자신만의 세계관과 확고한 철학이 없다면 다른 이들에 만들어놓은 세계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자신만의 철학은 오랜 주도성의 결과로 견고해지는 것입니다.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자기혁명은 지난한 투쟁을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그 시작은 단순합니다. 주도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겠노라고 결심하는 것입니다.

이미 학습된 무기력에 익숙해져 있다면 시작함에 더 많은 노력이 들것입니다. 비행기는 이륙할 때 가장 큰 동력을 필요로 합니다. 그전에 해야 할 일은 격납고에 처박혀 있는 비행기를 활주로로 옮겨놓는 것입니다. 익숙한 무기력과 습관이 된 관성, 그리고 시도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은 당연한 것입니다.  다 큰 코끼리가 작은 말뚝 하나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어릴 때부터 반복된 좌절로 인해 무기력해진 나머지 더 이상의 시도를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작은 말뚝이 큰 톱니바퀴가 되고, 코끼리는 작은 톱니바퀴가 된 것입니다. 

봄이 오기만을 기다려서는 안 됩니다. 당신의 꽃을 먼저 터뜨릴 때 봄이 올 것입니다. 
이는 법정 스님이 살아 생전에 하신 말씀입니다. 
봄은 밖에서 오지 않습니다. 그대의 꽃이 피어야 그대의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옵니다.
더 이상 우리의 삶을 미루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누구에게도, 그리고 또한 오늘이 아닌 내일로 삶을 미루지 미루지 않기를 바랍니다.
IP *.103.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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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4 23:59:27 *.215.153.2

이 밤,, 그냥 잠들기에는 너무나 아깝고 소중한 시간이라 생각되어 이곳으로 왔습니다.


문장 하나 하나가 제 가슴속에 깊이 파묻힙니다. 저의 현실을 매일 매일 직시하고 있었는데,,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나는 현재의 삶에 안주해버렸나? 왜 들판으로, 야생으로 달려나가지 못하는가? 나를 이세상의 인력시장에 내 놓아야 하는데, 무엇이 나를 그렇게 하지 못하는가?"  저 자신을 철저히 변화시키는 일 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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