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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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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20일 17시 44분 등록

오늘은 중소기업 다니던 제가 해외 MBA를 통해 얻은 것과 잃은 것이란 주제로 이야기를 할 텐데요. 제가 해외 MBA에 도전했던 때가 2010년이었으니 벌서 10년 전 일이네요. 그리고 지금은 코로나19로 해외 MBA를 간다는 것이 안전 문제로 현실성이 조금은 떨어질 수 있지만 MBA란 특정 주제 보다는 원하는 것이 있을 때 망설이지 않고 행동부터 하는 삶의 태도에 관한 관점에서 읽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당부 드리고자 하는 바는, 제가 하는 이야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며, 제 경험이 저와 동일한 고민을 하는 중소기업 또는 대기업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글을 쓰는 것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저는 중소기업에 다니면서 MBA를 준비했었습니다. 그 당시 39살이란 늦은 나이에 어렵게 싱가포르 국립대(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MBA에 입학했고 졸업 후 외국계 담배회사에 입사했습니다. 그 이후 삼성 SDI로 이직하였고 지금 6년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도 MBA 준비하는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습니다


모아 놓은 돈도 넉넉하지 않았고, 회사도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 회사 지원 MBA 제도가 있는 것이 아닌 중소기업 이다 보니 자비로 MBA 수업료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었지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많은 나이에 GMAT (Graduate Management Admission Test)이란 영어 시험을 공부한다는 것도 커다란 도전이었습니다. 또한 결혼하고 2년이 갓 넘은 상황이었고 아내는 MBA를 하라고 응원해 주었지만 돌이 막 지난 첫째 아이를 아내에게만 맡겨 놓고 홀로 외국으로 공부하러 간다는 것도 힘든 상황 중 하나였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악조건 속에서도 제가 MBA를 결심한 이유는 바로 제 전공분야(해외영업)의 임원이 되어 큰 조직을 이끌어 나갈 전문성과 리더십을 배우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그랬다는 거죠. 그런데 지금은 회사 임원보다는 다른 방향으로 제 인생 항로가 변경되었습니다. 그때는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했던 일도 세월이 지나면서 새로운 기회와 운명을 맞이 하는 것이 인생임을 다시 실감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정말 중요한 사실 하나는 바로, 그때 MBA 진학을 포기하고 그냥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았다면 MBA를 통해 제가 얻은 것들은 없었겠지요그래서 저는 뭔가 하려고 망설이다가 시간만 낭비하지 말고 일단 행동하면 그 행동이 다음 행동을 이끌어 주기 때문에 너무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에 고민만 하지 말라고 조언해 주고 싶습니다.



그럼 제가 MBA를 통해 얻은 것부터 먼저 말씀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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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영어 실력의 향상입니다. MBA 진학 전에도 캐나다 어학연수, 영어 동아리 활동 등 영어 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토익 점수도 높았습니다. GMAT 공부하면서 새벽 5시에 회사에 출근해서 공부를 했고 주말에도 집 근처 대학교 도서관에서 영어 공부를 했지요.



그런데 제가 알던 영어는 풋내기 영어였습니다. MBA 수업, 영어 원서 그리고 조별 토론에서 사용하는 영어는 격이 달랐습니다. 제가 토론에 참여하려고 몇 분 전부터 머리 속으로 준비한 영어 문장을 용기 있게 말하면 캐나다, 호주, 미국, 중국, 싱가포르 학생들은 멀뚱히 저를 쳐다 봤습니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죠. 다행인 것은 한국 학생이 제 발음과 표현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여 주었습니다. 눈물 나게 고마웠습니다.



그래서 다시 영어 표현을 메모하는 습관을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영어 표현을 노트에 메모했었고 대학교 때는 영자 신문을 읽으며 중요한 표현을 노트에 메모하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말한 내용 중 이해 못하는 표현은 발음 나는 대로 한글로 노트에 적어 놓고 나중에 찾아 보고 외웠습니다. 남들은 시험 공부한다고 원서를 읽고 문제를 푸는데 저는 원서 공부하다가 모르는 표현 나오면 메모하여 정리하는데 시간을 더 많이 투자했습니다. 시험 범위까지 책을 읽고 공부해야 하는데 영어 문장을 노트에 필사나 하고 앉아 있으니 당연히 시험 성적도 1학년때 거의 꼴찌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중간고사 또는 기말고사 리포트 작성할 때뿐만 아니라 같은 조 외국 친구에게 이메일 보내면서 최대한 제 노트에 적어 놓았던 표현을 활용하면서 정성 들여 보냈습니다.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그래도 영어가 조금씩 늘었지요. 한국 나이 40살인 아저씨에겐 눈물겨운 성장이었습니다. 이때 키운 영어 회화 실력은 현업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는데요. 미국 법인의 직원들과 소통할 때도 그렇고 미국 고객과 미팅을 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제가 영어로 말하면 외국인이 저를 멀뚱히 쳐다보는 일은 사라졌습니다.



둘째, 회사 연봉이 2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워낙 그 전에 다니던 중소기업 연봉이 작은 것도 한 몫 했고 외국계 회사라서 연봉이 높은 점도 기여했지만 어쨌든 연봉이 2배 이상 올랐지요.  



셋째, 제가 죽기 전에 한 번은 다녀보고 싶은 회사로 이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직의 기회에서 해외 MBA 수료가 서류 통과 및 면접에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MBA 이후 2번 이직을 했는데 첫 직장도 해외 MBA가 도움을 주었고 대기업으로 이직할 때도 서류 심사부터 최종 합격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두 회사에 입사 후 저를 뽑아 준 임원이 직접 제게 해 준 말입니다.



넷째, 프레젠테이션 실력이 늘었습니다부끄럽긴 하지만, MBA 전에는 정말 회의 석상에서 5분 프레젠테이션도 버벅 거리고 엄청 떨었는데, MBA 다니면서 약 20번의 영어 프레젠테이션 경험은 회사 발표 및 지금 책을 내고 강연하는데 있어서 내공을 쌓게 해주었습니다.  



여담이긴 합니다만, 어느 날 싱가포르 MBA 한인 동문회에서 저녁을 먹는데 당시 동문회장님이 한 말이 생각나네요. MBA 공부하면서 많은 것을 얻으려 욕심 내지 마라. 2가지만 배워라. 하나는 영어 회화 다른 하나는 프레젠테이션 실력이라고 했는데 저는 최소한 그 2가지는 확실히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당연히 잃은 것도 있습니다.



첫째, 돈입니다. 모아 놓은 돈도 없었기 때문에 대출을 받고 부모님께 손을 벌려야 했습니다. 미국은 수업료만 1억이 넘는데 그나마 싱가포르 국립대는 수업료는 5천만원 정도였지요. 대신 물가는 비쌌어요. 특히 집 값이 전세 개념이 없다 보니 월세로 매달 한국 돈 약 250만원을 지불했습니다. MBA 합격 후 처음엔 저만 싱가포르로 이동했지만 다행히 아내가 싱가포르에서 직업을 구했고 6개월 이후부터는 아내와 딸과 함께 생활했습니다. 그렇지만 워낙 집값이 비싸서 아내 월급의 상당부분이 월세로 빠져 나갔습니다.



둘째, 첫째 딸의 언어 혼란 증세입니다. 두 번째가 가장 가슴이 아픕니다. 지금까지도 딸에게 빚지고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 딸은 3살이 되어 싱가포르에 끌려가 (본인의 선택이 아닌 부모의 결정에 따라갔기 때문이죠) 먼 타지에서 외로운 유년 시절을 보내야 했습니다. 저는 MBA 학위를 받기 위해, 아내는 직장에 다니기 위해 싱가포르로 이주해야 했지요. 하지만 3살밖에 안 된 딸의 눈에 그곳은 희한한 나라였지요. 유치원에서는 영어, 중국어, 말레이어, 인도네시아어 등 다국어를 가르쳤지만, 한국어는 제외되었습니다. 아이들의 피부와 머리 색깔도 각양각색이었고 생김새도 달랐어요. 그렇다 보니 자신의 의견을 뚜렷하게 전달할 언어가 없는 딸은 처음엔 띄엄띄엄 5개 언어를 혼합하여 저와 아내에게 말을 했습니다


저와 아내는 한 문장 안에 각기 다른 외국어가 뒤섞인 딸의 말을 해석하는 것이 처음에는 신기했고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신기함과 재미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고 근심과 짜증으로 변해갔지요. 딸의 가엾은 작은 입술로 뱉어내는 단어가 무슨 뜻인지 이해하려고 여려 차례 시도했으나 도무지 추측이 되지 않자, 성급한 제 성격은 조금씩 지쳐갔고 점점 화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더 심각한 사실은 아이가 세상을 향한 마음마저 닫아 가고 있음을 알고도 부모인 저는 바쁜 일상을 핑계로 애써 모른 척해 버렸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딸아이는 한국말이 서툴렀어요. 특히 왜 라는 질문을 하면 이해하지 못했지요. 그래서 그때부터 딸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계기로 <아이 습관 만들기> 프로젝트를 지금까지 4년 넘게 실천해 오고 있습니다. 이 아이 습관의 기록을 바탕으로 제 2번째 책인 <우리아이 작은습관>2018년에 출간되었습니다. 전화위복이 된 셈이지요.



요즘은 이직하기 힘든 세상입니다. 청년 실업률도 높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도전하고 싶다면 MBA에 도전하는 것도 나쁜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MBA 학위가 있다고 해서 더 좋은 조건으로 취업에 성공하고 장미 빛 미래가 펼쳐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하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MBA를 수학하는 동안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느냐가 성공의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중소기업에 다니던 대기업에 다니던 지금 현재의 자신의 위치가 본인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일치하지 않아 MBA를 고민하는 직장인(늦은 나이란 없습니다. 저도 39살에 MBA를 시작했잖아요)이라면 과감히 도전해 보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늘 만나는 사람만 만나고 늘 하던 대로 하루를 보내면서 어떤 결정을 내릴까 말까 고민하며 시간 낭비 하는 것 보단 일단 시작해 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만약 다니는 회사에서 MBA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면 적극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Why MBA? Why this school? 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해 보세요. 왜 나에게 지금 MBA가 필요할까? 그리고 어떤 지역으로 어떤 학교를 선택하면 좋을지 결정하면서 GMAT 공부부터 시작해 보세요. 가고 싶은 학교가 언제 지원서를 접수하는지 알면 역으로 시간을 계산(역 스케쥴링)하여 GMAT 점수를 몇 점까지 언제까지 올려야 할지 계획이 서게 됩니다. 그 계획에 따라서 매일 최선을 다해 도전해 보세요. 나중에 MBA 그때 가는 건데? 라는 때늦은 후회는 하지 말아야죠.



제가 MBA를 통해 얻은 것이 있는 반면 잃은 것도 있습니다. 세상은 이렇게 Trade off가 있게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이란 항로에서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게 하려면 당연히 간절하게 노력해야 합니다. 저도 좋지 않은 머리로 30대 후반에 GMAT 공부하려니 점수가 계속 오르지 않아 심적 고생도 많이 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서 공부하고 주말도 반납했습니다.


MBA 수업도 영어라는 벽에 부딪쳤지만 영어를 메모하고 외우고 메모한 영어 표현들을 리포트나 일상 생활 속에서 활용하려고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MBA 졸업 후 취업하기 위해 영문 이력서만 수십 번을 수정하고 업데이트하고 면접도 수도 없이 보고 떨어지기도 수도 없이 했습니다. 속상해서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 적도 여러 번 있습니다그런 시행착오를 거쳐 제가 원하는 인생을 살 수 있게 되었네요. 그렇다고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닙니다제가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죠. 다만 꿈을 발견하고 그 길을 향해 걸어가는 하루 하루를 감사하게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역시 노력은 배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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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05 11:16:14 *.156.196.28

노력과 열정과 용기에 찬사와 부러움을 전합니다.  48살에 정말 하찮게도 스스로를 한심히 생각하는 우울한 시기 입니다. 더불어 용기를 다독여 봅니다.  귀하와 나의 인생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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