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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5일 01시 10분 등록
  오늘 점심식사를 혼자 하였습니다. 혼자만의 점심시간을 오롯이 가지니 참 좋았습니다. 나 자신에게 집중해서 돌아볼 수 도 있었고, 또 주위도 좀 더 차분하게 돌아볼 수 있었답니다. 이 글을 저와 함께 늘 함께 점심시간 산책과 식사(구내식당)를 하는 동료가 보면 섭섭할 것 같은데,, 인간은 누구나 다 그렇죠. 함께 있어도 행복하고 또 때로는 이렇게 혼자 있으면 더 좋고요.

  비록 짧은 30분간의 점심시간 산책이지만, 늘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다닙니다. 건물에서 나와서 1-2분 걸으면 단지 출입문이 나오고 거기를 벗어나서 1분 지나면 바로 뒷산으로 올라갈 수 도 있고, 또 길따라 걸어가면 2-3분정도 지나면 시골길로 접어듭니다. 시골길로 접어들면, 입구에 있는 집에서 키우는 작물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텃밭에는 늦겨울부터 초겨울까지 늘 채소가 있답니다. 때로는 작은 비닐하우스에서 따뜻한날부터는 노지밭에서,,, 이곳의 풍경은 여느 시골과 마찬가지로 계절별로 풍경이 다릅니다. 오늘 제 마음 깊숙이 들어온 풍경은 “밭이나 논이 아닌, 길가에 심은, 키 크게 자란 들깨나무에서 풍기는 고소한 들깨기름 냄새”입니다. 참깨나무에서 참깨 턴지가 한참 이나 지났는데도 들깨나무에서는 꽃도 안피어서 같은 고소한 기름 만드는 작물인데 왜 이리 차이가 나는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느덧 몇주 전에 하얀 작은 꽃이 조금씩 보이더니 지난주부터는 들깨가 조금씩 달리더군요. 지금은 모든 가지(꽃이 있었던)에 들깨가 가득 차 있습니다. 그 옆에는 토란이 키를 한껏 세워 들깨와 함께 키자랑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까지는 길 옆 논에는 고추가 무럭무럭 익어가고 있었답니다. 그러더니, 작년 겨울에 달린 고추를 따지 않고 그냥 방치되어있었고요. 그러더니 얼마 뒤, 그 자리에 흙을 채우고(객토) 소나무를 심어두었더군요. 한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익어가는 빨간 고추를 이젠 더 이상 볼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그 밭 어느 한구석에도 고추가 없고 전체 모두 나무를 심었는것을 보면 더 이상 그 밭에는 주인이 먹을 고추도 키우지 않는것 같아서 살짝 좋지 않은 생각(주인분이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황)도 들었답니다. 

  산책하면서 지나가는 작은 산업단지에 얼마전부터 산책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어찌나 활발하게 이야기 하면서 가는지 멀리서 부터 알수 있답니다. 대여섯명의 여자분들(40대 아래위 정도)이 점심시간 짬을 내서 걷기 운동을 하는것 같아요. 팔도 앞뒤로 흔들고 보폭도 크게 하고, 멀리서 앞서 가고 있는 그 분들을 보면서 따라가다가 느낀것은, 저 분들은 현재의 점심산책을 정말로 좋아 하고 있구나. 그리고 정말로 행복해 하고 있구나 입니다. 밝고 큰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유쾌한 웃음소리는 끊이질 않고 그러면서 앞서 말씀드린것처럼 팔과 다리 운동도 하면서요. 직장과 근처 사업장에 젊은이들이 많은 관계로 점심시간 산책에서 지나쳐가는 사람들은 주로 2-3명씩 소곤소곤 또는 직장업무 관련 이야기를 하였는데, 오랜만에 신나고 재미난 이야기(제 추측에는)를 나누면서 쾌활하게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니 제 마음도 씻겨져 나가는 느낌이었답니다. 주위에 힘껏 활기차게 산책하는 사람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입니다. 저에게 활기한 에너지를 전달해주니..

  30분 산책 후, 구내식당에서 먹는 점심은 언제나 늘 꿀맛입니다. 늘 감사한 순간입니다. 4천원 식권값이 아깝지 않을 정도 이고요. 더군다나 1-2년전부터 근무하는 새로온 남자 주방장의 음식솜씨가 좋아서 많이 먹다가는 계속 체중이 늘어날것 같아서, 몇달전부터 적게 먹기 운동중입니다. 음식이 맛있어서 늘 만나면 “잘 먹겠습니다”라고 인사를 합니다. 주방장이지만 직접 국을 퍼줄때가 많습니다. 물론 그분이 “맛있게 드십시요”라고 말을 하지만 안그래도 맛이 좋아서 늘 감사할따름입니다. 그런데 얼마전에 구내식당 식비인상에 따른 현재 수입지출보고서가 공유되어 보니 역시나 마이너스 더군요. 수입보다는 지출이 많아서 적자라고,, 올해는 아마도 코로나로 인해 교육단체생들이 적게와서 더 그런것 같습니다.  물론, 적자이지만 계속 운영하는 이유가 운영회사 입장에서는 따로 또 있나 봅니다. 

  오늘 구내식당 메뉴는 청국장찌개, 청경채무침, 어묵볶음, 마요네즈샐러드, 메추리알조림, 그리고 콩나물밥 이었습니다. 맛이 없는게 없었답니다. 그럴줄 알고 밥은 조금만 퍼 담았고, 샐러드와 어묵볶음도 적당하게 담았습니다. 제가 두어달 동안 음식절제 해서 이제 겨우 2-3킬로 감량을 해서 더욱 더 “밥 적게 먹기”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오늘 청국장찌개는 청국장 전문점도 저리가라 할 정도로 맛있었고, 지난주에 나온 짜장면은 정말로 환상적이었답니다. 감자가루(녹말가루??)를 아끼지 않고 넣어서 적당한 찰기(끈적함)와 함께 들어있는 완두콩과 돼지고기(아마도 등심 조각)도 맛있었고, 무엇보다 구내식당이면 보통 면과 소스가 조화를 이루기 어려운데 정말로 잘 조화로왔답니다. 거기에 화룡점정으로 고춧가루가 적당량 들어있어 김치를 먹지 않고 짜장면만 먹어도 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같이 먹는 동료에게 “웬만한 짜장면 집 보다 훨씬 맛있다”라고 하였고, 그 다음날 주방장은 그날따라 밖에 나오지 않아서 일하시는 여사님께 말씀드리니 “고맙다고”하셨어요. 많지 않은 월급에 부족한 재료로 그렇게 맛난것 만들어 줘서 제가 더 고마운데 말이죠.

  오늘 점심 반찬은 남김없이 다 먹었답니다. 청경채 뿌리쪽 한 덩어리 안먹었는데 지나고 보니 그것도 먹어도 되었는데 뿌리에 가깝다는 이유로 먹지 않았네요. 잘못한 마음입니다. 오늘 반찬들을 다 먹으면서 여러사람들에게 감사했습니다. 채소를 키워주신 농부, 수확에 참여해주신 사람들(아마도 주로 외국인노동자분들), 그리고 음식으로 만들어주신 주방장과 여사님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보답하는 의미에서 깨끗하게 다 먹었습니다. 두어달 동안의 실천으로 음식은 남기지 않게 되었습니다. 먹을만큼만 딱 담아 오니까요. 좋아하는 메뉴가 나와도 마음속 생각보다는 적게 담아서 남김없이 다 먹습니다. 딱 실천하면 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이 보였답니다. 아마 저도 젊었을때는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그사람들도 나이가 들면 저처럼  달라지겠죠.

  우리는 태어난 순간부터 누군가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또 누군가를 도우면서 살아가야 하고요. 큰 도움이 아니더라도, 남을 도움으로써 곧 자기 스스로의 삶을 값지도록 하기위해서 말입니다. 스스로의 삶에 의미와 만족을 두기 위해 할수 있는 여러가지 실천을 하는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음식을 담을때부터 적게 담고, 또 담은 음식은 다 먹는 것도 비록 작은 습관의 실천이지만, 이루고 나니 성취감이 조금씩 생깁니다.

  추석 연휴 첫날은 부모님댁에 잠시 들러서 차례음식을 만들고는 집으로 복귀했습니다. 코로나때문에 같이 식사를 할 수 없어서요. 곧 아침이 밝아오면 아이들과 아내와 함께 부모님댁으로 가서 추석차례를 지낼것입니다. 펑소에는 전날 부모님댁에 가서 음식 같이 만들어서 먹고, 시끌벅쩍 이야기와 아이들 재롱으로 놀다가 다음날 명절 차례를 지내고는 아침밥 나눠먹고 처가집으로 출발했었는데, 올해 추석부터는 코로나로 새로운 낯선 명절맞이가 진행됩니다. 

  변경연 선배님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추석되세요~~~

* 추석날 아침일찍 올릴려고 했었는데 늦게 올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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