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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27일 09시 01분 등록
체득하여 실천하라. 약을 조제하는 것은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다. 약을 보기만 해서는 효험을 얻을 수 없다. 책도 그렇다. 글을 보기만 해서는 안 된다. 이해한 것을 몸으로 체득한다면 이해하기도 쉽고 실천하기도 쉽다.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 화공은 자신이 그린 사람을 알고 있다. 다른 사람은 그림 속의 실제 인물을 모르기 때문에 그림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림이 곧 그 사람일 수는 없다. 이해한다는 것과 체득한다는 것은 이렇게 다르다. 사물에 따라 사물을 보라. 자기를 통해 사물을 보지 말라.

구본형의 < 나에게서 구하라 > 중에서

그대의 바람이 저절로 이루어지도록 내버려두어라. 나무가 빛을 바라듯, 열린 공간이 그 바람에 따라 저절로 그대에게 들어오도록 내버려 두어라. 내가 '갈망' 또는 '바람'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더 나은 순간'을 향해 긴장하며 기다리라는 뜻이 아니다.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바람'은 '존재하는 것'을 그대가 음미하는 순간 깨어나는 생명력이다. 나무가 햇빛을 음미하며 빛 속으로 자라나듯이, 그대의 현존도 경계 없는 공간을 체화하게 된다. 

나는 모든 존재들이 그 심장에 함께 하고자 하는 갈망이 있다고 믿고 있다. 이러한 갈망을 이전에 존재해 왔던 것들, 그리고 앞으로 존재할 모든 것들과의 연결을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는 이러한 근원적 '갈망'을 너무 오래 잊고 살았다. 그대 내면의 '갈망'에 불을 지펴라. 그리고 그 '갈망'이 아무런 노력 없이도 그대와 함께하도록 내버려 두어라. 

리사 카파로의 <소마지성을 깨워라> 중에서


거듭 말씀드리지만 지구 상에 나와 있는 거의 모든 '좋은' 컨텐츠들의 주제는 자기와의 연결 회복입니다. 바로 그것이 인간, 아니 생명 존재 보편의 근원적 그리움이기 때문일 겁니다. 저는 이것을 '집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욕망'이라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각자의 집으로 가는 길은 저마다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집'이라는 같은 단어를 쓰지만 저의 집이 당신의 집과 같은 공간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저의 집으로 가는 길을 아무리 열심히 안내한다고 해도 당신을 당신의 집으로 데려다 줄 수 없습니다. 물론 당신이 자신의 집을 찾는 것을 도와줄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그 때 길찾기를 이끄는 것은 안내자인 제가 아니라 당신 자신이어야 합니다. 당신의 '집'을 향한 감각이 그 길찾기의 진짜 안내자가 되는 것이지요. 

어느 누구도 당신이 찾고 있는 그 길을 알고 있지 못합니다. 당신이 발 딛는 그 점들이 모여 그대의 길이 될 뿐입니다. 길에서 벗어날까봐 노심초사, 안절부절할 이유가 없습니다. 애초에 없는 길에서 벗어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니까요. 

아주 오랫동안 '길'을 찾으러 다녔습니다. 동서고금의 현자들의 여행기를 읽고 또 읽으며 제가 가야 할 그 길의 모양을 그리고 또 그렸습니다. 그들의 모험담은 박진감 넘치고 흥미로웠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현실과는 너무 다르게 말이죠. 

삶보다 책이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책을 읽느라 '살아 있는' 시간은 점점 짧아져 갔습니다. 남의 삶을 기웃거리느라 바빠 돌보지 않은 삶은 점점 더 삐걱거렸고, 그 불편함을 잊기 위해 또 책에 매달렸습니다. 병든 삶을 치유할 처방을 찾기 위해 읽기 시작한 책이었는데, 처방 자체에 혹해 정작 그 처방을 직접 적용해볼 여유를 잃어버린 겁니다. 

잠깐 정신 차려 어떻게든 제 삶에 적용해보려고 해도 지금 저의 상황에 꼭 맞는 처방은 아무래도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사천리 시원스레 척척 길을 만들어가고 싶었지만, 그 많은 책을 읽고도 저는 여전히 더듬더듬 휘청휘청거리며 겨우 한 걸음 힌 걸음씩을  내딛을 수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생각했죠. 아직 공부가 부족해서야. 더 많이 읽다보면 나아질거야. 

제 삶이 정말 좋아지기 시작한 것은 더듬더듬 휘청휘청이는 시간을 받아들이고 난 다음이었습니다. 헤매고 흔들리는 제 모습을 안아주기 시작했을 때부터 였습니다. 멋진 그들과 견주어 스스로를 재단해 댈 때와는 전혀 다른 감각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것은 바로 '집으로 돌아온 듯한, 아니 정말 집으로 돌아온 바로 그 느낌'이었습니다. 

나무가 햇빛을 음미하며 빛 속으로 자라난다는 그 말을 몸으로 이해하게 된 것입니다. 자기를 통해 사물을 보지 말고 사물에 따라 사물을 보라는 말이 머릿속으로 만들어낸 상에 비추어 사물을 보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라는 의미였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습니다. 오직 내 발로 직접 걸어낸 그 발자국들이 모여 그토록 애타게 찾던 내 길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온전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언제 어디서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제가 허락하지 않는 한 어느 누구도 그 집을 빼앗아 갈 수 없는 '집'이니 서두를 이유도 조급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내내 '집'에만 머무는 것은 아닙니다. 언제든 돌아가 편안히 쉴 공간이 있기에 여행도 망설이지 않습니다. 그것이 공간 여행이든, 시간 여행이든요.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더 나은 순간'을 향한 노력을 내려놓을 수 있었냐구요? 그게요. 그게, 그러니까 할 수 있는 것을 모든 것을 다 해보고 난 다음이었네요. 제가 믿는 최선을 다했지만 원하는 것을 이뤄내지 못한 '실패'를 자각하는 순간, 체념과 포기와 함께 전환이 만들어졌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남은 선택은 '언제 올 지도 모르는 미래의 더 나음'을 기다리는 삶과 '지금 여기'에 살아있는 나를 누리는 삶이었습니다. 망설일 이유가 있었겠습니까? 

그리고 또 한번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이래서 그것이 설사 허망한 노력이나 애씀, 미련스런 집착이나 갈망이라 할지라도 나를 이루는 그 무엇 하나가 헛된 것이 없다는 것을요. 다시 한번 나를 이루는 그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 원래는 이번 주엔 비움 3개월차, 한 달에 걸쳐 집안을 가득 채웠던 책의 절반을 비워내며 알게 된 것들에 대해 전해드릴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직 때가 아닌 모양입니다. 10년에 걸쳐 모았던 책들을 정리해내는 과정을 한 꼭지의 글로 정리해내기가 만만치가 않습니다. 무리하면 못 할 일은 아니겠지만 굳이 무리할 일도 아니다 싶어 자연스러운 때가 올 때까지 기다려 보기로 했습니다. 

대신 요즘 매일 정리하고 있는 글들 중 한 꼭지를 나눕니다. 저를 향한 여정을 시작하도록 이끌어 주었던 구본형 선생님의 글과 그 여정을 통해 만난 '소마명상'의 대표적 안내자인 리사 카파로 박사님의 글을 함께 읽으며 연결점을 찾아보는 시도입니다. 구본형 선생님의 글은 에코라이후 단톡에서 매일 <나에게서 구하라>의 글들을 발췌해서 보내주시는 한창훈님의 인용구를 그대로 활용했습니다. 스승의 글을 새로운 관점으로 다시 읽을 기회를 만들어주신 한창훈님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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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6 21:36:37 *.52.45.248

과거는 기억 속에 멈추어 있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과거는 재구성 되어 오늘을 살고 미래는 상상과 기대 속에서 현실이 되어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과거와 미래가  함께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것은 과거와 미래와 오늘을 동시에 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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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9 18:58:58 *.70.30.151

 가슴 깊이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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