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알로하
  • 조회 수 1485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21년 5월 9일 09시 11분 등록


출처: https://johns-online-english.com/english-writing-courses/



저는 한 때 - 비록 일가친척과 몇몇 엄마 친구들에게 뿐이긴 하지만 - 글짓기 신동으로 불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글짓기에 재주가 있었고 좋아했지요. 교내외의 각종 글짓기 대회에 참가했고, 이번에는 어떤 상을 받을 지가 궁금할 뿐, 상을 못 받았던 적은 없었습니다. 아쉽게도 그 "한 때"는 너무 짧았습니다

초등학생 때 글짓기를 좋아하고 재능을 인정받았지만, 중학생이 되자 글쓰기가 너무 힘들어졌습니다. 매주 토요일 아침 수업 전에 좋은 글을 듣고 30분 가량 명상과 함께 자신의 생각을 쓰는 시간이 있었는데요. 처음에는 좋은 글에 어울리는 그럴듯한 글을 몇 번 썼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점차 뭐라고 써야할 지 떠오르지 않아 텅 빈 종이를 내는 일이 늘어났습니다. 글쓰기가 점점 싫어졌습니다. 토요일 오전은 세상 편한 시간에서 부담스런 시간으로 바뀌었습니다. 결국 글쓰기를 포기했지요. 그 이후로는 글짓기 대회는 커녕 작문 수업시간에도 글을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의 시나 수필이 교지에 오른 걸 보며 부럽고 질투가 나기도 했지만, 별거 아니라는 듯 폄하한 적도 있네요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은 대학에 가서 더 커졌습니다. 언론인이 되고 싶어서 신문방송학을 전공으로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글쓰기 수업인 '언론문장연습' 이 가장 싫고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교수님은 수업 시간에 잘 쓴 글과 잘못된 글을 예시로 읽어주셨는데요. 제 글은 늘 잘못된 예시로 읽혀졌습니다. 부끄러움과 괴로움으로 가득 찬 한 시간이었지요. 수업을 빠지는 일이 잦았고, 결국 학점을 못 받아서 재수강을 해야만 했습니다.

어학 연수를 마치고 온 뒤, 대학교 3학년때 다시 수업을 들었습니다그 사이에 지도 교수가 바뀌었습니다. 그 전 해에 새로 온 교수로 미국 대학에서 가르치다 온 분인데요. 1년 만에 수업이 어렵고 점수가 짜다는 명성을 얻었답니다. 그분은 첫 수업 시간에 교재로 <The Elements of Style>이라는 영어 원서를 사용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영어 글쓰기의 법칙> 또는 <영어 글쓰기의 기본>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나오기도 한 이 책은 말 그대로 영어로 글을 쓰기 위한 책입니다. 신문기사나 사설을 쓰는 연습을 하는 수업에 영작문 교재라니요? 그것도 원서로 읽어야 해서 학생들의 불만이 컸습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책을 교재로 쓴다는 걸까?, D로 만족하고 다시 듣지 말까? 

잠깐 고민했지만그냥 듣기로 했습니다두 개 밖에 안 되는 전공필수과목 중의 하나인데, D를 받을 수는 없었습니다무엇보다도 어학연수를 마치고 막 돌아왔던 터라영어 공부에 대한 의욕이 넘쳤었지요두번째 시간에 수강인원이 반 정도로 줄어들었을 때 다시 한번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정정기간을 놓쳐서 그냥 들을 수 밖에 없었네요.


수업이 어렵기로 악명이 높았던 교수님 다웠습니다. 원서를 읽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영어로 글을 쓰는 건 더 힘들었습니다. 이번 수업에도 제 글은 예시로 읽혀졌습니다. 잠을 못 자며 어렵게 쓴 글이 놀림거리가 됐다는 생각에 폭발할 것 같았는데요. 놀랍게도 이번에는 잘 쓴 글의 예시였습니다. 3년 만에 상전벽해라도 일어난 걸까요. 알고 보니 글을 마무리한 사람이 몇 명 없어서 그 중에 제 글을 그냥 읽어 주셨던 거였습니다. 다음 번에는 진짜 잘 쓰고 싶어서 열심히 교재를 연구했습니다. 글도 더욱 정성껏 썼고요. 그 후로도 여러 번 교수님은 제 글을 잘 쓴 글로 읽어 주셨습니다. 영작이긴 하지만 나도 칭찬받는 글을 쓸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습니다. 다시 글 쓰는 시간이 즐거워졌습니다.

 

그제는 미세먼지 수치 “892”라는 처음 보는 숫자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다행히도 오늘은 많이 좋아졌네요. 창문을 열고 환기 좀 해야겠습니다.

이번주도 건강하고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



IP *.226.157.137

프로필 이미지
2021.05.15 06:37:49 *.52.254.239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없게 되면 그것에 대해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 

높은 수준에 이르는 선수들이 자신을 의심하는 순간이 가장 큰 임계점이거든요, 

동기화는 붕괴되고 자신감은 열등감으로 뒤집히는 순간이거든요 !  

방법은 한 가지 밖에... ^^ 

 

프로필 이미지
2021.05.16 09:03:24 *.226.157.137

아 그렇군요...

한 가지 밖에 없는 방법을 시도할 수 밖에 없겠네요. ^^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796 [용기충전소] 달리기를 말할 때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 [1] 김글리 2021.05.14 1236
3795 웃음의 힘 [1] 어니언 2021.05.13 1256
3794 벚꽃이 그 주인을 만나니 얼굴이 붉어지더라 [1] 장재용 2021.05.11 996
3793 [화요편지] 스승이 그리운 시간 [2] 아난다 2021.05.11 1176
3792 [월요편지 58] 첫 수업, 3040 직장인 월급독립 앞당기는 3가지 기술 습관의 완성 2021.05.10 1168
» <알로하의 영어로 쓰는 나의 이야기> 영어 글쓰기의 시작 [2] 알로하 2021.05.09 1485
3790 [용기충전소] 경험이 없어서 쫄리는 사람들에게 [2] 김글리 2021.05.07 1366
3789 어린 시절의 기억, 간직하고 계신가요? [1] 어니언 2021.05.06 1205
3788 [화요편지] 결혼하길 참 잘 한 것 같다! [2] 아난다 2021.05.04 1434
3787 [월요편지 57] 직장인 창업 7개월, 내가 깨달은 3가지 교훈 [2] 습관의 완성 2021.05.02 2032
3786 [월요편지 57] 직장인 창업 7개월, 내가 깨달은 3가지 교훈 습관의 완성 2021.05.02 1231
3785 <알로하의 영어로 쓰는 나의 이야기> 뻔뻔함의 힘 [1] 알로하 2021.05.02 1365
3784 [용기충전소] 글쓰기를 익히는 유일한 방법 [3] 김글리 2021.04.30 1623
3783 빛나는 일상에서 나다움 발견하기 [1] 어니언 2021.04.29 1516
3782 첨단의 변증법 [2] 장재용 2021.04.27 1269
3781 [화요편지] 오늘 내게 허락된 글 [2] 아난다 2021.04.27 1189
3780 [월요편지 56] 직장인 창업 이것 알아야 저처럼 망하지 않습니다 [1] 습관의 완성 2021.04.25 1420
3779 <알로하의 영어로 쓰는 나의 이야기> 초등학생 영어 연수, 보내야 할까요? [2] 알로하 2021.04.25 1252
3778 [용기충전소] 나만의 특별함을 찾는 공식 [4] 김글리 2021.04.23 1623
3777 새로운 일과의 만남 [1] 어니언 2021.04.22 1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