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글리
- 조회 수 2018
- 댓글 수 6
- 추천 수 0
잘 알지는 못하지만….
며칠 전 세계여행 다녀온 친구들과 모임을 했습니다. 정은씨는 동생들과 함께 13개월동안 세계일주를 했고, 주경이는 예전에 세계여행할
때 쿠바에서 만난 친구입니다. 특히 주경이는 한 나라를 2~3개월씩 지내며 십 수년째 세계를 내집처럼 살고 있는 재미난 친구입니다. 셋이서 그날 점심부터 저녁까지 내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무슨 이야기가 그렇게
많았는지 그날 오후가 순삭됐습니다. 여행이야기, 세계이야기,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5시간이 훌쩍 갔습니다. 우리 셋의 공통점은 쿠바를 다녀왔다는 것, 그리고 일이든 여행이든 전세계를 돌아다닌 경험이 있다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말이 통하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재밌었던게 사실 그날 주경이와 정은씨는 처음 만났고, 제가 그 둘을 잇긴 했지만 저도 그들을 2번째 만났을 뿐이라는 겁니다. 주경이는 8년만에 다시 만났는데 여행할 때도 인사만 하던 사이라 그리 친하지 않았지만 페이스북을 통해 가끔 연락을 주고 받아왔습니다. 정은씨와는 겨우 밥을 한번 먹은 사이라 역시 그리 친밀한 관계는 아니었습니다. 서로 친밀한 관계는 아니었지만, 신기하게 모여서 이야기를 하다보니 말이 참 잘 통했습니다. 특히 주경이는 10년 이상을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나라에서 살다보니, 보는 눈이 남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극이 많이 되더군요. 다른 사람들에게서 얻지 못한 자극과 영감을 많을 수 있었습니다. 그날 모임을 마치고, 느슨한 관계의 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느슨한 관계
세상에는 두가지 종류의 관계가 있습니다. '느슨한 관계'와 '친밀한 관계'입니다. 느슨한 관계는 가끔 연락하며 그럭저럭 알고 지내는 사이로, 페이스북 친구나 스터디 친구가 있습니다. 친밀한 관계는 언제나 같이 있는 강하게 연결된 사이로, 가족, 직장동료 등이 있죠. 여러분은 어느 관계에 더 공을 들이시나요? 그리고 어떤 관계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으시나요? 마크 그라노베터 스탠퍼드대 교수가 <약한 연결의 힘>이라는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느슨한 관계와 친밀한 관계를 비교했을 때, 의외로 전자가 특정상황에서 강점을 발휘한다는 게 이 논문의 요지였는데요. 회사원들을 대상으로 지금 직장을 얻게 된 계기를 조사해보니, 오히려 느슨한 관계에서 구직 정보를 얻는 경우가 더 많았다는 겁니다. 친밀한 관계는 동일한 네트워크에 속해 있기 때문에 새롭고 가치있는 정보를 얻기 어렵지만 느슨한 관계는 그렇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관계에 속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내가 접할 수 없는 기회를 얻을 가능성도 크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저는 그간 느슨한 관계에 대해서 좀 가볍게 생각해왔습니다. 특히 SNS에서 만난 사람들과 뭘 한다거나 친해진다거나 가치있는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을까, 회의적이었는데 이날 모임에서 그런 생각이 깨끗이 지워졌습니다. 친밀하지 않아도 충분히 가치있는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고 오히려 내가 생각해보지 못한 것들을 이야기하면서 받는 자극들이 매우 크더군요. 느슨한 관계를 소중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더불어 들었습니다. 삶을 풍요롭게 만다는 것 중 빠지지 않는 게 '관계' 입니다. 저는 이전에는 이 관계가 친밀한 관계만을 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비록 느슨한 관계일지라도 얼마든지 좋은 기회와 풍요로운 관계를 만들어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관계가, 특히 SNS 관계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더 공을 들이고 싶어집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