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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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을 극복한 사람들(2)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
그녀는 천천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이들이 아침을 먹으라고 성화를 부렸기 때문이다. 몸은 금방이라도 나락으로 떨어질 것처럼 무거웠고, 눈꺼풀은 천근인 양, 제대로 떠지지 않았다.
아이가 두터운 암막 커튼을 활짝 열어젖혔다.
창밖은 밤사이 눈이 왔던지, 눈부신 빛이 방안으로 쏟아져 들어 왔다. 얼마나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아이들 밥 세끼를 간신히 차려주고, 다시 침대로 들어가 잠이 들곤 하는 생활이 반 년 이상 지속 되고 있었다. 어떤 때는 자신이 일어나서 움직이기는 했던 건지 조차도 아득해졌다.
그녀가 운영하던 서른다섯 개의 프랜차이즈 피부관리실.
십 오년동안 출근하던 그녀의 아침은 이제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다. 그녀는 할 수만 있다면, 아침마다 뜨는 해를 갈라 빛이 사라지기를 바랐다.
“ 엄마, 제발 좀 일어나서 나와봐요. 오늘 성탄절이야. 우리가 밥상을 차렸어. 밥 먹고 교회에 가요.”
여덟살짜리 막내아들이 손목을 잡아끄는 통에 다시 누우려던 그녀는 하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욕실에 가서 손을 씻고, 느릿느릿 식탁에 앉았다.
경영의 어려움에 직면해 혼자 동분서주하고 있을 때,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놓아 버리고, 며칠을 오열하고 있을때, 남처럼 방관만 하던, 남편이 먼 타인처럼 맞은편에 앉아서 그녀를 건너다보고 있었다.
남편의 뒤로는 사내아이들 셋이 만들었는지 여느해처럼 크리스마스 트리가 장식되어 있었다.
그녀는 그 아침 풍경의 모든 것이 이질스럽고, 한편 지겹게 느껴졌다.
남편이 대충 끓여낸 미역국, 며칠 전에 그녀가 정성 없이 만들어 낸, 찬 몇 가지와 케이크가 식탁 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희망 없는 밥상, 그녀는 식탁을 쓸어버리고, 다시 침대로 돌아가 잠들고 싶었다.
대상을 알 수 없는 분노와 체념의 감정이 온몸을 피돌기처럼 돌고 있을 뿐인 이 상황을 종료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녀를 위해 따듯한 위로의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는 가족은 그녀가 그동안 부여해 온 더 이상의 가치가 아니었다.
무기력하게 앉아 있던 그녀가 아이들의 재촉에 숟가락을 들었을 때, 둘째 아들아이가 말했다.
“엄마, 트리 이쁘죠. 아빠하고 만들었어요. 자세히 보세요.”
그녀는 쳐다보지도 않은 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 트리에 귀걸이가 달렸어. 목걸이도 있고”
그제야 눈을 들어 트리를 자세히 보던, 그녀는 한동안 그것들을 뜷어지게 바라봤다.
처음에는 아이가 말한 그것들이 눈에 잘 들어 오지 않았다.
그러나 트리에는 아이의 말대로 반지, 귀걸이, 팔찌, 목걸이등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순간, 그녀는 놀란 눈으로 남편을 봐라 봤다.
“당신 화장대위에 지갑을 보다가…… 내가 찾아 왔어. ”
그것들은 그녀의 패물들이었다. 그중에는 결혼 반지도 있었고, 보석을 좋아하는 그녀를 위해 남편이 기념일마다 챙겨 주었던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직원들의 밀린 급여에 보태려고, 몽땅 들고 가 전당포에 맡겼던 것들.
남편은 그 전당용지를 들고, 전당포에 가서 그녀가 맡긴 적지 않은 금액을 지불하고, 그것들을 찾아왔을 것이다.
꽁꽁 얼어 붙었던 그녀의 마음이 화로를 지핀듯 따듯해졌다.
미역국을 먹고 있던 그녀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내렸다. 그녀속에서 미안함과 감사등의 오욕이 뒤범벅이 되어 소용돌이 쳤다.
2002년 12월 25일, 그녀의 생일아침이었다.
“잊을 수 없는 크리스마스 선물이었지요. 그 순간, 혼자라고 생각했던 제가 틀렸다는 것을 알았어요. . 말은 하지 않았지만 가족이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큰힘이었습니다.
작은 규모로 다시 시작해 이렇게 일하고 있어요. 내게 있어 최고의 가치는 역시 가족이었습니다.”
미용실원장님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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