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불씨
  • 조회 수 749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24년 7월 10일 18시 12분 등록
많은 이들이 쇼펜하우어를 염세주의 철학자로 알고 있습니다. 쇼펜하우어만큼 행복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본 철학자도 없다고 합니다. 너무 행복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하다 보니 염세주의적 성향을 가지게 된 거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거꾸로 태생이 염세주의자라서 행복에 대해 진지할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행복한 사람은 행복이 뭔지 고민 안 하죠. 행복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뿐입니다.
 
쇼펜하우어는 욕망의 최대만족은 권태고 욕망의 최대결핍은 고통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인간은 그 둘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가는 존재에 불과한 것이고요. 그는 영원한 충족과 행복감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합니다. 행복, 그거 붙잡아 놓을 수 있는게 아니라는 거죠.  결국 행복은 결핍에서 만족으로의 "빠른 전이"입니다. 어떤 정적인 상태가 아닌 거죠. 일시적인 상태변화에 불과한 겁니다. 가지기 위해서는 붙잡지 않아야 하는 것이 행복인데, 사실 가지려는 마음조차도 버려야겠죠.
 
우리는 목표하는 바를 이루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망이 이루어지면 계속 행복이 이어질 것이라고 착각하는 거죠. 정말 그렇던가요? 쇼펜하우어는 이런 마음으로 팍팍한 현실을 버티며 소박한 소망을 꿈꾸는 우리들에게 삐딱하게 한마디 던집니다.
 
"성취된 소망은 인식된 오류고, 새로운 소망은 아직 인식되지 않은 오류다."
 
그럼 어쩌라는 건가요. 욕망하지 말고 소망하지 말고 그냥 되는대로 살아야 하는걸까요? 행복으로 향하는 공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만, 이상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이 살면 됩니다. 성공하고 싶다면 지금 원하고 있는 이 상태를 즐기면 되고, 행복하고 싶다면 지금 가진 것을 즐기면 됩니다. 결국 성공이나 행복이나 결과가 아닌 과정이 핵심입니다. 지금 가진 것을 즐기자고 하면, 많은 이들이 지금 가진 것이 없다고 투덜대겠죠. 이에 대한 쇼펜하우어의 행복론의 핵심은 이렇습니다.
 
쇼펜하우어는 소극적인 행복론을 주장합니다. 열가지 행복을 추구하지 말고 한 가지의 고통을 피하는 것이 행복에 더 큰 효과를 가져다 준다고 말하죠. 생각해보면 맞는 말 같습니다. 우리는 몸이 건강하고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마냥 행복해하지 않습니다. 숨 쉴 수 있는 산소가 가득 찬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되새겨봐도 행복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만약 건강하지 않다면, 혹시라도 숨 쉴 수 있는 산소가 없는 공간에 있다면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는 최대 관심사는 무엇이 되겠습니까?
 
소극적인 행복론의 핵심은 고통의 원인을 최소화하고, 쾌락의 추구가 아닌 고통을 줄여 나가는 것입니다. 이 고통은 미래의 고통이죠. 미리미리 운동 열심히 하고 건강 챙기고 안전 운전하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게 잘 될까요? 이상적인 얘기죠. 실천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 진리를 깨달은 쇼펜하우어가 스스로에게 있어 미래의 고통을 줄이는데 주력함으로써 과연 행복해졌을까요? 쇼펜하우어는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더 불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지성은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좋은 역할을 하지만, 지성이 과도하게 작동하여 생겨나는 상상이나 기억이 행복을 망친다고 말합니다. 쇼펜하우어 본인 이야기 아닌가 싶습니다. 서두에서 얘기했듯이 욕망의 최대 만족의 권태고, 인간은 이 권태를 견디지 못 합니다. 문제없이 산다고 해서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거죠. 그냥 머릿속으로 '아! 나는 건강하고 별 큰 문제가 없으니 행복한 삶이구나!' 하고 잠깐의 생각에 그칠 뿐입니다. 누군가 말했듯이 인생의 목적은 문제 없이 사는 것이 아니라, 흥미진진하게 사는 것입니다. 각자의 삶에 맞는 레시피를 잘 찾아보시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라는 책에 나온 내용을 가지고 이야기해봤습니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잘 풀어쓰기도 했지만,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이 시대상에서 찾을 수 있을 듯 하네요. 그럼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IP *.242.225.204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357 [책 vs 책] 어디든, 타국 [1] 에움길~ 2024.08.26 799
4356 [목요편지] 장막을 들춰보면 어니언 2024.08.22 729
4355 [수요편지] 문제의 정의 [1] 불씨 2024.08.21 735
4354 [내 삶의 단어장] 크리스마스 씰,을 살 수 있나요? [1] 에움길~ 2024.08.20 695
4353 [내 삶의 단어장] 다래끼, 천평 그리고 지평 [2] 에움길~ 2024.08.13 1112
4352 [목요편지] 식상해도 클리셰는 살아남는다 [7] 어니언 2024.08.08 939
4351 [수요편지] 형세 [3] 불씨 2024.08.07 751
4350 [수요편지]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 [1] 불씨 2024.07.31 978
4349 [내 삶의 단어장] 알아 맞혀봅시다. 딩동댕~! [1] 에움길~ 2024.07.30 858
4348 [목요편지]취향의 기원 [2] 어니언 2024.07.25 883
4347 [수요편지] 일해야 하나, 놀아야 하나 [2] 불씨 2024.07.24 927
4346 [책 vs 책] 무해한 앨리스 화이팅! file [2] 에움길~ 2024.07.22 805
4345 [목요편지]’호의’라는 전구에 불이 켜질 때 [4] 어니언 2024.07.18 832
4344 [수요편지] 불행피하기 기술 [3] 불씨 2024.07.17 820
4343 [내 삶의 단어장] 피아노, 희미해져 가는 온기 [1] 에움길~ 2024.07.16 770
4342 [목요편지] 흉터 [2] 어니언 2024.07.11 770
» [수요편지] 행복 = 고통의 결핍? 불씨 2024.07.10 749
4340 [월요편지] 세상이 분노가 가득한데 [1] 에움길~ 2024.07.08 829
4339 새로운 마음 편지를 보내며 [4] 어니언 2024.07.04 792
4338 [수요편지] 성공의 재정의 [2] 불씨 2024.07.03 7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