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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7일 18시 15분 등록

 
손자병법에 보면 전쟁은 세(勢)로 이긴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드러나고 있는 형세(形勢)로 이긴다는 건데요. 성난 물결이 내달아 돌을 떠내려가게 만드는 것을 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쟁을 잘 하는 사람은 세에서 승리를 구하고 사람을 탓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보다 세에 맡길 줄 안다...(중략)... 그러므로 사람들을 잘 싸우도록 만드는 세는 둥근 돌을 천길 산 위에서 굴리는 것과 같으니, 이것이 바로 세라는 것이다."
 
형(形)이 없으면 세(勢)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형은 세를 위한 것이고, 세는 형으로부터 비롯되는 거지요. 이것은 골프의 스윙폼과 스윙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구질의 관계와 같을 겁니다. 우연히 만들어지는 세는 오래 가지 못하죠. 어쩌다 한번 공이 잘 맞을 수는 있겠지만, 기본기와 폼이 잘못되어 있으면 백날이 가도 백돌이 신세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겁니다(제 이야기입니다)
 
형은 정적인 것입니다. 가두어 놓은 물이고 팽팽히 당기고 있는 활입니다.
세는 동적인 것입니다. 쏟아지는 물이고, 시위를 벗어난 화살입니다.
 
파리올림픽이 한창입니다. 여자탁구 신유빈 선수의 경기 많이들 보셨을텐데요. 비록 메달은 따지 못 했지만, 정말 잘 했죠.
얼마전 신유빈선수와 일본의 미우 히라노 선수의 파리올림픽 탁구 8강전을 보신 분들 있으실텐데요.
TV를 켜니 세트스코어 3:0 으로 신유빈선수가 이기고 있더군요. 4세트를 먼저 따면 이기니까 금방 손쉽게 끝날줄 알았는데, 이게 왠걸 세트스코어가 3:3이 되더군요. 히라노 선수가 옷을 갈아입고 난 후 심기일전했는지 무서운 기세를 보이더군요. 완전히 형세가 바뀐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신유빈 선수 역시 만만치 않았습니다. 어린 나이에도 지독한 훈련을 통해 쉽게 지지 않을 형(形)을 구축해 놓은 대가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히라노 선수의 파죽지세는 결국 거기까지였습니다. 신유빈선수는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치열한 듀스 접전 끝에 결국 신유빈 선수가 승리했죠.
스포츠경기를 보다보면 분위기라는 것이 정말 무섭구나하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한 편의 영화같은 승리, 파노라마와 같이 몰아치는 분위기라는게 있는 거죠. 그런 분위기, 그런 형세는 무에서 만들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우연히 분위기가 만들어져도 형에 기반하지 않는 세는 금방 무너지고 맙니다.
 
제 졸저 <개발자 오디세이아>에 썼던 에필로그의 한대목으로 오늘 마음편지를 마칩니다. 다음 주 여름 휴가 다녀와서 다다음주에 뵐 수 있을 듯 하네요. 더운 날씨,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남부 야스유키는  누구에게나 높은 파도를 타는 듯한 순간이 온다고 했다. 자신도 모르는 무엇인가 강한 힘에 이끌려 파도에 올라탄 후 기세 좋게 미끄러져 가는 것이다. 자기 자신도 멈출 수 없는 쾌속의 시간이 오는 것이다. 야스유키는 바로 이때가 사람이 가장 빛나 보이는 순간이라고 말한다. 무언가 알 수 없는 강한 힘에 이끌리는 것은 결코 우연이 작용한 행운과 같은 것이 아니다. 자신의  특별함을 감지하고, 그 특별함을 수많은 세월을 통해 단련시킨 자만이 만날 수 있는 필연과 같은 것이다. 누군가는 운이 좋아서 일생 일대의 기연을 만날 수 있고, 누군가는 운이 지지리도 없어서 자신이 노력한 것보다 작은 기회를 얻을 수도 있겠지만, 그 어떤 경우든 기회는 오직 준비된 자의 것이다."



IP *.242.22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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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8 08:55:07 *.97.54.111

형세(形勢)에 이런 깊은 뜻이 있었군요.
형(形)을 구축해 놓으면, 언젠가 세(勢)는 찾아오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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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8 12:48:11 *.166.87.118

신유빈 선수 이야기가 나와서 반갑네요! 정말 재밌게 본 경기였어요. 
말씀하신대로 무형의 '세'가 뭐 그리 중요할까 싶다가도 스포츠를 보다보면 이 흐름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지요. 

글을 읽으며 내게 유리한 세를 불러오고 상대의 세를 끊는 기술도 조금씩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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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9 13:16:19 *.208.254.14

늘 그렇듯 크게 공감하는 글입니다.   

 '일각이 여삼추 같은' 그  천당과 지옥 사이에 있는 시공간 속의 선수들 게임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 일각이 여삼추같은 그런 순간에 몰입하고 초월할 수 있는 것은 비장한 각오가 아니라 일상의 평범한 날 속에서의 성실함과 끈기를 통한 훈련과 수양'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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