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미
- 조회 수 4276
- 댓글 수 3
- 추천 수 0
나도 꽃피는 나무로 살고 싶다
뜨거운
순대국밥을 먹어 본 사람은 알지
혼자라는 건
실비집 식탁에 둘러 앉은 굶주린 사내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식사를 끝내는 것 만큼 힘든 노동이란 걸
고개 숙이고
순대국밥을 먹어 본 사람은 알지
들키지 않게 고독을 넘기는 법을
소리를 내면 안돼
수저를 떨어뜨리면 안돼
서둘러
순대국밥을 먹어 본 사람은 알지
허기질수록 달래가며 삼켜야 한다는 걸
체하지 않으려면
안전한 저녁을 보내려면 ..최영미의 혼자라는 건
혼자서 너무 오래도록 싸워 본 사람은 그 고독을 알고 있습니다. 그 치열함이 만들어 내는 얼룩짐을 압니다. 삶의 어느 대목하나 열심이지 않은 때는 없었지만 마음에서 찢어지는 듯한 울부짖음이 들려왔습니다. 내가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 조차 모르고 내 안의 울림들을 무시한 채 하루하루를 내달렸습니다. 무수히 반복되는 일상들이 내 안의 울림에, 이 얼굴 없는 소리에 주먹을 가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