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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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관심사는, 왜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보다 삶의 난관에 잘 대처하고 행복감을 잘 느끼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30년에 걸친 그의 연구결과는 플로우‘flow’라는 한 단어로 압축되었다. 행복감을 자주 느끼는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플로우‘flow’를 접하는 순간이 많더란다. ‘flow’란 어느 순간에 물 흐르듯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느낌을 표현하는 말이다. 어떤 행위에 깊게 몰입하여 시간의 흐름이나 공간, 더 나아가서는 자신에 대한 생각까지도 잊어버리게 될 때를 일컫는 심리적 상태이다.
그는 ‘flow’를 자주 접하기 위해서는 자기목적적 성격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자기목적이라는 말은 사회가 주입시킨 목표가 아닌 스스로의 목표를 갖는 것을 말한다. 미래의 이익에 대한 기대 없이 행위 그 자체가 보상이 되는 일 - 부모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나 훌륭한 시민으로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들과의 상호작용을 즐기기 때문에 교육하는 것, 사회적 성취에 따라오는 부와 명예 때문이 아니라, 나에게 중요하고 즐겁기 때문에 행하는 모든 일들이 거기에 해당된다.
그런데 몰입을 가져오는 일이 대단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독서를 예로 들자면 반드시 훌륭한 작품을 많이 접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단 하나의 구절이라도 깊이 몰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때로는 단어 하나가 새로운 세계의 창을 열어주어 우리의 정신이 내적인 여행을 시작하기에 충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부산대학교 이왕주교수가 사는 법이 좋은 사례가 될 것 같다.
그는 반드시 수동분쇄기에 원두커피를 직접 갈아 마신다. 그 정도의 손놀림이라도 하면서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싶어서. 커피를 마실 때면 방문을 걸어 잠근다. 커피의 향을 음미하는 일에 순수하게 집중하기 위해서. 출근하는 길이 일곱 개가 넘는다. 소소한 다양성을 통해 일상의 변주를 즐기기 위해서. 대부분의 사람이 겨우 10분이 더 걸린다는 이유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그는 택한다. 그렇게 해서 빨리 도착한 10분 덕분에 삶의 역사가 바뀌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고른 호흡으로 삶의 모든 향기를 놓치지 않고 마시며 살고 싶다고 한다. 축구의 목표가 골대가 아니고, 삶의 목표가 잘 나가는 것이 아니듯, 음미되지 않는 삶은 살아갈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산문집 “쾌락의 옹호”에서 “가장 지혜로운 생의 목표는 진정한 쾌락주의자가 되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 때 그가 말하는 쾌락은 고도의 지적인 쾌락과 예술적 감동을 포함하여 미각의 쾌락, 앞서 말한 소소한 일상의 향유까지 다양하다. 그는 짧은 길을 걸을 때조차 여인의 아름다운 미소, 살갗을 스치는 신선한 바람, 쏟아지는 햇빛, 싱그러운 젊은 웃음소리, 쇼윈도에서 빛나는 상품들, 도시 빌딩숲 사이에 엉뚱하게 서 있는 유실수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팽팽한 긴장 상태로 들어선다고 한다. 이쯤이면 ‘쾌락’이라는 단어에 대한 오해 없이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을 이해했을 것이다. 흙이 되기 전에 이미 흙처럼 살기를 거부하기.
이왕주의 즐거움이 다분히 개인적인 것이라면 한경애의 놀이는 사회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에 의하면 1인용 게임을 하고 있을 때조차 우리는 혼자 놀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게임을 하면서 가장 즐거운 때는 바로 게임과 나 사이의 파장이 일치하는 순간, 나와 게임이 합체한 듯 느껴지는 그 순간이기 때문이다. 놀이는 친구들과 하나의 리듬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며, 그렇기 때문에 놀이는 언제나 ‘관계 만들기’ 라고 하는 그녀, 놀이야말로 ‘어떤 세계에서 살 것인가’를 결정하는 문제라고 하는 대목에서는 탄성이 나왔다.
그랬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인생의 절정경험은 모조리 누군가와의 ‘어울림’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사소한 차이 때문에 사람에게 등 돌리곤 하던 나는 스스로 인생을 축소시키고 있었던 셈이다. 나는 한경애의 책 ‘놀이의 달인, 호모루덴스’ 앞날개에 소개된 그녀의 관심사를 보면서 자극을 받는다. ‘연구공간 수유+너머’, 진보넷과 이주노동자들, 대추리 스콰터들, ‘자전거로 미래를 달리는 발바리들’로도 모자라 밴드를 만들고 싶다는 숙원을 위해 베이스 기타를 연습하고 있단다. 그러니 우리가 갖고 놀 대상은 얼마나 다양하단 말인가! 그녀가 책 속에서 소개한 독창적인 ‘게릴라베짱이’들을 보라!
최근에 ‘나이들기’에 대한 책이 속속 출판되고 있다. 수명연장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문화적 수요에 대한 대응인 셈이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책들을 읽지 않더라도 한 시절 살아본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순간을 음미하며 인생을 즐기며 산 사람이 최후의 승리자라는 것을. 성인발달에 대해 장기적인 연구를 한 권위 있는 보고서도 그것을 증명해 준다.
“성공적인 노화의 필수요건은 즐거움을 누릴 줄 아는 여유가 있는가 없는가 하는 문제이다. 나는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잊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라고 생각한다. 내가 학자연하면서 성공적인 노화라는 용어를 쓸 때마다 늘 즐거움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된다.”
-- 조지 베일런트, 10년 일찍 늙는 법 10년 늙게 늙는 법 --

카페 놀이가 '제3의 공간'을 향유하는 것을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아직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았습니다.
워낙 중요하고 관심을 가진 층도 넓을 것 같은데
콜하는 사람에 좌우되어 흐지브지되지 않도록
거국적<?>으로 시도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책쓰기와 강연으로 먹고 살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은 오늘 두 번 째 모임이 있습니다.
그동안 카페를 개설했고, 12명이 가입을 했는데요~~
아직은 서로 낯설어서-첫모임에 못 온 사람도 5명이나 되므로-
인사나누기에 그친 단계이라
이렇다할 공유사항이 없습니다.
오늘 변경연에의 공헌력에 대해 의논하려고 합니다.
사실 저도 한경애의
"놀이는 관계만들기이다"에 꽂혀서
집중적으로 써 보려고 하루 종일 몸부림을 쳤는데 도저히 안 나와 주더라구요. ㅠ.ㅜ
그래서 저렇게 어정쩡한 '과제 때우기'용 글이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