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書元 이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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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기침은 많이 나세요?”
“아뇨, 아직은...”
“소화는요?”
28일 토요일 오전 병원에서의 의사 선생님과의 대화의 한도막이다. 금요일 아침 일어났을때 갑자기 오한이 찾아왔다. ‘왜이렇지. 어제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근데 큰일이다. 오늘 유성에서 큰행사가 있는데.’
행사 실무라 빠질수가 없어 말그대로 덜덜 떨면서 악이다 깡이다 주관하다가 마치자마자 부리나케 유성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는데 어라~ 매진이란다. 그말을 듣는순간 나의 머릿속은 바빠진다. ‘서울 다른 터미닐로 가는 버스를 탈까? 기다릴까?’ 결국 나는 추운 대합실에서 오돌오돌 떨며 1시간여를 기다린 끝에 다음 버스를 탈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가는 도중 몸이 도저히 감당이 안되어 마눌님에게 마중을 나와 달라고 전화를 건다. 근데 전화를 받지 않는다. ‘우이씨~ 꼭 중요할때는 전화를 안받네.’ 애꿏은 마눌님에게 화살을 돌리고 외투를 동여매고 억지로 잠을 청해본다.
드디어 도착. 집으로 들어오는 나의 헬쓱한 얼굴을 보고 마눌님이 한소리를 한다.
“이렇게 아플줄 알았지. 며칠전에 술먹고 늦게 들어올때부터 알아봤다.”
“...... (잘못한 전적도 있지만 어이가 없어 말을 못이음)
보일러 온도를 가지끈 올리고 솜이불을 뒤집어쓰고 끙끙대며 누워있는데 마눌님이 체온계를 재어보잔다. 39도. 우와~ 나도 염려가 되지만 그와중에 마눌님이 거기에 한소리를 더거든다.
“내일 병원꼭 가라. 그런데 신종 플루면 어떻케. 나에게는 옳으면 안되는데.”
아이구~ 그건 내가더 걱정할 일이다. 회사 조직편제가 개편되어 업무의 부담도 더늘어나고 거기다 주말에는 연구원 과제도 있는데... 이말을 하고 싶었지만 기운이 없어 속으로 옹알이만 거듭한다. 에구에구~
다음날 뼈마디가 쑤신 몸을 추스르며 가쁜숨을 몰아쉬면서 동네 의원으로 들어서노라니 별별 생각이 다들었다.
‘진짜 플루면 어떡하지.’
‘해야할 업무는 쌓여있는데.’
‘연구원 과제도 해야하고’
‘사자 칼럼도 있는데.’
체온이 내려가서인지 다행히 플루는 아니란다. 하지만 조심해야하기에 월요일 한번더 오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 다행히 안심이 되었지만 몸은 여전히 좋지앟다. 쉬어야 하나, 아픈데도 연구원 과제를 강행을 하여야 하나. 하지만 토요일 오늘은 도저히 몸이 따라주지 않는것 같다.
연구원 동기에게서 연락이 왔다. 다른 용건으로 전화를 걸어 온것이었지만 몸살이라는 나의 말에 빠른 쾌유를 전한다. 갑자기 눈물이 핑~ 공통적인 미션을 가진 프로젝트 그룹인 창조적 소수일지라도 그들의 행보에는 많은 난관이 있을 것이다. 팀원간의 의견다툼, 갈등, 이해의 부족, 캐리어, 또는 오늘 나와같은 예견치 않은 상황 등. 그럴때 오늘과 같은 자그마한 관심과 격려는 당사자 등에게는 큰힘이 될것이다. 물론 내가 특별히 이런 부분을 중요시하는 면도 있어서 이겠지만 말이다.
일요일 오후. 죽만 먹어서인지 기운이 없음에도 연구원 과제를 스타트 할려는 나를 보고 마눌님이 한마디를 한다.
"몸도 안좋은데 이번주는 쉬지.“
“나도 그러고 싶은데 나자신하고의 약속이니까.”
그랬다. 나의 성격탓도 있겠지만 약속이란 부분은 중요한것 같다. 특히 톱니바퀴처럼 서로의 역할이 맞물려가서 돌아가야만 되는 창조적 소수 그릅은 더욱 그러할 것이다. 개인의 역할의 자각과 책임감이 수반되지 않으면 그 그룹은 장기적으로 지속되기가 힘들다. 그러기에 나는 이 연구원 과제의 완결에 더욱 기를 쓰고 매달리는것 같다. 싸부님은 ‘꿈을 실현하면서 동시에 밥벌이가 해결되는 소수 사람들의 무리’를 창조적 소수라는 개념으로 정의하셨다. 꿈+밥벌이.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개인 역할 자각 & 책임감의 무게는 결코 만만치많은 않으리라고 본다.
월요일 오전. 이틀이 지나도 몸이 괜찮아지지를 않아 부득이 반차를 쓰고 지금 칼럼을 쓰고 있다. 12월부터는 관련된 사례에 대한 연구 등으로 접근성을 서서히 모색해 나가야 할것이지만, 어쨌든 자신과의 약속을 지킴에 나는 자족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