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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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짧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두 가지 경험을 얻었습니다.
하나는 나의 내면으로부터 올라오는 기쁨을 느꼈습니다.
약 십초 정도 나는 가만히 정지했습니다.
어느 작은 카페에서,
눈 내리는 밤에,
좋은 벗들과,
심금을 울리는 음악과...
이것들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제가 느낀 것은
외부의 반응에 의해서 내가 유쾌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내적인 오르가즘같은 것인데 알 수 없는 황홀한 느낌이 나를 휘감았습니다.
내 안의 원초적인 어떤 것과 맞닿은 느낌, 그것이었습니다.
그윽한 기쁨,
모든 것을 한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집으로 오는 길에 함께 여행을 다녀온 벗과 짧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가 걸어왔을 그 길의 아픔이 느껴졌습니다.
발걸음이 무거웠습니다.
피곤은 아니었습니다.
내 아픔으로 느껴지면서 밤새 뒤척였습니다.
나의 지난 과거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나는 한없이 가난하였고,
부모님의 갈등을 조용히 흐느끼면서 지켜보았고,
나는 종교에 한없이 귀의하였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벌어주신 등록금을 나는 종교에 팔아먹었고,
나의 종교적 세계관은 산산히 해체되었고,
나의 인문학은 IT에 의해 붕괴되었고,
그리고 공황장애...
이 모든 것들이 농축되어 쳐들어왔던 마흔의 홍역,
그러나...
나는 가난으로 밥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가난은 죄도 창피도 아님을 깨달았고,
부모님의 갈등을 반복했지만 이제 아내과 우리 딸들 존재 자체의 사랑스러움을 느끼게 되었고,
종교보다 인간이 더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내 주위의 사람들이 작은 예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나 같은 스펙을 가진 놈이 IT에서 묵묵히 일하는 이들에게 적잖은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수 있게 되었고,
공황장애는 내 몸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면서 나에게 불굴의 의지를 키워주었고,
내게 마흔은 과거의 삶과 다른 새로운 삶으로 태어나라는 것을 명징하게 보여주었고...
이제서야 마음으로 이 모든 것을 깨닫게 되었다.
참 감사한 일이다.
나는 소중한 놈이다.
이제 한번은 진짜 나처럼 살아보리라.
인간의 삶은 저마다 깊은 뿌리가 있다.
끈질긴 사연없는 사람 없다.
복잡한 사연과 문제가 있다면
우리 안에서 답을 찾아 나가자.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근원적으로 위대하다.
이 여행을 이끌어주신 분, 여행을 함께 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 드립니다.
나를 처음으로 세상에 널리 알린 날.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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