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정야
  • 조회 수 3197
  • 댓글 수 11
  • 추천 수 0
2010년 3월 31일 12시 51분 등록

긴 여행을 마치고

오래 비워 두었던 집에 돌아와 짐도 풀지 않고

깊숙한 의자에 앉았네

 

보여 줄 수 있는 건 눈가의 미소뿐

딱히 내 놓을 건 없지만

마음이 충만하니

육체의 고단함은 아무것도 아니라네

 

진정한 여행이 그렇듯이 나의 여행은 무모했네

 

죽었다 살아난 적도 있었지

여신을 만나 단판을 지으려 했던 적도 있었지

선구자의 삶을 내 것으로 삼고자 도전하기도 했지

그 새벽은 잠들지 않고 꽃잎을 피웠고

안개 핀 강가에서 물고기가 퍼덕였지

 

나를 있게 한 빛나는 경험이 비수가 되어 가슴을 찔렀네.

나는 나를 거부했네

나는 나를 부정했네

나는 다른 멋진 내가 있기를 바랬네

나는 나에게 세상에서 가치 있는 무엇인가가 있다고 우겼네

 

울컥 시작한 눈물이 석 달 열흘이 지나도록 멈추지 않았네

 

깨침은 찰나

움켜쥐고 놓지 않았지

힘이 들어 죽을 것 같았지만 물고 늘어졌네

 

어느 누가

나 자신을

나 자신에게 말해 줄 수 있겠는가

 

그 찰나가 보이지 않는 빛을 발한다는 것도 알았네.

사람은 울어야 하네 사람은 웃어야 하네

원초적일 때 바로 자신을 볼 수 있다네

존재를 원망하고 스승도 원망했네
가슴을 치며 돌아본 세월이 나를 위로 할 쯤

 

비행기에 올랐지

 

영화 속이 영화가 결정적이듯

여행 속의 여행은 극적이었네

열 편의 러브스토리가 있었고

일 백 편의 사랑이 만들어졌네

 

쪽지 뽑아 함께 거닌 한 밤의 호숫가에서

떨쳐버릴 과거를 말할 때 스승님은 한 없이 미래만 일러주셨지

 

비행기에서 다시 내렸을 땐 예전의 내가 아니었네.

더 잘 웃게 된 유치대장이 내리고 있었네

자신을 받아 들인 뽕공주가 내리고 있었네

자신을 자신에게 말한 봄의 여인이 내리고 있었네

 

시간은 가을로 달려가고 관계는 깊어졌네

모두 깊고 오래가기를 소망했네


일년의 여행이 우주의 역사만큼 찬란하네

 

깊숙이 앉은 의자의 일렁임이 알려주네

여행은 끝이 곧 시작이라고

여행은 끝이 없는 것이라고

삶 자체가 여행이지 않던가

IP *.12.20.111

프로필 이미지
수희향
2010.03.31 21:42:39 *.118.92.153
너는 나를 미소짓게 했고, 난 그런 내가 신기했고, 그래서 기뻤다.
작년 한 해, 너로 인해 기뻤다.
그래서 고맙고, 그래서 감사하다.

넌 이미 내 삶 속에 들어왔다.
그래서 우린 이대로 계속 함께 가는거다.
변함없이..^^
프로필 이미지
혁산
2010.03.31 21:58:23 *.52.96.30
함께하는 1년간 즐거웠습니다.
많은 이들이 5기가 유치하다 하는데
저는 그 유치함의 근원이 당신에게 있음을 선포합니다.
그리하여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상하게도 당신과 함께하면 쑥스럽지 않아집니다.
그리하여 그냥 마음가는데로 노래하고 춤출 수 있었습니다.
당신을 만날때면 항상 숲에 들어선 느낌입니다.
마음은 풀어지고 맑아집니다.
유치하다는 것은 가식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나요?
저는 그렇게 경험하였습니다.
한해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효인
2010.03.31 22:44:15 *.10.109.158
너의 기나긴 여행에 함께 한 것 감사하고
앞으로의 여행에도 함께 하고 싶구나.
아름다운 마음들이 함께 모여 아름숲을 이루자.
그리고 우리 숲에서 새롭게 되고 행복이 꽃피게 하자.
프로필 이미지
2010.04.01 00:46:12 *.168.23.196
언니~ 어쩜 이렇게 시를 잘 써요!
지난 일년간의 언니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싸악 스쳐가는데요 ^^
뽕공주의 에너지파에 행복했던 한해였습니다.
그 에너지파, 이제 변경연을 넘어 세상으로, 아이들에게로 전해지길!
프로필 이미지
범야
2010.04.01 07:45:59 *.67.223.107
처음 만났을때도 시인이었고
함께 공부하는 사이 사이에도 시는 계속 흘러나왔고
글마침도 시로 하고있는 뽕공주의 뽕시가 아름다워.

골세앙바드레의 뽕시

마무리 서로서로 축하하며...또 새롭게 시작하자....뽕야~
프로필 이미지
2010.04.01 08:05:16 *.40.227.17
뽕공 언니~ ^^

아무리 생각해도.. 크로아타아 여행 그날밤이었던 거이 같아여..
'혜향아~ ' 하며 달려들었던 언니의 섹쉬함에 빠져..
잠에 취해서도.. 나도 모르게.. '어, 아름다워' 를 외치고? 말았던.. ㅋㅋㅋ

'아이와 자연과 시'.. 뽕공 언니 그대로의 모습.. 언니야와 그야말로 딱! 이에여..

그날밤?의 뽕공주.. 그리고 어린날의 뽕공주.. 오늘의 뽕공주.. 미래의 뽕공주..
어떤 모습이든.. 언제나.. 그대로의 모습으로..  따랑해여~~~ ^^ 
프로필 이미지
정야
2010.04.02 11:46:24 *.12.20.106
모두 함께 해서 좋았습니다.
애정으로 코멘트하고 격려해주어 힘이 되었습니다.
진지함 속에 겉돌 수 있는 유치함을 잘 수용해 주어 감사했습니다.

수 많은 하얀 밤을 함께 지새 주어 든든했습니다.
뭐든 잘 한다, 예쁘다 해주어 신났습니다.
차이를 인정해 주고 다름을 감싸주어 포근했습니다.
모두 스승이 되어 주어 많은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같이 놀고 꿈을 나눠서 즐거웠습니다.

울고 짤 때 등 두드려 위로해 주어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같이 토론하고 고뇌하여 깊어질 수 있었습니다.

모두 사랑합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아쉽고 서운한 점이 있다면 모두 저 때문입니다.
 행복하고 사랑 충만한 이 마음은 모두 여러분 덕분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0.04.03 09:31:37 *.160.33.180
프로필 이미지
2010.04.04 08:10:21 *.222.142.115
뽕공 언니~ ^^

첫 수업.. 다산의 여신 디아나.. 물풍선이 생각나네여.. ㅋㅋㅋ
이번에도 또.. ㅎ  무지 무겁겠다.. ^^

둥그렇게 노오란 달이 떴네여.. 행복한.. 달이에여.. ^^
프로필 이미지
미옥
2010.04.06 09:39:20 *.236.70.202
어쩐지 선배님의 곁에서 함께 춤추게 될 것같은
매우~ 썩!!
유쾌한 예감이 스치는 아침입니다!!     emoticon
프로필 이미지
뽕공주
2010.04.06 01:51:42 *.12.20.106

달밤의 체조 -김원숙.JPG
달밤의 체조 -김원숙 작. 1979

스승님, 예전에는 저를 위한 글을 써주시더니 이번엔 이렇게 그림까지!  감사합니당~~

요즘 일본전통시 하이쿠에 빠져 있는데 스승님의 말씀이 한 줄의 시로 세상을 일깨우는 하이쿠처럼 제 마음에 공명합니다. 훗날 그 곳에서의 달밤에 스승님의 이 시를 읊조리는 저를 상상해 봅니다.꼭 그리하겠습니당.^^

오래된 책갈피에서 '달밤에 체조'라는 그림엽서가 뚝 떨어졌습니다.  천상 저입니다.ㅋㅋ 저리 살고 싶습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12 중간지대를 통과하며 [3] 숙인 2010.03.31 2691
1511 봄비가 되어 [5] 효인 2010.03.31 2798
1510 < 인생, 그 서글픈 미학- 오스카 와일드 > 5.끝. [5] 정재엽 2010.03.31 3009
» 긴 여행을 마치고 [11] 정야 2010.03.31 3197
1508 소박한 다짐 [16] 혜향 2010.03.30 2969
1507 봉우리 하나를 넘으며... [23] 희산 2010.03.30 2874
1506 <인생, 그 서글픈 미학- 오스카 와일드> 4. [6] 정재엽 2010.03.29 6992
1505 칼럼 47 - 죽음 만세 ! [22] 범해 좌경숙 2010.03.29 2976
1504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 [12] 혁산 2010.03.29 2708
1503 라뽀(rapport) 8 - 50권의 책과의 만남 [9] [2] 書元 2010.03.28 2788
1502 사자 세미나 - 노리단 연구사례 書元 2010.03.28 3223
1501 네 운명을 찾아라! [2] 효인 2010.03.27 2942
1500 사자 프로젝트 인터뷰 > 더 플레이 라운지 혁산 2010.03.26 2934
1499 <인생, 그 서글픈 미학- 오스카 와일드>3. [4] 정재엽 2010.03.25 3875
1498 어린이 없는 행복한 학교 정야 2010.03.24 2920
1497 감성플러스(+) 내 안의 깊은 뿌리 file [8] 오병곤 2010.03.23 3085
1496 사자 프로젝트 - 카페 + 작업실 '스트라이크' 대표 인터뷰 혜향 2010.03.23 3243
1495 < 인생, 그 서글픈 미학- 오스카 와일드> 2. [2] 정재엽 2010.03.20 4643
1494 준치는 썩어도 준치다 2 [9] 백산 2010.03.18 2973
1493 준치는 썩어도 준치다 [2] 백산 2010.03.18 2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