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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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쿠바에서, 헤밍웨이 (JFK 도서관 소장)>
전후(戰後) 미국사회에 드리운 우울한 그림자를 헤치고 혜성처럼 등장한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그는 1899년 시카고에서 출생했다. 수렵과 스포츠를 좋아하던 아버지와 음악을 좋아하고 신앙심 돈독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그는, 거친 야성과 섬세한 감성을 동시에 물려받았다. 그의 나이 19살에 발발한 제1차 세계대전은 그의 정신세계와 문학적 지향점에 뚜렷한 흔적을 남겨놓았다. 이탈리아 전선에 참전했다가 큰 부상을 당해 귀국했고, 그 후 그리스-터키 전쟁에 종군기자로 참여하며 또 다시 전쟁의 참상을 목격한다. 이때의 경험은 그의 대표작이자 전쟁문학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에 고스란히 녹아 거대한 폭력에 마주한 인간의 실존적 고뇌를 표현하고 있다. 그는 매우 단순하고 쉬운 문체로도 인간의 본성을 환기시키고 짧은 삶에 대한 비극적 자각을 드러냈다. 특히, 1954년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노인과 바다>는 헤밍웨이 문학의 대표작으로 뽑는다.
그의 나이 서른, 아버지는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으며, 이 충격은 후에 그의 작품에 지속적으로 대두되는 자살과 허무주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 곳에 머물기를 거부하고 평생 유럽과 미국, 그리고 쿠바를 옮겨 다니며 집필활동을 하였으며, 이는 사람에게도 적용되어, 평생토록 3번의 이혼과 4번의 결혼을 통해 7명의 자식을 두었다.
62세인, 1961년. 충격적인 권총자살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집필을 멈추지 않았던 그는, 죽은 지 거의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미국작가의 반열에 올라 있다. 그러나 그의 세계적인 대중성을 비판하여, 미국의 국력팽창과 연계, 문학성을 평가절하 하는 경향도 있으며, 그의 허무주의와 염전사상도 ‘전쟁 후일담 문학’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더욱이 여성의 관점에서 볼 때, 보수적이고 순종적인 모습들이 현시대의 논리에는 맞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
자. 그의 드라마틱한 인생과 그의 작품들은 과연 어떻게 탄생했을까. 그리고 그의 작품은 오늘날 우리에게 어떠한 화두를 던져주고 있는가. 그의 생애와 작품 속으로 군장차림으로 씩씩하게 참여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