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현
- 조회 수 2350
- 댓글 수 8
- 추천 수 0
Ⅰ. 역사 속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세 가지 장면
1. 사랑하고 노래하고 투쟁하다 : 출발!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나의 삶이 매일 새로워져요
모든 면에서 변화하죠
비록 내가 꿈꾸는 그 변화가
절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말이에요
(중략)
난 그 이상을 원해요. 이런 바람을 포기할 수 없어요
이런 바람을 포기할 수 없어요
(중략)
하지만, 내가 꿈꾸는 그 변화가
절대 눈에 보이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그대가 바로 내 꿈이니까요
나를 꿈꾸게 해요
- Cranberries의 Dreams 중에서
이런 날에는 Cranberries의 ‘Dreams’가 제격이다. 1951년 12월 어느날, 머플러가 쏟아내는 경쾌한 배기음이 폭양의 오후에 물수제비의 파문을 던졌다. 친구 알베르토에게 모터 사이클을 타고 북미대륙을 누벼보자는 제안을 했을 때만 해도 즉흥적인 말 한 마디가 현실이 될 줄은 몰랐다. 포데로사에 몸을 싣고 코르도바를 출발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안데스 산맥을 가로질러 산티아고로 갔다. 쿠바, 콜롬비아, 베네수엘라를 거쳐 8개월 만에 아르헨티나로 돌아왔다. 북아메리카를 향해 떠난 여행은 북아메리카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로 전락한 남아메리카의 빈곤과 무력함에 부딪혀 길을 잃었다. 북쪽을 향해 직진하던 나는 절망에 찬 노동자들의 삶과 조우한 후 남아메리카의 척박한 대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희뿌연 먼지를 가르며 청춘의 부름을 받아 떠난 여행은 몽상가의 살을 발라내고 혁명가로서의 운명을 깨닫게 해 주었다. 육신의 고향 아르헨티나를 출발하여 혁명의 어머니 남아메리카를 위해 투쟁하다가 남미의 심장 볼리비아 어느 산기슭에서 여행을 마치다.
2. 우주의 중심에 대한 편견을 깨다 : 코페르니쿠스, 지구는 태양의 둘레를 돈다
2010년 5월 22일 폴란드 동부 프롤보르크 대성당에서 천문학자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가 최고의 예우를 갖춰 영웅으로 재안장되었다. 지동설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가톨릭 수호자들에 의해 사후 표식도 없이 묻혔다가 5백 년 만에 명예를 회복하는 순간이었다. 코페르니쿠스는 생애를 마칠 무렵인 1543년,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 출간을 통하여 지구는 태양의 둘레를 돈다는 지동설을 주창한다. 그 전까지 절대진리로 받아들여지던 천동설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었다. 우주의 중심에 우뚝 서고자 한 인간의 욕망은 자연과학의 검증에도 불구하고 신념과 사실을 구별하지 못하고 자유로운 사고를 억압하는 전근대적 모습으로 투영되었다. 그것은 또한 종교와 철학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상대성에 대한 폭압이기도 했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주장은 천문학의 발달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근대사회의 도래를 앞당기는데 중요한 공헌을 했다.
3. 내가 너를 씻기지 아니하면 네가 나와 상관이 없느니라 : 예수, 제자의 발을 씻기다
최후의 만찬을 들던 예수가 일어나 제자들의 발을 한명 한명 씻기기 시작했다. 만찬 직전 제자들은 제자들 사이에 누가 크냐를 두고 논쟁했고 가롯 유다는 예수를 고발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날 밤에 끌려가 자신은 십자가의 천형에 처해지고 제자들은 開眼하지 못한 채 뿔뿔이 흩어질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예수는 지극 정성으로 제자들의 발을 씻긴다.
예수는 발 씻기를 거부하는 베드로에게 “내가 너를 씻어주지 않으면 너는 나와 아무 상관이 없다”며 발을 씻긴 후 “내가 너희 주와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어 주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라”고 말한다. 가롯 유다에게는 빵 한 조각을 찍어서 건네며 “네가 하고자 하는 일을 속히 하라.”고 했다. 예수와 유다는 이 이야기의 두 주인공이다. 예수는 발을 씻기 듯이 섬김으로 이웃을 보살피고 사랑하였다. 자신을 십자가로 이끌 원수인 유다에게는 다른 제자들이 모르게 “자신을 팔아 넘길 사람이 있다.”는 말로 마지막까지 회심을 유도하는 사랑을 보여줬다.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신념에 준하는 강한 실천력을 보여준 예수에 비해 유다는 과거의 한계를 의식하며 머뭇거리다가 결국은 자괴감에 빠져 자살의 길을 택했다.
Ⅱ. 왜 그 장면이 인상적이었나
체 게바라가 포데로사를 타고 드넓은 남미 대륙을 휘젓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흙먼지 날리는 팜파스, 진흙탕에 빠진 모터 사이클을 끌어내는 시동소리, 독감에 떨며 건초더미 위에서 바라본 밤하늘, 먼지 낀 폐를 웃음으로 씻어내는 광부들, 천식의 고통에 소멸해가는 노파.
텁수룩한 수염에 시가와 베레모, 체 게바라의 모습은 ‘자유’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어 사망 40여 년이 넘도록 젊은이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게바라 자신도 처음 모터 사이클로 여행을 시작했을 때는 자유, 낭만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여행의 동기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의 조국과도 같은 남아메리카 대륙 곳곳에서 사람과 그들의 비참한 삶을 목격한 이후에는 그에게 잠재되어 있던 에너지가 현실과 조응하며 良質轉化를 일으켰다.
인생은 흔히 여행에 비유된다. 게바라는 자신의 인생을 길 위에 펼쳐 놓고 비유를 현실로 실현한, 보기 드문 인생을 살았다.
Ⅲ. 그 장면이 상징하는 것을 앞으로 어떻게 자신의 개인적 역사에 긍정적으로 반영하고 싶은가
근본적인 변화를 이끄는 힘은 거듭남이다. 겉과 속이 모두 바뀌기 위해서는 자신으로부터 변화가 시작되어야 하며 자신으로부터 변화의 동력이 생성되어야 한다. 외부에 의해 주어진 혁명은 오래가지 못할 뿐더러 나를 송두리째 바꿀 만한 힘을 갖고 있지 못하다. 체 게바라가 처음부터 그걸 의도한 건 아니지만 남아메리카 여행은 그의 목마름의 정체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일단 떠났다. 의사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지만, 만사를 젖혀두고 마음이 원하는 대로 여행의 길에 올랐다.
게바라는 상류층 집안에서 자라나 의사라는 안정된 직업을 가진 엘리트였다. 그가 물려받은 유산에 만족하고 무료한 일상을 달래는 방편 정도로 몽상을 허비했다면 자연인 에르네스토 게바라는 있었을지언정 혁명가 체 게바라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얼핏 몽상가와 혁명가는 어울리지 않는 매칭으로 보인다. 그러나 혁명가를 움직이는 근원의 힘은 몽상이다. 현실의 감옥을 탈피하여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당도하지 않은 내일을 생생히 꿈꾸는 건 몽상의 힘에, 운명을 따르는 실천력이 더해졌을 때 가능하다.
게바라는 또한 변화에 긍정적이었으며 협상하려 하지 않았다. 이해관계에 따라 변할 것과 변하지않을 것을 구분하지 않았고 시간과 공간의 메시지에 물들어갔다. 8개월간의 흥미진진한 모험을 마치고 아르헨티나 땅을 디뎠던 그 순간, 그는 더 이상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아르헨티나를 떠나 아르헨티나로 돌아오게 됐을 때, 그는 인생에 있어서도 지도상의 도착지점과 실제 도착지점을 능숙히 일치시키는 훌륭한 탐험가가 되어 있었다. 나의 관심사는 그의 사상이나 혁명가로서의 업적에 있지 않다. 마음이 이끄는 길을 깨닫고 어떻게 실천하였느냐에 초점을 맞추었다.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장면을 통하여 내 미래 역사의 초석이 될 행동강령을 도출하였다.
1. 진로는 북으로, 관계는 남으로
- 역량과 심성의 지속적인 향상을 지향하되, 관계에서는 섬김을 우선으로 한다.
2. 가슴으로 포용하자
- 호응의 원동력은 감정이다. 시시비비를 가리기 보다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포용한다.
3. 빛의 속도로 실천하자
- 마음 먹은 바는 주저 없이 바로 실천하자.

1. 나는 오토바이 뒤에 게바라를 태웠다. 그와 함께 남미 대륙을 같이 횡단했고, 남극까지 같이 가고 싶었었다.
볼리비아에서 그가 잡혔을 때, 몇 안남은 게릴라였지만, 최후의 순간 그를 지키지 못했다.
2. 상현이가 코페르니쿠스에 한 눈을 팔고 있을 때, 나는 조금 빗나간 시간에 '불퉁거리며, 법정을 나서던
한 이탈리아 사내의 고집스러움에 맘주고 있었다. 그는 내가 필요했다. 비겁하지 않아, 그대.
지금은 그대가 진 거 같아도, 나중에 세상은 저 법정위의 검정 노인네들 대신, 그대의 이름만을 기억할 뿐
3. 상현이가 예수가 제자들의 발을 씻기고 있는 것을 구경할 때, 나의 타임머신은 마지막 만찬에 가 있었다.
그 때는 알지 못했지만, 낡은 앨범을 뒤지다가, 여럿이 찍은 단체사진에서 그녀가 항상 날 쳐다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사진에서도, 저 사진에서도, 모든 친구들이 웃고 있을 때도, 그녀만은 울고 있었고, 다들 멋진 풍경을 빠져 있을 때도, 한 발짝 뒤에서 그녀는 나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 때는 몰랐다. 나중에야 알았다. 참으로, 미칠 일이다.

오빠의 글을 보니 모터사이클을 타고 남미를 여행했던 젊은 날..체게바라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설레였던 그날이 떠오르네요.
오빠의 글은 열정과 에너지가 항상 넘쳐요~ 비리비리 기운못차리는 나를 돌아보기에 에너지를 받기에 제격 ㅎㅎ
명료한 행동강령을 정하고 실천하는 것...참 좋은 생각이네요. 저도 만들어야겠어요~
일단 지금 생각난 연주의 행동강령!
1. 심플하게 생각하기
2. 심플하게 행동하기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