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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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에서 만난 친구 누렁이와 함께.(사람은 다르게 생겼는데 개들은 왜 다 똑같지?)
스코트랜드 에딘버러 광장에는 ‘보비’ 라는 개 조각상이 있다고 한다. 떠돌아다니던 개 보비는 오래 굶주려 매우 말랐던 개였다. 어느날 ‘조크’ 라는 한 노인이 보비를 발견하고 식당에서 저녁 한 끼를 잘 먹여 주었는데 이것이 그들 사이의 인연이 되었다. 얼마 후 노인은 죽었지만 보비는 그의 장례식에서도 떠나지 않았고 밤낮으로 노인의 무덤을 지켰다고 한다. 보비가 자리를 떠나는 것은 오직 매일 오후 먹을 것을 찾아서 나설 때뿐이었다고 한다. 14년간을 하루도 빠짐없이 묘지를 지키던 보비 역시 노인을 따라 하늘로 돌아갔다. 밥 한 끼의 고마움을 알고 그토록 헌신적이던 보비를 기려 마을 사람들은 보비를 노인 옆에 묻어 주었다. 그리고 이것을 기념하기 위해 에딘버러 광장에 보비 조각상을 세웠다고 하는데, 한 끼의 감사를 잊지 않는 보비를 보며 사람들이 반성하며 성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사연을 모르고 보면 그저 동상이지만 알고 나면 감동의 스토리이다.
스코트랜드에 보비가 있다면 그리스에는 인연을 맺을 수 있는 친구들이 우글우글 있다. 하지만 그들과 이야기를 만들어 갈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아쉬웠다. 그리스에서 델피의 ‘아폴로 신전’ 을 올라가는 길에 만난 개들은 나에게 기쁨과 함께 궁금증을 주었다. 사람들은 어느 나라에 도착하면 첫 인상이 어땠냐고 묻는다. 나에게 그리스의 첫인상을 묻는다면 ‘동물들이 자유로운 천국’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스 경제가 어렵다고 매스컴에서 들었다. 하지만 길 고양이나 개와 먹을 것을 나누어 먹고 물을 주는 그들은 물질적으로는 힘들어도 마음은 부자인 사람들이라고 느꼈다. 신화가 있고 동물들이 자유로운 곳, 그곳이 그리스였다. 원형이 보존된 돌기둥에는 과거의 이야기가 숨어 있었지만, 현재의 기둥 뒤에는 그 그늘 속에서 개들이 낮잠을 자고 있었다. 그들은 너무나 평온해 보였다. 그렇게 자다가도 오후 2,3시쯤 유적지 문을 닫을 시간에 관리인이 호루라기를 불면 일어난다고 한다. 그리고 남은 관광객이 없는지 살피는 일을 한다고 한다. 그들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사이였다. 밥값을 할 줄 아는 의리 있는 친구들이 유적을 지키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같으면 어땠을까? 관광객이 붐비는 경복궁이나 비원에 개와 고양이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면 그들은 잡혀서 보호소에 격리되거나 식용으로 팔려나갔을 것이다. 먹고 살기는 풍족하지만 아직도 같이 살아가는 반려 동물에 대한 배려에 익숙지 못한 민족 중의 하나가 우리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본인이 싫으면 신고하고 잡아 가두고 내가 싫으면 남도 싫어야 한다. 나는 싫어도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하고 돌려 생각하는 이해심과 배려심은 개 눈꼽만큼도 없는 것 같다.
동물이나 사람이나 모두 ‘자유’를 갈망하지만 정작 그들을 자유롭게 하는 것은 그들의 온순한 성품이다. 그 어떤 동물도 갇히거나 목줄을 원하는 친구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본인의 감정 컨트롤을 못해 스스로가 목줄을 자초하는 사례를 많이 봤다. 성급하게 송곳니를 드러내는 바람에 그 친구들은 그것에 대한 조치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혹은 물리적인 창살이나 목줄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가까이 오지 않아 외롭게 된다. 한 예로 ‘괘씸 고양이’ 한 마리 이야기를 해야겠다. 아폴로 신전 담 사이에 끼여 자고 있는 고양이가 더워 보여 부채질을 해주었다. 깨운 것이 화가 나서인지는 모르지만 다른 고양이들과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나의 손을 움켜쥐며 순간 할퀴었다. 두 번째 손가락에서 피가 나고 손등에 고양이 발톱자국 세 개가 선명하게 찍혔다. 나는 아무리 동물을 좋아해도 주는 사랑을 받지 못하고 상처를 주는 친구들까지 끌어안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것은 그들이 원한 자기의 몫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관광지를 둘러보는 이외에도 나의 감성을 살려주는 동물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에 나의 여행은 성공적이었다. 가는 곳마다 내가 만져주고 사진을 찍을 모델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목욕도 제대로 못한 그들은 더러웠다. 하지만 서로가 좋아하고 있다는 느낌 때문에 그런 것은 장애가 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끌림이다. 그들이 좀 더럽다해도 끌리는 마음을 멈추거나 자제 할 필요는 없다. 가까이 다가가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사랑을 그들과 잠시나마 교감함으로서 순간의 사랑을 주고받는 것이다. 그들은 그런 사랑의 힘으로 털에 윤기가 나고 코에 물기가 마르지 않는다. 대부분 사람이 불러도 오지 않고 만지려 다가가면 벌떡 일어나 가버리는 친구들의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털이 다 뭉쳐있거나 피부병을 앓는다. 그리고 다가가기도 혐오스럽게 생겼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사람을 기피하는 까칠한 성격이 원인일 수도 있다. 아니면 사람에게 받은 상처로 사람을 두려워하는 것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람에게서 멀어져가면서 사랑 결핍으로 외모도 미워지고 털도 윤기를 잃어간다. 동물이나 사람이나 서로에게 상처 받고 가까이 하지 않고 혼자 살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 속에서 서로 부딪치며 교감하며 살아갈 때 진정으로 생기 있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살맛을 느끼게 된다는 것을 문득 깨닫게 된다.
사람들의 세계에서도 사랑할 때 가장 빛이 나고 아름다운 것처럼 동물들에게도 관심과 사랑은 병원도 갈 수 없는 그들에게 최고의 치유이자 살아갈 수 있는 기쁨이자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런가봐요. 사는 게 부대낄 때, 찬찬히 정성들여 그 원인을 들어다보면 늘 뾰족하게 까탈을 부리고있는 저를 만나게 되더라구요. 예민하게 굴어봐야 저만 힘든데 말이죠.
이번 여행, 애는 썼는데..돌아보니 낯선 공간을 빌어 자유의 흉내만 내고 온 것 같아요.
마음의 평수는 우찌도 이리 안 늘어나는지...뭐이 그리 아까워서 그렇게도 움켜쥐고 있는건지..
이제야 말씀드리지만 여행중 만난 동물을 대하는 언니의 파격적인 사교성을 지켜보며 얼마나 놀랬는지..
세상을 향하기엔 아직 너무나도 나의 세계에 빠져있는 제가 왕창 부끄러웠답니다.

개들도 그렇지만 전 글을 읽으면서 학교 애들이 떠올랐어요.
사랑이 결핍이 되어 있는 애들은 비호감의 외모에 생기가 없죠.
그것이 어디서 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지만 그것때문에 친구를 사귀기도 힘들고 샘들의 관심을 받기도 힘들고 악순환이 계속되죠.
본인이든 그걸 안타까이 여기는 사람이든 사랑의 시선으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주어야 할 것같아요.
언니와 함께 그리스신전을 걸었다면 다가가기 쉽지 않던 멍멍이 녀석들과 수월하게 안면을 틀 수 있는 연습이 되었을 텐데 아쉬워요.
그리스의 기를 담뿍받은 사진속의 언니를 보니 기분이 좋아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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