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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21일 09시 32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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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실 드레싱 2

 밋밋한 욕실 분위기를 살려줄 아이템, 어디 없을까?


어떤 일이 생기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모두 그렇게 된 작지만 소중한 계기가 있게 마련인가 보다.


집 꾸미는 일을 하기 전에는 몰랐다. 누군가의 말씀대로 ‘욕실은 깨끗해지려고 들어가는 곳이니 당연히 물기 없는 상태로 건조하게 관리하는 것이 우선이고, 그저 청결해야 한다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화이트 톤으로 일관하는 것’이 욕실 꾸밈의 제일가는 미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욕실에 아무리 좋은 타일을 입히고, 욕조와 세면대, 변기 등에 거금을 들여도 왠지 초라해 보일 때가 종종 있었다. 어떤 이유에선지 내 눈에는 ? % 부족해 보이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렇게 한동안 미궁에 빠져 있었는데.. 한번 쯤 외국 인테리어 잡지에 나오는 것처럼 독특하게 디자인된 욕실 거울을 꼭 갖고 싶다던 용감한 고객의 제안 덕분에 미처 생각지 못했던 거울에 의외의 비밀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유리 자체를 정교하게 수공으로 조각해서 만든 베네치안 거울. 평범한 거울은 아닌데 걸어놓으면 예상외로 잘 어울리고 독특한 느낌을 내는 거울이다. 개인적으로 멋스럽기는 하나 지나친 화려함 때문에 책이나 잡지에서, 업체에서, 아무리 권해도 욕실에는 별로 유용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그저 덤덤하게 눈길 한번 주는 것으로 그쳤었다. 아무래도 프레임이 없는 조각 유리가 갖는 내구성에 대한 의심이 있었고, 무척이나 세련된 디자인에 으레 품게 되는 부담감과 불편함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비록 나에게는 일찍이 인정받지 못했지만, 오프 화이트 컬러와 회색빛 타일 옷을 입힌 파우더 룸에, 게스트 화장실에, 베네치안 거울을 메인 거울로 설치하고, 패브릭과 도자기 갓을 씌운 조명을 함께 달아 놓았더니, 투명하고 영롱한 유리 작품과 오묘한 불빛이 자아내는 절묘한 조화가 밋밋했던 욕실에 활기를 불어넣으면서 근사한 공간으로 변신하는 것이 아닌가. 사용해본 분의 말씀을 통해서, 어린 아이를 키우는 집만 아니라면 위험성과 실용성에 대한 의심도 지나친 기우임을 알 수 있었다.


뭘 모를 때는 무지해서 그렇다 해도, 경험하고 배울수록, 또 뭐든지 알아야, 어쨌든 마음에 닿아야 하려는 욕구가 생기듯이, 명색(?)이 똑같은 건 될 수 있으면 지양하고, 저마다의 취향을 존중해 개성 있는 꾸밈을 지향한다는 사람이, 만들어져 있는 기성품 거울을 계속 권하고 있다는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많이 찾아보고 겨우 생각해 낸 것이 특별하고 간단하게 제작할 수 있는 맞춤형 거울.^^


완전하게 투명한 유리를 만드는 기술이 개발되지 못했던 까마득한 옛날에도 한 감각(?)하거나 내노라(?)하는 집에서는 금테를 두른 틀에 넣은 거울이 최고급품이었고 조각을 넣은 나무 액자에 유리 거울을 끼워서 투왈렛을 꾸몄단다. 18세기 무렵부터는 거울 유리 값이 갑자기 싸지는 바람에 거울 자체의 크기보다는 테두리의 재료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었고, 이때부터 프레임이 거울의 가치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되었다고 한다. 역쉬.. 공간의 분위기를 화~악 변화시키는 거울은 ‘무’의 상태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지금은 다행히 금테를 씌우고도 합리적인 가격의 프레임들이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고, 역사적 근거도 마련되었으니.. 여기에 약간의 감각과 안목, 품을 파는 노력을 더한다면 큰 돈 안들이고도 밋밋한 욕실에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겠다. 


나는 어느 집을 가나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세면대 상부를 가득 채우고 있는 밋밋하고 특색 없는 사각 거울 대신, 그동안 사용해보지는 못했지만 꼭 갖고 싶었던 거울, 원하고 있었지만 나 자신도 미처 알지 못했던 필요에 의해 탄생한 거울, 즉 프레임을 활용한 맞춤 거울로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 욕실을 꾸미기 시작했다.



고객이 나에게 미궁 속 실타래를 건네주어 발전의 소중한 계기를 만들어주었던 것처럼, 나 역시 밋밋한 욕실에 변화를 일으키고 싶은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프레임을 활용한 맞춤형 거울을 제작할 때 몇 가지 기억해야 할 것들을 말씀드리고자 한다.


거울을 어디에 설치할 것인가부터 생각해야 한다. 습식 욕실이라면 물기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수지 소재를 선택하는 것이 좋고, 건식 욕실이나 파우더 룸에 설치할 계획이라면 원목 소재가 훨씬 고급스럽고 분위기 있다.


참고로 욕실 거울로 제작이 가능한 몰딩에는 보통 수지 프레임(플라스틱 액자틀을 칭한다)과 원목 프레임이 있는데, 수지 프레임은 가벼우면서 가격이 착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디자인과 마감처리에 있어 완성도가 좀 떨어지고, 충격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원목 프레임은 나무 그대로의 특성이 잘 살아나고, 촉감이 자연스러우며, 인체에 무해하다. 다만, 습기나 온도에 변형이 발생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요즘엔 원목 프레임에도 갖가지 실용적인 마감처리로 습기나 온도에 변형이 발생하더라도 복원력이 뛰어난 제품이 등장하고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그래도 결정을 하기 전에 될 수 있으면 많은 샘플을 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


논현동 건축 자재 거리에 가면 프레임만 판매하거나 거울까지 맞춤 제작하는 숍들과 액자 집들을 만날 수 있다. 최근 유행하는 디자인은 물론, 수입, 국산 등 다양한 프레임 종류를 직접 고를 수 있고, 거울을 끼운 완제품을 볼 수 있으며, 설치와 설치 환경에 따른 시공여부까지 상담이 가능하다. 일견 비슷한 제품들을 갖추고 있는 듯하지만 우리 집 욕실 분위기에 딱 어울리는 거울을 찾으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여러 숍을 찬찬히 둘러보고 상담을 해 볼 것을 당부한다. 액자를 한번이라도 제작해 본 사람이야 완성되었을 때의 모습이 대략 그려지고, 이런 디자인은 그 정도 가격이겠거니 하는 감이 서겠지만 처음 제작에 도전하는 초보라면 가능한 한 많은 상담을 거친 후 제작을 맡기는 것이 안전하다. 조금 더 조언을 드린다면 처음에는 숍에서 본 마음에 드는 샘플 디자인에서 프레임 컬러를 바꾼다거나 사이즈를 조정하는 정도로 도전해 보기를 권한다. 기본에서 조금만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맞춤 거울을 제작할 수 있다.


외경(틀 사이즈를 포함한 전체 사이즈) 사이즈와 원하는 디자인을 잡지에서 오려가거나 사진으로 찍거나 또는 그림으로 그려가서 설명하는 것이 좋다. 욕실 거울의 경우, 뒷면 마감 처리를 달리 하게 되므로 주문 시에 반드시 욕실 거울이라고 알려주어야 한다. 


나는 액자 숍을 자주 애용하는 편이다. 원하는 디자인과 모델 사진을 찍어가거나 사이즈를 어림잡아 가지고 가면 그 곳의 사장님이 현실적으로 제작에 필요한 어드바이스를 해 주신다. 적당한 프레임을 찾기 위해 샘플이 진열돼 있는 보드 앞에서 이것저것 대보기도 하고,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 생기면 종이 위에 그림을 그려 가면서 의견을 여쭙고, 서로 상충되는 부분이 나오더라도 전문가에 의해 좀 더 정교하고 세밀한 형태로 구체화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논현동 자재 숍에서 필요한 만큼 프레임을 소량 구입하거나 공급하는 업체와의 직거래를 통해 프레임만 따로 대량 매입해 유리 가게에 가서 거울을 짜달라고 하면, 그 곳의 사장님이 5T(거울 두께 5mm)에 은경(맑은 거울)을 가지고, 알아서 잘 짜주신다.


거울을 설치한 후 또(?) 뭔가 밋밋해 보일 때, 딱 2%, 5% 부족하다고 느낄 때, 거울 양쪽에 혹은 거울 위쪽 벽면에 브라켓 조명을 설치하면 백발백중 성공이다. 거울과 비슷한 분위기, 다른 분위기를 절묘하게 조화시키면 이 두 가지 아이템은 더할 나위 없는 절친이 된다.


거울 크기가 넉넉하다 하더라도, 거울에 얼굴을 들이대면 허리가 아파오고 여러모로 좀 불편했다면, 엉덩이를 뒤로 엉거주춤 빼는 모양새에 영 가오가 살지 않는다고 생각된다면, 메인 거울 양쪽이나 수납장 한쪽 벽면을 활용해 쭈-욱 댕겨 사용할 수 있는 접이식 면도경을 다는 것도 굿 아이디어다.


마지막으로.. 부티크 호텔 욕실에서 배운, 밋밋한 거울에 재치를 더하는 작은 팁 하나, 거울이나 화장실 문에 요즘 유행하는 시트지로 위트를 더해보는 것은 어떨까. 샹들리에 스티커를 붙이면 브라켓 조명이 따로 필요 없고(?), bathroom, toilette, toilet 등 원형은 하나인데 별명이 서너 개인 레터링도 좋고, 평범했던 욕실에 매력이 듬뿍 담길 거다.



입주할 때 붙어있는 욕실 거울을 평생 써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시는 분들에게 생각지도 못한 맞춤 거울을 권하면 화들짝 놀라실지도 모르겠다. 장담컨대 거울에 공을 좀 들이면 늘 밋밋했던 욕실이 훨씬 멋져 보인다. 마음에 드는 욕실 거울을 찾기가 의외로 쉽지 않을 때 프레임을 활용한 맞춤 거울을 제작하면 평범한 내 모습이 열 배(?)는 더 근사하고 특별하게 보일 수 있다. 화려한 곡선 장식 프레임의 거울 속에서는 빅토리아 시대의 미녀가 될 수 있고, 부드러운 물결 모양으로 단순하게 조각한 원목 프레임 거울 안에서는 단아한 동양 미인이 될 수 있으며, 쿠퍼 컬러로 포인트를 준 수지 프레임 유리거울 면에서는 엣지 남이 될 수도 있다. 브라켓 조명이 절친 거울에서 빛을 발하면 뽀샵처리를 따로 하지 않아도 뽀사시한 피부미인, 깔금 미남으로의 변신이 언제나 가능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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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1 09:39:18 *.40.227.17
거참.. 이상하네여..

제가 아까 전에.. 분명! 올렸거든여..
밥머꼬.. 단장 좀 하고 오니.. 또 사라졌네여..
구신이 다녀갔나..ㅎ

암튼.. 불확이는.. 스팸이 아니랍니다..^^

저두 인제.. 밥벌이하러 나가여..
오늘두 춥지만.. 좋은 하루 되세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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