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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일어나자마자 터벅터벅 베란다로 향합니다.
“추운데 그쪽은 왜 가니.”
창문을 열고 무언가를 집어 들더니 나에게 건넵니다.
리본이 매겨진 자그마한 박스.
“이게 뭔데.”
그렇구나. 밸런타인데이 선물 이었습니다.
“어제 내가 바깥에 들락날락 몇 번을 해도 보지 못했는데 언제 거기에 놓아 둔거야.”
예상치 않았던 준비된 선물에 나는 감격 하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깜짝 이벤트를 사전에 준비할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박스를 열어 보았습니다.
“수제 초콜릿이야.”
옹기종기 앙증맞은 초콜릿 형제들이 이열 종대로 나를 반기고 있었습니다.
너 하나 나 하나 두녀석을 집어 들고 서로 시식을 하였습니다.
달콤 쌉싸름한 그놈은 목구멍을 타고 나의 밑바닥 깊숙이 내려가고 있습니다.
감사함, 뭉클함, 사랑, 뜨거운 정이 가슴속 새록새록 새겨 집니다.
결혼 초기 영업부 시절 담당 권역인 대전 지역으로 출장을 갔었을 때 일입니다.
지하도를 어슬렁거리고 있노라니 팬시점에서 머리핀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나비 형상으로된 것이었는데 저의 눈에는 괜찮아 보였습니다.
“이거 얼마예요.”
“3,000원 인데요.”
“포장해 주세요.”
나는 용기백배한 마음으로 그놈을 가방에 집어넣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마늘님에게 건넸을 때 기뻐할 표정이 눈앞에 선했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렇게 지방 출장을 다닐 때 선물 하나씩을 사들고 가기로.
“이게 뭐야.”
“선물이야. 열어봐.”
“어머, 웬일이야.”
살포시 웃음 짓는 그녀는 머리에 나비의 꿈을 달았습니다.
제눈에는 그것이 무척이나 예뻐 보였습니다.
남들처럼 비싼 것을 사주지 못해 미안 하였지만 그나마 좋아 해주는 모습이 무척이나 고마웠습니다.
기대하지 않은 선물이란 놈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준비한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환한 미소를 띠게 만듭니다.
값어치를 떠나 서로를 하나의 끈으로 연결시켜 줍니다.
그리고 넉넉한 마음과 동행케 해줍니다.
나는 출근을 하면서 그녀가 건네준 초콜릿 하나를 다시금 집어 듭니다.
포레스트 검프 영화의 대사를 떠올리면서 말이죠.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다. 상자를 열기 전에는 어떤 초콜릿을 고르게 될지 모른다.”
나는 오늘 행복이라는 놈을 선택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