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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3일 15시 55분 등록
산.JPG

청년시절의 산은 내게는 멋모르고 오르는 처녀봉과 같은 존재였다.

무조건 올라야 하는 존재.

다른 운동은 잘하질 못했지만 끈기 있게 올라야 하는 산은 내 체질과 어느 정도 맞는 것 같았다.

대학교 동아리 활동시 MT를 갈 때 행선지는 대개 산으로 정해졌다.

운동화 끈을 질끈 조이고 가방을 들러 매고 오로지 힘(?)으로 올라갔다.

산은 정상에 서야 맛이야 라는 일념으로 속도전을 내기에 바빴다.

남보다 빠르게 쉬지 않고 올라야 만이 제대로 산행을 한 것이라는 관념으로 추월하는 데에만 욕심을 내었던 것이다.

산의 정상에 올라서서 발밑에 펼쳐진 운무와 세상을 바라보노라면 모든 것이 내것같아 보였다. 우월감도 들었다. 역시 산은 이 맛에 오르는 거야라는 자화자찬 아닌 탄성을 지르며 무조건 야호 라는 메아리를 크게 떨쳐 보냈다. 다음으로 인증 샷은 기본. 꼭 사진은 찍어야 한다. 등정 성공.

그리고 준비해간 코펠과 버너를 꺼내 라면을 끓인다. 거기에 커피 한잔과 캡틴큐 한 병을 곁들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세상에 이보다 부러운 것이 없었다.

내려오는 것도 속도전. 몸이 가벼운 덕분에 폴폴 뛰어서 내려온다. 천천히 걸어 내려오는 사람들 사이로 질주하여 내려오는 기분은 째진다. 그러다 119 구조대원의 들것에 실려 내려오는 한사람을 만났다. 어, 저 사람은 나보다 앞서서 올라가던 사람이잖아. 아마도 사고가난 모양이다. 그럼에도 아랑곳 하질 않는다. 무조건 스피드다.

이처럼 청년시절의 산은 음식으로 치면 아직은 진국을 맛보지 않은 형태와 같았다.

 

중년의 산은 인생의 의미를 조금씩 알아가는 모습과 닮았다.

산에 오르는 사람은 악인이 없다고 하였던가. 등정을 하다보면 오며가며 서로가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안녕하세요.”

“네, 조심히 올라가세요.”

서로가 나누는 덕담 한마디에 긴장감과 피로감은 사라진다.

이제는 무조건 힘만으로 오르진 않는다. 조금씩 분배의 필요함이 와닿는 시기이기에.

슬로우 슬로우 퀵퀵.

영업본부 워크숍 장소로 계룡산이 결정 되었다.

이런~ 큰일이다. 발목을 다친 관계로 과연 오를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내 성격상 빠질 수는 없을 거고 무조건 동참하여 남에게 폐가 안 될 정도로 오를 수밖에 없다.

나지막한 산길이 시작 되었다.

옆도 돌아보고 하늘도 바라본다. 뒷사람도 밀어준다.

준비해간 오이 하나를 베어 무니 말라있던 온몸 가득 수분이 고인다.

조금씩 가팔라진다. 우리네 살아가는 날들처럼.

한걸음 한걸음 오롯이 나의 두발에 의지해서 걸음을 옮긴다.

숨이 가빠온다. 최근 운동을 하지 못한 터라 더욱 턱까지 차오른다.

헉헉 헉헉.

그렇다고 중간에 너무 쉬면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가 힘들다.

모든 것에는 적당히 라는 단어가 포함이 된다.

너무 쉬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무작정 올라가서도 안 된다.

쉴 때 쉬고 완급을 조절해야 한다.

계속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무슨 산이 이러지라고 푸념이 나오지만 조금씩 조금씩 이어지는 발걸음을 계속 옮긴다. 멈추어서는 안 된다.

발목 아픈 것을 아는 옆의 동료가 한마디를 건네었다.

그렇게 무리하게 올라갈 필요가 있냐고.

나는 속으로 대답 하였다.

그래도 가고 싶다고. 무리가 아닌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걸음을 옮기고 동참하고 싶다고.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얼마나 남았을까. 무슨 산이 이렇게 높아.

헉헉. 헉헉.

얼마 남지 않았다. 안간힘을 써서 드디어 정상에 도착.

바위 위에 누웠다. 해방감과 자족감이 밀려온다. 해냈다는 느낌에 앞서 풍경을 즐긴다. 하늘이 더욱 가까이 다가온다. 하얀 구름이 떠간다. 밑에서 바라본 아스라한 전망과 위에 올라와서 보는 고즈넉함은 다르다. 그래서 아마도 사람들은 산에 오르는 모양이다.

공기가 달다.

나무도 더욱 푸르다.

물감으로 채색을 한 듯 모든 것이 곱디곱다.

밑에 자그마하게 보이는 강줄기며 집이며 세상을 바라보다 보면 조금 더 넓은 마음으로 살아야지 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마음도 잠시뿐. 또 내려가서 일상을 접하다보면 작은 것에 얽매여 마음 아파하고 상처를 받는다.

 

올라 왔으니 이제는 하산해야 한다. 정상에 섰으면 언제까지 이곳에 있는 게 아닌 내려가는 게 순리이듯이.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다.

영업부 시절 오두방정으로 뛰어 다니며 무리를 했던 덕에 다쳤던 오른쪽 무릎이 시큰거려온

것이다. 이런. 조심히 걸어야 되겠다. 발목도 그렇고 무릎도 그렇고. 땅을 잘 디뎌야 한다. 뭐든지 바탕이 중요한 법.

그런데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리막길은 온통 계단이다.

우이씨. 욕이 절로 나온다.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 산은 이 흐름을 잘 타야 한다.

올라가서만이 문제가 아닌 어떻게 내려 가느냐도 중요한 것이기에.

이제는 청년시절의 스피드가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내려가느냐가 문제인 것이다.

한걸음 한걸음 최대한 무리가 가지 않게 발걸음을 조심히 디딘다.

하나둘 하나둘. 운동회때 이인삼각 경주로써 옆 사람과 호흡을 맞추는 것처럼 산과 점점 하나가 된다.

 

빠르게 내려가지 못하는 대신 장점도 있다.

속삭이는 바람에 일렁이는 잎사귀를 바라본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타고 놀이를 하는 청솔모를 바라본다.

우아하게 날갯짓을 하며 노래를 합창하는 새들을 바라본다.

큰 바위 작은 바위를 바라본다.

산을 적셔주며 한길 가슴속 물을 터주는 계곡을 바라본다.

그리고 나를 돌아본다.

왜 오르는 것일까.

왜 힘들게 아픈 무릎을 부여잡고 힘들게 내려가는 것일까.

그냥 밑에 있었으면 편했을 텐데.

나는 꾸준히 가고 싶다. 그냥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고 나의 페이스를 유지 하면서 누가 뭐래도 나의 길을 가고 싶다.

가도 가도 내리막의 끝이 보이질 않는다.

조금 쉬어야 되겠다. 힘들면 쉬면된다. 그렇다고 넋 놓고 쉬는 건 아니지만 힘들 땐 쉬어야 된다. 흐름이 중요하기에.

그리고 다시 발걸음을 옮기면 된다.

중요한 것은 남의 걸음이 아닌 나의 걸음에 따른 페이스이다.

자신에게 알맞은 보폭이 있다. 빠르게 혹은 느리게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자신의 힘으로 알맞은 발걸음으로 걸어 나간다는 것.

드디어 도착. 다섯 시간의 참으로 오랜만의 산행. 뿌듯하였다.

덕분에 삭신이 쑤시기는 하지만 이것이 산행의 참맛.

그리고 나를 기다리는 건 시원한 더덕 막걸리 한잔과 두부김치. 들이키다 보면 세상 모는 게 나의 것이 되고 모든 게 편안한 릴렉스가 된다.

배가 꼬르륵.

거기에 영계백숙을 곁들이면 더욱 금상첨화다.

 

오르지 않고 되는 건 없다지만

내려오지 않고 되는 것도 없다.

모든 것은 조화와 리듬. 이것을 잘 살리는 것이 사람 사는 법칙의 하나인 것 같다.

높은 곳에 올라 소리 지르는 한마디가 중요한 것이 아닌.

IP *.117.11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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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5 21:54:42 *.160.33.89
산처럼 의미가 많은 공간도 드물다.  모든 의미로 가득하다.
오른다.  제 짐을 다른 사람에게 맡겨서는않된다. 꼭 제가 지고 가야 한다.  높이 올라야만 좋은 곳을 보는 것을 아니다.  아름다운 곳을 보는 포인트가 있다.  그럼에도 오른다.  그저 오른다.  땀이 없이 갈 수 없다.  정상에 오르면 내려올 수 밖에 없다.  정상에 오르는 길은 무수히 많다.   밤을 지새기 위해서는 여름에도 두꺼운 옷과 침낭이 필요하다.  침묵의 구간이 많다. 홀로 걸어야한다.   별에 가까워진다........... 말을 해도 좋고 가만히 있어도 좋다.  자신과 가장 가까워 진다.   달이 예쁘다.  ..... 
너는  성실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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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mas sabo
2011.07.11 14:12:17 *.185.1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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