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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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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31일 23시 58분 등록

워커홀릭이란 말을 아는가? (work)과 알콜중독자(alcoholic)의 합성어로 일중독증을 일컫는 말이다. 일중독증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경제력에 대해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거나 완벽을 추구하거나 성취지향적인 경우, 또는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사람에게서 자주 나타난다. 일중독자는 일을 하고 있지 않으면 불안해하고 자신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여 보통 1주일에 60시간 이상을 일한다. 이들은 일에 대한 집념과 강박관념이 강하기 때문에 일이 자존심의 모체가 되므로 일에 몰두한다. 이들은 휴가나 휴식을 취하게 되면 금단현상이 나타나며 일에 대해서는 거절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과로에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치료를 위해서는 취미 생활과 여유를 갖는 등 생활 습관을 바꾸고 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다.

 

나는 지난 직장생활 14년간 워커홀릭으로 살았다. 나는 하루빨리 경제적인 안정을 구축하려는 강박을 가지고 있었다. 빈손으로 시작한 결혼이었기에 누구에게든 아쉬운 소리를 하며 살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번 돈으로 내 아이들 잘 키우며 남부럽지 않게 살고 싶었다. 나는 완벽주의자에 성취지향적인 사람이기도 하다. 어떤 일이든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해도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성이 차지 않는다. 나는 또한 끊임없이 무언가를 성취하며 발전하고 있다고 느껴야 안심이 되었다. 내 능력에 대한 과신도 있었다. 일 잘한다는 소리에 중독되어 인정받지 않고는 하루도 살 수가 없었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나는 항상 그것에 자원했다. 그리고 나의 능력을 시험하며 나를 끊임없이 다그쳤다. 인정은 나의 존재의 이유였고 나의 자존심이었다. 주말은 다음 주의 전투를 위해 전열을 가다듬는 시간이었다. 나는 머리로는 일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만 잤다. 자칫 과도하게 움직이면 다음 전투에 차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윌 듀랜트의 <철학이야기>를 읽다 보면 두 명의 일중독자를 만나게 된다. 영국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은 명문가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18세 때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돈 한 푼 없는 신세가 되었다. 그는 유력한 친척들에게 경제적 궁핍을 면할 정도의 정치적 지위에 오르게 해달라고 성가시게 졸랐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끌어올려주는 사람이 없었기에 자신이 기어 올라갔다. 그의 만족할 줄 모르는 야심은 그를 쉬게 하지 않았다. 그는 승진에 승진을 거듭해 법무차관, 법무장관이 되었으며 57세의 나이로 대법관까지 되었다. 하지만 어떤 소송인이 그를 수뢰죄로 고소해 구속된 후 그는 5년의 여생을 은둔과 가정의 평화 속에서 보냈다. 그는 좀 더 일찍 정치에서 발을 빼고 자기 시간을 문학과 과학에 쏟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그리고 최후의 순간까지 연구에 몰두했다. 그는 수필 <죽음에 대하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상처를 입고 따뜻한 피가 흘러도 상처를 입은 순간에는 거의 아픔을 느끼지 않는 것과 같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을 때 죽고 싶다.’ 그는 자기의 숙원을 이루었다. 1626 3, 고기를 눈 속에 묻어 두면 얼마 동안이나 썩지 않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하다가 자리에 눕게 되었다. 그리고 그 해 4 65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프란시스 베이컨.jpg

 

또 다른 한 명은 그 누구보다 열정적인 삶을 살았던 프랑스 계몽주의 철학자 볼테르다. 그는 동시대의 누구보다 격렬하게 활동했으며 많은 업적을 이루었다. 그는 일을 하지 않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은 결국 같은 것이다.’ ‘게으른 자를 제외하고는 모든 인간은 선하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이렇게도 말했다. ‘만일 자살하고 싶지 않으면 언제나 일을 찾아라.’ 이런 생활철학을 가지고 평생 99권의 저서를 남긴 볼테르, 그야말로 진정한 워커홀릭이 아닌가? 그는 철학을 하기 전에 우선 살아야 한다는 유명한 금언을 존중했다. 그는 사업으로 많은 수익을 내고 그 수입을 정부의 복권에 투자에 부호가 되었다. 나이 마흔에 스물 여덟 살의 샤트레 후작 부인과 사랑의 도피를 하였으나 그녀가 생 람베르라는 젊고 잘 생긴 후작과 사랑에 빠졌을 때는 그 사랑을 축복해 주었다. 그는 그 유명한 표어 비행을 분쇄하라를 채택하여 교회의 횡포에 맞서 싸웠다. 사람들은 멀고 가까운 곳을 가리지 않고 볼테르에게 도움을 청했다. 사람들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이 받은 부당함을 호소했으며 그의 펜과 재물의 원조를 간절히 청했다. 1791년 그의 유해가 파리 거리를 지나갈 때, 그는 10만 여명의 남녀 시민에게 호위되었으며 60만 명이 길 양쪽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볼테르.jpg

 

, 베이컨, 그리고 볼테르는 왜 이렇게 일에 몰두했을까? 우선 세 사람의 공통점을 찾아보자. 우선 모두들 부의 추구에 가치를 두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기가 싫어서였고, 베이컨은 과거의 영화를 되찾기 위해서였다. 볼테르는 재산은 인격을 높여주고 자존심을 높여준다고 생각했다. 이에 대해 독일의 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조언을 들어보자. ‘자기 자신 그 자체가 자신의 소유물보다 훨씬 더 많이 자기 자신의 행복에 이바지한다는 것이 확실한 일임에도 불가하고 사람들은 정신적 수양을 쌓는 것보다는 부를 획득하는 일에 천 배나 더 힘을 쓰고 있다.’ 그는 정신적 욕구를 갖지 않은 인간을 속물이라 부르며 이들은 여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족속이라 분석한다. 이들은 욕심 많게 이리저리 새로운 감각을 찾아 헤매며 결국 할일 없는 부자나 분별없는 난봉쟁이에게 가해지는 천벌, 권태에 정복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경제적 안정을 구축하겠다는 미명하래 분주히 움직였지만 결국은 권태로운 생활을 참을 수 없어 이리저리 일을 벌이고 다녔던 것인가? 일부 인정한다. 나는 권태라는 놈과의 싸움에서 이길 재간이 없다. 둘째 아이를 낳고 3개월의 출산 휴가를 보내며 나는 너무나도 무료하고 지겨워 일주일이나 당겨 회사에 출근했다. 회사에 다닐 때도 일이 없으면 딴 생각이 많아져 괴로웠다. 바쁘고 분주한 것이 한가한 것 보다 훨씬 나았다. 여동생은 1년 동안의 안식년을 선언한 내가 너무도 전략적이고 열심히쉬고 있음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볼테르와 같이 나 또한 시간에 인색해 빈둥거린다는 것은 곧, 시간의 낭비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집에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무엇인가 할 일을 찾아 다닌다.

 

나의 안식년은 쉬는 시간이 아니라 그동안 직장 다니느라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나씩 찾아 해치우는 시간이 되고 있다. 안식년 동안 하고 싶은 일 10가지 중에 있었던 변경연 연구원 과정에 지난 4월부터 참여하며 직장생활 할 때 보다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일을 거절하지 못하는 성향을 스승은 간파하셨는지 나에게 웨버라는 감투를 씌워 주셨고 7월 한 달은 정말이지 숨막히게 달리고 있다. 필독서를 읽고 리뷰를 작성하고 칼럼을 쓰며 나의 완벽주의자 기질이 나를 더욱 힘들게 한다. 완벽하게 하고 싶은데 사정상 그렇지 못하니 말이다. 현수막 하나, 여행용 손수건 하나를 만들면서도 모든 인맥을 동원해 최상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종종걸음을 친다. 북 콘서트를 하고 이탈리아 파티를 하며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 물품과 준비 상황을 확인한다. 그 와중에도 모교에서 진행하는 졸업 15주년 홈커밍데이 기대표를 맡아 동기들에게 전화를 걸어 참석을 종용한다. 퀼트와 서예와 같은 취미생활은 우선순위에 밀려 간혹 수업에 빠지게 된다. 일중독증의 치료를 위해서는 취미 생활을 하고 여유를 가져야 하는데 이 부분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왜 워커홀릭이었나? 그리고 어찌하여 안식년인 지금도 워커홀릭인가? 워커홀릭의 예방을 위해서는 1년에 일주일 정도는 일에서 완전히 벗어나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제 열흘 간의 이탈리아 여행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완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을까? 그런데 가기 전 해야 할 준비와 과제는 왜 이리도 많은 것인지. 더욱 불가사의한 것은 그것들을 허덕대며 준비하면서도 몸과 마음이 좀처럼 지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터질듯한 열정과 기대로 가득한 내 마음. 이것은 대체 무슨 조화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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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01 10:19:42 *.124.233.1
누나가 쓸 책의 한 꼭지를 읽는 기분 제 짐작이 맞겠죠? ^^
누나! 우리 여행만큼은 정말 신나게 놀다 돌아와요!
거기 가서 까지 의무감에 함몰되지 말자구요 누나!
진짜 가볍고 경쾌하게 놀다오자구요! ^^
그리고 다녀와서 이 칼럼을 통해 던진 누나의 화두에 대한 멋진 대답을 듣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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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2011.08.02 08:34:38 *.163.164.177
누이. 내려놓고 싶어서 떠난 시간이
뭔가를 또 잔뜩 짊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지.
나도 그래. 하지만 짊어지고 있는 짐의 속살이 전혀 달라서 위안을 얻지.

재경이의 안식년이 삶의 속살을 살찌워서
인생을 아는 멋진 여성리더로 다시 태어나게 할 날이 오리라는 확신.

여행이, 8월의 내려놓음이 우리의 많은 고민에 휴식을 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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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02 16:01:38 *.45.10.22
여행동안만은 우리 정말 제대로 놀아보아요.. 모범생 땡7이들 ㅎㅎㅎ
경인이랑 동감이네~ 언니의 책 한 꼭지를 읽고 있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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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서
2011.08.03 13:07:53 *.221.23.132
워커 홀릭에서 곧 졸업하게 될날이 옵니다. 그대가 숨을 고르고 이렇게 스스로를 돌아 보고 있으니.
덕분에 나는 속닥하고, 좋은 시간을 만날 수 있어 기뻤습니다.
여행 다녀와  7기와 함께 중국냉면 한 그릇 어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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