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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 1일 10시 17분 등록

w((제가 주기적으로 보내고 있는 메일의 형식을 빌어서 쓴 글입니다.)

안녕하세요, 신치님. 오래간만에 편지 드리네요. 지난 몇 주간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마냥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져 내렸는데, 신치님 댁에는 비 피해 없으세요?? 갑자기 내린 비 때문에 인명 피해 소식이 여기 저기서 들려 마음이 좋지 않더라고요. 부디 별일 없으셨기를 바랍니다.

저는 요즘 매주 다양한 철학자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는 윌 듀란트의 <철학이야기>라는 책을 읽었어요. 여러 가지 제 마음에 감동을 준 문구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 최근 저의 고민과 맞닿는 구절이 있더라고요.

지난 5월이죠.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 시기가요. 처음에는 온라인 영업을 전담하기로 해서 입사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입사하고 회사에 여러 가지 변화들이 있었어요. 신제품 출시를 위해 사장님이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던 중, 열심히 뛰어 다닌 결실이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죠. 그러면서 기존 제품을 가지고 온라인 판매를 하는 것에 대해 보류가 되고, 잠정적으로 취소가 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그렇게 제가 회사에 입사한지 두 달이 지나고, 벌써 세 달째에 접어 들고 있네요. 아직 신제품은 출시가 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러면 지난 두 달동안 저는 회사에서 뭘 했냐고요? 딱히 눈에 띄게 한 일은 없네요. 점심 시간이 지나서 출근-저희 거래처들이 저녁에 문을 여는 곳들이라 일을 시작하는 시간이 늦어요. 그래서 출근 시간이 일반 직장에 비해 늦은 편이에요-을 하면 사무실 청소를 합니다. 그러다가 일하는 동생이 사무실에 도착해요. 오늘 배송 나갈 곳들과 주문 들어온 내용들을 엑셀로 정리하죠. 그리고 배송이 나갈 수 있는 형태로 물건을 담아요. 사장님이 오시면 배송 나가기 전에 늦은 점심 겸, 이른 저녁을 먹지요. 그런 후, 사장님과 다른 직원이 배송을 나갈 때쯤, 저는 퇴근을 합니다. 일하는 시간이 대략 4-5시간 정도 되는 거죠. 물론 이것 외에도 거래명세서 정리, 때에 따라 생기는 각종 사무업무들을 제가 거의 맡아서 처리하고 있답니다. 신치님, 제가 하는 일이 참 쉬워보이죠? , 맞아요. 꼭 제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랍니다.

그것(정의)은 단순히 자기가 한 일에 대한 보상을 받으며 자기에게 가장 적합한 직분을 완수하는 것이다. (<철학이야기> 플라톤 중, p52)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제가 처음 들었던 생각이에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내게 적합한 일인가?’였죠. 한번, 두 번, 계속 생각해봐도, ‘내가 이 회사에 이런 일을 하려고 들어온 것은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죠. 제가 했던 업무들을 비하하거나 무시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단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통해 그릴 수 있는 저만의 혹은 회사의 비전이 없었던 것이죠. 무언가 믿고 따라 갈만한 든든한 그 무엇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 불안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던 중, 신제품이 들어오는 일정이 점점 확실시 되면서, 사장님은 제게 기존에 약속했던 것과 다른 업무-영업-를 하라고 하십니다. ‘영업?’ 영업이라면 그래도 자신 있었죠. 보험영업을 5년동안 했던 저였으니까요. ‘유통쪽 영업은 처음이지만, 배우면서 충분히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식자재 유통 쪽에서 다년간 일을 해 오고 있는 선배를 만나 자문을 구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다시 조금씩 일에 대한 열정과 자신감을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제게 또 다른 고민이 다가왔습니다.

저와 비슷한 시간에 출근을 해서, 제가 퇴근하는 시간에 다시 일이 시작되는 직원이 있는데, 현재 저랑 이 직원이 받는 월급에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갑자기 이 직원에게 왠지 미안하다라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더라고요. 이 직원이 나를 볼 때, ‘뭐야. 이 사람은 하는 일도 없는데, 저렇게 받아가도 되는 거야?’ 혹은 나 이렇게 일하는데 이렇게 받는 게 말이 되?’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이런 생각들로 저를 괴롭히기 시작합니다. 물론 후자의 고민은 제가 해야 할 고민은 아니죠. 사장님이 해야 할 고민이니까요. 그렇지만, 첫 번째 질문에 대한 생각 때문에, 회사에 가는 것도, 그 직원의 얼굴을 보는 것, 특별히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지 않는 그 시간들이 너무 괴롭게 다가옵니다.

올바른 사람이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그 보상에 맞는 가치를 대신 주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철학이야기> 플라톤 중, p52)

나는 과연 내게 지금 주어지는 보상에 맞는 가치를 대신 주고 있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지금 내가 회사에 쓰고 있는 시간을 다른 곳에서 다른 일을 한다면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제 시간 자체에 대한 보상을 생각한다면 분명 지금 제게 돌아오는 보상은 아주 적은 양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이 공간에서 내가 주고 있는 가치라는 것도 굉장히 보잘 것 없다는 느낌입니다. 그 친구가 회사에 주고 있는 가치에 비해서도 그렇고요.

어느 정도가 최선을 다한 것인가?’, ‘보상에 맞는 가치란 무엇인가’. 여기에서 최선’, ‘가치라는 것을 판단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명확한 기준이라는 것이 정해져 있지 않을 뿐더러, 이것들을 판단하는 것 또한 매우 상대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각자가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회사는 회사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있고, 각 회사에 속해 있는 구성원들 역시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양쪽에서 가지고 있는 기준이 잘 맞으면 너무나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제 주변 친구들만 봐도 회사에 대한 불만이 쌓여 가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이 불만들은 대개 회사와 그 친구가 생각하는 기준이 다름에서 오는 불만들입니다. 이러한 불만이 생겼을 때, 구성원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입니다. 회사의 기준에 맞추던지, 내가 생각하는 기준에 맞는 회사를 찾아 떠나던지.

신치님은 이런 고민이나 불만 가져 본 적 없으신가요? 저는 지금의 회사로 옮긴지 얼마 안되었는데, 이런 고민들과 더불어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에 후자의 선택을 고려 중입니다. 2011년은 제게 너무 많은 고민들을 던져 주는 해인 것 같아요. 아마 10, 20년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도 기억에 오래 남아 있을 해-너무 힘들어서요.-가 될 것 같습니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고, 그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고, 그 보상에 대한 가치를 충분히 느끼게 할 수 있는 곳을 찾게 되면 꼭 알려드릴게요. 신치님이 현재 계신 그 곳 역시 제가 꿈꾸고 있는 그런 공간이길 진심으로 바래봅니다. 비 많이 오는데 빗길 조심하시고, 오늘도 즐겁고 신나는 하루 되세요~!^^

IP *.38.2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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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01 10:43:23 *.124.233.1
웃음 뒤에 언뜻 보이던 수심 가득한 표정이 지워지지 않는구나.
그래! 정말로 가장 기억에 남는 해가 되도록 뻐근하게 보내보자!
근심은 한국에 두고 이태리 갈 때는 홀가분하게 다녀오자꾸나!
힘내자 신치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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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경
2011.08.01 18:19:53 *.143.156.74
아, 우리 미나가 올해 인생공부를 제대로 하는구나.
그래, 젊을때는 그런 시간도 필요하지.
인생을 살다보면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생각을 할 때가 있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면 다 쓸데있는 짓이더구나.
올해도 이제 반도 안 남았다.
올해가 가기 전에 미나가 자신의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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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2011.08.02 08:28:57 *.163.164.177
그렇지. 직장이라면 모두가 한번쯤은 해보는 고민일거야.
일의 가치, 보상의 가치, 나의 가치 등등
그 고민의 끝을 놓치말고 잘 따라가보자.
그 끝에서 열리는 문이 진짜 문일테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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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02 11:32:58 *.45.10.22
요즘 얼굴이 많이 어두워 보이던데 우리 이탈리아에가서 훌훌털고 오자 
재정비할 수 있는 Turning point로 삼아보자~~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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