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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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시간과 새벽 활동
1. 새벽 시간 : 오전 5시~7시
2. 새벽 활동
1) 만다라 관련 독서
2) 30분간 체력보완 및 유지를 위한 운동
3) 외국어 공부.
★ 목표
1. 만다라에 대한 자료를 정리한다.
- 인도에서 수집한 만다라에 대한 자료를 정리한다.
- 인도에서 구입한 만다라 관련 책을 읽는다.
2. 보리심의 실천에 대해 성실히 기록하는 습관을 갖는다.
- 천복을 수행하면서 어려움을 헤치고 이겨내는 과정을 단군일지에 기록한다.
3. 천복을 풍부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 의사소통에 필요한 외국어 1문장을 매일 연습한다.
4. 멀리가기 위한 체력단련에 힘쓴다.
- 몸이 건강하면 마음도 건강해진다고 날마다 자기암시를 한다.
- 줄넘기나 달리기 또는 스트레칭을 매일한다.
★ 목표 달성 과정에서 직면하게 될 난관과 극복 방안 (2~3가지)
1. 체력저하
단군 1기를 시작할 때의 결심과 의지를 방해하였던 것은 체력저하였다.
새벽기상에는 어려움이 없다. 새벽시간을 온전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깨어있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향해 매일의 수련을 성실히 쌓아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체력유지를 위한 운동은 꼭 필요하다는 것을 각성하고 실천하자.
2. 자주 소진된다.
트라우마가 강한 그녀들과의 일상을 함께하면서 우울하고 무거워질 때가 많다. 그 무거움에 짓눌려 걷는 길이 버겁고 힘들어진다. 놓아버리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틈탈 때 사랑과 자비와 열정의 화신 테레사수녀를 기억하자. 그리고 그녀의 혼이 남아있는 콜카타를 찾아가보자
★ 목표를 달성했을 때 내 삶에서 일어날 긍정적인 변화
1. 만다라에 대한 개념이 확연해질 것 같다.
인도를 방문했을 때 내 눈에 들어오고 관심이 가는 것은 유독 만다라였다. 인도에는 일상생활 주변에 만다라를 표현하고 응용한 사례들이 많아 사진기를 들이대는 일이 무척이나 즐거웠다. 관심있는 분야에 좋은 벗이 생겨서 더욱 신바람이 난다. 그 자료들을 정리하고 비교해보면서 만다라에 천착하게 되는 연유를 소통할 수 있다는게 신기하다.
2. 천복을 수행함에 있어서 보다 풍부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자애와 자비심을 실천하기에는 나는 나약한 인성을 지녔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길을 계속 가야만 한다. 끊임없는 희생과 헌신의 행위를 통해 이념이 아닌 실천으로 현실을 살아가는 당사자가 되고 실천모델을 뚜벅뚜벅 만들어 가리라
★ 목표를 달성했을 때 나에게 줄 보상
그 멀고 먼 여정을 통해 따뜻한 햇볕이 언제나 내 곁을 비추고 있었다는 것을 감사하게 될 것이다.

내일은 서울 출장이다. 다행이 오전 타임에 회의가 잡혀 늦은 오후에 가베나루 쥔장과 미팅을 잡았다. 전화에 대고서도 유쾌상쾌통쾌하게 응대를 해주는 쥔장의 넉살스러움이 좋다. 그의 눈빛과 부딪히는 어떤 울림이 기대된다. 분명 가슴뛰는 에너지를 받고 올 것이다. 영적으로 뭔가 통하는 쥔장이 좋은 이유다.

출석체크를 하고 융의 전기를 1시간 읽다. 읽으면 읽을수록 줄거리가 흥미롭다. 몸이 계속 피곤하다고 반응을 보낸다. 다시 이불속으로 드러눕고 싶었지만 집마당에서 가볍게 20분동안 달리기를 하다. 달리는 동안 온몸에서 통증이 느껴졌지만 참고 계속 뛰다. 날이 훤히 밝았다.
배추를 심어놓고 제대로 솎아내지를 않아 배추가 겉자라 배추와 무우 솎기를 하였다. 비료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퇴비가 많이 뿌려진 곳의 채소는 짙푸른 색으로 자라고 있으나 거름기가 적은 곳은 덜 자라고 있다. 이틀전 발효된 소똥과 물을 통에 부어 액비를 만들어 놓았다. 액비를 채소밭에 뿌려주는데 40분이 걸리다.

단군일지 - 147일차
조언을 얻는 법
부지깽이
바빌론에는 의사가 없다. 그래서 환자를 집에 두지 않는다. 데리고 광장으로 나간다. 그러면 지나가는 사람 중에서 그 사람과 같은 병을 앓은 적이 있거나 또 다른 사람이 그렇게 아픈 것을 본 일이 있다면 환자에게 가서 병에 대한 지혜를 가르쳐 준다. 자기도 그와 같은 병을 앓았을 때 시도해서 효과를 보았던 요법, 또는 자기가 아는 다른 회복자가 시도했던 요법을 환자에게 가르쳐 주고 시도해 볼 것을 권고한다. 그리고 누구나 환자에게 무슨 병이냐고 묻지 않고 모른 체 하고 지나가서는 안 되도록 되어 있다.
이 이야기는 헤로도투스의 '역사' 속에 나오는 기록입니다. 의사가 없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병에 접근해 갔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속담에도 '병은 자랑해라' 라는 말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알면 그 중에 좋은 해법도 있다는 뜻입니다. 경험이 유효한 시대의 문제해결 과정입니다.
자기경영은 쓸만한 조언과 그렇지 않은 조언을 가려 쓰는 지혜입니다. 전문가들은 그럴듯한 대안들에 대한 임상 실험을 하여 이미 그 결과를 알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어떤 대안은 유효하고 어떤 대안은 엉터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니 그때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따라야 합니다. 그러나 마땅한 전문가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광장에 나가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직접 판단해야 합니다.
인터넷이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떠도는 많은 이야기들이 바로 오늘날 광장의 목소리들입니다. 어떤 이야기는 귀를 기우릴만 하고 어떤 이야기는 절대로 믿으면 안되는 것들이지요. 그것을 어떻게 판단할까 ? 황당한 이야기는 채로 먼저 걸러내고, 그렇게 해서 남은 그럴 듯한 이야기는 자세히 들려다 보는 것이지요. 이리저리 검증해 보다보면 대체로 조언의 가치와 진위를 알게 됩니다.
그리했으나 상황도 조금 다르고, 조건도 상이하여 딱 떨어지게 그 결과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어떻게 할까요 ? 할 수 없지요. 그건 살아봐야지요. 그래서 삶이 짜릿한 것이지요. 그것은 정해진 궤도를 달리지 않으니 공포와 흥분 모두 진짜입니다. 진짜인 것, 그게 바로 삶입니다. 내가 나를 실험하는 것이지요.
새벽에 이 글을 5번 읽다. 오후에 다시 읽어도 읽을수록 사부님의 살아보라는 말씀 나에겐 잔인하게 와 닿는다.

이주은 「당신도, 그림처럼」중에서
p 17 -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라는 말이 요즘 내겐 조금 약발이 떨어진 것 같다. 노력한다고 해서 누구나 다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도 호락호락하지도 않다.
된다는 생각으로 간절히 원하고 결코 포기하지 않으면 그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여전히 수 많은 성공 지침서들은 이야기한다. 확실히 그런 책들은 읽고 난 후 얼마 동안은 정신을 무장하게 하는 약효가 있다. 하지만 그 효과가 영구적이지는 못해서 수시로 복용해 주어야만 한다. 나도 한때 앤서니 라빈스의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를 읽고 무슨 보양식을 먹기라도 한 듯 의기충천하는 효과를 봤었다.
P19 - 결심과 불안은 동전의 양면이다. 내 안의 거인을 깨워 삶에 혁명을 일으켜야 하는데 왜 나는 그렇게 못하는지, 도대체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건지 늘 불안한 것이다. 누구나 꿈을 성취할 수 있는 열린 사회에 살고 있는데도 말이다.
P23 - 미친 듯이 더 미친 듯이 먼저 깨어 밤낮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지친 거인에게 자꾸만 채찍질을 해대는 대신, 무한한 대지라든가 바다와 같은 진짜로 거인에게 어울리는 공간에 서 보면 어떨까
무한한 우주 속에 서서 사람 사는 일이란 뭐 그리 대단할 바 없다고 포기하듯 인정하고 나면, 역설적이게도 삶의 희망이 다시 움트기 시작한다. 내 인생 전부를 걸었던 일이 실패할지라도 그저 스쳐 지나가는 작은 실수처럼 대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하면 된다는 억지스런 자기최면이 좀체 약효가 없을 땐, 광활한 공간 앞에 서 보라. 당신 안의 거인이 '야호'하고 심호흡을 할 수 있도록.
P30 - 자연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그 사람만의 고유한 향기가 있다. 상대방이 좋아지면 그 사람에게서 풍겨 나오는 냄새를 본능적으로 좋은 냄새로 기억한다.
P42 - 한없이 끈적끈적해져 있고 울렁울렁 감정의 물결이 몰려오는데도, 평정을 찾으려고 부지불식 중에 힘겹게 애쓰고 있다면, 한번쯤 짚어보기 바란다. 무엇을 위해서 자신의 피를 그렇게 식혀야 하는지. 당신이 원하는 것이 진정 구속됨 없는 자유인가? 그 자유가 당신을 정말로 행복하게 하는가?
p51 - 아무런 시도도 없이 순응에 몸을 던지는 것이 과연 삶을 진지하게 대하는 태도 중의 하나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어떤 해결점을 제시하지 못하는 고민이라 해도, 우리의 마음과 일상에 작은 혁명을 일으키는 시발점이 되어 줄 수는 있다.

마음이 거칠어진 내 모습을 본다.
내 마음 하나 추스리지 못하면서 걷는 길 위의 일상.
그 내면을 깊게 들여다 보지 못하고 있다.
바흐의 무반주첼로 모음곡이 그나마 삭막한 일상의 격절을 다독여준다.
언제까지 이렇게 헤매고 살아야 할까?
잘해보려고 노력하면 할 수록 더 힘들어진다.
나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수행하고 스스로 부끄러움 없이 살았다.
인정받고 보답을 얻기 위해 이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니다.
걸으면 걸을수록 늘 외롭고 상처투성이가 된다.
자존심으로 버텨내는 이 일은 아무런 보상도 없는 고독한 싸움으로 끝이나겠지.
이 시린 외로움을 이겨내야 한다.

매일 밤늦게 책을 읽다 잠드는 습관이 생겼다.
재미있는 것은 무의식 중에 고민하고 생각하고 있는 사유들에 대한 글들을 접하게 된다.
그 연결지점이 흥미로와 책을 찾게 되고 이러다 보니 늦은 밤까지 이어지고
알람을 의지하지 않고서는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지 못한다.
잠들기 전에 핸드폰 수신여부를 확인하였으나 먹통이 되어
알람이 울리지 않아 6시에 눈을 뜨다.
어제 잠드는 시간을 감안해 보면 내 몸은 평균 5시간의 수면을 필요로 한다.
4시간 마라톤 회의.
계속되는 결제.
창의적인 브레인을 요구받는 중압감 앞에 우뚝 서 버렸다.
이런 무거움을 이완시켜주는 부드러운 음악이 있어서 다행이다.
교향곡을 선호하는 편음적 성향이 감정을 거칠게 하는데 영향을 주었을까.
정서적으로 균형을 유지하고픈 내면의 요구가 부드러운 음악을 선곡하게 한다.
슈만의 피아노 소나타 1번 F sharp 단조 op. 11 이 사무실 분위기를 균형있게 유지시켜 준다.

전날 예산관련 회의와 편성문제로 업무적인 스트레스가 극도로 치달은 상태로
밤 10시에 퇴근하고 바로 잠들어서인지 정한 시간에 억지로 일어났다.
누가 하라고 하지 않았어도 일어나야 하는 채워지지 않는 뭔가가 일어나게 한다.
서울 출장이 예정되어 있어 아이들을 챙겨 보내고 비몽사몽 비행기에 몸을 싣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마다 이대로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싶다는 순간적인 충동이 생긴다. 잔뜩 피곤할 땐 잠도 안온다.
45분간 잠이라도 청해보려 하나 오늘 진행될 회의 내용이 맴돌고
조직 안정화를 위한 고민이 더 깊어진다.
서울에 진입하면 만나야할 사람도 많고 가야할 곳도 많지만
오늘도 나는 충정로 가베나루로 먼저 가다.
점심시간이 막 시작되어 손님들이 북적되고
쥔장과 종업원들은 손님들을 서비스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럼에도 쥔장은 유쾌하게 밝은 웃음과 큰소리로 반가이 맞이해 준다.
모든 손님에게 다 그런다. 눈 맞추고 항상 일관되게 손님을 대하는 그들의 친절함이 좋다. 중요한 회의에 늦지 않기 위해 테이크아웃 컵에 커피를 주문하고
30분간 창가에서 가베나루 커피향에 취하다.
각성효과에 커피만한게 없다.
가베나루의 커피는 아무리 많이 마셔도 속이 쓰리지 않다.
그 맛을 내기 위해 그들은 정성을 쏟는다. 그 자세와 태도가 변함없다.
우리가 카페를 연다면 일관된 그런 맛을 내고 유지할 수 있을지,
어떻게 준비해야하는지 매번 고민이 이어진다.
쥔장과 담소는 나누지 못해도 반갑고 든든하다.
기분이 업되고 오늘 해야할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과천정부청사를 향해 발길을 놓다.
회의가 끝나니 피곤이 몰려 들어 어딘가에 쓰러져 한숨 푹 자면 좋겠다는 생각만 생긴다.
차표를 끊고 20분을 대기하는 동안 영풍문고에 들러 신간을 둘러보다가
"누가 꽃들의 입을 틀어막는가"를 만나다.

아무렇지도 않게 굴러 온 상황.
혼자 컨트롤하기 버거워 수행중인 진옥스님께 차 한잔이 그립다라고 문자를 보내다.
문자를 보내 놓고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 크다.
시장을 돌아다니며 마음을 다독여도 평정심을 되찾지 못하고 2시간 만에 사무실로 들어오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내가 선택한 것은 음악듣기다.
베르디 "라트라비아타"를 선곡하다.
얼마전부터 다시 합창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하다.
오늘 예전 지휘자를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다.
시립합창단을 올 초 그만두고 다른 합창단 2개를 운영중이라하여 명함을 받다.
함께 합창을 하자는 말에 선뜻 대답은 못하였지만 다시 하고 싶은 욕구가 강렬하다.
그렇게라도 해서 평정심을 유지하고 싶은 나를 본다.

『 누가 꽃들의 입을 틀어막는가』
지금 시대에 사람을 사고파는 행위는 어떤 목적에서든 허용될 수 없다고 천명하지만
매년 80~90만명 가량이 인신매매되거나 국경 너머로 팔려가는 작금의 현실.
신변의 위험과 희생을 무릅쓰고 정의의 편에서 무고한 사람들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 내가 하는 일을 들여다 본다.
나는 정말 정의롭게 헌신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추스리게 하는 책이다.
스레이 네앙은 캄보디아 난민 출신으로 일곱 살에 늙은 여자에게 팔려 왔다.
그리고 그녀가 죽고나서는 그 아들에게 상속되어져
짐승같은 학대, 궂은 일들과 구타를 받아왔다.
열두 살이 되었을 때는 소반나를 만나 탈출을 하게 된다.
하지만 소반나에게는 아내가 있었고, 그 아내는 스레이 네앙을 술집에 팔아버린다.
그 아이 나이, 고작 열다 섯이 되었을 뿐인데 스레이 네앙은 성 노예가 되어 살아가야 했다,
강금당한채 학대 당하며 온갖 힘든 일을 시키는대로 해야만 했던 고달픈 그 아이의 인생이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던 것은 하갈 쉼터를 만나고나서야 숨을 쉴 수 있었다.
하갈은 노예제 폐지론자들 사이에서 사후 관리 시설로 불리고 있다.
학대와 성 노예로 살아온 과거의 트라우마에 빠져 있는 여성들을
하갈은 상담도 해주고 취업 교육도 해주기 때문이다.
그 아이들의 상처를 보듬고, 희망까지 안겨주는 그런 사후 시설이 있다는게 다행이다.
나는 하갈과 같은 본연의 목적을 잘 수행하고 있는가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하는 책이다.
나의 정체성을 다시 확고하게 해주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알콜병동에서 강제퇴원당한 수선이는 한달전에 퇴원했다.
쉼터에 들어온 지 며칠만에 쉼터를 나간 후 여러 섬들에 팔려다니고.
"소장님 나 수선이요 한번만 구출해 주세요 너무나 힘들어요" 새벽 3시에 온 문자.
수선이를 구조하러 가면 가족들과의 모임 분위기가 엉망일텐데.
새벽부터 가족들의 아침식사를 준비해 두고 가족들에게 양해를 구하다.
양해를 구하긴 했어도 뒤끝이 땡긴다.
7살 딸아이를 매번 떼 놓고 돌아다니는거 염려가 되기도 하지만
수선이를 찾아 완도 어느 섬으로 찾아 나섰다.
일요일. 날씨는 참 맑고 청명하다.
가을 들녁은 추수를 끝내 바닥이 드러나 있다.
바흐의 무반주첼로모음곡에 풍요롭고 깊이 있는 위로를 받으며
수선이가 일하고 있다는 다방에 도착했다. 업소문이 닫혀있다.
구조를 위해 몇번의 통화를 시도했고 주변에서 통화내용을 들었다면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기지 않았는지 걱정이 된다.
전화기 전원은 꺼져 있다.
업소 주변에서 1시간을 기다렸다.
끝내 다방문은 열리지 않았다.
차를 돌려 막 섬을 빠져 나오기 직전 수선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도저히 섬을 빠져 나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이런 젠장 아무리 설득하여도 며칠 더 고민해보겠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하는 수 없지. 그녀가 뛰쳐나올 힘이 생길때까지 기다려 손을 내밀 수 밖에.
8시간동안 내내 들어도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바흐의 음악.
삶과 죽음이 다 녹아있다.
돌아오는 길.
추수한 곡식들이 잔뜩 쌓여있는 방앗간에서
마스크를 한채로 먼지를 뒤집어 쓰고 곡식을 찧고 있는 지인과 만나다.
그의 털털한 웃음과 허리에 동여 맨 허리보호대가 삶의 무게를 전해준다.
10월의 마지막 날 나의 길은 서글프지 않다.
나는 얼마나 치열하게 살고 있지?

뜻밖의 손님이 찾아 왔다.
14살에 가출을 시작하여 그녀의 나이 19살.
이미 온 몸에 치유되기 어려운 질병을 안고 인생을 살아내야 한다.
3개월 전에 뛰쳐 나가 서울로, 광주로, 부산으로 발길 닿는대로 쏘다니며
생존하기 위해 별별 일들을 해내느라 많이 지쳐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야 이년아 뭐하러 왔냐?"
"ㅋ ㅋ 소장님 내가 갈 곳이 어디있나요"
" 웃지마 이년아 난 너 웃는 모습만 봐도 화가 나 갈 때 바람처럼 사라지더니 여기가 어디라고 다시 왔냐?"
"그러지 마세요. "
" 나가서 어디를 쏘다녔어?"
" 서울, 부산, 광주요. 엄마를 만날려고 했는데 엄마가 나타나지 않아서 동생만 보구 왔어요"
" 그동안 뭔 일 했는데?"
" 서울에서는 뷔페에서 일을 했어요. 첨엔 서빙만 하기로 하고 들어갔는데
청소도 하고 서빙도 보고 주방에서 음식만드는거까지 하라고 해서 한달만에 그만두었어요
돈만 많이 벌자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힘들고 몸이 안 따라주더라구요 "
" 다른데서는 뭐했는데? "
" 그냥 아는 사람들 집에서 지냈어요 "
" 너 또 채팅질했냐? "
" 안했어요"
" 너 몸에 질병있는거 알면서 채팅질하다 걸리면 어떻게 되는줄 알지?"
" 소장님이 전에 말해줘서 그 후론 한번도 안했어요
솔직히 돈 떨어지고 갈데 없을 때 하고 싶었지만 안했어요
다시 그 짓을 하면 제가 여기 올 수가 없을 것 같아서요"
" 진짜로 안했어?"
" 안했다니까요. 저 여기서 돈 쪼금 벌어도 치료받으면서 일할께요"
" 야 이년아 내가 니 말을 또 믿을 것 같냐. 또 바람처럼 사라질거면서"
" 알아서 생각하세요 ㅋ ㅋ"
" 담에 나갈때는 나한테 살짝 말해주고 가라"
" 이제 안가요 안가 내년에 검정고시 볼꺼예요"
" 흐미 3개월만 버티거라 그러면 니 공부한다는거 믿을께"
" 알았어요"
여기서 버텨내느라 난 저 아이가 밖에서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지 까맣게 잊고 지냈다.

3시 44분부터 울려대는 수선이의 전화.
술취한 목소리로 업주로부터 맞았다는 하소연과 다시 구조해달란다.
달래고 얼르기를 15번 통화로 다 하지 못하다.
서울에 출장 와 있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은 다른 기관과의 연계다.
불행히 다른 기관 사정도 갈 수 없는 상황이다.
대부분 신입이고 직접운전하고 구조하러 갈 직원들이 마땅치 않아 감정 트러블에 무방비 상태가 되다.
점심시간. 수선이에게서 다시 전화가 오다.
나와 통화한 사실이 들통나고 업주가 다른 섬으로 팔아버린단다.
경찰청 117센터에 긴급구조를 요청하여 완도경찰서에 하달하게 하다.
직원들 업무능력 강화가 현실적인 과제다.
박원순변호사를 만나기 위해 희망제작소를 찾았다.
오빠같은 원순씨를 만나고 싶은 마음하나로 달려갔는데
특별한 소수 회원들을 초청하여 김치찌개 day를 펼치는 날인가 보다.
한순웅회원센터 센터장의 안내를 들으며 희망제작소의 과거와 현재 미래 비젼을 설명듣다.
그 안내를 들으며 사람의 진정성에 대해 희망을 갖게 되다.
원순씨는 바빠 자주 만날 수 없지만 희망제작소의 연구원들과 스탭들과 자주 교류하며
희망을 제작하는 일에 함께 고민해보리라 다짐하다.
원순씨가 손수 음식을 만들어 차려주신 저녁밥을 행복하게 먹다.
김치찌개와 멸치볶음, 메추리알 장조림, 김이 전부인 소박한 밥상이었지만
직접 준비한 음식을 내 놓는 원순씨와 연구원들의 정성에 감동받다.
원순씨가 늘 전하고자 하는 세상을 감동시키라는 모토를 다시 한번 확인하다.
식사 후 티타임.
피곤이 겹쳐 집중하기 힘들었지만 원순씨를 만나기 위해 찾아 온
젊은이들과 진지하게 소통하고 관계맺고, 피드백하는 원순씨의 열정에 감전되다.

이틀에 걸쳐 양성평등 전문강사 재위촉 보수과정을 받다.
양성평등 담론은 이론적 앎보다 실생활의 체화가 우선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다.
양성평등 의식을 키우기 위해 준비한 브레인컬러:4F를 통해 세상을 보고 판단하는
나만의 정보처리방식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이 흥미로웠다.
그동안 MBTI, 에니어그램, STRONG등 다양한 자기계발서와 교육과정에
식상해있던 차 브레인컬러를 접했다.
직접개발한 김병선교수의 강의를 못 들어 좀 아쉽긴 하지만 나름 타당도가 높아 끌린다.
서강대 변혜정교수의 섹스얼리티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모처럼만의 통쾌함을 경험하게 하다.
예정된 일정보다 교육과정이 1시간 일찍 끝났다.
오래전부터 몸은 고단하지만 정신적 에너지 공급을 갈망하고 있는
나에게 줄 선물로 미술관을 가기로 하다.
여수로 내려갈 시간과 신체적 리듬을 고려하여
불광동에서 가까운 인사동 경인미술관으로 향하다.
고택의 풍경과 고즈넉함이 가을의 늦은 오후와 잘 어울린다.
문희연씨의 개인전에서 붉은색 수련이 내 시선을 오래도록 머물게 하다.
녹색과 청색 바탕에 채도가 높은 붉은 색이어서인지 내 마음이 붉은지 암튼 붉은색에 끌렸다.
피곤하다는 이유로 교육장에서 커피를 3잔이나 마셨다.
더 이상 커피를 소화할 신체리듬이 아니어서 가베나루 방문을 보류했다. 많이 아쉽다.


서울 출장갔다 돌아오는 여정은 힘들다.
20시 40분에 기차를 타 01시 20분에 집에 도착하다.
오는 기차 안에서 1시간 겨우 잠들고 눈이 피곤하여 4시간동안 잡생각에 시달렸다.
2시간 30분 잠자고 출근하다. 10대소녀 3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2011년에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서류 준비를 도와달라며 아침부터 분주하게 한다.
몇차례 찾아 온 아이들이라 날마다 일하러 나오겠다는 약속을 받고 지원을 해주면서도 마음이 편치않다. 가족들도 어찌하지 못하는 아이들과의 약속이 몇 일 못 갈것을 알면서도 손을 내미는게 힘들다.
나의 욕심을 줄여야 한다. 내려 놓아야 한다. 끝없이 인내하고 기다려줘야 한다.
점심을 먹으면 그대로 쓰러질 것 같아 점심을 거른채 4시까지 업무처리에 열중했다.
피곤한 날은 처리해야할 업무는 왜이리 많은지. 배가 고프다. 잠 자고 싶다.

어제 처음 만난 경이는 너무나 가냘픈 몸매다.
몸은 가냘퍼도 밥은 두 그릇을 거뜬히 먹어치운다.
또 한그릇을 권하면 더 먹을 것 같은 태세다.
저 아이가 여기까지 흘러 온 고단함이 묻어 나와 가슴이 먹먹하다.
떠돌아 다니느라 깊은 감기에 걸려 기침을 달고 있고 몇일동안 씻지도 않았는지 지독한 냄새를 풍긴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을 경계하며
오로지 남자친구를 만나야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질문에 묵묵부답이다.
재경이가 누군가와 소통하는 수단은 네이트온이다.
시각장애 6급으로도 네이트온을 한다.
거기에서 친구를 만났고 그 친구가 소개해 준 남자가 나중에 같이 살자고 하여 그 희망하나를 품고 있다. 그러나 남자는 경이와 몇일간 같이 지내다 경이를 놔 두고 연락두절이다.
그래도 경이는 그 남자를 유일한 희망으로 여긴다.
경이와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선 남자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면
눈을 반짝이며 그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낸다.
시각장애 6급이라 센터에 나와도 일을 할 상태가 아니다.
뜨개질도, 포크아트도, 한지공예도 재경이에게는 벅찬 작업이다.
오전에는 의자에 누워있다가 오후에는 네이트온을 허용했다.
저 아이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지원해야할지 나의 고민은 깊어간다.
퇴근하면서 재경이를 쉼터에 데려다 주기 위해 차에 태웠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 차 안을 깊고 감미롭게 한다
하루의 피곤을 달래주는 위로에 잠겼다.
운전을 하고 가는 중에 "선생님 음악을 들으니 잠 와요"라 한다.
나의 고단함을 달래느라 재경이가 지루해할꺼라는 생각을 미처하지 못했다.
"재경이 재미없구나 어떤 음악을 틀어줄까? 좋아하는 가수 있어?"
"........"
늘 내 중심으로 일을 하고 있다.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눈높이에 내려가는거 쉽지않다.

20년 전 광주 행복재활원에서 근무할 때 만난 영준이는
뇌성마비 장애우로 치료를 위해 재활병원에 입원하였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세상의 온갖 비관은 다 끌어안은듯
암울한 20대를 막 시작하고 있었다.
영준이는 시인 기형도의 골수팬으로 늘 기형도의 시집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습작을 하면서 문학도의 꿈을 꾸었다.
자주 만나게 되면서 영준이의 진로를 함께 고민하던 중
장애인들을 위한 직업훈련학교가 세워진다는 정보를 들은 나는
영준이에게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배워 볼 것을 권유하였고
덕산장애인 직업학교에 입학하였다.
입학한지 1년만에 가르치는 교수들에게서 배울게 없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난 영준이는
졸업후 같은 장애우들과 창업을 하였고 노동부 신지식인상을 타기도 하였다.
자신보다 더 깊은 장애를 갖고 있는 여성과 사랑에 빠져
연예오락 프로에서 프로포즈를 공개적으로 하여 가정을 꾸려내었다.
오늘 영준이와 오랫만에 통화를 하였다. 여전히 밝고 건강하다.
영준이 나이 40이지만 나는 늘 영준이의 20대 모습이 가슴에 남아있고
장애를 극복하고 가정을 지켜내면서 자신의 길을 오롯이 가고 있는
영준이를 생각하면 늘 가슴한켠이 시려온다.
내 삶에 바빠 챙겨주지 못해 많이 미안하다.

“우리 옛 사람이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것은”(롬 6:6).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갈 2:20).
목사님 설교 내용 중 자기부인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십자가를 믿는 사람은 자신의 자아가 십자가에서 죽은 것을 믿는다고 역설하신다.
설교를 들으며 과연 나는 자아를 죽이고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여러가지 사건들이 오버랩된다.
지금하고 있는 일이 십자가에서 내려오지 않는 여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기부인(自己否認, self-denial)이 없이는 결코 십자가 신앙을 가질 수 없다니 참으로 무겁다.
자기파괴, 자기혁파, 자기사망을 깊이 체험하지 못하여 늘 힘들고 고단할걸까.
자기부인이 구원의 신앙뿐만 아니라
결혼생활, 사역활동, 말씀전파, 기도생활에까지 확장되어야 하는데 나는 자신이 없다.
늘 이기적이고 실패하고 좌절한다.
미선이가 한달만에 찾아왔다.
"소장님 다른 언니들은 돈을 다 입금해줬다는데 저는 왜 안주세요?"
"너 몇일이나 일했어. 와서 한다는 소리가 돈달라는 소리부터 하냐"
"제가 일한거는 주셔야죠 다른 선생님이 얼굴봐야 준다고 해서 왔어요"
"그동안 어디서 뭐하고 지냈는데?"
"여기저기요. PC방에서 날밤까기도 하고 친구네 집에서 지내기도 했어요"
"너 언제까지 밖으로 나돌아 다닐꺼야 힘들지도 않냐?"
"저도 잘 모르겠어요"
"쉼터는 안들어올꺼야?"
"소장님이 다시 밖에 나가면 쉼터에 못들어오게 한다고 했잖아요"
"지난번에 잘 지내겠다고 약속하고 들어왔다가 1주일만에 나갔잖아.
잘못했다고 다시 안그러겠다고 하면 안돼! "
".........."
"친구네 집에 돌아다니지 말고 쉼터에 들어 와"
"잘 모르겠어요. 밖에서 사람들 눈치보며 얹혀 사는 거 힘들기는 하지만 쉼터에 들어가면 또 나가고 싶을거 같아요 저도 제 마음을 모르겠다니까요 히히"
...........
수십번의 무단외박과 가출을 감행하는 저 아이와의 대화는 늘 이렇다.
나 중심적인 사고방식과 언어가 고착되어 서로가 힘들다.
삶의 모든 자리에서 자기부인의 자리에 서야 함을 절감하는 하루다.

지독한 코감기에 걸려 새벽에 겨우 일어났다.
출석체크를 하고 아무것도 못하고 멍하니 앉아있어야만 했다.
그렇잖아도 바닥난 체력에 감기까지 걸렸으니 몰입을 할 수 없고
페북친구들을 둘러보는 거로 아침을 소일했다.
종일 재채기하느라 머리가 빙빙돈다.
이틀 후에 있을 도청 점검을 앞두고 시 담당자의 방문에
긴장하고 준비하느라 일부러라도 없는 힘을 냈다.
언니들의 미묘한 갈등관계를 컨트롤하고
새로운 프로젝트 시행을 위해 후원자들을 만나 제안하고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느라 나는 오늘 파김치가 됐다. 재채기 하는 파김치 ㅋㅋ

부름(Calling)과 화답
그 부름을 듣고
자신의 야망, 가치관, 자산, 열정에 맞게
화답하기만 하면 된다. 간디, 만델라, 테레사 수녀,
마틴 루터 킹과 같은 위인이 될 만한 재목을 갖춘 사람은
우리 가운데 드물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소박하게나마
인도주의라는 장대한 연속체의 일원이
얼마든지 될 수 있다.
- 빌 스트릭랜드, 빈스 로스의《피츠버그의 빈민가에 핀 꽃》중에서 -
* 누구에게나 하늘의 부름이 있습니다.
사람을 통해서, 일을 통해서 그 부름을 받습니다.
오로지 그에게만 '그 일'을 맡기기 위해 세상에 보낸
이유입니다. 큰 일도 있고, 작고 미세한 일도 있습니다.
큰 일이기 때문에 더 중요하거나 작은 일이므로
덜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 모든 일들이
얼개처럼 연결되어 세상은 더 아름답게,
더 위대하게 진화되고 있습니다. (고도원이 쓴 글)
*** 이헌님, 인사가 늦었습니다. 김명희입니다. 그동안 이헌님 집에 들려 단군일지만 보고, 댓글도 달지 못하고 물러났습니다. 감히 댓글을 달 수가 없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입니다. 위의 글은 오늘 제가 받은 <고도원의 아침편지>입니다. 위의 글을 읽는데 문득 이헌님 생각이 났습니다. 감기 빨리 나으시고, 힘내세요. 이헌님이 하시는 의미있는 일이 여러사람을 구원하는 길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비행기 안에서 읽으라고 테레사수녀에 관한 책을 선배의 선물로 받았습니다.
가는 비행기 안에서는 읽지 못하고 달라이라마 법회가 시작된 날 그 책을 읽게 되었고
참 많이도 몇 일 동안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렇게도 만나고 싶었던 달라이라마와의 만남은 덤덤한데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만난 테레사수녀에 대해서는 왜그리도 눈물이 나왔는지...
지금 하는 일이 하늘의 부름이라고 믿고 걷고 있는데
늘 터덕거리고 실패하고 좌절합니다.
때론 나락으로 깊이 떨어져 헤어나오지 못할 때도 빈번합니다.
일 자체가 고단하기도 하지만
여러가지로 부족한 사람이 테레사수녀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라는 목표를 세우고 일을 하고 있으니 그게 힘든건 당연지사지요.
부족한건 인정하고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면서 유쾌하게 걷고 싶습니다^^

몇 일전부터 다른 지역으로 가고 싶다고 말을 꺼내던 윤정이가 커피를 들고 내 방을 찾아왔다.
"소장님 언니가 있는 가까운 곳으로 가고 싶어요"
"네가 이제 조금 안정이 되가고 있는데 나는 보내고 싶지 않다.
너 거기 가면 모르는 사람들과 적응할지 걱정이돼"
"보나마나 80%는 적응을 못하고 뛰쳐 나올거 알면서도 가고 싶어요"
"무슨 일 있었어?"
........
"언니들이 저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거 같아요.
지금 잘 참고 견디고 있는데 자신이 없어요."
"외롭구나"
........
" 5개월 견뎌냈으니 잘 한거야 네가 이렇게 1년만 평범한 생활을 해낼 수 있으면 좋겠다"
"헤헤 제가 지금 시내버스를 타고 다니잖아요.
일할 때는 돈을 아무리 벌어도 택시타고 다녔거든요.
그때는 돈을 어떻게 써야할지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지금은 아주 작은 돈을 벌지만 아까워서 돈을 함부로 쓸 수가 없어요
제가 땀흘려 번 돈이니까요"
"나도 힘들어서 너에게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미안하다"
.............
우리는 긴 포옹을 나누었다.
윤정이는 내가 안아주는 것을 좋아한다.
자주 안아주지 못해 미안하다.

핸드폰 전원이 꺼져 아침에 정한 시간보다 1시간 늦게 일어나다
오늘은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냈다.
나림이와 미선이 중재, 재경이 응급실 지원, 도청 과장님 면담 등등등등.
늦은 오후 자원봉사자가 사 온 옥수수찐빵을 둘러 앉아 먹기 직전
재경이가 숨을 못 쉬겠다며 가슴을 쥐어짜며 고통을 호소했다.
나는 품에 안고 등을 토닥거려주다 위급한 상황임을 감지하고 119에 신고하였지만
119가 오는 시간보다 직접 차에 태워 병원으로 달려가는게 우선이다 싶어 차에 태웠다.
오늘따라 신호는 왜이리 길고 더디는지.
간질환자처럼 경련을 일으키는 재경이를
사무국장이 옆에서 돌보아 주어 운전하는데 집중하였다.
병원에 도착하여 의사의 진료를 받자 재경이가 어느정도 진정이 되었다.
폐에 약간의 염증이 있으나 심각하지 않는다하여
3일간 약처방을 받아 수납 후 병원을 나오려는 순간
재경이가 다시 경련을 일으켜 응급실로 향하였다.
점점 경련이 심해지며 대소변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며 고통스러워했다.
사무국장과 함께 재경이가 안정이 될 때까지 붙잡아야만 했다.
담당과장은 퇴근 시간이 되자 바로 칼퇴근이다.
인턴들이 고통스러워하는 재경이를 진단하느라 진땀을 흘리며 아둥바둥.
젠장 환자의 고통에 민감하게 처신하지 못하는 의사들.
그러나 사무국장이 재경이의 대변을 자연스럽게 닦아내는 모습을 보며
함께 일하고 있는 동지애를 느끼다.
재경이가 몇번의 고통을 호소하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되어갈 즈음
응급실 다른 침대에 누워있는 환자가 돌연사하였다는 간호사들의 이야기를 듣다.
다른 침대의 환자상태를 거의 의식하지 못하고 재경이와 씨름했다.
주민등록번호를 가족들에게 확인하는 간호사의 입에서
64년생이란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멍해졌다.
나보다 2살 많은 학교 선생님인데 갑자기 돌연사라니.
30분전에 동료교사들과 회의도 하고 남편과도 통화를 하며
자연스런 일상을 지내고 있던 사람이 쓰러졌단다.
늘 피곤함을 달고 사는 나에게도 저런 순간이 올 수도 있겠구나라는 스침.
아 내가 돌연사한다면 어떻게 될까.
먼저 아이들이 떠오른다.
바쁜 엄마를 잘 이해해주는 아들과 아직 손이 많이 가야할 7살 공주.
또 저분의 자녀들과 가족들.
아직 힘이 없는 언니들.
뭉클뭉클 아파온다.
갑자기 죽음이 나에게도 닥칠 수 있다는 묘한 감정에 사로잡히다.
박원순변호사는 과로로 쓰러지는게 소원이라는데
죽음이 닥친다면 여한이 없을 준비가 안되어 있다.
재경이는 중환자실로 옮겨져 집중치료를 받기로 하고 직원들이 돌아가며
보호자가 되기로 하다.
긴 하루.
난 오늘도 걷고 또 걸었다.

휴대폰을 수리하면서 모든 기능이 업그레이드되어 알람 설정을 놓치고 1시간이나 늦게 일어났다.
어느 날은 알람을 의지해야 일어나고 어느 날은 저절로 눈이 떠지기도 한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평정심이 유지되지 않아서 수면조절이 자연스럽지 못한 것 같다
이 불안은 무엇인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부족장이 천직을 갖고 계신 것 같은데 단군활동을 왜하냐고 물었었다.
그 후 지금하고 있는 일이 나에게 천직인지 무의식 중에 수 없이 묻고 있는 나를 본다.
꿈을 통해 현현하는 불안적 증세들은 어디로 치달을 것인지 두렵다.
영혼이 메말라 간조해진채로 이 길을 걷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런 상태에 시달리고 있고 천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벗어나고 싶다. 그러기 위해 당위성을 만들고 있는 나를 본다.

밤마다 꿈을 꾸어 아침마다 일어나기 힘들다.
꿈을 꾸는 내면의 소리를 들여다 보고 정리하고자 다양한 해석서들을 들춰봐도
딱히 명료해지지 않는다.
업무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무의식에 영향을 미쳐 꿈을 통해 나를 체험하고 있구나라는 짧은 생각에만 머물러 있을 뿐.
소진을 예방하고 치유하기 위한 스스로의 자가요법으로 아침활동을 선택하였지만
그 목적에 맞는 적절한 활동을 이끌어내지 못하여 만족스럽지 못하고 침잠한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한명의 클라이언트를 지원하기 위해 모든 직원들의 마음을 모으고
행동으로 옮기는 직원들과의 의사소통은 늘 어렵다.
재경이가 결핵으로 판정이 나서 다른 도시의 치료시설로 옮기기 전까지는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보호자 역할을 하기로 하였는데 서로 미루고 꺼린다.
마음같아서는 기꺼이 참여하고자 하는 직원들이
역할을 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겠으나 한번 미루는 직원들은
늘 수동적 자세와 태도로 업무에 임하여 적극적인 직원들의 사기를 꺾기도 한다.
직원들 모두의 능동적인 업무역량강화를 어떻게 끌어낼 것인지 고민의 고민이 이어진다.
재경이는 자신의 상태가 어떠한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친구들을 병원으로 불러들여 격리치료 조치가 내려졌다.
재경이를 받아들이고 지원하게 된 과정이 직원들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한
나의 리더쉽에 부족함이 있었던걸까.
직원들의 매뉴얼 주장에 서운함만 앞선다.

제레미테일러 <하늘을 날아다니고 물이 거꾸로 흐르는 곳><꿈으로 들어가 다시 살아나라>
어떤 수녀님의 서평 http://srbenedicta.blog.me/110067590066
콩두의 독후감 http://blog.naver.com/muryangg/20078034979
제레미테일러는 지금 살아계신 미국 목사님인데요, 처음에 인종차별 관련한 일을 했는데 백인자원봉사자들이 상처를 받는 일이 있었답니다. 그 봉사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일로 주어졌대요. 이런저런 방법을 써도 안되어서 우연히 꿈을 가지고 그룹투사작업을 했고 거기서 시작되었다네요. 이 분이 매년 한 번씩 한국에서 꿈 워크샵을 했는데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어요. 한국에서는 고혜경선생님이 관련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