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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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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19일 00시 24분 등록

 

당신은 누구의 세계에 살고 있는가? 자신의 세계인가, 남의 세계인가? 나로부터의 인정이 중요한가, 타인의 인정이 중요한가? 아니 기본으로 돌아가 생각해보자. 당신은 자신의 세계라는 것을 가지고 있는가? 혹시 남들이 만들어 놓은 세계만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나는 오랫동안 남의 세계 안에서 살았다. 나의 인정은 타인의 인정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나의 세계란 존재하지 않았다. 타인이 만들어 놓은 세계 속에서 내가 어떻게 보여지는가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나는 성공한 나의 모습을 그려보곤 했다. 그것은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신문에서 본 한 여자의 인터뷰 기사에서 비롯되었다. 그녀는 스프링이 달린 취재수첩(주로 기자들이 취재할 때 사용하는 수첩)을 수북하게 쌓아 놓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연한 화장을 한 동그란 얼굴에 짧은 커트 머리, 몸에 잘 맞는 곤색 스트라이프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 입은 그녀는 여유롭고 자신만만해 보였다. 성공한 커리어 우먼의 모습이 바로 그녀였다. 나는 그녀처럼 근사하게 보이고 싶었다. 그것이 내 성공의 비주얼이었다.

 

나는 그런 모습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벤처기업에서 시작해 수 차례의 이직을 통해 남들이 부러워하는 다국적기업에서 일하게 되었고 10년 간의 홍보 경력을 마감하고 영업에 뛰어 들었으며 스트라이프 정장을 입고 사람들 앞에서 프로페셔널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  겉으로 보자면 내가 되고 싶던 완벽한 그 모습이었다. 나는 성공한 커리어 우먼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나는 나의 삶에 만족할 수 없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내 삶은 내가 원하던 것이 아니었다. 타인의 인정이 있어야 나를 인정할 수 있는 내가, 마침내 나의 세계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때로는 몸이 마음보다 훨씬 정직하다. 나의 세계에서 행복하지 않은 나는 때때로 앓았다. 마음은 난 행복해, 아무 문제도 없어라고 주문을 외우며 나를 달랬지만 몸은 문제를 인정했다. 불 같은 열정은 사그라져 버렸고 번득이는 아이디어의 칼날은 무뎌져 어떤 생각도 도려낼 수 없었다. 무엇으로 살 것인가의 문제에 대한 해답은 찾았지만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의 문제는 여전히 미제로 남아 있었다. 삶의 수단은 찾았으나 삶의 목적은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삶의 의미가 필요했다. 나의 세계가 필요했다.

 

세계적인 경영전략가 게리 해멀은 그의 최신작 <경영의 미래>에서 기업의 성공에 공헌하는 인간의 능력을 6단계로 구분한다. 가장 아래 단계에 있는 것이 복종이다. 이 능력은 상부의 명령에 따르고 규칙에 맞게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다음 단계는 근면함이다. 근면한 직원은 책임감을 갖고 있으므로 지름길을 찾지 않고 양심적이며 체계적으로 일한다. 다음은 지식과 지성이다. 대부분의 회사는 타고난 지능을 가진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그들은 기술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사람과 다른 이로부터 최고의 습관을 배우고자 하는 현명한 사람들을 높이 평가한다. 지성 위에는 추진력이 있다. 추진력을 지닌 사람은 남에게 요청을 받거나 명령을 받을 필요가 없다. 그들은 늘 새로운 도전을 찾고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한다. 좀 더 높은 곳에는 창의성이 있다. 창의적인 사람은 늘 호기심이 많고 억압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이렇게 한다면 멋지지 않을까?”라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마지막 최정상에는 열정이 있다. 열정 때문에 사람들은 어리석은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열정은 마음 속의 뜻을 결국 실현시키는 비밀의 열쇠이다. 열정을 가진 사람은 기꺼이 장애물을 뛰어 넘으며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소설가 E.M. 포스터는 열정이 있는 한 사람이 단순히 관심만 있는 40명 보다 낫다라고 말했다.

 

이 이야기는 비단 기업의 성공에 공헌하는 인간의 능력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인간의 능력과도 일맥상통한다. 남의 세계에서 나의 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복종, 근면, 지성, 추진력이면 충분했다. 그들이 시키는 대로 부지런히 배우고 실행하면 되었다. 하지만 나의 세계에서는 그것이 통하지 않는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면 창의성도 열정도 좀처럼 발현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럴 듯한 타이틀, 적지 않은 연봉, 넓고 쾌적한 근무 환경, 뭐 하나 나무랄 것 없는 그 곳이 어느 순간 나에게는 감옥이 되었다. 보이지 않는 창살 속에서 나의 몸과 마음이 서서히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나는 생각한다. 나는 지금 누구의 세계에 살고 있는가? 무림 고수가 되겠다는 야망을 접고 1년이 다 되도록 야인으로 살고 있는 나는 진정 나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인가? 나의 세계와 남의 세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는 없는 것일까? 사부님의 말대로 일과 삶이 서로를 기쁘게 할 수는 없는 것일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창의성과 열정이 샘솟아 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사회적 성공도 따라 올 것이 아닌가? 그것이 바로 일과 삶의 상생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나의 천직을 찾는 것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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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경
2011.09.19 00:26:10 *.143.156.74
매주 설익은 밥을 상에 올리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컨셉은 잡았는데 도무지 어떤 이야기를 해야하는지 갈피가 잡히지 않네요.
머리가 복잡할 때는 경수의 조언대로 몸으로 부딪혀야 할 때인것 같습니다.
손가락으로 글을 쓰면서 머리 속이 정리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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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갱
2011.09.19 14:13:03 *.166.205.131
칼럼속의 질문들이 참 좋네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
이미 답 바로 위를 파고 있는 상황일꺼라 생각해요.
곧 보석을 찾을실듯~

근데 누님의 트레이드마크 유머가 안보이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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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9 01:02:37 *.75.194.69
언니 잘 하고 있는데 왜요.. 
나도 야인으로 잠시 살고 싶다오... 
한계를 느끼는데 어쩌면 좋누.. 
쉼이 필요해 .. 이제 이중생활로도 해결이 안나는 시점이 다가오는 것 같아... 
늘 용기가 되는 글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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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9 16:50:47 *.45.10.22
아... 10년!
그래요 힘낼게요 
여기 있느라 못만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서 
여행하면서 만나야 진짜 제대로 된 나의 컬러를 이해하는데 
여기서는 저의 매력을 발산할 기회가 없다는.. 
얼굴빛도 어두워지구.. 
암튼 언니 이야기 듣고 다시 한 번 힘냅니다~!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만 있으면 뭐든 견딜 수 있을 것 같기는 해요 
그래서 결혼한 많은 아저씨들이 이 답답한 직장을 그렇게 열심히 견딜 수 있나봐요 가족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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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
2011.09.19 16:47:53 *.143.156.74
사샤야, 넌 조금 더 일해도 될 것 같아.
정말 쉼이 필요할때는 일 이외에는 손가락 까딱할 기운도 없을때야.
아니, 일하기에도 힘이 딸릴때지.
요리 배울 기운이 있으면 일 할 에너지도 아직 남아 있는게야.
10년만 채우고 쉬어.
돈 많은 남자 만나 결혼하면서 은퇴하면 어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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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1.09.19 02:21:56 *.8.230.253

글을 읽다보니 켕기는데...
나는 지성이 부족해서 백발이 성성할만큼 미련한 복종과 근면을 했을까?
그 머리로 추진력이 넘쳐서 창의성과 열정이 똘아이 광기마냥 ...미련한 짓으로 변해버렸을까?
이제부터라도 머리를 좀 제대로 쓰면 꺼믄머리 돌아올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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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9 14:21:20 *.45.10.22
선배님 까만 머리 시러요 ㅎㅎㅎ
지금의 신비로운 은발로 쭈욱~~~ 그 매력을 이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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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
2011.09.19 16:42:09 *.143.156.74


30년 동안 펜싱을 했는데 그게 아직도 좋다는 사람은 이미 열정 그 이상을 가진 것이 아닐까요?

선배의 호가 왜 백산일까 생각해본적이 있는데 선배를 보면 흰 산이 생각나요.
사람들은 그게 눈인줄 알고 지레 겁먹고 안 오르려 하는데 사실 그건 하얀 대리석 산이었던거죠.
그리스, 로마 사람들의 하늘하늘한 옷자락까지 표현해 낼 수 있는 말랑말랑한 대리석.
이게 뭔 소리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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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2011.09.19 11:53:10 *.163.164.177
그래, 맞아!!!
열정은 자신의 세계에 있을때 발현되는 힘인것이야.
자신이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도 모르면서
백날 나의 열정을 불살라다오 외치면서 불만을 늘어놓는 것도 자기기만이지.

재경이는 스스로를 잘 알고 있는 장점이 있으니.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을때 스스로 빛나는지 알고 있으니
자신의 세상을 만드는 것은 시간의 문제이지 않을까. 
너를 부러워하고,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고 힘내서 G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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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
2011.09.19 16:45:46 *.143.156.74
오라버니가 사람 볼 줄 아네. ㅎㅎ
내가 사람들에게 인기가 좀 많지.
오라버니가 응원해 주니 기운이 쑥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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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
2011.09.19 13:29:47 *.36.108.178
그러게.. 언니는 야인이 된 이후( 물론 그 전의 모습을 보진 못했찌만, 들은바로 짐작만..)에 이미 언니의 세계를 만들고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것 같아 보이는데...

난 그냥 그 세계안에 놀이기구들이 조금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ㅋㅋㅋㅋ...

내가 얘기했던가.. 이번에 동생 유학 가기전에 우리 엄마가 동생이랑 동생친구들이랑 캐리비안 베이 가서 완전 신나게 놀고 왔다는 얘기... 동생 친구가 그랬데..
"니네 엄마는 정말 대단하시다. 우리엄마는 이런데 오는 것도 싫어하시고, 와도 놀이기구는 하나도 안 타고, 그냥 앉아만 있는데..."

우리엄마는 요즘도 캐리비언 베이 앓이중...ㅎㅎㅎㅎ..

그냥 서예, 탭댄스, 퀼트 등등 외에도 다양한 놀이기구들이 생겨나길!!! (이건.. 사실 나한테 더 하고 싶은말..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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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9 14:22:39 *.45.10.22
이야... 역시 미나의 몸매가 그냥 나온게 아니구나.. 어머니 부럽당.. 
나도 캐리비언 베이 입성이나 한 번 해봤으면 싶당 ㅎㅎㅎ
그저 이탈리아 남부 해변 아니면 옷 벗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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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9 16:48:25 *.45.10.22
사랑이 지대로 찾아오셨어 ㅎㅎㅎ 
연애시대는 뭐지? 나도 한 번 봐야겠다 고마워요 언니~ 고마워 경인아 ^^ 
냉정과 열정사이 읽으시고 좀 빌려주세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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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
2011.09.19 16:44:31 *.143.156.74
미나, 굿 포인트.
그렇지 않아도 요즘은 지난 번 경인이가 추천해 준 '연애시대'란 드라마를 주구장창 보고 있다.
감우성이랑 손예진이 주연한 2006년 SBS 드라마인데 너무 웃겨.
거기다 '냉정과 열정사이' 소설책까지 열심히 읽고 있다.
갑자기 놀이기구 너무 많이 들여놓았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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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
2011.09.21 09:58:03 *.23.188.173
언니 글을 읽고 다들 같은 고민 중이군 하는 안도가..ㅋㅋㅋ
저도 아직은 무얼 어떻게 구상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그저 짧은 글들만 토해내고 있는 중이지요....
하나씩 하나씩 퍼즐을 토해내다보면 완성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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