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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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공한 나의 모습을 그려보곤 했다. 그것은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신문에서 본 한 여자의 인터뷰 기사에서 비롯되었다. 그녀는 스프링이 달린 취재수첩(주로 기자들이 취재할 때 사용하는 수첩)을 수북하게 쌓아 놓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연한 화장을 한 동그란 얼굴에 짧은 커트 머리, 몸에 잘 맞는 곤색 스트라이프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 입은 그녀는 여유롭고 자신만만해 보였다. 성공한 커리어 우먼의 모습이 바로 그녀였다. 나는 그녀처럼 근사하게 보이고 싶었다. 그것이 내 성공의 비주얼이었다.
나는 그런 모습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벤처기업에서 시작해 수 차례의 이직을 통해 남들이 부러워하는 다국적기업에서 일하게 되었고 10년 간의 홍보 경력을 마감하고 영업에 뛰어 들었으며 스트라이프 정장을 입고 사람들 앞에서 프로페셔널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 겉으로 보자면 내가 되고 싶던 완벽한 그 모습이었다. 나는 성공한 커리어 우먼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나는 나의 삶에 만족할 수 없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내 삶은 내가 원하던 것이 아니었다. 타인의 인정이 있어야 나를 인정할 수 있는 내가, 마침내 나의 세계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때로는 몸이 마음보다 훨씬 정직하다. 나의 세계에서 행복하지 않은 나는 때때로 앓았다. 마음은 ‘난 행복해, 아무 문제도 없어’라고 주문을 외우며 나를 달랬지만 몸은 문제를 인정했다. 불 같은 열정은 사그라져 버렸고 번득이는 아이디어의 칼날은 무뎌져 어떤 생각도 도려낼 수 없었다. 무엇으로 살 것인가의 문제에 대한 해답은 찾았지만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의 문제는 여전히 미제로 남아 있었다. 삶의 수단은 찾았으나 삶의 목적은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삶의 의미가 필요했다. 나의 세계가 필요했다.
세계적인 경영전략가 게리 해멀은 그의 최신작 <경영의 미래>에서 기업의 성공에 공헌하는 인간의 능력을 6단계로 구분한다. 가장 아래 단계에 있는 것이 복종이다. 이 능력은 상부의 명령에 따르고 규칙에 맞게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다음 단계는 근면함이다. 근면한 직원은 책임감을 갖고 있으므로 지름길을 찾지 않고 양심적이며 체계적으로 일한다. 다음은 지식과 지성이다. 대부분의 회사는 타고난 지능을 가진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그들은 기술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사람과 다른 이로부터 최고의 습관을 배우고자 하는 현명한 사람들을 높이 평가한다. 지성 위에는 추진력이 있다. 추진력을 지닌 사람은 남에게 요청을 받거나 명령을 받을 필요가 없다. 그들은 늘 새로운 도전을 찾고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한다. 좀 더 높은 곳에는 창의성이 있다. 창의적인 사람은 늘 호기심이 많고 억압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이렇게 한다면 멋지지 않을까?”라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마지막 최정상에는 열정이 있다. 열정 때문에 사람들은 어리석은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열정은 마음 속의 뜻을 결국 실현시키는 비밀의 열쇠이다. 열정을 가진 사람은 기꺼이 장애물을 뛰어 넘으며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소설가 E.M. 포스터는 “열정이 있는 한 사람이 단순히 관심만 있는 40명 보다 낫다”라고 말했다.
이 이야기는 비단 기업의 성공에 공헌하는 인간의 능력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인간의 능력과도 일맥상통한다. 남의 세계에서 나의 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복종, 근면, 지성, 추진력이면 충분했다. 그들이 시키는 대로 부지런히 배우고 실행하면 되었다. 하지만 나의 세계에서는 그것이 통하지 않는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면 창의성도 열정도 좀처럼 발현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럴 듯한 타이틀, 적지 않은 연봉, 넓고 쾌적한 근무 환경, 뭐 하나 나무랄 것 없는 그 곳이 어느 순간 나에게는 감옥이 되었다. 보이지 않는 창살 속에서 나의 몸과 마음이 서서히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나는 생각한다. 나는 지금 누구의 세계에 살고 있는가? 무림 고수가 되겠다는 야망을 접고 1년이 다 되도록 야인으로 살고
있는 나는 진정 나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인가? 나의 세계와 남의 세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는 없는 것일까? 사부님의
말대로 일과 삶이 서로를 기쁘게 할 수는 없는 것일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창의성과 열정이 샘솟아
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사회적 성공도 따라 올 것이 아닌가? 그것이 바로 일과 삶의 상생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나의 천직을 찾는 것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란 말인가?

난 그냥 그 세계안에 놀이기구들이 조금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ㅋㅋㅋㅋ...
내가 얘기했던가.. 이번에 동생 유학 가기전에 우리 엄마가 동생이랑 동생친구들이랑 캐리비안 베이 가서 완전 신나게 놀고 왔다는 얘기... 동생 친구가 그랬데..
"니네 엄마는 정말 대단하시다. 우리엄마는 이런데 오는 것도 싫어하시고, 와도 놀이기구는 하나도 안 타고, 그냥 앉아만 있는데..."
우리엄마는 요즘도 캐리비언 베이 앓이중...ㅎㅎㅎㅎ..
그냥 서예, 탭댄스, 퀼트 등등 외에도 다양한 놀이기구들이 생겨나길!!! (이건.. 사실 나한테 더 하고 싶은말..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