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살다

여러분이

  • 강미영
  • 조회 수 1796
  • 댓글 수 4
  • 추천 수 0
2005년 4월 4일 23시 43분 등록
“떠남과 머묾은 공간의 문제가 아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어디서든 새로 시작할 수 있고, 어디서든 변이할 수 있는 것이며, 새로운 삶을 생성할 수 있는 능력이며, 이를 위해 현재와 미래를 사로 잡는 고착된 인연의 끈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고, 그 끈을 풀어서 새로운 삶의 자원으로 변환시키는 것이다. …… (그러므로) 유목은 다른 삶의 영토를 찾아, 다른 삶 자체를 찾아, 다른 사유, 다른 가치를 찾아 끊임없이 이동하는 것이고, 그에 필요한 한 어디로든 샐 수 있고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지금 앉아 있는 자리에서 조차 ‘자유의 새로운 공간’을 찾아 끊임 없이 탈영토화하는 삶 그 자체다” – 이진경 <철학의 외부> 중에서

나는 주변의 사람들 때문에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사람이었다.
고 3생활 일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 6시에 학교로 데려다 주시던 아빠, 오밤중에 소변을 보고 다시 자리에 누울 때 조차도 잠자리를 챙겨주려고 잠에서 깨어 일어나 이불을 덮어 주시는 엄마.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분이시다. 하지만, 내가 나이가 들고 정작 무언가를 이루어야 할 나이가 되었을 때 나의 발목을 붙들고 머물게 만들었던 가장 큰 걸림돌이 되었다.

무엇인가 새로운 환경을 만나고, 그것들을 내 것으로 만들어 가는 일만큼 신나는 일은 없다. 하지만 나는 내 안의 것들에 의해 자꾸만 예전의 인연 속으로 파고 들어 가고 있었다. 대학 진학을 할 때에도 부모님의 뜻을 어길 수 없어 제주도에 머물기로 결정을 하였다. 그게 부모님을 위한 최선의 길이라 생각 하였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는 내 뜻대로 취업을 위하여 서울로 갔다. 지금 와서 생각 해 보면 이건 단순히 공간적인 떠남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그들과 일시적인 단절을 고했으며, 그로부터 나는 새로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익혀 갔던 것이다. 지난 연들에 묶여서 나를 채우던 것들을 밖을 향하여 열어 놓기 시작 했던 것이다.

이제 나보다도 나를 자랑스러워하는 부모님이 계시다. 그때, 내가 밖을 향해 열리고자 했던의욕이 지금과 같이 못했다면 나는 여전히 그저 그들 곁에 머무는 착한 딸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의 떠남으로 인하여 나는 이제 착한 사람이 아닌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는 발판이 생겼다. 내가 특별한 재능이 있다는 뜻은 아니다. 이제 나는 어떠한 환경으로든 내 주위를 바꿔 나갈 자신이 있을 뿐이다. 외부와의 소통 능력이 생긴 것이다.

나는 안정된 생활 속에서도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떠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떠남은 현실 부정이나 도피와는 다른 것이다. 새로운 것들을 찾아 냄으로써 나는 내 주변을 조금 더 매끄러운 초원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이 곳에 머무르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IP *.228.108.240

프로필 이미지
김성렬
2005.04.05 01:01:22 *.225.19.236
사람들은 항상 운명의 사슬을 끊고 싶어하지만 한 번 도 끊어 본적이 없다라고 하더군요,, / 나는 그것을 끊으려고도 하지않지만 한 번도 그것에 매여본적도 없지요,,, 모험의 여정을 떠나는 님에게... 가호를...
프로필 이미지
손수일
2005.04.06 01:32:58 *.58.17.34
홀로 섬을 축하드립니다. "그것은 지금 앉아 있는 자리에서 조차 ‘자유의 새로운 공간’을 찾아 끊임 없이 탈영토화하는 삶 그 자체다" - 매력적인 얘기군요.
프로필 이미지
문요한
2005.04.06 06:24:46 *.253.83.176
고향에서조차 자취하고 있는 미영님의 분투에 경의를 표합니다. '짝짝짝!'
프로필 이미지
오병곤
2005.04.10 14:42:24 *.51.80.175
부모가 돼보니 심정이 매한가지인 것 같네요. 홀로 설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기 보다 자꾸 품안에 안고 싶네요. 떠나면 더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같이 떠납시다~ ㅋㅋ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739 [강의 외전外傳3]불교의 관계론關係論 손수일 2005.03.28 1747
3738 [1] 수련(修鍊)의 길 [5] 홍승완 2005.03.28 1725
3737 [1] 당신의 경쟁 상대는 누구 입니까? [5] 오세나 2005.03.28 2490
3736 <변화학 칼럼1> 당신은 왜 여기에 서 있습니까? [7] 문요한 2005.03.28 2202
3735 [주간칼럼_01] 지식 근로자의 자기 계발과 사회적 책임 [3] 이익상 2005.03.28 2405
3734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 [7] 신재동 2005.03.28 2133
3733 일을 잘하려면 [4] 오병곤 2005.03.29 2286
3732 같으면서도 다른 것 [1] 김성렬 2005.03.29 1858
3731 지성인과 지식인 장박사 2005.03.30 2048
3730 -->[re]그래도 아직은 살만한 세상 아닐까요? ^^ 강미영 2005.03.31 1598
3729 주간칼럼2 - 실패 [4] 박노진 2005.03.31 1631
3728 나무를심는 사람들("지오노" 의 원작에서... ) [6] 나무의기원 2005.04.03 4592
3727 프로세스 개선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2] 오병곤 2005.04.04 28513
3726 [2] 몰입 [4] 홍승완 2005.04.04 1869
3725 [2] 시간이 돈이 되는 시대 [2] 오세나 2005.04.04 1751
3724 <변화학 칼럼2> 살아 숨쉰다는 것 [4] 문요한 2005.04.04 1978
3723 [주간칼럼_02]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3] 이익상 2005.04.04 1785
» 인연의 끈에서 자유로워지기 [4] 강미영 2005.04.04 1796
3721 운명이라는 것 [3] 손수일 2005.04.05 1947
3720 아이 키우기에 대한 소견 [6] 신재동 2005.04.05 17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