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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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으로 들어섰습니다. 석양이 지고 있었습니다. 중년의 부부가 석벽에 앉아 나란히 가부좌를 틀고 지는 해를 향해 명상에 빠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작은 개 하나가 신나게 작은 방울을 울리며 산길을 오르는 것을 보았습니다. 한 아줌마가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산길을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갈림길에 이르러 한 남자가 내게 물었습니다. 그가 가고자 하는 곳으로 가려면 내려온 길을 되집어 30분은 반대로 올라가야합니다. 아직 어린 두 아이와 이미 지친 기색이 역력한 아내를 데리고 온 길을 다시 가야하는 남자의 눈에 잠깐 난감한 기색이 내비칩니다.
그리고 해는 이미 가장 높은 산봉우리를 넘어가고 있으니 능선을 따라갈 때는 아직 밝겠지만 반대쪽 계곡으로 접어들면 이미 어두운 길이 되고 말 것입니다. 잠시 망설이던 그들은 되집어 다시 오르고 나도 내 길로 내려섰습니다.
날은 곧 어두어 졌습니다. 오는 내내 같이 데리고 내려올 걸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험한 길도 아니고 긴 길도 아니어서 고생을 조금 하겠지만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으니 되었다 싶었습니다.
길은 느닷없는 곳에서 결정을 요구하고 난감한 곳으로 종종 우리를 인도 합니다. 해가 질 때까지, 그리하여 지치고 화나고 두려울 때 까지 우리를 놓아두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길이 있어 되돌아 갈 수 있고 길이 있어 우연히 다른 세계로 발을 들여 밀게 합니다. 사람들 길가는 모습이 다 다르듯, 개도 자신의 길을 즐기 듯, 길은 즐길 때 비로소 자신의 인생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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