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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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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4일 13시 11분 등록
나는 아직도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 아는 것 같지 않다.

남편에게 향했던 안테나를 나 자신에게 옮겨놓은 이후, 내 삶은 어느 정도의 안정을 찾아가는 듯 했다.
사랑도 공부해야 했지만 열심히 나를 사랑해주려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자신감을 갖기도 했다.
모성은 본능이 아닐 거라는 부정적인 생각들도 걷혀졌고 아이들을 예뻐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막무가내로 덮치는 우울 앞에서는 여전히 속수무책이다.
화낼 줄 모르고, 싸울 줄 모르는, 그래서 피하고 도망치는 내 초라함엔 눈물도 아깝다.

내 안에는 구석에 처박혀서 웅크리고 큰 눈만 껌뻑이며 떨고 있는 꼬맹이가 하나 있다.
가끔 이 녀석을 만나면 불쌍하고 안쓰러운 맘에 안아주곤 하는데 첨엔 같이 부둥켜안고 울기만 하더니 어느 날부턴가 괴물로 변해서는 나를 잡아먹을 듯 달려들었다.
놀란 나는 피했고 그래서 우울했다.
공부하고 노력한 사랑도 나에게 온전히 전할 수 없는 화를 만만한 아이들에게 풀었고, 잠든 아이들 옆에서 눈물로 후회하곤 했다.
내 부모에 대한 분노를 아이들에게 투사하면서 그렇게 미쳐가나 보다 했다.

큰소리가 들리면 나는 여전히 긴장한다. 가끔 식은땀도 솟는다.
어릴 때는 정신을 놔 버렸지만 성인이 된 이후로는 그냥 외면하곤 했다.
당연히 화는 속으로 삭이고 싸움은 피했다. 그게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그래서인지 내 속엔 차갑고 단단한 덩어리가 조금 있다.
제대로 싸울 줄 알면 화해하는 법도 알련만, 모르는 것도 셋트다.
어쨌거나 깨뜨리긴 너무 딱딱해서 녹여볼까 하는데 아직까지 난 그렇게 뜨겁지 않은가보다.
팔팔 끓여서 수증기로 날려버리고 싶은데, 그렇게 떠나보내고 싶은데, 아직 내겐 그럴 열정이 모자라나보다.

그래서일까?
감기가 심해서 등교를 못한 막내와 병원에 다녀오며 나를 돌아봤다.
날 찾아온 건강한 아이들에게 불구의 사랑밖에 표현할 줄 모르는 나쁜 엄마.
준비 없이 엄마가 되어 내 아이들에게 같은 상처를 주고 있는 건 아닌지, 이미 생긴 흉터도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아이들이 아플 때면 반성하는 미련한 것.
먼저 나를 사랑해야 한다고 느끼면서도 정작 내 안의 꼬맹이 녀석도 다 품지 못하는 나는 오늘도 문득 우울하다. 이 지겨운 우울.

괴물로 돌변하는 그 녀석도 안아줘야 할텐데.
도망치거나 피하지 말아야 할텐데.
그렇게 나를 온전히 사랑해야 할텐데.
그래야 아이들에게 건강한 사랑을 줄텐데.
그게 바로 좋은 엄마 일텐데.
내가 찾는 나 일텐데.

그나저나 요즘엔 왜 자꾸 잠이 쏟아지는지 모르겠다.
왜 자꾸 뭐가 먹고 싶은지 모르겠다.
셋째가 생긴 건 아닐텐데 말이다.


IP *.226.27.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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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진
2005.11.04 15:34:01 *.114.140.19
스스로 자신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자꾸 자신을 왜소하게 바라보면 증상은 심해져요.
당신은 이미 화려한 백조가 되어가고 있답니다.
미운 오리새끼가 아니란 말이죠.
거울을 잘 보세요.
이토록 아름다운 모습을 밖에서 바라보시란 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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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2005.11.04 17:21:08 *.120.97.46
나하고 술 한잔 합시다.
누나 두 잔 마실 때 난 한 잔, 그렇게 마십시다.

난 가끔 주변의 사람들을 봐.
나같은 인간이 이렇게 좋은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이것 만큼 나를 따뜻하게 해주는 것은 없는 것 같아.
누나도 내게 그런 사람이야.

한 잔 합시다.
동생이 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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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진
2005.11.05 10:07:16 *.118.67.206
나두 껴 줘 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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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동
2005.11.05 10:38:30 *.111.250.168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갈망하다보면 그것이 보이지 않을 때 초조함으로 시작하여 괴로움으로 커지곤 하지요. 그것만 인지해도 지금보다는 훨씬 나아지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것을 인지하다보면 어느 정도 감정 조절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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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곤
2005.11.05 13:07:33 *.51.79.99
쉽지 않은 일이지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홈피에서는 좀 거시기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연구원 워크샵때 한잔 찌끄리면서 우리 모두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미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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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2005.11.07 11:19:41 *.239.124.122
고마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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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옥균
2005.11.09 06:43:55 *.62.200.134
제가 요즘 그렇답니다
한줄의 글도 쓰기 힘들답니다.
세상살이의 많은 부분이 심더렁해졌습니다.
나자신이 가식과 허위로 가득찬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내가 가을을 타는것인가?
김미영님을 보면서 전혜린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그래도 세상은 살만한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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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2005.11.10 15:02:25 *.239.124.122
가을 타시나 봐요..
11월..가을..생각해보니 그렇네요..
좀 있으면 나이를 한 살 더해야 해서 그럴까요?
건강한 가을 되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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