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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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 아는 것 같지 않다.
남편에게 향했던 안테나를 나 자신에게 옮겨놓은 이후, 내 삶은 어느 정도의 안정을 찾아가는 듯 했다.
사랑도 공부해야 했지만 열심히 나를 사랑해주려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자신감을 갖기도 했다.
모성은 본능이 아닐 거라는 부정적인 생각들도 걷혀졌고 아이들을 예뻐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막무가내로 덮치는 우울 앞에서는 여전히 속수무책이다.
화낼 줄 모르고, 싸울 줄 모르는, 그래서 피하고 도망치는 내 초라함엔 눈물도 아깝다.
내 안에는 구석에 처박혀서 웅크리고 큰 눈만 껌뻑이며 떨고 있는 꼬맹이가 하나 있다.
가끔 이 녀석을 만나면 불쌍하고 안쓰러운 맘에 안아주곤 하는데 첨엔 같이 부둥켜안고 울기만 하더니 어느 날부턴가 괴물로 변해서는 나를 잡아먹을 듯 달려들었다.
놀란 나는 피했고 그래서 우울했다.
공부하고 노력한 사랑도 나에게 온전히 전할 수 없는 화를 만만한 아이들에게 풀었고, 잠든 아이들 옆에서 눈물로 후회하곤 했다.
내 부모에 대한 분노를 아이들에게 투사하면서 그렇게 미쳐가나 보다 했다.
큰소리가 들리면 나는 여전히 긴장한다. 가끔 식은땀도 솟는다.
어릴 때는 정신을 놔 버렸지만 성인이 된 이후로는 그냥 외면하곤 했다.
당연히 화는 속으로 삭이고 싸움은 피했다. 그게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그래서인지 내 속엔 차갑고 단단한 덩어리가 조금 있다.
제대로 싸울 줄 알면 화해하는 법도 알련만, 모르는 것도 셋트다.
어쨌거나 깨뜨리긴 너무 딱딱해서 녹여볼까 하는데 아직까지 난 그렇게 뜨겁지 않은가보다.
팔팔 끓여서 수증기로 날려버리고 싶은데, 그렇게 떠나보내고 싶은데, 아직 내겐 그럴 열정이 모자라나보다.
그래서일까?
감기가 심해서 등교를 못한 막내와 병원에 다녀오며 나를 돌아봤다.
날 찾아온 건강한 아이들에게 불구의 사랑밖에 표현할 줄 모르는 나쁜 엄마.
준비 없이 엄마가 되어 내 아이들에게 같은 상처를 주고 있는 건 아닌지, 이미 생긴 흉터도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아이들이 아플 때면 반성하는 미련한 것.
먼저 나를 사랑해야 한다고 느끼면서도 정작 내 안의 꼬맹이 녀석도 다 품지 못하는 나는 오늘도 문득 우울하다. 이 지겨운 우울.
괴물로 돌변하는 그 녀석도 안아줘야 할텐데.
도망치거나 피하지 말아야 할텐데.
그렇게 나를 온전히 사랑해야 할텐데.
그래야 아이들에게 건강한 사랑을 줄텐데.
그게 바로 좋은 엄마 일텐데.
내가 찾는 나 일텐데.
그나저나 요즘엔 왜 자꾸 잠이 쏟아지는지 모르겠다.
왜 자꾸 뭐가 먹고 싶은지 모르겠다.
셋째가 생긴 건 아닐텐데 말이다.
IP *.226.27.205
남편에게 향했던 안테나를 나 자신에게 옮겨놓은 이후, 내 삶은 어느 정도의 안정을 찾아가는 듯 했다.
사랑도 공부해야 했지만 열심히 나를 사랑해주려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자신감을 갖기도 했다.
모성은 본능이 아닐 거라는 부정적인 생각들도 걷혀졌고 아이들을 예뻐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막무가내로 덮치는 우울 앞에서는 여전히 속수무책이다.
화낼 줄 모르고, 싸울 줄 모르는, 그래서 피하고 도망치는 내 초라함엔 눈물도 아깝다.
내 안에는 구석에 처박혀서 웅크리고 큰 눈만 껌뻑이며 떨고 있는 꼬맹이가 하나 있다.
가끔 이 녀석을 만나면 불쌍하고 안쓰러운 맘에 안아주곤 하는데 첨엔 같이 부둥켜안고 울기만 하더니 어느 날부턴가 괴물로 변해서는 나를 잡아먹을 듯 달려들었다.
놀란 나는 피했고 그래서 우울했다.
공부하고 노력한 사랑도 나에게 온전히 전할 수 없는 화를 만만한 아이들에게 풀었고, 잠든 아이들 옆에서 눈물로 후회하곤 했다.
내 부모에 대한 분노를 아이들에게 투사하면서 그렇게 미쳐가나 보다 했다.
큰소리가 들리면 나는 여전히 긴장한다. 가끔 식은땀도 솟는다.
어릴 때는 정신을 놔 버렸지만 성인이 된 이후로는 그냥 외면하곤 했다.
당연히 화는 속으로 삭이고 싸움은 피했다. 그게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그래서인지 내 속엔 차갑고 단단한 덩어리가 조금 있다.
제대로 싸울 줄 알면 화해하는 법도 알련만, 모르는 것도 셋트다.
어쨌거나 깨뜨리긴 너무 딱딱해서 녹여볼까 하는데 아직까지 난 그렇게 뜨겁지 않은가보다.
팔팔 끓여서 수증기로 날려버리고 싶은데, 그렇게 떠나보내고 싶은데, 아직 내겐 그럴 열정이 모자라나보다.
그래서일까?
감기가 심해서 등교를 못한 막내와 병원에 다녀오며 나를 돌아봤다.
날 찾아온 건강한 아이들에게 불구의 사랑밖에 표현할 줄 모르는 나쁜 엄마.
준비 없이 엄마가 되어 내 아이들에게 같은 상처를 주고 있는 건 아닌지, 이미 생긴 흉터도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아이들이 아플 때면 반성하는 미련한 것.
먼저 나를 사랑해야 한다고 느끼면서도 정작 내 안의 꼬맹이 녀석도 다 품지 못하는 나는 오늘도 문득 우울하다. 이 지겨운 우울.
괴물로 돌변하는 그 녀석도 안아줘야 할텐데.
도망치거나 피하지 말아야 할텐데.
그렇게 나를 온전히 사랑해야 할텐데.
그래야 아이들에게 건강한 사랑을 줄텐데.
그게 바로 좋은 엄마 일텐데.
내가 찾는 나 일텐데.
그나저나 요즘엔 왜 자꾸 잠이 쏟아지는지 모르겠다.
왜 자꾸 뭐가 먹고 싶은지 모르겠다.
셋째가 생긴 건 아닐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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