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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23일 01시 24분 등록
<변화를 위한 우화 5>

까치와 배나무


문 요한 (변화경영 연구소 연구원, 정신과 전문의)



어느 시골마을에 배나무 밭이 있었습니다. 가을이 되어 배나무에는 잘 익은 배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지요. 어느 날, 까치 한 마리가 날아와 잘 익은 배만을 파 먹었습니다. 까치는 이렇게 맛있는 배는 처음이었습니다. 정신없이 먹다보니 하얀 배가 까만 등보다 더 커보일 정도로 배가 불렀습니다. 배나무 가지위에 앉아 쉬고 있던 까치는 순간 배나무가 바보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장난끼가 발동했습니다. 까치는 배나무를 놀렸습니다.
‘이 바보야! 너는 너의 열매를 이렇게 다 먹어버리는데도 어떻게 가만히 있지?’

배나무는 씨~익 하고 웃습니다.
‘그게 내 운명인 것을 어떻게 하니. 그런데 너에게 내 소중한 열매를 준다는 것은 나를 잃는 것이 아니야. 오히려 내가 뻗어가는 것이란다. 나의 씨앗들이 너를 통해 넓게 넓게 퍼져나가는 것이지. 난 네가 맛있게 먹어주어서 오히려 고맙단다. 까치야, 고마워!’

말문이 막힌 까치가 이내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습니다.
‘너는 늙어 죽을 때까지 답답하지도 않니? 어떻게 늘 한자리에서만 멈춰 서 있지? 세상이 얼마나 넓은데 말이야. 봐! 내 멋진 날개가 갖고 싶지 않니?’

다시 배나무가 대답했습니다.
‘까치야! 난 이렇게 생각해.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나무는 평생 성장한단다. 그것도 다른 것에 의지해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광합성으로 스스로 에너지를 끊임없이 만들어내지. 게다가 우리는 뭇 생명들이 살아갈 산소를 만들어내고 있단다. 까치야! 너는 자유롭게 날아다닌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먹기 위해 날아다니는 것이라고 느낀 적은 없었을까? 그런 일상이 반복되다가 어느 순간 너도 몰래 성장이 멈추는 시기를 만날까봐 두려워하면서 말이야. 늙게 되면 점점 깃털이 빠지고 부리도 약해지며 지난 젊음을 아쉬워하며 보낼지도 모르지. 더 이상 날 수 없고 더 이상 먹을 수 없는 그 날을 피해갈 수는 없을 거야. 너희 동물들은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하잖아.’

까치는 더욱 말문이 막혀 순간 화가 났습니다. 심술이 발동해서 마구 가지위에서 뛰어 올랐습니다. ‘우지끈’하며 배나무 가지가 부러졌습니다. ‘툭, 툭!’ 배가 바닥으로 떨어져 으깨졌습니다. 까치는 ‘꺄오! 꺄오!’하며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이제야 분이 좀 풀리나 봅니다.

이때 배나무가 다시 말을 꺼냈습니다.
‘까치야! 우리 나무는 가지가 부러지면 또 자라나고 열매가 떨어지면 또 열려. 계속 순환하고 계속 성장하고 계속 생산을 하지. 하지만 너는 날개하나가 부러져도 날기가 벅찰거야. 그럴때면 제 몸 하나 지탱하는 것도 쉽지 않겠지. 만일 어디선가 다치게 된다면 나에게로 날아와서 쉬었다가렴.”

까치는 더 이상 이야기를 할 수 없었습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도망치듯 날아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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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곤
2005.11.27 17:34:29 *.51.70.176
거의 보살수준의 배나무군요.
짧은 우화지만 많은 내용이 담겨있네요.
소설 쓰고 싶어가는 요한님의 희망이 곧 이루어질꺼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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