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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28일 11시 13분 등록
춤명상 시간에 ‘다이나믹 명상’ 시범을 보였다. 후에 나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한 수강생이 다가와 나에게 묻는다. ‘혹시, 접신(接神) 하셨어요?’ 순간 번뜩이는 섬광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간다. 사람들은 몸과 영이 하나가 되는 순간을 ‘접신(接神)’이라고 부른다. 그저 호흡에 집중하여 호흡 자체가 될 때 ‘접신(接神)’이라 이야기한다. 그 날 이후, 나는 어떤 신을 모시며 살고 있을까 상상해 본다. 내면에 살아 숨쉬는 신. 나에게는 나를 점지하고 돌보는 삼신(三神)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잡신(雜神) 이다. 나에게는 하나로 귀결되지 않는 잡스러운 ‘잡끼’가 있다. 때론 어수선하고, 때론 뒤죽박죽이고, 때론 함께 섞여 어울림을 만들어 낸다. 언제부터인가 ‘끼가 세다’, ‘끼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얄팍한 재주가 많은 사람으로 묘한 불쾌감이 있지만,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동양철학에서는 결국 ‘끼’는 생명의 에너지를 말하고 있다. 생명의 에너지가 세거나 많다는 것은 얼마나 멋스러운 칭찬과 질투인가. 잡신이 전해주는 ‘끼’는 나에게 매우 중요한 키워드다. 이것은 내 가슴속에 끊임없이 타오르는 분노의 불길이며, 사람들을 홀리는 힘이며, 이 사회의 기존 질서를 넘어 여성운동을 일으키는 원동력이며, 초월적 예술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열정이다.

두 번째는 지름신이다. 21세기의 기류를 타고 탄생한 신이다. 사람들은 자신을 통제할 수 없다는 두려움에 지름신을 부정적인 신으로 인식한다. 끊임없이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는 눌림굿을 한다. 하지만 나에게 지름신은 가장 자주 접신하는 신이다. 욕구를 만나면 즉시 사랑에 빠져 행동하고 싶어 못견디는 신이다. 나는 늘 언제 시작할 수 있는지 질문하고 또 질문한다. 아직 나에게 모르는 무엇이 있을지라도 나는 멈추지 않는다. 실패를 무릅쓰고라도 결정하고, 행동하고, 그 결과를 보면서 배운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신선한 사고를 유지할 수 있을까.

세 번째는 창조신(創造神)이다. 창조신은 내가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신이다. 나란 존재를 지구별에 창조하셨으니, 그것만으로도 모셔 마땅한 신이다. 고로 나는 창조신의 자손이다. 창조신에 흐르는 피는 나의 몸 안에도 흐르고 있다. 창조신의 DNA는 내 골수 속에 출렁이고 있다. 창조성은 내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닌 만큼, 내가 만들어야 하는 무엇이 아니다. 혈관의 막힘없이 피가 흐를 수 있도록, 나의 몸을 열어놓기만 하면 된다. 몸의 힘을 빼고, 나의 근원인 창조신에게 온 몸을 던져, 신과 하나가 되면 된다. 피는 속일 수 없다.

삼신(三神)이 삼위일체가 될 때, 나는 온전히 내가 된다. 그것은 굿판에서 하는 내림굿과 다를 것이 없다. 내림굿을 할 때의 두려움과 공포는 우리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위한 기나긴 여정과 다르지 않다. 내안의 신들과 내림굿 판을 벌려보자. 자신의 강점을 찾았을 때, 자신의 일을 만났을 때, 내림굿을 하듯 신명나는 축제를 벌려보자. 두려워하지 말자. 굿판에는 훌륭한 리더와, 방석화랑이, 두 손 모아 끝까지 빌어주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있을테니. 내면의 신을 찾아 접신(接神)의 삶을 누려보자.

당신은 오늘 어떤 신과 접신(接神)하셨나요?

* 방석화랑이 : 굿을 할 때 굿판에서 잔심부름을 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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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
2007.03.23 10:18:51 *.111.247.32
위에 서술한 신들은 전문지식이나 특정종교와 상관없습니다.(참고로 전 기독교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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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3.23 11:36:36 *.70.72.121
방석화랑 : 나는 연구원모임을 생각했는데.. 연구원하면 자꾸 궁둥살이 생각나서 말이지 ㅋㅋ
자기 성적 좋으네. 나는 종일 부여잡고만 있는데. 부탁한 것 잊지말고 준비해주고. 우리 지름신 살풀이 실컷 해보자. 근데 자기가 멀리 달아난 느낌이드네. 나만 놔두고... 또 징얼 징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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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엽
2007.03.26 11:57:16 *.76.83.129
인간 내부의 욕망과 속성을 신의 의미로 파악하셨네요. 문득 현경의 글들이 떠오릅니다. 늘 명상하고, 신께로 다가가려는 노력을 하는것- 그것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선을 모습이라고 보았죠.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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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찬
2007.03.26 22:06:20 *.140.145.63
저도 창조신 좋아합니다. 우리 모두는 사실 창조의 힘을 근본적으로
타고난 존재들이죠.. 그걸 필요에 의해 잊고 있어서 그렇지..^^

소라님은 자기색깔이 분명해서 저같은 관전자의 입장에서는 아주
선호할 수 밖에 없는 분이죠.. 특히 글의 제목을 짓는데 재능이 있어
보이십니다. 강하게 호기심을 유발하게 하는 그런 힘이 있어요..

고생많으셨고 소라님의 자기색깔을 더욱 빛내주고 뒷받침해줄
새로운 날개를 다는 기회를 가지실 수 있기를 가깝고도 먼곳에서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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