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나경
- 조회 수 1560
- 댓글 수 2
- 추천 수 0
지난 주말 내내 친정에서 지내다 왔다.
같은 부산이고 한 시간 거리면 갈 수 있는데 그리 자주 가게 되지 않는다.
그래도 이번에는 꽤 길게 머물다가 온 셈이다.
언니네와 아파트 앞 뒤 동에 살고 계신다.
아파트 계단을 이리저리 오르내리다 문득 먼지 쌓인 자전거들이 눈에 띈다.
아이들 자전거는 별로 그렇지 않은데 어른용 자전거는 먼지가 수북하다.
아, 나도 저 자전거 같은 신세는 아닌가?
본래 태어날 때 두 바퀴로 씽씽 달려라고, 그런 임무를 갖고 이 세상에 왔는데 게으르고 눈 어두운 주인을 만나 제대로 달려보지도 못한 채 새 자전거로 인생에 먼지만 쌓아두고 있는 거 아닌가?
문득 그런 각성이 일었다.
끊임없이 나를 발견해 가는 것.
그래서 아주 유능한 자전거가 되는 것.
맨 처음 자전거는 빡빡하게 달렸을 것이다.
그렇게 시작해서 오랫동안 기름칠도 해가며 내 몸에 꼭 맞는 것이 되어 갈 것이다.
새 것보다 훨씬 매력적인 숙련된 자전거.
아, 요사이 나는 그렇게 단련된 자전거가 부럽다.
그렇게 인생을 달려서
먼지하나 없는 단단한 근육의 자전거로
있는 힘껏
내게 주어진 삶을 다 소진하고 싶다.
자, 지금
먼지를 닦아보자
댓글
2 건
댓글 닫기
댓글 보기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918 | -->[re]실밥뜯어진 운동화 [1] | 문정 | 2003.08.02 | 2609 |
3917 | 삶의 '봉우리' [2] | 유민자 | 2003.08.02 | 2144 |
3916 | -->[re]꿈이 담긴 예쁜 봉우리... [2] | 이승민 | 2003.08.02 | 1955 |
3915 | 아름다운 시선 [1] | 유민자 | 2003.08.04 | 3504 |
3914 | 아름다운 시선 [2] | 유민자 | 2003.08.04 | 2287 |
3913 | 견우와 직녀 [2] | 유관웅 | 2003.08.05 | 2440 |
3912 | 라면 [1] | 김용관 | 2003.08.05 | 3724 |
3911 | 라면 [2] | 김용관 | 2003.08.05 | 2388 |
3910 | -->[re]삶의 흐름 [2] | 유민자 | 2003.08.06 | 2143 |
3909 | -->[re]견우와 직녀 [4] | 용성이 | 2003.08.08 | 2059 |
3908 | 아주 특별한 결혼식 [6] | 김용관 | 2003.08.13 | 3709 |
3907 | 아주 특별한 결혼식 [2] | 김용관 | 2003.08.13 | 2479 |
3906 | 천사종묘사 [3] | 김용관 | 2003.08.18 | 3594 |
3905 | 천사종묘사 [2] | 김용관 | 2003.08.18 | 2552 |
3904 | 날이 갈수록 사람과 사람 사이가 멀어져만 간다 [1] | 기원 | 2003.08.19 | 3689 |
3903 | 날이 갈수록 사람과 사람 사이가 멀어져만 간다 [2] | 기원 | 2003.08.19 | 2232 |
3902 | 멋진 장면 - 유럽축구 베스트 10 [2] | 김용관 | 2003.08.22 | 3702 |
3901 | 멋진 장면 - 유럽축구 베스트 10 [3] [2] | 김용관 | 2003.08.22 | 3192 |
3900 | 이동 야채가게 [2] | 김용관 | 2003.08.25 | 3213 |
3899 | 이동 야채가게 [3] | 김용관 | 2003.08.25 | 216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