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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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5일 수요일 아침. 내가 지금 서있는 이곳은 우포늪이다. 뚱딴지같이 갑자기 왜 우포늪에 와있느냐고? 업무관계로 지방 출장을 어제 왔는데 00거래처의 사설 교육장이 이곳 부근에 있어서 이다.
익히 아는 바와 같이 우포(牛浦)늪은 자그만치 1억 4천만년전 한반도가 생설될 시기에 만들어 진곳으로써 경남 창녕군에 위치해 있는 생태계 보전지역이자 국제 습지조약 보존습지로 지정되어 있는 곳이다. 사진 작가들의 철새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람사르(Ramsar) 총회를 앞두고 있어 더욱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전날 저녁 일정을 마치고 정겨운 사람들과 담소와 소주잔을 기울이다 보니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는데 언듯 일어나 시계를 보니 아침 7시경. 아침 식사까지는 한시간이나 남아있어 고민을 해본다. ‘피곤한데 잘이나 잘까? 아니면 산책을 갈까?’ 작년 두달에 한번 꼴로 이곳을 다녀 갔었지만 정작 우포늪을 둘러본 것은 손꼽을 정도였기에 마음을 다잡고 박차고 일어나 한겨울의 우포늪을 둘러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산책. ‘살아있는 책을 만난다’의 의미 탓일까? 아침 겨울 바람이 매섭기는 하지만 무척 기분이 좋았다. 폴폴나는 신작로의 먼지를 뒤로하고 열심히 걷고 있노라니 쇠오리와 큰기러기들이 한창 먹이잡기에 여념이 없는 풍경이 펼쳐진다. 사진을 찍기위해 조심히 발을 옮겼으나 나의 인기척 때문인지 무리들이 힘차게 떼를 지어 하늘로 날아 오른다. 꽥꽥 소리와 함께. 정말 장관이다. 도시에서는 흔치않은 광경이기에 이런 겨울철에 이런 곳에서 이런 광경을 보는 것이. 그러다 문득 내가 지금 걷고 있는 이길 이전에 아주 오래전 어떤 이들이 이길을 걸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내이후에는 어떤 이가 이 길을 걷게될까 라는 조금은 부질없는 생각이 들었다. 월명사가 있었더라면 이런 가사를 당시 조용히 독창 하였겠지.
생사의 갈림길
여기 있으니 두려웁고
“나는 갑니다” 말도
못하고서 갔는가
어느 이른 가을 바람 끝에
여기 저기 떨어지는 잎처럼
한 가지에 나고
가는 곳은 모르겠네
아, 미타찰 세상에 만날 나는
도 닦아 기다리리. (제망매가)
사람이 살기 이전의 우포늪이란 역사의 대자연 앞에 나는 한껏 작아진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 가지고 있는 고민, 하고 싶은 일, 이루고 싶은 성과 모두가 한껏 바람 이리라. 불어가고 불고나면 그뿐인 바람. 하지만 바람이 부는건 보이지 않지만 그 흔적을 통해 바람을 느낄 수 있듯이 이런 마음들이 드는건 한순간뿐. 서울로 복귀한 지금 나자신은 오늘도 과제물 제출에 정신이 없다. 우포늪의 향취는 마음속 어느 한구석과 디카에 담겨진 사진속에 존재해 있을뿐.
IP *.127.81.252
익히 아는 바와 같이 우포(牛浦)늪은 자그만치 1억 4천만년전 한반도가 생설될 시기에 만들어 진곳으로써 경남 창녕군에 위치해 있는 생태계 보전지역이자 국제 습지조약 보존습지로 지정되어 있는 곳이다. 사진 작가들의 철새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람사르(Ramsar) 총회를 앞두고 있어 더욱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전날 저녁 일정을 마치고 정겨운 사람들과 담소와 소주잔을 기울이다 보니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는데 언듯 일어나 시계를 보니 아침 7시경. 아침 식사까지는 한시간이나 남아있어 고민을 해본다. ‘피곤한데 잘이나 잘까? 아니면 산책을 갈까?’ 작년 두달에 한번 꼴로 이곳을 다녀 갔었지만 정작 우포늪을 둘러본 것은 손꼽을 정도였기에 마음을 다잡고 박차고 일어나 한겨울의 우포늪을 둘러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산책. ‘살아있는 책을 만난다’의 의미 탓일까? 아침 겨울 바람이 매섭기는 하지만 무척 기분이 좋았다. 폴폴나는 신작로의 먼지를 뒤로하고 열심히 걷고 있노라니 쇠오리와 큰기러기들이 한창 먹이잡기에 여념이 없는 풍경이 펼쳐진다. 사진을 찍기위해 조심히 발을 옮겼으나 나의 인기척 때문인지 무리들이 힘차게 떼를 지어 하늘로 날아 오른다. 꽥꽥 소리와 함께. 정말 장관이다. 도시에서는 흔치않은 광경이기에 이런 겨울철에 이런 곳에서 이런 광경을 보는 것이. 그러다 문득 내가 지금 걷고 있는 이길 이전에 아주 오래전 어떤 이들이 이길을 걸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내이후에는 어떤 이가 이 길을 걷게될까 라는 조금은 부질없는 생각이 들었다. 월명사가 있었더라면 이런 가사를 당시 조용히 독창 하였겠지.
생사의 갈림길
여기 있으니 두려웁고
“나는 갑니다” 말도
못하고서 갔는가
어느 이른 가을 바람 끝에
여기 저기 떨어지는 잎처럼
한 가지에 나고
가는 곳은 모르겠네
아, 미타찰 세상에 만날 나는
도 닦아 기다리리. (제망매가)
사람이 살기 이전의 우포늪이란 역사의 대자연 앞에 나는 한껏 작아진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 가지고 있는 고민, 하고 싶은 일, 이루고 싶은 성과 모두가 한껏 바람 이리라. 불어가고 불고나면 그뿐인 바람. 하지만 바람이 부는건 보이지 않지만 그 흔적을 통해 바람을 느낄 수 있듯이 이런 마음들이 드는건 한순간뿐. 서울로 복귀한 지금 나자신은 오늘도 과제물 제출에 정신이 없다. 우포늪의 향취는 마음속 어느 한구석과 디카에 담겨진 사진속에 존재해 있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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