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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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터질 듯 뛰지만, 온 몸의 신경은 진즉에 시냅스 활동을 멈추었다.
배를 관통한 화살은 깊숙히, 거기가 원래 저의 자리였던 것처럼-
팽팽한 근육을 뚫고 그 안에 머무른다.
핏물은 흘러 내릴 틈도 없이, 달리는 바람에 말라 버렸다.
달린다. 달린다.
오로지 앞을 향해 달린다.
달리지만, 달린다는 표현은 한참이나 부족하다.
달리지만, 몸부림치는 것이고
달리지만, 투쟁하는 것이고
달리지만, 사냥하는 것이다.
무의식적이고 본능적인 태초의 힘이
그를 달리게 한다.
그의 맨발은 야생마의 발굽보다 단단하고
그의 다리는 정글의 독사처럼 민첩하고 재빠르다.
또한 그의 두 눈은 독수리만큼 예리하고 집요하다.
이것은 멋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生을 위한 것이다.
의지와 생각이 지배하지 않는 순수한 본능만이
공포와 고통을 몰아 낼 수 있다.
생명은, 본능은
이토록 치열해서
죽음과 맞서 우리를 달리게 한다.
우리를 살게 한다.
그는 결국 추격자들을 이기고
천천히 천천히 가쁜 숨을 몰아낸다.
나는. 재규어의 발.
내가 이 숲의 주인이다.
그의 맨발은 그의 숲을 밟고 선다.
그가 이겼다.
생명이 이겼다.
화살마저 녹여버린 生에 대한 열망이, 그를 결국 숲에 서게 했다.
---아포칼립토를 보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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